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45
044 – [3회차] 던전실습( )
체력테스트는 물론 1등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단, 예전처럼 1시간 11분이 아닌 완주기록이다.
복합지면 러닝머신이 더 이상 지면을 사출할 수 없는 가동한계시간인 3시간을 모두 완주했으니 사실상
비공식기록은 [Unlimited]나 다름없다.
B반에서는 독보적인 1등. 허나 안주할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B반 상위 10명은 언제나 A반으로 진출한다. 즉, 달리 말하자면…’
A반에 잔류하는 고정멤버들은 언제나 B반 1등 수준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예 중의 정예, 그야말로
최정예생도라는 표현에 부족함이 없다.
심지어 B반 생도들도 실력이 늘지 않고 정체되어있는 상태로 머무르는 것도 아니다.
김철괴의 기록이 증가했다. 체력테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테스트에서 2회차의 시험보다 수준이
높아졌다. 원인은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계속되는 나와의 대련. 전보다 향상된 내 전투실력에 대처하면서 김철괴의 발전 속도가 빨라
졌다.
‘거참, 방심할 수가 없다니깐.’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B반 1등이다.
그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제길. 분하지만 인정하지. 지금은 네가 나보다 강하다는 걸. 그래도 영원히 나보다 강할 순 없을 거다.”
자존심 강하고 고집불통인 김철괴마저도 인정했다. 던전실습에서의 발언권은 완전히 내게 쏠렸다. 내 주
장을 일방적으로 따르게 되었지만 파티원들은 곤란해 하지 않았다.
“이거 든든한데? B반 1등인 도령이가 우리 파티의 파티장이니, 완전 버스 타는 거잖아?”
“흥. 마음엔 안 드는 녀석이지만 실력 하나는 인정하지.”
“히히. 솔직히 조금 든든하긴 하네.”
“그래도 파이어볼은 내가 더 잘 쏜다고!!”
“아, 그래…”
저놈이 생명의 은인만 아니었으면 김철괴처럼 냅다 쥐어 패기라도 할 텐데, 제 목숨을 불살라가면서 도와
준 기억 때문에 차마 때리질 못하겠다.
“던전에서 ‘물러선다는 판단력’을 보여준다고는 했는데, 그럼 연습 던전은 어떻게 진행할 생각이야?”
“최고난이도에 도전해서 물러나는 타이밍을 잡는 훈련을 해야지.”
“말로는 도무지 감이 안 오네. 일단 한번 해보자.”
장명훈의 요구대로 우리는 곧바로 연습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던전실습을 참관할 선생은 당연히 신진
수였다.
“내게 참관을 받겠다고? 이상한 놈들이군.”
“…….”
“진급을 포기한 건 아닐 테고. 이유가 뭐지?”
확실히 신진수가 또라이는 또라이였다. 지입으로 대놓고 진급을 포기한 거 아니냐고 이상하다고 말한다.
그의 평가기준이 보편적이지 않고 대단히 까다롭다는 걸 알고는 있는 모양이다. 허나 지난 2회차 경험을
미루어보면 신진수의 시험을 통과해야 유익한 경험이 남는다.
“전투에서 이기는 건 수련만 독하게 반복하면 나중에라도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던전에서 도주하는
훈련은, 물러설 때를 판단하는 훈련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한도령… 내가 생도에게 관심을 갖는 일은 지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데 네 발상은 관심이 가기 시작했
어.”
신진수가 특유의 오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어째서 던전에서 도주할 생각을 하지? 처음부터 도망칠 필요가 없도록 실력을 기르고 팀워크를 맞추는
것이 이 시험의 취지라고는 생각하지 않나?”
“던전은 생도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돌발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게 저희들의 실력을 넘어서면 그냥 죽어야 됩니다.”
“결국은 줄행랑이나 치겠다는 말이 아닌가. 명문 오성아카데미 생도에게 그런 꼴사나운 모습이 허락될
것 같나?”
이건 허락을 받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다.
저 신진수조차도 던전에서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
소설 속 세계의 위험이 그만큼 막대하다는 뜻이다.
“허락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깟 공명심에 눈이 멀어서 도주할 때를 놓쳐 죽기라도 한다면 오성아카데
미의 명예로운 생도가 되는 대신에 개죽음을 당하는 거 아닙니까.”
당돌하기 그지없는 내 선언에 장명훈과 김철괴조차도 움찔거리며 눈치를 봤다. 김다연과 김아준은 말만
못하지 아주 식겁하고 있다.
다른 생도들은 신진수가 불같이 화를 낼 거라며 지레 겁을 먹은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
저 감탄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만이 내 생각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발상은 이해했다. 하지만 그 훈련을 굳이 지금 이곳에서 해야 할 이유는 뭐지?”
“여기가 아니면 어디에서 할 수 없습니다. 이다음부터 저희가 경험할 던전은 전부 실전이고, 설령 교사가
참관하더라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발언은 오성 아카데미 교사의 실력을 무시하는 당돌한 짓으로 들린다만?”
2회차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런 말은 꺼낼 용기도, 애초에 꺼낼 생각조차도 없었겠지.
“던전의 몬스터들의 행동은 설령 오성아카데미 교사라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지저에서 저주받은
무기를 발굴하거나 사악한 지저종족을 일깨울지도 모르죠.”
“근심이 과하군.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대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지? 만에 하나조차도 희박하다.”
“여기까지는 우연에 의한 사고라고 치겠지만 누군가가 악의를 품고 개입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의도적으
로 던전에 진입한 시기를 노리는 경우 말입니다.”
2회차에서는 이 나라의 흑막이 직접 사주를 하여 군이 직접 움직였다. 사주를 받은 군의 끄나풀들은 성장
을 거듭하면 전부 해치울 수는 있다.
허나 S-급의 경지, 전성기의 경지를 되찾고도 군의 끄나풀을 일소하려면 자폭을 감행해야 했다.
‘그 너머, 진정한 원흉에게는 손조차도 대지 못했지.’
하물며 성장이 절실한 아카데미 생도 시절에 그런 변수가 닥친다면 그냥 무력하게 당하는 수밖에 없다.
당장 군이 움직일 일은 없지만 A반에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거기서부터는 원작주인공, 와 주조연인물들이 온갖 사건사고에 휘말린다.
군이 개입하는 사건도 있고, 빌런조직의 습격을 받는 경우도 있고, 다른 아카데미가 심어놓은 스파이가
사고로 위장한 테러를 저지르기도 한다.
‘원작소설에 거론된 수많은 천재들, A반 최정예생도들도 죽음을 면치 못했었지.’
하물며 B반 1등인 나를 포함해 다른 파티원들이 무사히 살아남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일이 터지면 사
건사고에 휩쓸려 죽은 엑스트라 1, 2, 3으로 전락하는 거다.
“그러니 아직 누구의 경계도 받지 않는 일개 B반 생도에 머무를 때, 연습용 던전에 진입하는 시기. 바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됩니다.”
“지금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럼 어디에서도 영원히 이 훈련은 시도할 수 없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 그냥 운이 좋기
만을 기도하면서 목숨을 걸어야겠죠.”
대부분은 그렇게 목숨을 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죽는 건 수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재능이 없
었기 때문이라고, 운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한도령… 네 발상은 일개 아카데미 생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냉철하고 실전적이군.”
“…….”
“그렇기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B반생도 50명중에 너만이 이 연습훈련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군.”
파티원들의 얼굴이 희색을 띄었다.
“마음에 들었다. 너희 조는 특별히 신경 써서 봐주겠다. 연습던전에서도 ‘참관’이 아닌 ‘감독’을 해주지.”
“!!”
“물론 이건 정상적인 과정이 아니다. 교사가 특정 생도들만 집중훈련 시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
그러니 그에 마땅한 리스크를 올리겠다.”
열의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던 저 신진수가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감독을 제안했다.
“감점 이십 오점.”
“이, 이십 오점!?”
“던전 실습 1등 통과자들이 부여받는 승점 50점의 절반. 이것을 부족한 팀워크의 대가로 먼저 지불받아
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심한,”
“감수할 수 없다면 감독이 아닌 참관이다. 선택은 너희들의 몫이다. 각오가 되었다면 기꺼이 특별훈련에
어울려주지. 어떻게 할 테냐.”
감점 25점은 절대로 적은 수치가 아니다. 순위별로 점수가 매겨지는 과목에서는 1위와 2위의 실질적인
점수 차이는 고작 5점 안팎이다.
A반으로 승급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B반 10위 전후에서 25점의 차이는 승급유무를 결정짓기
충분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받게 될 감점 25점으로 인해서 승급에 실패하는 생도도 나올 수 있다. 정명훈과 김
철괴, 김다연, 김아준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졌다.
“신진수 선생님이 저렇게까지 진지하게 제안하는 건 처음이야. 선배들도 이런 경험을 했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없었어. 보통 기회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25점이라.”
“우우. 저만한 점수가 깎이고도 던전실습 시험에서 1등 성적을 내지 못하면….”
“승급은 실패. 사실상 B반 잔류 확정이겠네.”
파티원들의 고민이 길어질수록 신진수의 표정은 점점 뭣씹은 표정으로 변해갔다. 주어진 기회조차 받아
들이지 못하는 생도들에게 실망하는 기색이 아주 노골적이었다.
“다들 들어줘. 이건 아카데미 생활에서 딱 한 번만 겪을 수 있는 기연이나 다름없는 기회야. 설령 A반에
올라가더라도 이 훈련을 받을 기회는 절대로 없어.”
“한도령. 네가 대단하다는 건 알겠지만 A반에 올라가지도 않고서 그걸 어떻게 단정 지을 수 있는데?”
“A반 생도는 다른 교육기관이나 히어로사무소에서도 주목한다고. 당연히 예비히어로나 유능한 초능력
자들의 등장을 원치 않는 이들의 경계대상이 되기도 하지.”
나는 제일 줏대 없는 김아준부터 설득에 들어갔다.
“김아준. 네 초능력은 파이어볼이지?”
“응? 어어. 그렇지.”
“어차피 던전은 폐쇄적이고 비좁은 환경이 주를 이뤄. 네 능력으로는 던전실습에서 능력 몇 번 사용하기
도 힘들 거다. 어차피 상성도 맞지 않는다고.”
“…그렇게 들으니까 진짜 불리하게 들리네.”
“어차피 던전에서 진가를 발휘하기 힘들다면 무사히 생존하고 탈출하는 법이라도 배워야 하지 않겠어?
평범한 시험만 치러봤자 너한텐 남는 게 없어.”
자기가 생각해도 내 설득이 합리적이라고 여겨졌는지 김아준이 두 손을 들었다.
“항복이다, 항복. 고집부릴 마음도 안 생기네. 난 쟤 의견을 따르겠어.”
가장 소심하고 회의적이었던 김아준이 마음을 고쳐먹으니 망설이던 장명훈과 김다연도 곧 찬성으로 기
울었다. 남은 건 김철괴 하나뿐이었다.
“어이, 얍삽이. 나는 저놈들이랑은 경우가 다르다. 실습에서 큰 점수를 얻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평범
하게 쌈박질로 때워서 고득점을 얻을 찬스란 말이다.”
“정 그렇게 해야 한다면 나도 무리하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너도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라는 거
니깐.”
“그 정도밖에 안 된다니! 뭐가 어째!?”
“너보다 강한 나조차도 앞으로의 미래를 경계하며 살아남기 위한 지식을 배우고자 하고 있다. 나보다도
못한 네가 그 기회를 걷어찬다면 뒤는 안 봐도 뻔하지.”
“이이익!”
김철괴의 얼굴빛이 무슨 용광로에 쑤셔 넣은 철쪼가리마냥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주먹질을
할 것처럼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드러냈다.
“…굽히는 건 이번 한 번 만이다. 두 번은 없어!”
“훗. 너라면 그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결국 김철괴는 내 의견을 따라주었다.
이로서 만장일치.
신진수도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선택, 후회하지 않게 해주지. 12종 연습용 던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돌발변인을 포함한 최고난
이도 연습에서 특훈을 시켜주마.”
“네?”
“우선은 미로형 산림던전이다. 변화하는 지형에서 길을 잡고 탈출하는 요령을 알려주지.”
근데 문제가 생겼다.
신진수가 의욕이 생긴 건 좋은데 너무 많이 생겼다.
이 인간 12종류를 다 훈련시킬 작정이다.
“저희 훈련에 그렇게 많은 시간은 못 쓰는데요. 본 시험까지도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고…”
“수면시간을 없애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네에에!?”
“설마 편하게 여섯 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면서 특훈에 임할 작정이었나?”
“아, 아니, 그, 그게, 그러니까, 다른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는 게 지장이 생기면 곤란하기도 하고, 그쪽 선
생님들한테도 폐가 되니까…!”
김다연이 허둥지둥 변명을 대어봤지만 신진수는 어느 때보다도 지독한 썩소를 지었다.
“그딴 쓰레기 같은 수업 몇 개 대충 들어도 상관없다.”
“쓰, 쓰레기 같은 수업!?”
“진짜 수업이라는 게 뭔지 깨닫게 해주지.”
이 미친놈이 갑자기 뭐라는 거야. 나조차도 식겁했지만 신진수는 이미 열혈 스위치가 켜진지 오래였다.
“여기까지 의욕이 생기게 만들고 이제 와서 그만두겠다는 소리를 했다간…”
“어, 어떻게 하시려고요?”
“2년차 2분기 성적표가 배분되기 전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네놈들 전원에게 감점 50점을 부여
하겠다.”
원해서 듣기로 한 특훈이지만 이쯤 되니 진짜 단단히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이
미 뒤늦은 후회였고, 반강제로 신진수의 특훈에 돌입하게 되었다.
싹퉁바가지 불량선생이었던 신진수가 열혈선생 스위치가 켜져버렸네요.
마치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전회차에는 선택할 수 없었던 캐릭터가 새로 해금되는 느낌!
[3회차] 던전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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