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43
042 – [3회차] 아카데미 생도( )
2년차 2분기의 실전과정은 교내에서 행하는 [주말투기장]과 교외에서 행하는 [던전탐사].
그중에서 보다 인기가 있는 과정은 주말투기장이다. 초능력도 있고 초인적인 능력도 갖추어가겠다, 싸움
질 못해서 안달이 난 생도들이 찾아간다.
개중에는 물론 나와 김철괴도 포함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철괴덩어리.”
“얍삽한 쓰레기.”
그래도 나름 경험이 쌓였으니 이번에는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처구니없는 오산이었다.
‘망할 놈. 왜 때리는 내가 더 아프냐고.’
고통은 정신무장으로 무시하면 된다고 쳐도, 몸이 박살나려고 하니 견딜 재간이 없다. 무슨 생사전을 벌
이는 것도 아니고 대련이라서 솔직히 승부도 버겁다.
“역시 철괴가 단단하긴 단단해. 저 또라이의 맹공을 다 받아내고도 멀쩡하다니.”
“그보다 폼새가 대단하던데. 저놈은 어디서 무술을 배운 거지? 실전성이 상당해보였는데.”
“가서 물어보면 알겠지.”
“뭐? 싫어. 니가 가서 물어봐.”
“미쳤냐?”
그와는 별개로 내 이미지가 완전히 또라이로 굳었다.
거기에 더해서 한 가지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대단해, 대단해, 대단해!”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달려든 김다연이 김철괴의 팔을 잡고 마구 위아래로 흔들고 있다.
내가 아니라 철괴한테 말이다.
눈앞에서 내 여자를 뺏긴다는 기분이 들어서 울화통이 마구 터졌다.
“비켜! 나보다 약한 놈한텐 관심없어!”
“힝”
그나마 관심이라면 김철괴가 나보다 더한 또라이여서 김다연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회귀
NTR이라는 끔찍한 일을 겪지 않아서 진심으로 다행이었다.
“나는 어땠냐.”
물론 김철괴가 김다연에게 관심 없다는 게 김다연이 나한테 관심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 응. 대단했지…….”
말만 걸어도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난처해하는 기색이 떠오른다. 쭈뼛거리며 슬금슬금 걸음을 옮
기고 자연스레 달아나려고 한다.
2회차에서의 제멋대로 가까워지던 거리감을 떠올리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땐 싫다고 해도 먼저 다가와 놓고선, 왜 이제는 내가 가까워지려고 해도 저래?’
분명 또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걸 어찌하지 않으면 승급과는 별개로 내 멘탈이 박살나게 생겼다.
“후훗. 너, 김다연한테 관심 있냐?”
“…신경 꺼.”
“청춘이네. 힘내라~”
덤으로 2회차에는 말도 안 붙였던 B반 상위권 생도 한 명이 자꾸 친한 척 말을 건넨다. 사내자식과 엮일
일은 없었기에 더욱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거리감을 좁히려면 경계심을 내려놓게 해야겠지. 그러려면… 역시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야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던 도중, 친한 척 하는 이상한 놈이 제안을 했다.
“도령이 너 A반 승급 노리고 있지?”
“물론.”
“그럼 조별과제용 파티 같이 짜지 않을래?”
“……!”
이거다. 2회차에서도 조별과제를 함께 수행하면서 김다연과의 사이가 빠르게 친밀해졌다.
같은 파티에서 임무를 수행하다보면 싫어도 얼굴을 마주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내가 또라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바로잡을 수 있다.
“어라? 왜 그렇게 놀라? 조별과제 있는 거 몰랐어?”
“팀원은 내가 정하고 싶다.”
“오. 생각해둔 파티원이라도 있어?”
“김다연.”
“푸핫. 마음 주는 거 너무 티내는 거 아니야?”
“무조건 김다연을 데려올 거다.”
“너가 가서 말한다고 따라올 것 같진 않은데~”
얄미운 표정으로 놀리는 태도가 정말 주먹으로 쥐어 패고 싶었지만, 이놈도 생각 없이 날 놀린 건 아니었
다.
“내가 데려와볼게.”
“…정말이냐?”
솔직히 내가 제안한다고 김다연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었다. 이 희끄무레한 녀석이 대신 나서준다고 하
니 절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녀석은 김다연에게 가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금세 김다연을 데리고 왔다.
“스, 승급지향파티라고 들었어! 정말 승급만 생각하는 거니까, 이상한 소리 하거나 괴롭히면 파티 나갈
거야!”
“…….”
김다연의 안에서 나라는 인간이 도대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단은 세 명으로도 조별과제는 가능한데, 어쩔래?”
“김철괴도 데려와라.”
“오오? 라이벌끼리 한 팀으로 활동하겠다고?”
희멀건놈이 싱글벙글 웃으며 김철괴와 대화를 나누더니, 이내 김철괴가 씩씩거리며 왔다.
“너! 무슨 생각으로 나랑 한 팀을 맺자는 거냐. 새로운 방식의 결투신청이냐!?”
“침착해라. 너나 나나 어설픈 쭉정이들을 팀원으로 삼아서 발목 잡히고 싶지 않은 마음은 똑같을 텐데.
내키진 않아도 실력은 확실한 우리끼리 손을 잡는 게 승급에 유리하다.”
“똑같지 않다. 내가 더 강하다!”
“같은 조에 속한다고 점수도 똑같이 받는 건 아니다. 네가 더 강하다면 나보다 더 높은 개별점수를 받아서
증명해라. 설마 겁이 나는 건 아니겠지?”
“너, 말 잘했다. 이참에 더 높은 점수를 따서 16전 16무에 1승을 추가해주겠어!”
역시 단순한 녀석이다. 김다연과 김철괴를 영입했으니 마지막 한 자리는 딱히 다른 누구를 영입하지 않아
도 되지만… 그래도 5인 파티의 가산점 부여가 탐이 난다.
2회차의 파티원 김아준과 박성현도 떠올려봤지만 김아준은 던전실습에 불리한 초능력을 지녔고, 박성현
은 쓸모없는 지식만 많으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혼자 달아났었다.
‘그래도 김아준에게는 빚이 있었지.’
녀석이 초능력의 페널티를 감수하고 제 목숨을 바쳐가면서 폭주하지 않았더라면, 2회차의 내 여정은 던
전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끝났으리라.
“마지막은 김아준이다.”
“김아준? 걘 중위권도 안 되잖아.”
“파이어볼 초능력은 습득 즉시 완성형에 가까운 초능력이기에 각성 초기에 유리한 능력이다. 벨런스를
생각해서 마법형 초능력자를 갖출 필요도 있지.”
“오올~ 한도령이 머리 좋은데? 그렇게 말하면 또 끌리기는 하네.”
“다른 조에 뺏기면 안 된다. 바로 데려와라.”
“알았음!”
희멀건 놈이 김아준한테 가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김다연과 김철괴가 단번에 포섭된 것과 달리 대
화가 제법 길어지기 시작했다.
간간히 날 가리키며 열변을 하거나 김아준이 사색이 되어 뒷걸음질 치는 걸 보니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저기, 김아준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음?”
“솔직히 좀 의외여서.”
다연이가 내 결정에 작은 호기심을 느낀 모양이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덤덤하게 말했다.
“실내나 지저에서의 교전이 잦은 던전에서는 폭발마법을 쓸 수 있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겠지. 하지만 그
런 리스크를 감안해도 김아준은 데려올 만한 가치가 있다.”
“어떤 점에서?”
“저놈은 진짜 사나이다.”
“…엥?”
“역경에 처할수록 믿음직스러운 녀석이지.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 파티가 위기에 처하면 기꺼이 제
목숨을 바쳐서 활로를 열어줄만한 녀석이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대답하면서 점수도 딴 거 아닌가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목숨을 바친다니 무슨, 아.”
“왜 그러지?”
“아, 아무것도 아니야.”
김아준처럼 사색이 되어서는 슬금슬금 거리를 벌린다.
뭔가 또 불필요한 오해를 산 것 같다.
아무튼 희멀건 놈은 간신히 설득에 성공했다.
“저, 저기. 진짜로 나 때리는 거 아니지?”
“안 때린다.”
“마법계열 초능력자는 체력이 약해서 느린데…”
“상관없다.”
“이거 믿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속는 셈 치지 뭐.”
김아준이 파티참여를 수락하면서 새로운 파티가 결성됐다.
“그래서 너 이름이 뭐였냐.”
“아니, 여태껏 내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한 적도 없었잖아.”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지. 장명훈이야.”
“기억했다.”
“능력은 알아?”
“모른다.”
“하… 나름 첫 번째 동료였는데 뭔가 맥빠지네.”
장명훈이 검집에서 검을 뽑았는데, 웬걸 검날은 하나도 없고 손잡이만 있었다.
“뭐냐 그건?”
“위험하니까 물러서있어.”
이내 그의 손에 아우라가 모이는가 싶더니 눈부신 빛더미를 만들어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이건… 처음 보는 초능력인데.”
“하하, 그럴 수 있어. 특수계열 초능력이거든. 성검소환 초능력인데 보다시피 검 손잡이만 있으면 어떤
검이든 성검을 덧씌울 수 있지.”
“위력은 어떻지?”
“철괴의 몸을 가를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이나 몬스터, 조잡한 방어구는 충분히 가르는 정도?”
“미묘하군.”
장명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은 등급이 낮으니까. 숙련도가 쌓이면 점점 고등급 아티펙트처럼 성능이 개선되고 특수능력도 생길
거라고 추정된 상태야.”
아직 실전에서의 사용법을 보지 못해서 확언할 수는 없지만, 평상시의 자신감이나 성검을 소환하고도 무
리하는 기색이 없는 점으로 봐서 1인분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내친김에 훈련용 허수아비에 대고 검술시연도 펼쳤는데 우직하고도 강맹한 공격이 인상적이었다.
‘기본기가 튼튼하군.’
지금 당장 용병으로 활동하더라도 어디서든 무난하게 제 몫을 할 수 있는 타입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뭐
하나 특출하다고 평가할 게 없지만 반 내 순위는 13위나 된다.
이후에는 김다연과 김아준이 능력을 소개하고 실력을 보여주었다. 나랑 김철괴는 매번 대결을 하고 있으
니 딱히 뭘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그럼 조별과제인 던전 공략에 대해서 논의하자. 실전시험에 앞서서 연습용 던전에서 훈련할 기회가 주
어지는데 이걸 하려면 참관 선생님을 초빙해야해.”
이번에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신진수는 실력 있는 히어로일지는 몰라도 던전탐사에서 시도 때도 없이 감
점을 주려고 안달이 난 작자였다.
심지어 실전시험을 감독할 때는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겠다면서 코볼트 우두머리를 잡지도 못했다.
‘레오나의 말대로라면 코볼트들이 지저에서 사악한 무기를 발굴했거나 사악한 지저종족을 봉인에서 깨
워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신진수가 코볼트들이 도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원흉과 결전을 치렀다면 그의 실종도 납득은 된다.
다만 이번에도 신진수를 선택하면 코볼트 우두머리는 생도들, 즉 우리 파티가 자력으로 어떻게든 해치워
야 한다. 한 번 경험해본 입장에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상당히 힘들다.
‘김아준이 죽음을 각오하고 폭주한데다가 교전 초기에 코볼트 우두머리가 불타는 건물에 깔렸다는 점도
감안해야해. 갱로 한복판에서 폭주 없이 상대한다면…….’
작은 실수만 벌여도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못해도 두 명은 죽는다.
‘근데 거기 원래 보스가 코볼트 우두머리였나?’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은 없다.
우두머리의 출현 자체가 돌발적인 상황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해서 싸울 필요가 없다.
게다가 던전실습을 마치는 조건은 세 가지다.
던전 어딘가에 숨겨둔 귀환플래그를 회수하거나,
보스룸을 돌파하거나,
전원 무사히 입구까지 퇴각하는 것.
‘예지능력자로 의심받을 짓도 하지 않았고, 군의 습격으로 폐광산 입구가 무너질 염려도 없고. 그렇다
면… 의외로 쉽게 끝낼 수도 있겠어.’
처음으로 회귀자의 회귀지식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나는 담임선생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뭐어!? 도, 도령이 너가 뭘 몰라서 그러는 거 같은데…”
“감점 말이냐?”
김다연이 꺼림칙해하는 점을 콕 찝어 말하자 그녀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어? B반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됐으면서.”
“멀쩡한 사람을 또라이라고 소개하는 작자의 성질머리가 온전할 리가 없지. 깐깐하고 까칠하고 더럽게
까다로운 선생이라는 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아하하. 그건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은데.”
말은 그렇게 해도 김다연 역시 신진수를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
다. 다른 파티원들도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런 선생이기에 더욱 자신이 있다.”
“뭔가 비법이라도 있어?”
“판단력이다.”
“판단력?”
“실력증명도, 전투력을 보이는 것도, 파티의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던전에서 제일 중요한
건 탐색을 그만두고 물러나는 판단을 잘 내리는 거다.”
폐광산에서도, 사원에서도 퇴각시기를 제대로 잡지 못했기에 끔찍한 일을 겪었다.
당시에는 나아가지 않고 물러서는 게 어리석고 바보처럼 여겨졌지만, 실전에서는 어리석다는 평가나 욕
심을 억누르고 물러서는 판단력이 더 중요했다.
1회차의 8년과 2회차의 8년, 도합 16년에 걸친 경험을 토대로 내린 결과였다.
‘신진수가 그 깐깐한 성격에 맞는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면 분명 내 생각에 동의하겠지.’
돌이켜보면 힌트도 있었다.
신진수의 주된 감점요소는 [타임어택].
시간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계획한 시간 내에 목표삼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다.
그건 신속한 판단과 진행만 요구하는 게 아니다.
계획과 달리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을 때.
큰 보상을 노리고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혹은 손실을 감수하고 현명하게 물러설 것인가를 [선택]하라는 뜻이다.
‘전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나아갔지.’
이번에는 다르다.
물러서는 용기를, 현명한 결단력을 [선택]하겠다.
—
RPG게임을 하다보면 이런 상황에 종종 처하고는 합니다.
스테이지/맵/던전 클리어가 직전인데
막상 보스방에 들어가면 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런데 물러서기는 너무 아쉽단 말이죠!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최종전투에 돌입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멸해버리는 대참사가 ㅁㄴㅇㄹ
다키스트 던전이라는 로그라이크 게임을 하면서 겪은 경험담입니다.
주력캐릭터가 싸그리 전멸해버릴 때의 충격이란…
이번 에피소드는 그런 게이머로서의 고민되는 순간을 떠올리며 구상했습니다!
[3회차] 아카데미 생도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