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53
052 – [3회차] 잔류시험( )
2년차 3분기 A반 분기시험이 시작되었다. 더 이상 올라갈 반이 없는 A반 생도들에게 이 시험은 A반에 잔
류하기 위한 잔류시험이라 불린다.
매 분기마다 그렇듯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치르는데 각 과목별 순위점수와 평가점수, 가산점과 벌점의 총
점을 합해 최종석차순위가 결정된다.
‘비중은 3 대 7.’
필기가 3이고 실기가 7이다. 다만 같은 수업을 들으며 순위가 갈라졌던 B반이하와는 다르게 A반은 생도
들이 각기 다른 수업을 골라서 듣는다.
자연스럽게 과목별 순위점수를 노리고 비인기종목을 듣는 생도들도 있고, 그런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어
순위 지키기에 힘쓰는 꼼수도 생긴다.
이런 점을 아카데미 측이라고 모를 리가 없다. 당연히 점수를 책정하는 기준에도 몇 가지 변화가 더해진
다.
‘인원이 많은 과목에서 거둔 성적에는 일정배율의 가산이 존재하고, 인원이 적은 과목에서 거둔 성적에
는 일정배율의 감산이 존재한다, 인가.’
그밖에도 고민할 사항은 많지만 복잡하게 일일이 하나하나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 모든 기준을 다 떠나
서 확실하게 잔류한는 방법이 있다.
‘아무튼 다 잘하면 돼.’
그냥 잘하면 기준이 뭐가 어떻든 간에 이득이 남는다.
나는 당당하게 시험에 응했다.
허나 B반에서처럼 무쌍을 찍지는 못했다.
A반 생도들은 모두 B반 생도들보다 훨씬 강하다.
심지어 상위포식자마냥 미쳐 날뛰는 생도들이 있다.
근력트레이닝 시험시간.
시험내용은 가상시험실에서 바위 들고 1분 간 버틴 뒤에 20m 들고 옮기기.
“저, 저 미친놈… 저런 걸 어떻게 이겨.”
“졸업생 포함 역대 신기록 아니야?”
TOP10의 일원이자 만근지력 초능력의 소유자.
강진혁이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
-Rank 01. 강진혁(10톤, 20m 완주)(New!)
압도적이다.
“애초에 인간이 10톤을 들 수 있는 게 이상하잖아.”
“순도 100% 초능력 빨이지.”
“거기 잔챙이들. 불만 있으면 대련신청 하던가!”
미치지 않고서야 저 괴력과 맞설 생도는 없다.
욕심을 조금 낮춰보려 해도 다른 괴물들이 많았다.
-Rank 02. 최상수(8톤, 20m 완주)
-Rank 03. 배근혁(3.5톤, 20m 완주)
-Rank 04. 이진태(3톤, 20m 완주)
순위를 보던 생도들이 술렁거렸다.
“이진태, 또 저 녀석이야?”
“도대체 저놈은 초능력이 뭐야? 분명 마법계열 아니었어?”
“수련실에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뭐지? 재능충인가?”
원작주인공도 적당히 힘조절(…)을 하면서 기록을 세운다.
그런 넘사벽급 괴물들을 피해서 시선을 내리자면.
-Rank 21. 김철괴(0.8톤, 20m 완주)
-Rank 22. 장명훈(0.75톤, 20m 완주)
기본 무게단위가 1t인 정신 나간 반에서 1톤도 들지 못하는 B반의 근력우수자들이 보인다. 특기분야에
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둬도 모자랄 판국에 20위권이니 사실상 잔류는 글렀다.
그나마 저 정도라도 했으니 다행이다. 기록순위를 확 내려가면 안타까운 놈들도 많다.
-Rank 34. 이유성(0.08톤, 20m 완주)
-Rank 35. 장태준(0.45톤, 15m 완주실패)
적은 무게로 완주한 생도는 높은 무게로 무리하다 완주에 실패한 생도보다 순위가 높다. 자기 실력을 냉
정하게 판단하지 못한 놈들은 탈락인 것이다.
나는 냉정하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가늠하고 시험에 응했다. 20m완주는 어떻게든 성공했다.
-Rank 14. 한도령(1.55톤, 20m 완주)
근력트레이닝 강의시험 다음은 체력단련 강의시험.
이번 시험종목은 장애물 철인삼종경기였다.
“쌤. 저희 수영 안 배웠는데요.”
“근성으로 어떻게든 해라. 못하겠다면 기권하고.”
“…….”
“그래도 이번 시험에는 특별한 점수측정기준이 있다.”
“뭔데요?”
“제한시간 한 시간. 이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탈락이다.”
“!!”
“덤으로 사전기권자는 탈락자보다 순위가 높다.”
생도 몇 명이 순식간에 손을 틀고 기권을 외쳤다.
눈치 빠른 놈부터 순서대로 순위가 매겨졌다.
“미친… 이거 코스가 장난 아니잖아.”
“으음. 기권을 해야 했었나.”
자신을 잃은 생도들 사이로 장명훈이 앓는 소리를 냈다.
개인수련에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같은 수업이었나 보다.
“시험에 응한 뒤의 기권자들은 기권이 불가능하다. 한 시간 내에 완주하지 못하면 감점이고, 탈락자로 분
류된다. 기권자는 더 없나?”
몇 명이 추가로 손을 들어 기권했다.
20명의 생도들 중에 시험을 치르는 건 겨우 열두 명이었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 코스가 그만큼 살인적이다.
‘길이도 길고 장애물도 존재한다.’
대놓고 완주를 방해하려고 작정한 시험.
허나 나는 도전했다.
이 시험에서 완주하면 얻을 수 있는 대량득점 때문이다.
‘무조건 5위 안에 들어야한다.’
가상현실캡슐에 몸을 눕히고 시험장에 진입하였다.
감각은 올 클린.
만전의 상태나 다름없으니 변명의 여지도 없다.
-3
-2
-1
-Let’s Go Ahead!
우렁찬 알림과 동시에 출발선에 선 열두 명의 생도들과 함께 눈앞의 강에 뛰어들었다. 다행히도 나는 수
영을 하는 법을 알고 있었고, 다른 생도들이 수영의 전문가도 아니었다.
팔과 다리를 가쁘게 놀리며 움직였고, 물살을 가로지르며 강을 넘어서고자 노력했다.
“푸하! 푸하!”
손을 뻗고 발장구를 치면서 순탄하게 쭉쭉 뻗어나가는 몸이 조금씩 더뎌지기 시작했다. 몸이 지쳐서가 아
니다.
‘파도. 장애물이다!’
무슨 강가에서 파도가 생기냐고 항의해도 애초에 여긴 가상시험장이다.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자연현상
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건 다른 장애물도 만만찮을 것임을 의미했다.
‘미친 가상현실. 게임이나 만들 것이지 무슨 훈련용 시험장을 만들고 지랄이야.’
상체에 들어가는 힘을 더 크게 주었다. 열두 명 중 둘이 뒤처지기 시작했지만 나머지도 나처럼 힘을 더 소
모해서 파도를 빠르게 헤쳐나가기를 선택했다.
애초에 1시간이라는 시간제약이 달려있으니 장기전을 선택하는 순간 탈락이 가시화된다.
코스의 길이도 짧지 않다. 현실에서의 정식 올림픽룰을 채택해서 수영 1.5km, 싸이클 40km, 달리기
10km다.
‘올림픽 우승자 1등 기록이 얼마나 되지?’
이내 그것이 바보 같은 생각임을 깨달았다. 초능력이 없는 세상의 1등 기록이 초능력자들의 기록과 무슨
상관이 있으랴. 하물며 이건 장애물 철인삼종경기다.
닥치고 팔을 마구 휘저으며 파도를 넘어서니 이번에는 무슨 대양 한복판에 발생할법한 소용돌이가 나타
났다.
‘미친 교수새끼. 이게 장애물이냐?’
재난이나 다름없는 소용돌이의 등장에 강의 물이 빨려들어가 비처럼 쏟아졌다. 물살은 거칠어지고 조금
씩 소용돌이로 가까워지려는 몸을 반대방향으로 더욱 힘주며 뻗어나가야 했다.
“으아아아아!!”
멍청하게 아무 생각 없이 쭉쭉 뻗어나가던 놈 하나가 소용돌이에 제대로 빨려들어갔다. 공중으로 30m도
넘게 치솟는 그놈을 모두가 멍청하니 바라보았다.
홱! 첨벙!
소용돌이에 내동댕이쳐진 녀석이 엄청 아파보이게 강물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다들 멍하니 저놈이 죽거나 탈락했다는 알림이 뜨기만을 기다렸지만, 모두의 기대와 달리 녀석은 멀쩡하
게 강물 위로 올라와 다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치, 치트다!”
“500m도 넘게 나아갔잖아!!”
나랑 엇비슷하게 3위 4위를 오가던 녀석이 순식간에 압도적인 1위가 되었다.
기겁하며 다시 물살을 헤치는 놈들 사이로 몇 명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눈으로 소용돌이를 돌아보았다. 나
역시 잠깐은 고민했지만 그냥 닥치고 수영이나 마저 했다.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어. 게다가 저 방식… 딱 봐도 데미지가 장난이 아니야.’
신체관련 초능력이 있다면 초능력을 믿고 버텨보겠지만 선택장애가 선택을 하게 하는 초능력으로는 신
체가 부상을 입더라도 고통을 참는 게 한계였다.
몸 자체가 느려지면 더 빠르게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 고통이야 참더라도 한계에 달한 육체가 먼저 무너
진다.
-1/3 LAP : 15분 11초 08
-한도령(4위)
육지에 상륙하자 기록이 떴다. 준비된 테이블에서 물을 마시고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 앞서 준비를 마친
다른 생도가 자전거 하나에 올라타 출발했다.
“시바. 겁나 터프하네 저샛기.”
“…그러게.”
비슷하게 들어온 3위 생도랑 푸념을 주고받으며 자전거를 탔다. 흘끗 뒤를 돌아봤지만 장명훈이 들어오
는 걸 기다리려면 족히 몇 분은 더 걸린다.
결국 3위랑 함께 출발하였는데, 녀석이 내게 당돌한 제안을 해왔다.
“번갈아가면서 바람맞이 역할 하면서 나가기. 콜?”
“콜.”
1위와 2위를 쫓기 위해서 역풍을 조금이라도 덜 맞으면서 나가도록 즉석동맹을 맺었다.
문제는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극악한 경사면의 길이 무슨 왕꿈틀이 마냥 너울지면서 펼쳐져있다는 것,
그리고 오르막길을 오를 때마다 어디선가 덮쳐오는 바위들이었다.
“앞에 돌 구른다! 오른쪽으로!”
“시발.”
둘이니까 그나마 버텼지, 혼자였으면 미쳐버렸을 난관이었다.
원래 이런 종목은 페이스조절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장애물의 등장 때문에 호흡과 리듬이 다 무너졌다.
“허억, 허억..”
“후욱, 후욱..”
우리는 빠르게 지쳐갔다.
다만, 한 가지 희망적인 일도 있었다.
2위가 둔덕 두 개 너머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녀석도 뒤를 쫓는 우리를 눈치 채고 속도를 높였다.
우리는 망설일 것 없이 바로 뒤를 쫓아 박차를 가했다.
마음속의 성냥이 화르륵 불탔다.
앞다리의 근육에 잠재된 힘을 폭주하듯이 페달링으로 썼다.
둔덕 두 개의 거리가 하나로, 반개로 좁혀졌다.
“망할, 잡혔네.”
녀석이 패달을 줄이고 우리랑 속도를 맞췄다.
동맹을 제안했던 놈이 2위한테도 제안했다.
“1위 잡기까지 3인동맹 콜?”
“콜.”
기존 2위도 제안을 받아들였다.
허나 우리 셋이 1위를 잡는 일은 불가능했다.
“저, 저 미친놈이 저긴 또 왜 들어가!?”
지면에서 불쑥 튀어나온 샌드웜 입안으로 페달을 밟으며 전속력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설마 설마 하면서 우리는 샌드웜을 피해서 전진했는데, 싸이클코스가 끝나는 지점 바로 앞에 뚫린 구멍에
서 점액질투성이인 모습으로 놈이 앞서 나타났다.
‘미친 저새끼 도대체 뭐야.’
회귀자인 나보다도 더 회귀자처럼 보이는 또라이였다.
1위는 이미 뺏긴 것이나 다름없다.
5위부터는 우리와 적잖은 거리가 벌어져있다.
‘이제부터는 우리끼리의 순위경쟁이다.’
그 생각을 품기가 무섭게 먼저 동맹을 제의했던 기존3위 녀석이 불쑥 앞으로 치고 나갔다.
초인적인 근력으로 페달을 밟아대니 그 속도가 오르막길에서도 시속 60km를 돌파했다. 놀란 기존2위와
나도 악착같이 페달을 밟으며 뒤쫓았다.
언덕은 넘었는데 문제는 내리막길이었다. 속도를 내는 거야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이거 넘어지고 다리 하나 부러지는 거 아니야?’
그런 공포심이 들 정도로 속도가 붙으려고 한다. 정신 나간 기존3위 녀석은 2위가 되려고 아주 작정을 했
는지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쏜살같이 내려갔다.
결국 탈선의 공포를 견디지 못한 나는 속도를 줄이며 신중하게 나아갔고, 기존2위는 악을 쓰며 따라붙으
려 했다.
불쑥!
샌드웜이 구멍에서 포켓몬 디그다, 그 두더지 비슷하게 생긴 괴물새끼마냥 대가리를 밀고 올라오기 전까
지는 말이다.
“으아악!!”
몬스터를 피해 방향을 튼 녀석의 자전거가 공중으로 홱 하고 튀어올랐다. 자전거에서 떨어지려는 몸을 필
사적으로 억제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콰지직!
깡! 깡! 데구르르..
박살 난 자전거 부품과 함께 녀석의 다리가 나뒹굴었다. 자전거를 포기하고 낙법이라도 취했으면 살았으
련만, 어설프게 자전거와 함께 착지하려다가 몸까지 박살났다.
-Rank 3. 조남식 생도 사망.
사망자는 캡슐 안에서 깨어난다.
물론 시험은 탈락이다.
‘바보 같은 놈. 쓸데없이 무리해서는…’
자전거를 완주하고 산악지형을 벗어나자 기록이 떴다.
-Lap2/3 : 22분 8초 59
-Total : 37분 39초 67
-한도령(3위)
앞선 1차 휴식지점에서 소모한 20초까지 합쳐서 40분이 안되는 시간을 보냈다. 달리기도 대략 20분이
걸린다고 감안하면 지금의 내 스펙으로도 합격하고 남는 시간이 대단히 짧다.
‘1시간 내로 완주에 성공하는 건 기껏해야 다섯 내지 여섯.’
열두 명이 도전해서 절반도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과연 A반다운 미친 시험이었다.
‘제발 이번 장애물은 좀 인간다운 걸로 내라.’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다리 뒷 근육에 힘을 실었다. 어떻게든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려 나가는데 뜬금없이
코스에서 갈림길이 나타났다.
강렬한 유혹을 느꼈다.
편리하다는 게 뒤지기 편리하다는 뜻은 아닐까?
고달프지만 짧은 지름길도 있나?
▷당신의 초능력이 선택을..
마음 속에 이는 초조함.
‘다 생까.’
전부 무시한다.
그냥 직진으로 무난한 길을 달렸다.
‘신진수의 특훈으로 배운 가르침이었지.’
여력이 있다면 모험하지 말라.
할 수 있는 일도 해내지 못하게 된다.
객기부리는 건 여유가 썩어 넘칠 때의 일이다.
지금의 내게 그 정도의 여유는 없다.
이윽고 무난한 길의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정말로 안도했다.
-무난한 길의 장애물 출현지대
-2초 이상 시속 30km 이하로 뛰면 늑대가 출현합니다.
대략 22분 안에 10km를 달려야한다.
이것만 해도 평균시속 30km 이상이다.
그냥 뛰던 대로 뛰면 장애물이 없는 것이다.
[3회차] 잔류시험
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