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49
048 – [3회차] A반, 주인공의 시작점( )
이신과 신경전을 벌이고 승급생 패거리 곁으로 가니 무수한 악수의 요청이 이어졌다.
“정말 대단해! A반에서도 그렇게 기를 펴고 다닐 수 있다니, 역시 B반 종합성적 1등다워!”
“넌 우리들의 영웅이야!”
“아니, 히어로지망생인 우리가 영웅을 찾으면 어쩌자는 거야! 영웅은 됐고 에이스 정도로 하자고.”
평상시에 말도 안 섞었던 승급생들은 이리 기뻐했던 반면, 조별과제를 함께 했던 파티원들은 표정이 어두
웠다.
“왜 그랬어? A반 텃세가 얼마나 심한데. 도령이 너 실수한 거야. 이신 쟤 뒤끝 장난 없어.”
“띠거운 놈이랑 같이 다니는 건 마음에 안 든다. 내가 있을 곳은 내가 정해.”
“하아… 본인이 괜찮다면 뭐라고 할 수도 없지만.”
옆자리에 앉은 김다연이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 A반 애들은 배경부터 장난 아니야. 이신만 해도 히어로협회 중앙본부를 마음먹은 대로
드나들 수 있는 이사진 중에 한명인데.”
“배경에 기대는 나약한 녀석이라면 잘 됐군. 가문이니 조직이니 하는 건 편리한 검보다는 무거운 족쇄에
가까우니까.”
암살을 할 때에도 아무런 배경도 뭣도 없는 놈들이 오히려 든든한 배경을 갖춘 놈들보다 상대하기 까다로
웠다.
그런 놈들은 해치울 기회를 잡기가 어렵지, 한 번 무너지면 그간 쌓아올린 치부가 터져서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원작소설의 지식을 살리면 이신을 상대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실제로 레드프린스 이진태가 그렇게 박살을 냈으니.’
녀석의 방식을 모방하면 그닥 어려울 것도 없다.
“분하네. A반이랑 이 정도로 실력차이가 났다니.”
“어려울 거 없다. 너희도 영역만 다룰 수 있으면 돼.”
“그 영역이라는 건 어떻게 다룰 수 있지?”
김철괴는 실력차이를 체감하며 분노에 부들부들 떨었다.
강해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새다.
“독학해.”
“…….”
물론 듣는 귀가 한가득인 A반 교실에서 내 비결을 알려줄 만큼 멍청한 내가 아니다. 뭣보다 이 교실의 진
짜 실력자들은 이 모든 소란을 ‘소음’으로 치부시하고 있다.
“흐아아아으아으아아암”
저기 제일 뒷자리에서 식충식물마냥 입을 쩍 벌린 녀석이나.
파라라라라락.
책을 보는 건지 가지고 노는 건지 알 수 없는 안경녀나.
“사장님. 오후 2시 스케줄이 취소되었습니다만, 그 시간에 훈련을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귀찮아. 자유시간으로 돌려.”
혼자만 값비싼 사제책상을 쓰며 이질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나이 어린 창업사장이라거나.
‘짐작은 했지만… 설마 관심조차도 없었다니.’
TOP10에 속한 진짜배기 실력자들은 내게 관심조차도 주지 않았다. 놈들에게는 내가 A반 중위권 생도 하
나를 쥐어 패고 이신과 척을 지는 것도 사소한 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영역의 운용법은 함부로 언급할만한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각 가문과 기관의 최고기밀로 여겨질 정도로 뛰어난 운용법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내가 펼쳤던 운용은
TOP10급 실력자들의 욕망을 자극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저놈은 또 왜 저래 조용해?’
레드프린스 이진태.
피처럼 검붉은 머리칼에 특유의 나른한 눈매를 지닌 주인공.
놈의 실체는 판타지계에서 전생한 마왕군 사천왕이다.
인간성에 어느 정도 물들었다고 해도 본바탕이 마족.
당연히 성격도 장난 아니게 더럽다.
갖고 싶은 건 전부 가져야 성이 풀리고.
하고 싶은 건 전부 해야 만족한다.
심지어 그걸 해낼 수 있을 정도의 재능과 강함이 있다.
‘뭣보다도 저놈은 전생지식으로 마법사용이 가능하지.’
남들이 기껏 영역선포 정도에 응용하는 근원요소를 녀석은 온갖 형태의 다양한 마법으로 구사할 수 있다.
사실상 지 혼자 초능력 수천 개를 더 가지고 다니는 셈이다.
‘2년차 3분기… 그래, 아직 때가 아니었군.’
놈이 A반에서 본격적으로 제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건 3년차가 시작된 뒤부터다.
그 전까지는 아카데미에 별 관심도 갖지 않고 이 세계에 적응하며 지식을 빨아들이고 문명을 만끽하기 바
쁘다. 초능력과 마법의 차이를 연구하고 권속을 늘리기도 바쁘겠지.
놈이 잠잠한 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마음대로 설쳐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TOP10급은 죽어도 못 이겨.’
저놈들 중 절반은 2년차부터 B급 초능력자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압도적인 재능이나 초능
력의 운용법, 가문이나 길드의 지원을 받으며 날마다 엄청나게 강해진다.
-다들 조용히. 홈룸시간이다.
홈룸시간이 되자 A반 담임선생이 교탁 앞에 나타났다.
걸어온 것도 아니고 정말 그냥 나타났다.
정확히는 홀로그램 영상이었다.
“쌤 왜 영상수업하세요?”
-늦잠자서 출근을 못했다. 집이다.
“…….”
A반 선생은 유능하지만 게을러터진 선생이다. 기본적으로 방임주의에 간섭을 안 한다.
다들 잘 나가는 가문의 자제, 모 기업의 후계자 같은 쟁쟁한 신분 하나쯤은 지니고 있으니 괜히 착실하게
선생질 하다가 인생 꼬일까봐 담임자리를 떠맡게 된 인간이다.
‘상상 그 이상이네.’
원작소설에서는 게을러터진 선생이 간섭을 안 해서 편하다는 이진태의 심리서술이나 황당해하는 A반 생
도들의 모습이 언급되곤 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나도 몰랐다.
아무튼 담임선생은 필수적으로 전달해야 할 사항 몇 가지만 전하고는 홈룸을 마쳤다. 이후로는 대학강의
마냥 이수할 과목을 정하고 강의실을 찾아가 수강받는 방식이다.
“3년차 선배들이나 받는 수업을 A반은 일 년이나 미리 받다니, 역시 불공평해.”
“그럼 받지 말던가. 너도 이제 A반이잖아.”
“체엣. 말이 그렇다는 거지. 도령이는 너무 목석이라 농담이 안 통한다니깐.”
“강의는 뭐 들을지 골랐냐?”
“대충은. A반부터는 영역이랑 초능력 자원이 중요한 것 같으니 영역학개론이랑 마나홀에 대한 이해, 명
상수업 같은 걸로 골랐어. 도령이 너는?”
A반에서의 수업은 솔직히 뭘 들어도 상관없다.
어느 것 하나 나한테는 도움이 안 될게 뻔했다.
그냥 점수 따기 좋은 수업 위주로 고르거나.
원작 주조연인물들을 따라다니거나.
그도 아니면 동료들과 같은 수업을 듣거나.
셋 중 하나를 내키는 대로 고르면 된다.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점수 따기 좋은 과목을 골랐다.
‘주조연인물과 얽히면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해.’
지금껏 내가 겪었던 사건들도 위험했지만 주조연급 등장인물들이 겪는 사건에 비하지는 못한다. 보다 큰
규모의, 보다 가혹한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된다.
특히나 이진태의 주변으로는 피해자가 끊이질 않으며 개중 몇몇은 이진태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한다.
‘개싸이코패스 같은 새끼.’
소설을 보면서도 미친놈이라고 욕하면서 봤는데 그런 녀석 곁에서 그 광기를 실제로 경험하고 싶지는 않
았다. 이미 한 번 휘말려서 1회차에 죽기도 하지 않았던가.
“근력트레이닝1, 2, 체력단련1, 2, 둔기술1, 2, 거기에 아우라 개발 강의로 일곱 개.”
“아하하… 도령이 강의컨셉은 뭔가 알기 쉽네.”
“겹치는 수업이 없군.”
“그러게. 뭔가 좀 아쉽다. B반에서처럼 당연히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랑 같이 수업을 듣지 못해서 아쉽다고?”
다연이가 피식 웃었다.
“다른 의미로 생각한 거 아니지? 그냥 순수하게 남자인 사람 친구한테 한 말이야?”
“…알고 있다.”
“풉. 도령이도 남자라고 이런 거 신경 쓰이긴 했나봐? 앞으론 목석이라고 놀리면 안 되겠네~”
너는 조금 아쉬울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많이 아쉽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A반에 잔류하기가 힘들다.
‘적어도 A반에 올라온 첫 분기만큼은 내게 유리한 수업만 골라서 점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해.’
이후로는 각 강의실을 찾아가며 길에 익숙해지고, 교사들의 이번 분기 수업이 어찌 진행될 거라는 오리엔
테이션을 듣고, 첫날부터 과제를 받고 해산했다.
“한도령! 영역을 만드는 비결을 알려줘!”
“독학하라고.”
눈치 없는 김철괴는 트레이닝 시간에도 눈을 마주치자마자 빽 소리쳤지만 당연히 나는 칼같이 요구를 거
절했다. 단순한 신체단련을 하면서도 B반과의 차이가 느껴졌다.
‘대체적으로 신체수준이 뛰어나다.’
A반의 비 무투계열 초능력을 지닌 생도들은 어지간한 저급 무투계열 초능력자보다 근력이나 체력이 좋
다.
“뭘봐?”
“단련을 잘한 몸이다 싶어서.”
“엉? 하하. 승급생 주제에 보는 눈은 있잖아? 그래도 제일 몸 좋은 녀석한테 그런 말 들으면 좀 쑥스러운
데.”
귀찮은 시비를 피하려고 건넨 한 마디 때문에 멋대로 거리감이 확 가까워졌다.
“문판기. 내 이름이다.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라고.”
“지금은 별로. 나중에 얘기하지.”
묵묵히 쇠질을 반복하며 수업을 마치고, 다시 묵묵히 체력단련을 반복하며 수업을 마치고, 마침내 둔기
술 시간이 됐다.
“둔기를 휘두르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타격, 밀치기, 내리찍기, 분쇄… 생도 여러분의 각자의 둔기술
숙련도에 따라 별개의 지식을 가르치겠다. 그러니 오늘은 실력점검이다.”
순서를 기다리며 A반 생도들이 둔기술을 펼치는 모습을 보았다. 대체로는 타고나거나 단련으로 기른 근
력을 바탕으로 마구 휘두르거나 힘껏 휘두르는 방식이 전부였다.
“이거 부숴도 됩니까?”
“부술 수 있다면.”
개중에 눈에 띄는 생도 한 명이 등장했다. A반의 TOP10에 속한 ‘괴력의 강진혁’이다. 놈이 걸음을 내딛
자 쿵쿵 하는 둔중한 소리가 지면에 울렸다.
“분명 부숴도 된다고 했습니다!”
팔을 휘두르는가 싶었는데, 둔기가 사라졌다.
“??”
모두가 그 상황을 이해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찢어지는 굉음과 함께 둔기가 천장에 처박혔다.
그리고는 수천 개의 파편이 되어 천장 벽을 난도질했다.
“으아악!”
“파편 튄다!”
개중 일부는 천장과 벽에 튕겨서 생도들에게도 떨어졌는데, 나야 식겁하면서도 어떻게든 다 피했지만 반
사신경이나 동체신경, 주의력과 신체능력이 부족한 생도들은 파편에 맞았다.
살에 박힌 파편은 아무리 봐도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고, 비명을 지르고 피를 흘리며 의무실과 구급실로
실려 가는 생도들이 부지기수였다.
‘역시 차세대 무투계 능력자의 정점에 근접한 괴물… 진짜 장난이 아니군.’
표정만 봐도 의도한 게 아니라 실수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둔기가 힘을 못 버티고 튀어나갔네.”
“그, 그게 실수였다고?”
“미안, 미안. 진짜 실수였어.”
간발의 차이로 파편을 피했던 생도 한 명이 사색이 되었다.
“교수님. 저 이 수업 그만두겠습니다.”
“어? 그래라.”
“저도요, 교수님. 너무 무서워서 못 듣겠어요.”
“수업 듣다가 실수로 죽고 싶지는 않아.”
“이건 미친 짓이야. 나도 관둘래.”
졸지에 생도들이 대량으로 이탈했다. 평범한 대학이라면 강의 자체가 취소되고도 남을 상황이지만 오성
아카데미는 돈에 인색하지 않다.
수업을 듣는 생도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수업을 진행한다. 그런 관계로 교실에는 강진혁과 나만 남았다.
“넌 안 나가냐?”
“안 나간다.”
“실수 한 번 또 하면 위험할 텐데.”
말에서 묘한 뼈가 느껴진다.
이 자식…….
‘실수가 아니었나?’
저놈을 어떻게든 쥐어 패고 싶다는 호전성이 자극받았다.
“걱정 마라. ‘실수’는 나도 하니까.”
“너…”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녀석이 한쪽 입매를 치켜 올렸다.
“재미있는 놈이구나? 좋아. 앞으로 잘해보자고.”
손을 내민다.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선생한테 몸을 홱 돌렸다.
근력최강인 놈하고 악수 잘못 하면 손이 뭉개져버린다.
“교수님. 측정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해봐라.”
시험용 표적을 향해 실전으로 터득한 둔기술을 하나씩, 점차 빠르게 펼쳤다.
강하게 휘두르기, 빠르게 한 바퀴 돌아 상단 휘두르기, 사선 내리치기, 한 걸음 물러나 연속 휘두르기, 표
적을 밟고 뛰어올라 상단 후려치기, 착지와 동시에 땅을 박차 끝으로…
‘찌르면서, 찍는다.’
이중으로 가해진 힘이 둔중한 울림을 토해내며 표적을 거세게 뒤흔들었다. 흥미롭게 지켜보던 교수의 표
정이 마지막에 이르러 크게 놀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네, 둔기술은 어디서 배웠나?”
“배운 곳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네! 마지막의 이중파격은 경지에 든 실력자가 아니면 전수할 수 없을 고등기술인데 어찌 그
만한 기술을 가르친 사람이 없단 말인가!”
“스승이나 사문 따위는 없습니다. 실전으로 배웠습니다.”
“실전……!”
괜한 오해를 피하려고 한 말이었는데 어째 선생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고작 16살의 나이에 실전으로, 그것도 둔기술의 고등기술을 배웠다고? 대체 무슨 실전을 거쳤단 말인
가!”
“어, 그건…”
친구나 연인의 죽음에 분개하여 피로 피를 씻는 복수의 길을 걸었다, 라고 대답할 수도 없다.
“말할 수 없습니다.”
결국은 적당히 얼버무리는 수밖에 없었다.
교수는 마지못해 납득한 기색이었다.
“생도 개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도 보기 좋은 일은 아니지. 알겠네. 일단은 그런 걸로 해두지.”
“그럼 전 어떤 둔기술을 배우게 됩니까?”
“형과 식이 없는 실전둔기술이라면 위력과 임기응변은 뛰어나되 정면승부에 필요한 기본기는 부족하지.
듣기에 황당하겠지만 지금 자네에게 필요한 건 기본일세.”
그 말을 들은 강진혁이 푸하하, 하고 나를 비웃었다.
“이래서 어설프게 실전으로 배운 놈들이 안 된다니깐? 그리 화려하게 휘둘러봤자 한 방에 나가떨어지면
개망신만 당하는 걸 모르네. 아, 선생님. 저는 뭐부터 배웁니까?”
“너는 기본도 안 된 녀석이다. 기초부터 배워라.”
“…예? 아니, 저, 이렇게나 강한데요?”
“강하면 뭐하나. 제 무기를 휘두르는 법도 모르는데! 손에 쥔 것이 폭탄이 아닌 둔기라는 사실도 잊었는
가? 여기가 오성아카데미만 아니라 무관이었으면 당장 쫓겨났다!”
“윽.”
울상을 짓는 녀석을 보며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 띠거운 표정을 지으며 비웃었다.
“기초? 훗. 그거 정말 대단하군.”
“너 이 자식…….”
이런 느낌으로 2년차 3분기의 교육과정이 시작됐다.
—–
인생 최고 리즈시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순탄한 나날.txt
매운맛을 안쓰니까 금단증세로 손이 막 떨리네요 ㅠㅠ
—–
후원을 하면 작가가 연참을 한다는 것은 크나큰 오해입니다
자본주의적인 작가의 행복도는 최초가 아닌 이벤트로 상승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최초의 개인후원이기에 행한 연참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고로 연참을 보기 위한 후원은 마음만큼은 고맙습니다만,
되도록 이 소설의 롱런을 위해서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쩌다 한번 찾아오는 무상의 행복, 무상의 연참의 날을 기다려주세요!
[3회차] 재능과 노력, 경험 – 3권
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