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47
046 – [3회차] A반, 주인공의 시작점( )
통로가 두 사람이 지나칠 정도로 넓었다면 두 사람을 모두 보냈겠지만 지금은 한 명만을 보낼 수 있다.
“김다연. 잠깐 저 앞에서 정찰 좀 해줄래?”
“정찰? 혼자서?”
“길이 좁다. 체구가 작은 네가 혼자 가야 비상시에도 안전해.”
“알았어. 까짓것 혼자 가보지 머.”
김아준에게는 미안하지만 파이어볼 능력자인 그가 홀로 비좁은 통로에 진입해야 할 명분은 만들기 어려
웠다. 그에게 정찰을 시키는 건 누가 보더라도 비상식적이고 이상한 짓이다.
“헉…”
가볍게 정찰에 나섰던 김다연이 사색이 되어서 기다시피 하는 자세로 돌아왔다.
“저, 저, 저, 저기에…”
“침착해. 뭘 봤는데?”
“코볼트 대군이 몰려오고 있어…”
눈에 보이는 숫자만 수천에 달하는 코볼트들이 전과 마찬가지로 원형갱로를 따라 올라오고 있다. 신진수
가 흥미로워하는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지금이 딱 물러설 때라고 생각하는데. 다들 어때?”
“찬성.”
“나도 찬성.”
“미치지 않은 이상에야 무조건 물러서야지!”
“쉿, 쉬이잇! 너무 큰 소리 내면 들릴 것 같아서 무섭잖아!”
전원이 즉시 찬성했다. 기본기가 튼튼한 장명훈이나 내구력이 탁월한 김철괴, 명사수 김다연, 대량살상
에 자신 있는 김아준,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몇 천은 너무 많다.
솔직히 천 마리만 몰려와도 진짜 죽을 고비를 경험하고 자칫 사망자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신진수가 옆에 있으니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물러서는 판단력을 보여주겠다던 애초의 결심과 계획, 지난 특훈이 전부 무용지물이 된다. 지금은 객기
나 만용을 부릴 때가 아닌 신속하고도 냉철한 판단과 행동을 보여야 할 때다.
“지금 즉시 입구로 물러나겠습니다.”
“뜻대로 해라.”
돌아가는 길은 특히나 주의를 기울였기에 김다연의 표식을 따라 빠르게 입구로 나올 수 있었다.
“훌륭한 판단이었다. 성적은 기대해도 좋겠군.”
“휴우.”
신진수는 우리들의 던전실습시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시험은 끝났지만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다.
“코볼트 무리가 지하에서 이탈했다는 것은 심각한 변수가 지저에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고로 현 시각부
로 이 근방은 제 3급 위험지대로 선포한다. 너희는 먼저 돌아가라.”
한 손 거들어보고는 싶지만 신진수가 그걸 순순히 허락할 작자는 아니었다. 모든 시험이 끝났다는 생각에
기진맥진해서 숙소로 돌아갔고, 죽은 듯이 잠들었다.
***
똑똑.
꿈조차 꾸지 않은 숙면에서 깨어나자 고작 세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단잠을 방해받아서 마뜩찮은 표정
으로 방문을 열자 뜻밖에도 조별과제 파티원들이 있었다.
“무슨 일이냐? 시험은 끝났을 텐데.”
“뒷풀이다.”
치킨을 든 김철괴가 말했다. 일없다고 딱 잘라서 말하려는데 남자들 뒤에서 쭈뼛거리는 김다연을 발견했
다.
“어디서?”
“온 김에 여기서.”
“…들어와라.”
치킨과 피자, 음료수를 들고 있는 모습에 현혹된 게 아니다.
김다연을 쫓아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우와. 무슨 방이 이렇게 삭막해?”
“개인용 짐이 하나도 없는데?”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이다.”
딱 잘라서 단언하자 김다연과 김아준이 무진장 불쌍한 생물체를 바라보는 눈으로 날 보았다.
“이래서 1등이었나…?”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
“…….”
B반쯤 되면 기숙사 1인실도 나름 넓은 편이기에 다섯 명이 모여 앉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갑자기 웬 뒤풀이냐?”
“좋잖아. 가끔은 이런 것 해도.”
성실한 장명훈이 꺼낸 말이었기에 더욱 의외로 들렸다.
“역시 네 성격엔 이런 거 싫었나?”
“싫은 건 아니다.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다.”
“앗! 쑥스러워하는 것 좀 봐. 완전 목석같지 않아? 히히.”
김다연의 말에 잠시 흠칫했다.
목석.
그리운 느낌마저도 드는 호칭이었다.
“너 아니었으면 우리 지금쯤 다 죽거나 낙제점 받았을지도 몰라. 자느라 소문 못 들었지? 폐광던전에서
A+급 고대몬스터가 발견됐다는 거.”
“정말이냐?”
“자세한 사항은 대외비가 돼서 못 들었지만 통제에 나선 군인 아저씨한테서 들은 이야기니까 틀림없어.”
하긴 김아준도 친화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2회차에선 김다연이 말 몇 마디로 곧장 데려왔던 걸 생각
하면 깐깐하게 구는 거 없이 성격도 활발한 편이다.
그 짧은 사이에 현장을 통제하던 군인을 구워삶아서 이야기를 들어냈다는 건 아무리 그래도 놀랍지만.
“아무튼 고마워서. 이건 뒤풀이 겸 답례라는 거지.”
“그런가.”
비사교적인 김철괴조차도 퉁명스레 닭다리를 집으며 말했다.
“아니꼽긴 해도 신세를 졌으면 갚아야겠지. 나중에 곤란한 일이 생기면 말해라. 한번쯤은 도와주겠다.”
“알았다.”
방문목적을 들은 뒤로는 그냥저냥 지난 수업이나 선생들, B반 생도들에 대한 이야기가 뒤죽박죽 오갔다.
이맘때 애들이 그러하듯 작은 일에도 참 쉽게 웃음을 터뜨렸다.
김아준이 바보같은 목소리로 어느 어벙한 선생 흉내를 내자 장명훈과 김다연이 빵 터져서 웃었다.
“크흠.”
김철괴도 대놓고 웃지는 않았지만 웃음을 참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모양이다.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소외감이 들었다. 같은 나잇대의 소년소녀들처럼 순수하게 웃으며 즐길 수가 없었다.
‘혼자만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몸은 같은 숙소 안에 있되, 마음은 지나간 회차들을 벗어나지 못했다. 내게 있어서 우리는 시체조차 못 건
졌던 친구이기도 했고, 나무에 매달린 채 생을 마감한 김다연이기도 했다.
“A반에서 다시 볼 수 있겠지?”
“아, 나는 안 되겠더라. 아깝게 점수가 부족했어.”
김아준은 예상대로 진급에 실패했다며 아쉬워했다.
파티원들도 그를 위로해주었다.
“뭐, 열심히 해서 올라와라.”
“쳇. 반년 뒤에는 꼭 올라가겠어.”
“석 달 뒤가 아니라?”
별 생각 없이 가볍게 던진 물음이었는데 어째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김아준뿐만 아니라 전원이 말
이다.
“아… 도령이는 B반에 올라온 게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모를 만도 하겠네.”
“뭐가?”
“우리가 A반에 올라가는 것처럼 A반에서도 하위 10명은 B반으로 내려오잖아.”
“그렇겠지.”
“근데… 걔네들이 너무 강해. 내려온 애들은 대부분 인원변화 없이 다시 A반으로 올라갈 정도로.”
그 말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대부분이라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지?”
“열에 아홉.”
“A반으로 올라간 B반 생도들은?”
“마찬가지로 다시 내려오지. 열에 아홉은.”
“…….”
그렇다.
이것이 오성아카데미의 무서운 점이다.
‘B반 최강의 실력조차도 A반에 올라가면 하위권에 불과할 정도의 실력격차가 있다…’
한번 진급했다고 안도했다간 한 분기 뒤에 다시 B반으로 내려오고, 두 반을 오락가락하는 철새 신세가 된
다.
문득 작은 의문이 들었다.
김철괴는 1회차에서 오성아카데미 A반 졸업생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A반에서 몇 위였을까.
‘오성아카데미 졸업생들의 수준이, A반 중위권 이상의 실력이 예상 이상으로 뛰어날지도 모른다.’
강등을 경험하지 못한 순위안정권에 든 생도들은 오성아카데미의 최정예임과 동시에 진짜배기 실력자들
이다. 내가 과연 그 정도 수준에 속할 수 있는지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나조차도 A반 잔류를 장담하지 못하는데 파티원들이라고 확신을 품을 리가 없었다.
‘다들 불안했군.’
뒤풀이는 그런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는 취지도 섞여있었다.
A반이 되면 모든 고생이 끝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원작주인공만 해도 그렇다.
레드프린스 이진태.
생도시절부터 이명을 지니고 막강한 행보를 이어나가는 자.
그 녀석은 1년차 1분기부터 4년차 4분기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A반 생도였다.
원작소설 속 주조연급 인물들도 그렇다.
우리처럼 불안해하고 고민할 이유도 없다.
그놈들에게는 A반에 존재하는 게 그냥 당연한 일이다.
“기죽지마라.”
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까짓것 나보다 못한 놈 열 명만 만들면 A반에 계속 남아있을 수 있는 거 아니냐.”
“크크! 얍삽이 주제에 간만에 마음에 드는 소릴 하는데.”
“아하하…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서 문제인데…”
장명훈이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뭐냐. 자신 없냐?”
“자신 있고 없고를 떠나서 매번 떨어졌단 말이지.”
미묘한 뉘앙스가 담긴 말이다.
잠시 그 의미를 곱씹고 나서야 깨달았다.
“너… 1년차부터 매번 A반에 승급하고 강등됐냐?”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그랬지.”
생각해보면 딱히 의외는 아니었다. 수수하면서도 튼튼한 기본기를 갖춘데 이어 성검계약이라는 특수계
통 초능력까지 지녔으니 이놈 정도면 A반에 올라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그가 매번 B반으로 떨어지는 이유도 알만 했다. 그의 강점이 곧 약점이 되기 때문이다.
“튼튼한 기본기와 특수한 초능력을 제외하면 A반 수준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그런 건가?”
“역시 바로 알아보네. 개인적으로는 몹시 유감이지만 실제로 그런 걸 어쩌겠어. 필살기 같은 게 마음대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성검을 강화시키기도 꽤 지지부진하거든.”
“성검강화라… 네 초능력은 이해하기가 힘들군.”
초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퀘스트가 등장하고, 그걸 수행할 때마다 성검이 강해진다니.
“얘기한 적은 없었지? 지금 수행하는 퀘스트는 두 가지인데… 하나만 알려줄까?”
“둘 다 알려줘.”
“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무리고. 단련퀘스트만 알려주자면, 음… 검을 엄청나게 휘둘러야해.”
“어떤 식으로?”
“C급 검술 펼치기 10만 번. 혹은 B급 검술 펼치기 천 번. 아니면 A급 검식 펼치기 열 번.”
김철괴가 흥미를 보이며 이것저것 더 묻기 시작했다.
옆에서 들으며 정리해보니 대략 이런 느낌이다.
100을 쌓아서 성검의 인정을 받아라.
*현재 계약등급 : D급
*만족도 습득현황
-D급 검술 펼치기(만족도 +0.001) (14,892/100,000)
-C급 검술 펼치기(만족도 +0.1) (211/1,000)
-B급 검식 펼치기(만족도 +10) (2/10)
-A급 검식 펼치기(만족도 +100) (0/1)
-현재 만족도 (55.992/100)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부러움을 느꼈다.
‘열심히 수련해야 강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그걸로 보상을 주는 퀘스트가 존재한다니.’
부속스킬 [훈련속행]과 [정신무장]으로 극기에 가까운 고행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성장했던 입장에
서는 그저 부럽기만 한 일이었다.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장명훈은 그저 한숨을 내쉬며 신세한탄만 했다.
“검술이라는 것도 성검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조금만 자세가 엉성해도 펼친 것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아예 만족도가 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단 말이지.”
“그건 좀 난감하겠군. 애초에 쓰는 무기한테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부터 납득이 가질 않지만.”
“검은 물론이고 다른 무기도 사용하지 않는 철괴한테는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겠지? 가끔은 네 능력이 부
럽다. 그냥 단단해지기만 하는 거…”
장명훈의 푸념에 김철괴가 인상을 썼다.
“내 능력도 그렇게 편리한 건 아니다.”
“그러면?”
“능력이 성장하려면 단단한 물건에 몸을 부딪쳐야 한다.”
“…얼마나?”
“모른다. 아무튼 많이.”
장명훈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초능력 숙련도의 개념이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덕분에 수수하면서도
튼튼한 기본기나 대책 없이 호전적이면서 단단한 비결을 알게 되었다.
‘다들 노력은 하고 있었군.’
반면에 김다연과 김아준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졌다.
“어때, 두 사람은?”
“총알생성능력을 탄약집에 곧바로 생성하는 훈련도 했는데… 다루는 무기가 총인지라 성장에는 한계가
있어.”
“파이어볼도 막 배울 무렵에는 좋았는데 아무데서나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막상 이걸 써야 될 상황에
는 파이어볼도 안 먹히기도 하고.”
생성계통 초능력자와 속성마법계통 초능력자는 고등급으로 진출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두 사람이 느끼
는 벽은 장명훈이나 김철괴가 느끼는 것과는 궤를 달리 한다.
‘그래도 다연이는 모르겠네. 이래저래 A반에도 올라왔고, 저격총을 다루는 모습은 본 적이 없으니.’
그리 감탄만 하고 있자니 어느새 모두의 시선이 나한테 쏠려있었다.
“근데 도령이는 능력이 뭐야?”
“무투계열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는 몰랐지?”
“그러게. 지나가듯이 물어봐도 매번 얼버무렸고.”
실제 능력은 [선택장애가 선택을 하게 하는 초능력]이다.
하지만 그걸 순진하게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카데미에는 비밀로 하고 무투계열 초능력자인 척 행세했다.
“으음.”
“뭐야. 혼자만 빼기야?”
김아준의 불퉁한 목소리나 김철괴의 못마땅해 하는 표정, 장명훈의 아쉬워하는 기색이야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저 오리마냥 입술을 삐죽거리며 침울해하는 김다연이 마음에 걸렸다.
“나중에 말해주겠다.”
“언제?”
“나중에.”
기약 없는 약속을 마지막으로 뒤풀이는 끝났다.
다음날, 김아준을 제외한 우리 넷은 A반으로 승급했다.
[작품후기]
본래는 내일자에 올라올 연재분이었습니다만, 반박불가님의 개인적 후원으로 행복도가 오른 작가가 내
일치 2연참을 12시간 앞당긴 날짜로 예약시간을 바꾸었습니다! 물론 12시간 뒤에는 내일의 연재분이 또
올라옵니다!
반박불가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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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초능력 수련하는데
지 혼자 마비노기식 노가다 랭크작하는 장명훈 무엇 ㄷㄷ
[3회차] A반, 주인공의 시작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