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342
340 – [■■■회차] 끝내지 못한 자의 말로( )
강반검의 소원이 나를 이 세계에 불러낸 이유였다면, 필연적으로 그에게 묻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이 있다.
“대체 왜?”
“이진태가 탑을 오르고 마무리되었을 세계가 내게는 만족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을 테니까.”
“이진태가 탑을 정복했다면 올드 원이 죽었을 테고, 그도 특별히 미련이 남지 않았다면 함께 탑을 오른 동
료들과 함께 마계로 떠났을 텐데. 그게 당신 소원과 무슨 상관이 있지?”
“그들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다. 그러나 그 무심함이 내게 소원을 빌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었을 거다.”
“그들의 무심함…?”
강반검은 착잡한 얼굴로 제 정수리를 손으로 꾹 눌렀다.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그런 사소한 일까지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가. 6회차의 한도령, 자네가
탑을 오르기 전에 발견했던 칠대보스. 그건 원작에 없는 존재들이었지.”
“분명 그랬지.”
“만일 이진태 일행이 그대로 탑을 오르고 올드 원을 해치웠다면, 그 사이에 남은 세계는 어찌 되었으리라
생각하나?”
그야 당연히 탑원정대가 탑을 정복하는 사이에 칠대보스가 세상에 풀려나와서…
“한국이 멸망했겠군.”
“그렇겠지. 분명 그 과정에서 내 아들은 어떻게든 그걸 저지하려고 애쓰고, 끝내 패배했을 거다.”
“당신 아들은 충분히 절대지경에 오를 가능성이 있어.”
“그런데도 회귀자인 자네가 있었던 지난 회차들에서는 단 한 번도 올드 원 공략 이전에 절대지경에 오르
지 못했지. 무언가를 잃기 전에는 강해질 수 없는 아이였던 게야.”
“…….”
세상에는 히미코처럼 강해져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 강해지는 초능력자와 강진혁처럼 타고난 재능으로
강해지는 초능력자가 따로 있다.
전자는 초기 성장속도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정점까지 향할 수 있되, 후자는 압도적인 초기 성장속도와 달
리 일정수준 이상의 벽을 넘지 못한다.
앞서 쌓았던 스스로의 강함과 재능이 도리어 독이 되어서 노력의 무게를, 고된 인내의 시간을 버티지 못
하기 때문이다.
“아들을 잃은 나는 분명 소원을 빌었겠지. 내 아들을 되찾을 수 있는 모든 소원을. 그 결과로서 자네가 회
귀자라는 형태로 이 세계를 무한히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네.”
“하지만 내 목표는 강진혁을 구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랬겠지. 자네는 이민지나 김다연, 그 밖의 다른 여인들을 구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었고, 그것만을
위해서 무수한 강적들과 맞서 싸워왔으니.”
강반검이 내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을 실었다.
“그게 문제였던 거네. 자네의 목표가 회귀능력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회귀가 끝나지
않은 거지. 자네가 소중히 여긴 이들이 사라진 이유이기도 하고.”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내 아들, 강진혁이를 구하고자 자네가 애썼던 회차들을 떠올려보게. 아무리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더라
도 자네가 했던 노력을 세계가 기억했기에 페널티는 발생하지 않았지.”
“그건…”
“아니라고 부정할 셈인가? 이진태의 장난감으로 전락해서 죽음조차 농락 받은 3회차의 자네가 얼마나
많은 인명을 살상했던가. 그러고도 페널티를 받지 않은 게 이상하지도 않던가?”
사실이다. 분명 3회차의 나는 수만은 사람들을 죽였지만 시스템적 페널티나 회귀자 제거 시스템 등의 문
구는 최종정산 창에서 일절 등장하지 않았다.
“기억하게. 자네가 처음으로 패널티를 받는 계기가 되었던 5회차의 플레이가 어떠했는지. 그 결과로서
받은 페널티가 무엇이었는지를.”
“나는, 그때의 나는, 분명 올드 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모두를 버리고, 사람들의 죽음을 방관하
고…”
“그 결과로서 내 아들이 죽었기에 민간인을 죽이는 행위에 6회차부터 패널티가 주어졌지. 그 다음은 어
땠나? 자네는 올드 원에게 포섭된 내 아들을 직접적으로 살해했지 않았던가?”
분명 그랬다.
그때는 그저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6회차의 페널티는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민간인살해, 마이너스이자, 히로인구원실패, 회차진행페널티.
혼란에 빠진 나를 히미코가 강반검에게서 떼어냈다.
“도령이를 멋대로 속이려 들지 마.”
“히미코?”
“잘 들어. 네 기억을 본 건 강반검만이 아니야. 나도 함께 봤어. 시스템은 강진혁의 죽음을 원인으로 페널
티를 주지 않았어. 소지 포인트에 따르는 페널티를 주었을 뿐이지.”
“그건… 그것도 사실이야.”
“강반검은 멸망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구슬리려고 드는
것뿐이야. 도령이가 회귀로부터 벗어나려면 세계를 멸망시켜야해.”
그리고 가장 비극적인 탑을 쌓아올리고, 그 탑을 정복하여 얻어낸 소원으로 회귀의 끝을 바라야 한다. 히
미코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그런 행위는 결과적으로 한도령군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걸세. 세계가 멸망함으로 인해 내 아들
이 불행한 환경에 노출될수록 회귀의 목표와는 더욱 멀어지게 될 테니까.”
“…….”
“슬슬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나? 자네가 회귀를 끝내려면 자네가 회귀를 시작한 이유를 깨닫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하네. 부디 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주게.”
강반검은 내가 강진혁이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서 회귀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히미코와 강반검, 두 사람은 모두 각자의 논리에 따라 내 회귀의 끝을 볼 수 있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두 가지 경우 모두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했다.
양쪽 모두가 진짜로 이루어진다고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가능성이 보인다.
▷당신의 초능력이 죽어죽어죽어민지를세계에서없앤너따위는그냥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라고 말
합니다.
▷당신의 초능력이 네가죽었어야했어네가사라졌어야했어너만아니었으면너만사라졌다면 이라고 말합
니다.
더 이상 선택능력과의 상담은 불가능하다. 민지가 세계에서 사라졌음을 깨닫고 텅 비어버린 마음 속 한
부분과 마찬가지로 선택능력의 자아는 완전히 미쳐버렸다.
아주 오래 전에 끝나버렸다고 생각했던 선택의 기회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다시금 찾아왔다.
이번 선택은 초능력도, 타인의 구원도 아닌 나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내 회귀를 끝낼
방법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게 회귀자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이라는 거겠지.’
그 선택을 히미코나 강반검의 몫으로 떠넘기고 만에 하나라도 원치 않은 결과가 뒤따른다면, 나는 평생토
록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거다.
회귀의 끝을 보지 못해서가 아닌, 그런 중대한 선택조차도 스스로 해내지 못한 나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
에.
“그만.”
나는 서로를 노려보는 히미코와 강반검을 억지로 떼어놓았다. 죄책감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마지막으로
내게 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이 어딘지 모르게 기쁘기까지 했다.
한없이 절망과 죄책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발버둥 치던 무수한 회차들에 비하면 이편이 훨씬 나은 상황
이 아닌가.
‘현실세계의 지구에서 산다고 한들 다를 건 없지.’
사람은 하루에도 10번이 넘는 선택을 한다. 일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고, 결단을 내린
다.
그중에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중대한 선택도 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한 인생을 살지, 자신에게 주어진 가
족과 가문, 사회의 목표를 위한 인생을 살지.
지금의 내가 맞이한 고비 또한 그런 기로 중 하나였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삶의 목표로 삼고 그녀를 위해 노력할지, 아니면 회귀자로서 내게 주어진 사명을
따라 강반검의 뜻을 따를지. 두 선택은 본질적으로 방향성이 달라.’
나와 내 사람을 위해서.
회귀자로서의 정체성과 지켜야 할 강진혁을 위해서.
‘지금까지는 내 숙명이 무엇인지, 회귀자로서 내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한 적도 없었지.’
그랬기에 모든 회차는 내 여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왔다. 그랬기에 회귀를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한들 임무를 완수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히미코의 선택을 따라 세계를 멸망시키고 내 회귀자로서의 생을 끝낸다고 해도 그 점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강진혁과 강반검 부자를 돕는 일은 끝까지 없을 테고.’
그들이 느껴야 할 아득한 절망감이 어찌나 막대할까. 차라리 전말을 몰랐던 상태라면 세계멸망도 운명처
럼 체념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겠지만.
기억전송으로 지난 회차들의 기억을 공유한 시점에서 강반검은 체념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나를 증오하겠지.
더 잘 설득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할 것이고.
죽는 그 날까지 이 순간을 후회하리라.
그 모든 결과를 감내하면서까지 비겁하게, 나 자신만 회귀자의 굴레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진정 올바른지
는 누군가에게 묻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그런 확신을 보태주기라도 하듯이 아주 오래전부터 잊고 살았던 그녀들의 목소리가 뇌리에 생생하게 떠
올랐다.
「널 좋아하는 내가 바라는 소원인데 그래도 안 들어줄 거야?」
「대단한 히어로가 되지는 못할 거야.」
「상관없어. 그냥… 할 수 있는 선 안에서만 노력해줘.」
이민지.
「마리한테 다 들었어. 도령이에게 다음이 있다는 것도 알아.」
「그러니 절대로 포기하지 마.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야.」
강유아.
「내가 죽더라도, 우리 아기, 나처럼 사랑해줘.」
「그런 의미로 지은, 이름이야.」
「핏. 바보 아니야? 울긴 왜 울어.」
김다연.
그녀들의 마음이, 회귀라는 이름의 굴레에 갇혀 마모되어가던 내 정신에 남아있던 한 올의 인간성을 끌어
올렸다.
세계멸망과 세계평화.
세계의 운명을 결정지을 기로에서 나는 결심했다. 그래. 지금이 아니면 언제 히어로가 될 수 있겠나.
“미안하다, 히미코.”
“한도령… 넌, 너는… 정말 그걸로 괜찮아?”
“어쩌면 네 생각대로 강반검이 되는대로 거짓을 말한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 회귀자로서의 삶에 주어
진 목표가 있다면, 이 세계가 내게 바라는 결과가 있다면.”
한 사람의 초능력자로서.
한 사람의 히어로로서.
“그 결과로부터 도망치는 짓은 하지 않겠어. 선택하지 않았기에 받아야만 했던 고통은 지난 수백 회차로
충분해.”
“…알았어.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내게는 당신을 막을 이유도, 세계를 멸망시킬 이유도 없겠지.”
우리는 더 이상 실력증진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게이트와 던전들의 폐쇄를 목표로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저기, 아버지에게 들었습니다. 두 분이 저를 위해서 전세계의 모든 탑과 게이트, 던전을 폐쇄할 거라는
이야기요.”
동년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실력격차와 위업을 쌓은 탓인지 강진혁은 극히 공손한 어조로 말을 걸
었다. 초기회차에서의 건방진 녀석의 모습을 떠올리면 사뭇 재미난 꼴이다.
“너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내 신념을 위해서다.”
“신념이요?”
“내가 좋아하는 여자들이 믿었던 내 모습,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선량함. 그것이 내가 옳다고 믿는
신념이다.”
“선량함…”
“이 세계가 내게 가져다준 수많은 인연들의 고마움을 기억하기에, 이번만큼은 세계가 바라는 인연을 지
켜주는 것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존재라는 건, 히어로라는 건 분명 그런 존재이겠지.
“어쩌면 넌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녀석일지도 모르겠군. 멸망한 세계를 탄복시킬 정도로 대단한 노력
을 할 수 있는 아버지를 둔 셈이니까.”
한 번 멸망한 세계를 누비며 악착같이 소원권을 모아 세계멸망을 막을 사람을 불러들인 강반검의 의지는,
아마도 세계 그 자체에 스며들었을 거다.
그 의지는, 그 소원은 탑의 내부에서만 발동하던 [시스템]이 바깥에서도 발동할 정도로 막대했겠지.
세계 또한 강반검의 소원에 깊이 감화되었기에 소원에 정면으로 배척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회귀자 페널
티라는 시스템으로 가차 없이 내게 제제를 해왔다.
“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부 알아들을 필요는 없다. 그저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그게 무엇입니까?”
“널 위해서 히어로가 되어야만 했던 사내가 있었고, 나 또한 그런 사내의 뒤를 따르고 있다고. 그런 우리
가 만들어낸 세계를 물려받는 것이 바로 너라는 사실을.”
“…….”
과거의 강반검이 기회를 만들었다면, 현재의 나는 토대를 쌓아올렸다. 미래는 강진혁의 몫이다.
수많은 이들이 바라던, 이제는 다시 만날 수조차도 없는 이들이 소망하던 행복한 내일은. 내 모든 기력이
쇠락하고 이 몸이 쓰러진다고 하면, 강진혁이 이어받기 나름에 달려있다.
“저는 아버지처럼 선량하지고 않고, 한도령님처럼 큰 뜻을 품지도 않습니다. 두 분처럼 될 자신은… 솔직
히 없고요.”
“그렇다면 강해져라. 힘 있는 자가 품은 뜻에 따라 세계의 형태는, 그 세계를 살아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행복의 형태가 결정된다. 뜻이 없더라도 때가 되거든 깨닫게 될 거다.”
강반검의 아들인 너라면.
이 내가 믿고 세계의 미래를 맡기려는 너라면.
내 뒤를 이어서, 세계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는 사내이다.
***
뉴스에서는 히어로협회 본부건물 앞에 모인 시민들의 환호와 함께 협회장과 기자 사이에서의 인터뷰가
올라왔다.
-어느덧 1년째 전 세계에서 새로운 게이트가 포착되지 않았는데, 협회장님께서는 이 현상을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게이트 발생의 원인이었던 이상현상에도 한계는 존재합니다. 차원을 비틀어 문을 여는데 필요한 근원요
소의 양. 그것이 한계에 달할 때까지 수많은 게이트를 봉쇄했기에…
-향후 새로운 게이트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뜻인가요?
-잠정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 데일리 히어로 뉴스 기자 이정수였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게이트는 열리지 않는다.
꿈에만 그리던 일이 찾아오자 히미코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해냈구나.”
“그러게.”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 이런 미래가 가능할 리 없다고, 설령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한도령, 당신과 나 둘
만큼은 불행할 거라고 여겼어. 내가 틀렸던 거야.”
영원히 가라앉지 않는 초능력, [공포의 마안]의 붉은 눈을 감추듯이 고개를 숙이며 히미코가 내 손을 잡았
다.
“아직도 세계를 멸망시키고 싶어?”
“그럴 리가. 세계멸망은 한도령 당신의 구원을 위해 바라던 거였어. 이런 식으로라도 당신이 만족했다면,
진심으로 당신이 세계평화를 바란다면 그걸 망치고 싶지는 않아.”
“고마워. 난 오래도록 네 호의에 답하지도 못했고, 사랑의 결실을 만들 수도 없는데 내 곁을 지켜주고 노
력해줘서.”
히미코가 없었다면 다시 한 번 제정신이 되는 일도, 세계평화가 도래하는 일도 결코 없었겠지. 한 가지 이
해할 수 없는 점은 어째서 히미코만 세계에서 사라지지 않았냐는 점이었다.
“그거라면 이유를 알 것 같아.”
“어떻게?”
“당신한테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매 회차마다 한 명씩 사라졌다면 나는 당신한테 소중한 존재가 아니었
던 거지.”
“말도 안 돼. 난 2회차의 끝에서 당신에게 빚까지 졌어.”
“그리고 당신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감정이 변하는 초능력을 한 가지 알고 있지.”
나도 모르게 침상에서 벌떡 몸을 일으킬 뻔했다.
“으윽..”
“진정해.”
“다연이가, 다연이가 네 기억에까지 손을 댔다고?”
“틀림없어.”
“대체 언제부터?”
“아주 오래전부터겠지.”
돌이켜보면 언제부터인가 나는 히미코를 소모품처럼 여기고 사용했었다. 지금처럼 인간적인 대화를 나
누고 고마움을 느끼며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은 일절 하지도 않았다.
“대체 왜 그래야만 했지?”
“잊었어? 이민지는 모든 초능력자를 통틀어서 최초로 능력에 깃든 잔류사념을 읽을 수 있던 초능력자라
는 걸. 정확히는 7회차의 각성시점에서 그렇게 변한 거지만.”
“그 전에도, 그 재능의 편린이 발동했을지도 몰랐을 거라는 건가…….”
수백 회차를 뛰어넘어 다연이가 마련해둔 최후의 안배 덕분에 히미코가 나를 제정신으로 되돌리고, 이렇
게 회귀를 끝낼 기회를 선사해준 것이다.
“하하. 하하하. 정말 대단한 여자야. 민지. 이런 너한테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눈앞에서 다른 여자를 칭찬하는 내 행동에도 히미코는 나를 탓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마주잡은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돌렸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웃으며 울었다.
***
천씨세가와 강씨세가의 영맥이 말라붙었다. 무수한 탑과 게이트를 봉쇄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나와 히미
코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영맥의 기운을 끌어 쓴 탓이다.
“미안하다. 더 이상의 치료는 어려울 것 같군.”
“괜찮다. 내 생각보다는 충분히 오래 살았으니.”
“지금의 세상은.. 너희 둘의 노력 덕분에 구원받았다.”
강반검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만 둬. 감사인사나 받으려고 싸운 게 아니니깐.”
그런 것보다는 훨씬 궁금한 게 많이 남았다.
“탑과 게이트가 열리지 않고 영맥이 말라버렸으니… 앞으로 이쪽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차세대 초능력자부터는 SS급 이상의 초능력자가 존재하지 않겠지. 몬스터는 일부 던전에서만 간신히
존재하고 그마저도 고등급 던전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 테니.”
“아이러니하군. 인간이 가장 강성해질 시기는 그만큼 강한 적이 나타날 때에 한정된다니.”
그래도 남은 세계를 지켜나갈 강진혁에게는 나쁘지 않은 소식이겠지. 나로서도 기껏 온 힘을 다해 밀어
올려준 강진혁이 누군지도 모를 빌런에게 훗날 당할 일이 없어서 안심이다.
“규격 외의 강자가 될 수 없으니 초능력자들도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올 거
다.”
“그건 부럽군.”
“원한다면 자네와 히미코양에게 초능력을 이용한 유사냉동캡슐을 제공해줄 수도 있네만…”
나는 강반검과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히미코도 그걸 바라지는 않았겠지?”
“물론 거절했네.”
“우리는 지난 시대의 한물 간 영웅들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해. 히미코의 능력은 괜히 주변에 얼쩡거리는
인간들을 모조리 미치광이로 만들기에 충분하니까.”
“…분하지도 않은가? 세계를 구한 당사자가 그에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전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모르고 시작한 일도 아니었다. 하물며 우리와 관계없는 놈들의 칭송 따위를
받으려고 시작한 일은 더더욱 아니지.”
내가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 그건 나를 믿고 지지했던 여인들의 소망 때문이다. 그 철없고 분노만
가득했던 못난 내가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그녀들의 덕분이었다.
‘하지만 전부 끝난 건 아니지.’
끝을 앞두고 있다고 한들, 아직 마지막 한 사람이 남아있다.
히미코.
내게는 적어도 그녀만큼은 행복하게 만들 의무가 있다.
“히미코의 격리시설에 데려다줬으면 한다.”
“그건…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지 않나?”
히미코는 영맥이 고갈된 그 날부터 정도 이상으로 강력해진 초능력을 제어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
다. 나와 그녀가 별도의 영맥으로 이송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함께 초월지경에 오른 나조차도 그녀의 곁에 머무르는 행위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상관없다. 적어도 마지막만큼은 내가 가고 싶은 곳에서, 맞이하고 싶은 최후를 맞이할 거다.”
“…알겠네. 그것이 자네의 마지막 소원이라면 들어줘야겠지.”
십중팔구는 죽음이 기다릴 격리시설에 제 발로 향하는 나를 강반검은 착잡한 얼굴로 안내했다.
차갑고 무기질적인 금속격벽이 겹겹이 둘러쳐진 격리구역. 히미코는 이런 곳에서 어느덧 1년여를 살아
왔다. 세계를 구한 영웅의 말로 치고는 참 우울한 장소다.
두근.
미로처럼 펼쳐진 복도를 따라 설치된 하씨세가의 마법진. 단순히 보기에만 좋은 장식품은 아니었는지 이
따금 심장의 고동처럼 요동치는 히미코의 기운을 마법진이 강제로 가라앉혔다.
그러나 시설 중심부로 향할수록 마법진으로도 미처 억제하지 못한 히미코의 기운이 나를 자극했다.
지키지 못한 여인들. 내 손으로 살해한 무수한 인명들. 괴물이나 다름없이 살아야만 했던 회차들. 자연스
레 내 안에 떠오르는 공포심을 나는 정신력으로 찍어 누르며 걸어 나갔다.
‘그래.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하지.’
공포라는 건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망가지고 잘못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지난 날의 기억들.
내게는 그것이 가장 공포였다.
그리고 인간은 언젠가 자신의 기억을 극복할 수 있다.
할 수 없다고 해야만 하는 시기가 지금이다.
치익.
최종격벽이 개방되자 비쩍 마른 히미코가 침상에 등을 돌린 채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돌아가. 한도령, 당신까지 죽을 거야. 이젠 나도 내 능력을 제어하기 힘들어.”
아주 오래 전, 심기체의 불균형을 맞이하며 S급에서 SS급의 벽을 넘는 것조차도 힘겨워했던 나처럼 히미
코는 EX급에서 그와 같은 현상에 처했다.
우리가 살상해온 괴물들과 정복해온 탑, 파괴해온 게이트의 근원요소가 체내에 쌓이며 균형을 파괴한 탓
이다.
“세계를 구했고 그것에 도령이가 만족했어. 그걸로 됐잖아.”
“아니. 그걸로는 만족할 수 없어.”
“그건 거짓말이야. 당신만큼은 그런 소리를 해서는 안 돼.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나는 초월지경에 오르고
도 주화입마에 빠질 정도로 전세계의 악의를 이 몸에 받아들였어.”
이민지가 인간의 악의를 홀로 감당했다면 히미코는 전 세계의 몬스터들과 악마적인 구조물들의 악의를
제 몸에 담았다.
그중 일부는 나도 분산하여 감당했지만 히미코가 감당한 몫에 비하면 그리 많은 양도 아니었다. 이미 광
인의 상태로 살아왔다가 겨우 회복된 내게는 그 정도도 치명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와 히미코는 모두 초월지경이라는 드높은 경지가 무색하게 사이좋게 주화입마에 걸린 셈
이다.
“후회해?”
“후회해.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당신이 몬스터를 죽이거나 탑의 정복에 기여할 기회도 없이 모든 악의를
내가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우리 중 누군가가 다른 한 명을 먼저 떠나보내지 않을 수 있어서. 간신히 이루
어낸 이 미래를 미쳐버린 상태로 망치지 않을 수 있어서.”
자신이 힘껏 일구어낸 미래를 한순간의 변덕으로 모조리 파괴하는 참혹함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도 없
다. 히미코 역시 등을 돌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윽…”
나는 다가가던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시스템의 붉은 경고문이 연달아 나타났다.
▷경고. 경고. 경고. 히미코의 고유영역 의 제 2 영향권 내입니다. 시급히 영역범위
에서 물러서지 않을 시, 정신에 심대한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태이상 발동
▷상태이상 발동
▷초월적인 정신력에 의한 상태이상 저항 성공
▷광기와 정신적 트라우마를 가라앉힙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빗발치듯 떠오르는 광기의 잔상들을 두 손 안에 담아 움켜쥐었다. 핏빛으로 물들던 시야가 겨우 제 색채
를 되찾았다.
“히미코. 군에서 나오면 하고 싶은 일은 있었어?”
“아무것도.”
“지금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라거나.”
“전혀.”
“그런가…”
순간적으로 새어나올뻔한 비명을 간신히 억눌렀다.
▷경고. 경고. 경고. 히미코의 고유영역 의 제 3 영향권 내입니다. 시급히 영역범위
에서 물러서지 않을 시, 육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태이상 발동
▷상태이상 발동
▷초상승 무학의 이치에 의한 육체제어 성공
▷파괴충동과 육체적 트라우마를 가라앉힙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다가는 것만으로도 신경세포가 비명을 지르고 근육이 멋대로 뒤틀렸다.
정신적인 공포를 넘어서 육체 그 자체가 공포를 느낄 정도로 지나치게 거리가 가까워진 탓이다. 반대로
보자면, 그만큼 히미코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한테는 있어. 지금, 하고 싶은 일이.”
“굳이, 여기에서?”
“그래. 굳이, 여기에서밖에 할 수 없는 일이.”
히미코와의 남은 거리는 고작해야 세 걸음.
세상에서 가장 먼 세 걸음이었다.
▷경고. 경고. 경고. 히미코의 고유영역 의 제 4 영향권 내입니다. 시급히 영역범위
에서 물러서지 않을 시, 영혼이 붕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태이상 발동
▷상태이상 발동
지금까지와는 격을 달리하는 피와 파괴, 살육에 젖어든 기억이 사납게 뇌리를 질타하며 나를 비웃었다.
뇌가 그대로 새하얗게 타버릴 것만 같은 저항감이 온 몸에 연달아 경고를 가했다. 이대로 한 걸음만 더 내
딛더라도 나는 죽게 될 거라고.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고 만다고. 그 모든 위험과 경고, 고통을 인식하며 나는 내 의지로 걸음을 내딛
었다.
“네가 남아있으니까.”
“…….”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싶어.”
히미코가 실소를 흘렸다.
“이제 와서? 그 많은 여자들과 더 깊은 관계도 가졌던 당신이, 순둥이처럼 고작 손을 잡고 싶어서 죽으려
한다고?”
“그래. 바보 같지?”
“…바보 같아. 정말로, 바보 같아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잖아. 기껏 마지막 삶을 오래 살길 바라며 떨어졌
는데…”
내 발로 도로 죽으러 돌아왔으니 고맙고도 분한 기분이겠지.
그래도 남은 두 걸음만큼은,
그렇기에 이 두 걸음만큼은 반드시 내딛어야 한다.
▷당신의 정신이 한계에 직면합니다.
▷당신의 육체가 한계에 직면합니다.
▷당신의 영혼이 한계에 직면합니다.
앞으로 한 걸음만,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되는데…
닿지 못한 손을 꽉 움켜쥐며 안타까워하는 그때.
▷당신의 초능력이 바보 같은 녀석, 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의 초능력이 잔류사념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끝까지 외면하지는 못했던 초능력이, 최후에 이르러 자신의 존재와 맞바꾸어 내 신체를 대신 조종해주었
다. 그 한 걸음으로 모든 거리를 좁힌 나는 그대로 히미코의 손을 꽉 붙잡았다.
“남은 평생을 홀로 사는 것보단, 1초라도 이 손을 잡고 말하고 싶었어.”
“뭐를…”
“고마워. 전부 네 덕분이야. 좀 더 빨리 찾아오지 못해서 미안해. 좀 더 빨리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히미코는 마주잡은 손을 꽉 붙잡았다. 온기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몸인데도 따스함이 연상되는 손이었다.
성대마저 타들어가는 감각에 입을 꾹 다물었다.
우리의 마지막을 비명소리 따위로 망쳐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히미코가 울먹이는 소리로 답했다.
“괜찮아. 전부 이해해.”
“…….”
“우리는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닌 어른이니까.”
서로의 마음에 응하지 못할 때에도, 실망을 끼칠 때에도 항상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쯤은 알 때가 되
었다. 나는 그것을 사과했고, 히미코는 그것을 이해했다.
히미코와 보다 깊은 관계가 될 수 없었던 수많은 이유를, 변명을, 죄책감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녀
의 뒤에 다가와 손을 마주잡은 용기를, 그녀는 전부 이해해주었다.
「도령이는 어른 같아. 그래서 좋은 걸까?」
「이리온. 묭묭.」
「그래도 해줄게. 무릎베개는.」
행복의 순간들.
그녀들의 목소리가 꺼져가는 생명에 마지막 기운을 더했다.
나는 힘껏 팔을 뻗어 히미코를 등 뒤에서 껴안았다.
“!!”
“나 지금 행복해.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많이.”
“…나도.”
돌연, 신체에 가해지는 부하가 급격히 줄었다. 이미 꺼져가는 생명이 돌아오는 일은 없겠지만, 무엇이 벌
어졌는지는 본능적으로 눈치 챌 수 있었다.
7회차의 내가 그러하듯, 히미코는 스스로 자신의 영자기관을 파괴하고 쇠락사를 선택했다.
“태어날 때는 달라도, 죽을 때는 함께야.”
“…누가 누구보고 바보라고 한 거야. 너도 왕바보잖아.”
“옮아버린 거겠지. 바보가.”
히미코의 대답에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등 너머로 히미코가 짓고 있을 미소 또한 선명하게 그려졌다.
행복의 기억, 미소의 상상.
마지막 가는 길에 이보다 사치스러운 짐이 어디에 있으랴.
나는 만족스레 눈을 감았다.
그것이 영원의 굴레에서 간신히 벗어난 한 회귀자와 그를 구한 여인의 마지막이었다.
***
▷당신은 죽었습니다.
▷■■■회차 종료
▷사인 : 회귀의 끝을 함께 한 히미코와의 동반자살.
▷회귀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회귀가 종료되었습니다.
▷클리어 점수 계측이 생략됩니다.
▷End No.3 : True Happy Ending – 파멸의 끝에서(EX)의 열람을 완료했습니다.
▷모든 엔딩의 열람을 완료했습니다.
▶게임을 종료합니다.(Yes / No)
이상으로 엔딩 3는 트루헤피엔딩으로 끝이 났습니다.
배드엔딩은 어디갔냐구요?
소설을 완결지은 작가의 마음이 아프기에 작가만 배드엔딩(…)입니다 ㅠㅠ
좀 더 좋은 필력으로 재밌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그 점은 작가의 건강관리
부족과 필력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요.
이 작품은 부족한대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점도 여럿 있지 않았나 생각하며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습니
다.
돌이켜보면 작은 불편함조차도 쉬이 용납되지 않는 요즘 시대에는 정면으로 역행하는 글이지만, 연재처
가 조아라 노블레스였기에 시도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네요.
여러모로 불만은 많은 사이트지만 이런 때에는 조아라만한 사이트도 없지 않나 싶은 아이러니함이 느껴
집니다.
완결을 낸 뒤에 고백하자면, 이번 작품은 폐관수련마냥 [개그]를 최대한 절제하고 본래 작가가 취약했던
[드라마]를 길러보기 위한 글이었습니다.
미흡한 필력으로 인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작가로서의 경험치는 확실하게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차기작은 쌓이다 못해 넘친 소재함에서 이미 후보군으로 꼽힌 소재가 여럿 있습니다.
개그인방비인간물이나 개그던전물, 히어로빌런초능력자물이 그렇듯이 소재 면에서는 겹치는 작품이 적
고 신선한 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유일한 난제가 있다면 작가의 필력(…)이 되겠지만 그 부분만큼은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차기작은 200완결까지 게으르게 하루 1편씩 쓴다고 가정하면 대략 200일쯤 뒤에는 200화 비축분을 쌓
고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실하게 집필을 이어나가거나 완결분량이 길어지지 않는다면 12월 즈음이 되겠군요! 혹여나 12월이 되
도록 차기작이 나오지 않는다면 완결을 더 길게 보고 글을 쌓고 있는 경우라 생각해주시길 바라며…
연말,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 지난 이후에 차기작 홍보공지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