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6
006 – [2회차] 아카데미 생도( )
오늘따라 수업에 참관하는 외부인이 늘었다.
국정원에서 온 요원. 대형길드의 스카우터. 중국의 외교관.
그런 이들이 기껏해야 1학년의 수업에 참관하는 이유.
전부 나 때문이다.
다른 생도들은 영문도 모르고 마냥 기합을 넣고 있다.
저들도 눈치는 있는지 다른 생도들도 살펴본다.
능청스러운 행동에 한숨도 안 나왔다.
‘저딴 발연기로 속을 리가 없잖아.’
예지계열 초능력.
알려진 인원수도 세 명뿐인 초 희귀계통 초능력이다.
히어로 중에서는 미국이 단 한 명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둘도 쟁쟁한 인물들이다.
세계적인 기업의 CEO.
동유럽의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공작이다.
자연히 새로운 예지계열 각성자의 기대치는 엄청 높다.
최고의 부를 누리거나, 일국을 지배하거나.
혹은 그만한 재능으로 초강대국의 지배를 굳건히 하거나.
‘당연히 놓칠 리가 없겠지.’
이런 터무니없는 오해, 얼른 벗겨버리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대놓고 예지계열 능력자가 아니라고 할 수
도 없다.
그걸 니가 어떻게 아느냐는 물음부터 시작해서 그럼 그때 그렸던 그림들은 어떻게 그린 거냐는 새로운 의
문까지, 해소되지 않을 의문과 물음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으으윽.”
결국 나는 예지계열 능력자이면서 예지는 못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는 해답을 찾아내었다.
“어어, 재 왜 저래!”
“선 채로 뒤로 쓰러졌어! 코피를 흘리잖아?”
“내상이다! 피가 맑아. 이거 위험해!”
고된 단련으로 만든 근육을 의지만으로 뒤틀어서 내출혈을 일으키고, 몸을 박살낸 대가로 만들어낸 피를
코와 입으로 흘리며 쓰러졌다.
정보기관과 대형길드, 외교관이 참관하는 자리에서 일어난 소동은 높으신 분들에게 당연히 전해질 수밖
에 없다.
“전신의 근육이 파열되었습니다!”
“출혈이 심각합니다. 어서 수혈을!”
“치료사는 뭘 하고 있는 거야! 당장 데려와!”
눈까지 시뻘개진 내 시야에 시스템 알림이 깜빡였다.
▷부속스킬 : 상식돌파를 개발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대한 망설임, 저항을 뚫고 그것을 ‘저질러버리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능력발
동. 데빌메이커의 세 번째 가르침을 사용한 흔적이다.
‘이걸로 됐어. 적어도 몇 년간 함부로 실험을 하겠다며 덤벼드는 일은 없겠지.’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양복 입은 양복쟁이들이 찾아와서 유감을 표하거나 건강을 걱정하는 척 능력사용
의 페널티를 알아보려 시도하는 꼴이 참 우스웠다.
그래도 시치미 뚝 떼고 순진한 청년 행세를 하면서 ‘원치 않는 정보’를 볼 때마다 페널티가 발동한다고 말
했다.
“아니 그럼 페널티가 대체 뭐라는 거지?”
“혹시 그 실험에서 내키지 않는 조사를 몇 번이나 했니?”
“따로 한 번 정도는 어떻게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상세한 물음에는 나도 모르겠다며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고, 정부에서 붙여준 의사는 내가 괴로워
할 때마다 곧바로 손님들을 병실에서 내쫓았다.
-몸에 리스크가 가해지는 거라면… 사이보그로 개조를 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발상이군요. 조국에 보고합시다.
병실 밖에서 들리는 손님들의 대화에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처절한 연기를 해도 탐욕스러운 권력자들의
욕심을 모두 떨쳐내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의사선생님. 방금 오신 분들은 어느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었나요?”
“이스라엘이란다. 유대인들은 대단히 탐욕스럽고 심성이 추악한 편이지.”
“아… 네.”
“널 보는 눈빛이 꼭 실험용 소재를 바라보는 것 같아서 이쪽까지 소름이 다 끼치더구나.”
“…….”
정작 이 의사도 병실 밖에서 통화하면서 정부에서 꽂아둔 감시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외국 놈들한
테 눈독 들이지 못하게 비호감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모양이다.
찾아오는 손님마다 뒷담을 까면서 음험한 소리를 일삼는 의사야말로 비호감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건가.
“저 아카데미는 언제쯤 돌아갈 수 있죠?”
“의외로 회복이 빠르기는 해도 일단 초기진단 결과는 전치 20주였단다.”
“지금은 어떨 것 같죠?”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두 달이면 될 것 같구나.”
“그렇군요.”
내심 만족했다.
두 달이면 1년차 3분기 시험이 끝나고도 남는다.
시험을 치르지 못한 생도는 원칙적으로 0점을 받는다.
손 하나 안 대고 낙제되어서 F반으로 강등될 수 있다.
그리 만족하면서 잠들었는데 아침부터 뭔가 소란스럽다.
쿵.. 쿵..
묵직한 소리에 눈을 뜨자 커다란 영상기가 설치되고 있다.
“이거 뭡니까?”
“명문이 괜히 명문은 아니더구만. 자넬 위한 걸세.”
그니까 이게 뭐냐고.
“홀로그램 영상기라고 하던데. 확실히 명문이 괜히 명문은 아니야. 아카데미 측 과실로 입원한 생도를 위
해서 원격으로 1대1 강의를 해주겠다고 하네.”
“워, 원격 1대1 강의!?”
“참고로 매 시간별로 다른 선생들이 나와서 다른 강의를 한다더구나. 참 복 받은 생도에 올바른 교육기관
이야.”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는 의사의 행동에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욕이 절로 나왔다.
‘이 미친놈들이 단단히 작정했군. 어떻게든 나한테 호감을 사려고 특혜를 주고 있어.’
설치기사나 의사, 영상기 너머의 선생들한테 “저는 낙제 받고 싶으니 영상기 갖다 치워주세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개인교습을 받기 시작했는데, 순순히 이를 수락한 이유도 있었다.
‘무투계열은 실습점수가 압도적으로 높지. 필기점수가 만점이어도 절대 고순위는 받을 수 없어.’
음흉한 속셈을 감추고 성실하게 수업을 따르니, 선생들은 의외로 진도를 빠르게 쫓아오는 내게 감탄하였
다.
“꼭 두 번 수업을 듣는 것처럼 모르는 게 없구나.”
“하나를 가르치면 둘은 아는군.”
“그 열의 마음에 들었네. 가산점 2점을 주지.”
불편한 듯 아닌 듯 불편한 나날이 거듭되기를 두 달.
퇴원 전에는 의사가 시험지도 들고 왔다.
“스마트워치는 사용불가일세. 감독관을 따로 보내지 않는 만큼 깐깐히 감시할 테니 각오하도록!”
“알겠어요.”
“좋아, 시간이 됐군. 지금부터 90분간 시험을 시작하겠네. 그럼 시험지 앞면을 펼치게.”
E반의 시험은 확실히 F반의 시험보다는 어려웠다.
그래도 각 학문의 기초 원리와 근본개념은 변하지 않는다.
1회차 시절의 기억과 개인교습의 기억을 더듬으며 펜을 누비니 막힘없이 답을 써 내릴 수 있었다.
“대단하군. 자네, 얼핏 봤지만 거의 만점이야.”
“의사 쌤이 뭘 안다고 채점을 해요?”
“어허. 의사도 똑똑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야.”
“농담이에요. 진짜 만점 가까워요?”
“그래. 원체 신체능력도 뛰어나서 실기시험도 최소점은 보장해준다고 했지? 이런 고난이도 시험에서 고
득점을 따냈으면 클래스 승급도 가능하겠어. 축하하네.”
네? 뭐라구요?
“무, 무효 아니었어요?”
“허허. 그게 손이 떨릴 정도로 기쁜가? 애늙은이 같으면서도 이럴 땐 또 순진하네. 하기야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기쁠 수밖에 없겠지.”
“아, 아하하, 아하하하하…”
시발. 제일 중요한 걸 왜 나한테 안 알려줬냐고.
‘서프라이즈!’라도 하려고 감추고 있었냐?
놀라긴 놀랐다.
굉장히 불쾌한 의미로.
나는 다급히 손을 내밀었다.
“스마트워치 돌려주세요.”
“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Message(이민지) : 미안. 17등이야…]예상대로 그녀는 승급에 실패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보다도 더 순위가 뒤처졌다.
다행히도 답장은 금방 돌아왔다.
[Message(이민지) : 안하그든유ㅠ]아주 죽을상은 아닌 모양이다.
메시지만 봐도 표정이 그려져서 웃음이 나왔다.
“뭐야. 여친이냐?”
“친구요.”
“그냥 친구?”
“네. 그냥 친구.”
“아닌 것 같은데.”
“많이 친한 친구에요.”
의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여친 사귀면 소개시켜주러 오렴.”
“내가 여길 왜 와요?”
“싫음 오지 말던가. 아무튼 퇴원 축하한다.”
“네?”
“몰랐냐? 너 오늘 퇴원인데. 이건 퇴원기념 선물.”
맥 빠지는 복귀다.
그래도 병실보다는 기숙사 개인실이 낫지.
‘다시 만나려면… 앞으로 한 분기는 지나야 하나.’
오성아카데미에는 여름방학이 없다. 4분기를 끝마치고 2년차 교과과정 준비 차 주어지는 12월 16일부
터 1월 15일까지의 연말연초 기간이 그나마 겨울방학이다.
‘결국 D반이 되어버렸어.’
‘방학 때 만나고… 그때 정해야겠지.’
함께 자퇴를 하고 둘만의 삶을 살기 위해 떠날지, 당장은 괴롭지만 장래를 위해 조금만 더 아카데미에서
버티는 시간을 보내볼지 결정하자.
그렇게 의지를 다지며 4분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 너냐? 지독한 녀석. 병실에서 공부가 되긴 하냐?”
“아, 일자머리. 네놈도 올라왔냐.”
“하. 미리 말해두지만 너보다는 내 성적이 더 좋다고!”
“그렇게 잘난 놈이 F반에는 왜 왔냐?”
“그게… 입학시험에서 도중에 답안을 밀려 써서…”
참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놈이다. 그보다 이놈보다 매번 좋은 성적을 받는 놈들은 얼마나 공부 잘하는
건데.
“야, 대련 한 판 뜨자.”
“무리. 이제 무기 못 쓴다.”
나는 의도적으로 팔을 축 늘어뜨렸다.
“뭐? 다 나은 거 아니었냐?”
“몸은 나았는데 기억이 사라졌어.”
예지계열 초능력자를 감시하는 눈길은 여전하다.
외부에서 새로 들어온 교사나 특별강사가 적지 않다.
나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하도록 강수를 두었다.
-부상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경험이 소실된다니…
-다시 복원도 안 되는 모양이더군.
-만일 무기 휘두르는 법이 아니라 숨 쉬는 법을 잊으면…
나를 향한 접선시도는 대폭 줄어들었다. 합리적인 변명거리가 있기에 4분기의 성적부진도 쉽사리 사람
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었다.
문제는 3분기의 개인교습에 나섰던 교사들이었다.
“이 생도의 천재성은 제가 보장합니다.”
“이대로 강등되어도 좋을 생도가 아니란 말이오!”
“가산점 10점.”
대놓고 날 승급시키려고 안달이 났다.
결국 나 역시 초강수를 두는 수밖에 없었다.
“백지제출이라니, 진심인가!?”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는 건가!”
교사들은 격분했지만 나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교칙에 따라 나는 다시금 E반으로 강등되었다.
그리고 겨울방학이 돌아왔다.
“헤헤. 좋다. 얼마만에 다시 만나는지 모르겠어.”
“그러게.”
“내년에는… 역시 힘들려나?”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생각보다 빨리 만날지도 몰라.”
“왜?”
“강등됐어. 2년차 1분기는 다시 E반이야.”
시큰둥한 대답에 친구가 깜짝 놀랐다.
“거짓말! 분명 선생님들도 말했는걸. 도령이는 대단하다고. 이 기세라면 B반까지도 안정적이라고 했는
데!”
“…그만큼 기대가 높았다는 거겠지.”
“…수상해. 거짓말하는 표정 딱 걸렸어. 말해. 나한테 속이는 거 있지?”
역시 내 친구의 눈썰미는 대단했다.
아무리 시치미를 떼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백지를 냈어.”
“이 바보야! 왜 그랬어 정말!”
“이렇게 안 하면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없잖아.”
“나 때문에… 일부로 강등을 당했다고?”
“그냥 여러 가지로 마음에 안 들었어. 혼자는 재미없고.”
그날따라 심각했던 친구의 표정.
그때는 그저 나한테 화가 났던 거라고만 여겼다.
“화났어?”
“당연하지.”
“그럼 빨리 공부해. 너가 승급하면 나도 승급할 거야.”
“나 같은 애 때문에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같이 다니고 싶으니까. 굳이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그녀의 허탈해하는 웃음.
무언가 결심한 표정.
전부 학업에 대한 열의라고 착각했다.
1회차에는 언제나 함께 했었으니까.
다시는 이 친구를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까.
그래서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그 후에 일어날 일들을.
“다음 분기 시작하면 편지 보낼게.”
“편지?”
“꼭 봐야해?”
“어디 가?”
“응… 내년에 보자.”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다음 학기가 시작되는 날.
기숙사 개인실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
편지를 절반도 읽어 내리기 전에 행정실로 달려갔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헛발을 구르고, 계단에서 미끄러질 뻔하고.
거칠게 행정실 문을 열어젖히며 직원에게 달려들었다.
“이민지 생도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나요!?”
“생도 개인의 연락처나 행선지는 알려줄 수 없단다.”
“그 아이가 자퇴했다는 건 정말입니까!?”
사무직원은 컴퓨터를 두들기더니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작년 12월 17일에 자퇴했네. 뭔가 나쁜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모처럼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해놓
고 자퇴라니, 너무 안타깝네.”
이민지가 오성아카데미를 자퇴했다.
나를 이곳에 남겨두고, 자신만 홀로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작품후기]
ㅠㅠ
[2회차] 부족했던 것
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