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341
339 – [■■■회차] 끝내지 못한 자의 말로( )
초능력자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필요가 있다. 견디지 못하면 주화입마를 일으키
거나 폭주 끝에 사망하기도 하지만, 극복하면 확실하게 실력은 늘어난다.
-마안 능력자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은. 네가, 가장 잘, 알 거다.
“이해했어.”
-강해지는데, 필요한 도구나, 물자, 정보를, 몇 가지, 알려주지. 잊으면, 안 된다.
필요한 정보를 전해준 뒤, 떠나는 그녀에게 무어라 말을 걸려다가 말았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를 위해 강해지겠다는 여자에게 더 큰 고통을 받으라고, 힘내
라고, 고맙다고 말할 염치가 없었다.
그럴 염치가 있었다면 7회차에서 회귀를 끝냈겠지. 그러지 못한 시점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할
자격조차도 없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날이 지났다.
히미코는 전보다 선명해진 붉은 눈을 띠며 돌아왔다.
“약속대로 강해져서 돌아왔어.”
-너, 그 눈, 뭘 한 거야.
“다른 마안능력자들이랑 싸워서 이겼어. 약간의 부작용은 있지만 마안의 출력만으로도 SSS급은 될 거
야.”
-부작용?
“능력이 너무 강해져서 평생 마안을 해제할 수 없어.”
히미코의 마안은 공포의 마안.
마주치는 대상을 겁에 질리게 만드는 눈이다.
그녀에게 정상적인 일상생활은 영원히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수를 써버렸나. 그래서 이렇게 단기간에 강해질 수 있었던 건가.’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면서 받게 되었을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로 커다랬을까.
B급 초능력자인 그녀가 SSS급이 되기까지 불과 수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큰 스트레스였을
거라는 사실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결심했다.
-이제는, 탑에, 진입할, 차례다.
“내가 갈게. 어느 탑에 들어가면 되는지만 알려줘.”
-나를, 데려가라.
“…그 몸으로 싸울 수 있어?”
-이런, 몸이기에, 가능한, 일도, 있다.
SSS급 초절정고수가 된 히미코는 이상현상이 된 나를 구성하는 마정핵을 들고도 무사히 운반할 수 있었
다.
우리를 발견한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지만, 히미코의 눈과 마주치고는 비명을 지를 의지마저 박탈당하여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땅에 쭈그려앉았다.
끔찍한 자연재해가 부디 자신의 곁에서 멀어지기만을 바라는 무력한 모습이었다.
“하이재킹에 성공했어.”
-…….
비행기를 납치에서 외국에 도착한 우리는 탑의 공략을 개시했고, 히미코는 내가 호언장담한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초능력 발동
▷초능력 발동
▷초능력 발동
그간 습득해온 무수한 초능력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니 탑이 선사하는 온갖 가혹한 환경과 까다로운 난
제를 오직 초능력의 힘만으로 모조리 돌파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위력은 인간형 시절의 무력보다는 현저히 떨어졌지만, 범용성 면에서는 예전의 올드 원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스스로도 자부할 만큼 대단했다.
▷탑의 보스 [거울왕자]가 출몰했습니다.
▷거울왕자의 고유특성 발동
▷S급 이하의 모든 초능력이 공격대상 대신 시전자를 대상으로 발동합니다.
보스급 몬스터들은 그런 내 능력조차도 봉인하거나 무위로 되돌릴만한 특별한 초능력이나 특성을 지니
고 있지만, 그럴 때에는 SSS급 마안사용자인 히미코가 나설 차례였다.
▷히미코의 초능력 발동
▷거울왕자의 고유영역 발동
▷고유영역의 효과로 정신공격의 위력을 시전자 또한 동시에 선사받습니다.
탑의 보스가 머리를 쥐어 싸매 절규하자 히미코의 안색 또한 창백하게 질렸다.
이에 악을 쓰며 눈에서 한층 더 귀기어린 빛을 발산하는 히미코. 그녀의 능력이 강해지자 거울왕자의 절
규도 더해지며 사방에 펼쳐진 거울에서 연달아 금이 갔다.
“끄으윽…!”
-그만 둬, 히미코! 너, 피눈물이, 나오고, 있다고!!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
히미코의 광기어린 의지가 끝내 거울왕자를 압도하자 사방의 거울이 모조리 깨져나갔다. 거울왕자는 넋
이 나간 표정으로 깨진 거울파편을 주워 스스로 숨을 끊었다.
▷히미코가 SSS급 보스몬스터 [거울 왕자]를 토벌했습니다.
▷스테이지 3의 보스몬스터 [거울 왕자]의 생명정지가 확인되었습니다. 거울의 탑의 스테이지(30층,
Boss Stage)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최고공헌자에게 승탑자의 권한이 주어집니다. 권한은 최고공헌자가 양도를 희망하거나 승탑자가 사
망할 시, 차순위공헌자에게 양도됩니다.
호흡을 가라앉힌 히미코가 내게 소원권을 양도하려는 것을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는, 탑의 소원을, 빌 수, 없다.
“어째서?”
-이미, 모든, 탑에서, 소원을, 한 번씩, 빌었으니까.
히미코가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째서 날 여기로 데려온 거야? 탑의 정복 따위 애초에 시작할 이유도 없었잖아.”
-네가, 자신의, 의지로, 자유를, 얻을, 유일한, 기회, 이니까. 소원을, 빌어. 회귀자가, 없는, 세계로, 가고
싶다고.
“싫어. 절대로 그런 소원은 빌지 않을 거야.”
히미코는 단호한 얼굴로 탑의 정상으로 향했다. 이윽고 그녀가 소원을 빌었는지 새하얀 빛과 함께 나는
탑이 사라진 공터에서 정신을 차렸다.
히미코는 다른 세계에 가지 않았고, 나 역시 인간의 형태를 되찾는 일은 없었다.
“탑의 마력이 부족했어. 한도령, 네게 인간의 모습을 되찾아주고 싶었지만 거울의 탑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소원이었어. 마치 세계 그 자체가 너를 저주하는 것처럼…”
-당연히 그렇겠지. 내 만족을 위해서라면 사람 따위는 벌레처럼 죽여왔으니. 세계가 나를 미워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유창하게 흘러나오는 사념에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고통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었을 거야.”
-이 바보가. 네가 무슨 기회를 놓친 건지 알아? 너를 위해서 그 소원을 사용했으면 마안의 부작용을 치료
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너를 두려워하지 않고도 살 수 있었어!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아. 내가 두려운 건 한도령 네가 살아가는 걸 두려워하는 거야.”
그 깊은 마음을 어찌 고맙게 여기지 않을 수 있으랴.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이번 생을 히미코를 위해 살아가겠다고.
***
그날 이후로 우리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탑을 공략했다. 어떤 탑으로는 이상현상이 되어버린 내게 육신
의 자유를 되찾아주었고, 어떤 탑으로는 내 몸 안의 변이인자를 없앴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끝내 전 세계에 현존하는 모든 탑을 정복할 수 있었다.
10년.
전 세계의 탑을 재패하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이제는 완숙한 성인여성이 된 히미코가 인간의 외형을 되찾
는 내 볼을 한손으로 어루만졌다.
“탑이 열리지 않아. 다른 탑은 언제 생겨?”
“안 생겨.”
“거짓말하지 말고.”
“정말로 안 생겨. 올드 원이 세계에서 사라져버린 이후로 던전과 게이트는 생기더라도 더는 새로운 탑은
생기지 않아.”
“그럼… 다음 회차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사라지고, 다시금 페널티가 누적되어서 자유조차 박탈된 끔찍한 형체를 되찾
아가겠지. 오래도록, 서서히, 수십 회차에 걸쳐서.”
“되찾는다는 표현은 쓰지 마! 그런 건 한도령 네 본모습이 아니야. 이 세계가 멋대로 네게 강요하는 모습
일 뿐인데 왜 그 모습을 네 것처럼 받아들이는 거냐고!”
나를 위해서 화내주는 사람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서글픈
감정이 뒤따랐다. 다음 회차가 되거든 히미코 또한 내 세계에서 사라진다.
그때가 되거든 나는 그 사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가능할 리가 없다. 어쩌면 자살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
을지 모른다.
‘빚을 내서까지 기억을 전송받는 것을 그만둔다면, 차라리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면 그것도 좋겠지…….’
그런 충동을 속으로 끌어안을 때마다 귀신같이 내 감정을 눈치 챈 히미코가 나를 제 품에 끌어안았다.
나를 구할 수 없다면 하다못해 내 아이라도 가지고 싶다는 기미를 보였지만, 이미 다연이와 민지를 통해
그런 시도가 만들어낼 파국에 대해서는 충분히 겪어보았다.
“미안해. 네 마음에 응할 수 없어서. 네가 좋아하는 남자가 회귀자 따위라서.”
나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했다. 영원히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는 것도, 히미코에게 받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마움을 모두 갚는 일조차도.
회귀를 끝낼 수 없는 회귀자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감옥에 갇힌 죄수일 뿐이었다.
“한도령. 기억전송으로 지난 회차들의 기억을 다시 보여줘. 분명 어딘가에는 방법이 있을 거야. 아직 깨
닫지 못한 방법이 숨겨져 있을 게 틀림없어.”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없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 나는 히미코가 포기하길 바라며 기억을 전송
했다.
“찾았어.”
히미코는 내 생각보다 영리했다.
“말도 안 돼.”
“탑이 없다면 우리가 만들면 되는 거야. 도령이가 소원을 빌 수 있는 새로운 탑을, 그것도 회귀를 끝내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절망으로 빚어낸 탑을.”
“대체 어떻게?”
“잊었어? 탑은 멸망한 세계의 파편이라는 거. 마침 여기에 멸망하지 않은 세계가 하나 남아 있잖아?”
“!!!”
또한 내 생각보다도 훨씬 진심이었다. 탑 재패를 이어나가던 도중에 UT급을 넘어 EX급이 되어버린 히미
코는 전 세계를 통틀어 적수를 찾아볼 수 없는 역대급 초능력자가 되었다.
그런 히미코가 진심으로 세계멸망을 각오했을 때,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공포의 마녀와 그녀의 하수인이에요. 여기서 저자들을 막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할 거예요.”
올드 원이 사라지며 그의 하수인들과 공멸해야 했을 천시연 가주는 무사히 살아남아 우리들의 앞을 가로
막았다.
강반검과 강진혁, 강씨부자를 비롯한 초고위 초능력자들이 다시금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를 구하기 위
해 전세계를 적으로 돌려 파멸시키려는 히미코와 그녀를 막으려는 모두들.
몇 번이고 되풀이된 비슷한 파국이 다시금 펼쳐지려고 한다. 나는 히미코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안 돼. 그러지마.”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 한도령, 당신을 자유롭게 해주려면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포기해. 날 위해서라는 핑계로 너 자신을 파괴하지 마. 그런 일을 또 다시 겪을 바에야 차라리 자살해버
리고 말겠어.”
7회차의 민지가 나를 위해 저질렀던 끔찍한 참상을 맨 정신으로, 그것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니.
할 수 없다.
그런 일만큼은 절대로 할 수 없다. 내 진심어린 뜻을 눈치 챈 히미코가 울음을 터뜨리며 두 손을 늘어뜨렸
다.
“미, 미래가 변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저 남자, 모든 인과가 저 남자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공포의 마녀의 하수인 말이냐? 아무래도 평범한 마녀의 시종 따위는 아닌 것 같군.”
강반검은 당장이라도 마녀와 나를 처형하자고 주장하는 능력자들을 진정시키고 홀로 내게 걸어왔다.
“너희들이 세계평화를 위해 위험천만한 탑을 닫아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가끔씩 탑에서 마주한 적도
있었으니 안면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강반검… 미안하다는 사과는 하지 않겠어. 우리에게도 멸망을 일으킬 뻔했던 절박한 사정이 있었으니.”
나는 히미코를 대신해서 그렇게 답했다. 어떻게든 그녀를 세계의 적이 아닌 세계의 구원자이자 대영웅으
로 만들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 사정이라는 거, 내게도 알려줄 수는 없겠나?”
“그건…”
“부탁한다. 이대로는 누구도 너희가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했던 이유를 납득하지 못할 거다.”
대영웅 강반검의 진심어린 사과는 한때 그를 비롯한 전세계를 멸망시키려 했던 히미코의 얼어붙은 마음
마저 녹였다.
“기억을 보여줘.”
“히미코.”
“괜찮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올드 원도, 위협적인 탑도 남지 않은 지금의 세계라면 분명 기억을 공유
한다고 문제가 될 여지는 없어. 그는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 자격이 있잖아.”
나는 마지못해 강반검에게 기억전송을 사용했다. 다양한 회차의 과거를 몇 번이고 계속해서 받아들인 강
반검은 끝내 깊은 탄식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나 가혹한 운명을 이어나간 사람이 있다니. 한도령. 너는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였군.”
“세기의 대영웅한테 공인된 세계 제일의 불행남이라니, 거참 영광이라고 생각해야 되나.”
“내게 기억전송을 해준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거다. 적어도 네 회귀가 무엇 때문에 시작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으니.”
생각지도 못한 강반검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뭐라고? 그걸 어떻게 강반검 당신이 알 수 있지?”
“회귀자인 네가 없는 세계에서 탑을 정복하고 소원을 빌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생각하지?”
“기껏해야 이진태 아니면 강반검 당신밖에는…”
나도 모르게 손이 덜컥 멈췄다.
그런 내 어깨를 강반검이 꽉 움켜쥐며 말했다.
“그래. 이 세계에 회귀자가 나타난 이유. 그건 내가 빈 소원의 결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가 소설 속 세계에서 회귀를 시작하게 된 이유.
그건 강반검이 탑을 정복하고 빈 소원 때문일지도 모른다.
[■■■회차] 끝내지 못한 자의 말로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