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68
067 – [3회차] 히어로 특채( )
구역경찰들은 곧바로 총기를 들고 난입하며 우리들에게 윽박질렀다.
“꼼짝 마! 당신들을 특수폭행 및 기물파손, 살인미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지금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지껄이는 건가?”
“닥쳐! 당장 벽에 붙어서 두 손 들어. 이거 실탄이야. 요즘 경찰들은 발포허가도 내려진 거 몰라!?”
대놓고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일삼는다. 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강유아와 김다연을 뒤로 물렸다.
머리에 총알 꽂히면 죽는 건 똑같지만 적어도 급소를 피해서 방어하는 법은 알고 있다.
묻지마 사격이 비일비재한 암흑가에서 피를 보면서 1년 이상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기본적인 잔재주
에 속한다.
‘단련된 초인의 신체능력은 총알도 살살 맞으면 크게 안 다칠 수 있지.’
나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조소했다.
“니들 오기 전에 시간이 좀 남아서 장부를 뒤져봤더니 흥미로운 걸 발견했지 뭐냐? 매달 10일. 이거 짭새
들 모이 주는 날이라면서? 모이 값이 무슨 500만원이나 하냐?”
“어, 어디서 감히 신성한 민중의 지팡이한테 음해질이야!?”
“니들 이거 알고 있냐? 여기에 지금 다른 관할구역 경찰들이랑 기자들, 히어로협회 상주히어로랑 의무대
까지 골고루 출동하고 있는 거. 이게 묻으려고 묻어질 일이라고 생각하냐?”
부패경찰들이 일제히 사색이 되었다.
“선착순 1명. 동료 뒤통수 때리고 미주알고주알 다 떠벌릴 수 있는 놈 한 명만 명단에서 이름 지워준다.”
경찰들의 동공이 거세게 뒤흔들렸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중에서 나이는 그리 많지도 않은데 직급은 가장
높은 이상한 녀석이 부하들을 돌아보며 윽박질렀다.
“개수작에 넘어가지마! 이건 모함, 모함이다!”
“다 저 새끼가 시킨 일이에요!”
“조경감! 너 미쳤어!?”
내분까지 일어난 마당에 이미 저 패거리는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나는 조경감의 명찰에 적힌 이름을 읽
었다.
“기억해두지.”
그럴싸하게 한 마디 남기니 경찰들은 저들끼리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가 타 관할구역 경찰들에게 줄줄이
연행되었다. 이내 히어로협회 측 상주히어로들도 도착했다.
“현장은 우리가 인계받겠네.”
“주요증거물을 찾았다는데 정말인가?”
“성상납 장부를 찾았습니다.”
“이리 주게.”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히어로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지금 뭐하자는 건가?”
“저희는 히어로 특채시험을 치르는 중입니다. 이 증거품은 면접관에게 제 손으로 직접 제출해야 하는 전
리품이기도 하지요. 이런 형태로 넘겨도 좋을 물건이 아닙니다.”
“이름이 뭐지?”
“한도령입니다.”
“한도령. 범죄수사의 주요중거품을 사사로운 목적으로 빼돌리겠다는 게 얼마나 큰 죄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나는 코웃음을 쳤다.
“현직 히어로가 히어로지망생을 핍박해서 주요증거품을 강탈했다는 소문이 나길 바라십니까?”
“하. 이 신입이 일 한 건 저질렀다고 기고만장하나본데.”
“아. 그 다음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으실 겁니다.”
“넌 오늘 뒤졌어.”
“기자가 듣고 있거든요.”
“!?”
경찰서나 뺑이치면서 야간근무를 서는 불쌍한 견습기자가 인생역전 급 특종을 물었다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슬쩍 엄지를 치켜들어주니 기자가 무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직히어로 버블맨 맞으시죠? 방금 히어로지망생에게 ‘넌 오늘 뒤졌어’라고 말씀하신 저의가 무엇입니
까?”
“아, 아니 그건…”
“설마 증거품을 강탈해서 사건을 묻어버리려고 현직히어로가 사사로이 권력을 남용하신 겁니까?”
물론 이 또한 원작지식으로 히어로협회에 드리운 몇몇 불순분자의 이름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대처였다.
다행스럽게도 의무대에는 불순분자가 없었고, 피해자들은 협회 차원에서 보호 및 진술을 받기 위해 이송
되었다. 경찰이나 검찰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났으니 사법거래의 여지도 없다.
여기는 돈 몇 푼에 진술을 바꿔서 피해자가 자신을 구해준 히어로를 팔아먹는 일도 벌어지는 미친 세상이
다.
‘이 정도는 대비해두지 않으면 곤란하지.’
범죄조직 소탕은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그 뒤로 벌어지는 심상치 않은 상황의 연속에 김다연과 강유아가
몹시 당황했다.
“경찰들이 왜 범죄조직이랑 결탁을 한 거야?”
“저 히어로. 변절자야?”
“매수됐겠지. 일단 장부부터 넘겨야하니 협회본부로 가자.”
본부로 돌아가자 접수원이 우릴 보고 깜짝 놀라더니 애써 침착한 척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실장님이 귀빈실에서 기다리십니다. 바로 올라오라고 하셨으니 여기 임시출입증 발급해드릴게요.”
귀빈실로 향하자 예의 협회간부가 난처해하며 굉장히 어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젊은 피가 뜨겁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화끈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설마 그 구역
의 빌런조직을 정면에서 까버리다니.”
“알고 있었습니까?”
“총대 맬 사람이 없어서 건드리지를 못했는데 설마 히어로 특채시험을 빌미로 그렇게 막 나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덕분에 사방에서 압력이 밀려오더군.”
나는 피식 웃으며 장부를 던졌다.
“선물입니다.”
“선물?”
장부를 펼쳐보던 간부가 사색이 되었다.
“이걸 내게 주는 저의가 뭔가.”
“오성의 자퇴생이 끈 하나도 없이 협회에 붙어있으면 어떤 꼴이 될지는 뻔하지 않습니까? 이참에 연줄이
나 하나 단단히 붙잡아둬야지요.”
“하하. 이거야 원. 새파란 신입들을 생각하며 일감을 줬건만 다 자란 능구렁이가 들어오게 생겼군.”
나는 넌지시 물었다.
“정식히어로에 B급판정 받을 수 있습니까?”
“B급은 무리지만 정식히어로 등록은 가능할 걸세. 이 정도 실적이면 이미 차고도 넘치지.”
“아… 그렇습니까? 그럼 일 좀 더 하고 와야겠군요.”
가벼운 농담처럼 생각했는지 간부가 하하 웃었다.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출구로 향했고, 그제야 간부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당황하면서 나를 불러 세웠다.
“잠깐, 어딜 가는 겐가?”
“개인적으로 조사하던 빌런조직이 몇 개 더 있는데 거기까지 조지면 B급 판정을 안 내리고는 못 배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지금 날 협박하는 겐가?”
“협박이라니 무슨 섭섭한 말씀을. 히어로지망생이 실적평가를 높이기 위해서 더 크고 강력한 빌런조직을
까러 가겠다는데 그게 협회간부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군요.”
“안 그래도 여러 조직이 발칵 뒤집어졌네. 이 이상 일을 키우면 무슨 소동이 일어날지 알고는 있나?”
나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신입이 그런 거 헤아려가면서 일하는 거 봤습니까?”
“오, 이런 맙소사. 자네 막나가겠다는 건가?”
“간부님이 편의를 봐주시기 나름이죠.”
또라이 같은 짓이라는 자각은 있다. 하지만 히어로협회에도 고등급 인재는 귀중하다. 오성에게 적대적이
며 협회가 온전히 품을 수 있는, 이미 재능이 검증된 인재라면 더더욱.
나는 우리 세 사람의 가치를 돌아보며 시간단축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고, 간부는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
였다.
“좋네. 오늘부터 자네들은 B급 히어로일세. 허나 높은 등급에는 그만큼 막대한 책임이 따르는 법임을 명
심하게. 실력에 맞지 않은 허명은 단명의 지름길이니.”
“명심하겠습니다.”
“히어로가 된 직후에 말하기는 좀 그러네만 당분간은 자중하는 게 좋을 걸세. 자네들이 벌인 일을 불쾌하
게 여기는 자들이 이 장부에 수두룩하니.”
이 장부는 현실세계의 버닝썬 게이트 못지않은 파급력을 지닌 강간범리스트였다.
기존세계와 달리 초능력자라는 새로운 권력집단이 등장한 이쪽 세계에서는 장부가 허망하게 유출되거나
말소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압력은 행사하되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리스트에 올린 이름은 전부 끄집어 내려서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
‘고작 이딴 걸로는 이 나라에 드리운 흑막의 발뒤꿈치에도 닿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협회가 자기보신적인 태도로 정계의 움직임을 수수방관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은 협회와 현 정부 사이에서 싸움을 붙이는 것으로 만족했다.
“도령아… 일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겁먹지 마. 위축되어서 존재감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위험해져. 이제부터는 최대한 우리의 이름을 세간
에 널리 알려야해. 그래야 쥐도 새도 모르게 묻혀버리는 일이 없어.”
“나쁜 놈들을 혼내준 건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위험한 것 같아. 이대로 괜찮은 걸까?”
김다연의 불안을 달래느라 적잖이 시간을 들였는데, 정작 강유아는 시큰둥하기 짝이 없었다.
“유아야. 넌 괜찮아?”
“딱히. 쓰레기를 청소하는데 감상은 필요 없어.”
“풋. 뭐야 그게. 위기감이 너무 없잖아.”
“네가 겁쟁이인거야.”
“뭐어? 나 겁쟁이 아니거든!”
덕분에 김다연도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일단 이걸로 히어로 협회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다만, 아직
우리에게는 많은 것이 부족했다.
히어로에게는 활동구역과 전문분야가 정해져있다. 무턱대고 나 히어로라며 거리를 돌아다니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빌런조직 궤멸에 힘 쓸 거야?”
“그것도 겸사겸사 해야지. 우린 소속단체 없이 프리로 가고 싶은데, 너희 생각은 어때?”
“상관없어.”
강유아는 쿨하게 대답했다.
김다연은 그러지 못했다.
“차라리 히어로사무소를 차리는 편이 낫지 않아?”
“근거지를 두고 있으면 사적인 보복을 거세게 받을 거야.”
“아. 왠지 모르게 납득해버린 내가 싫다…….”
그리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스마트워치에 계좌로 돈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문구가 떠올랐다. 금액을 확인
해보니 무려 10억 5천만 원이 한 방에 꽂혔다.
마약발견에 성매매피해자 구출, 장부의 발견에 의한 거물들의 발견 등이 고려되어 활동보상이 높게 측정
된 것이다. 하지만 돈 나갈 구석이 많은 히어로 입장에선 그리 거금도 아니다.
‘진짜 쓸 만한 장비 하나 건지려면 20억도 우습지.’
그래도 일반인의 기준으로는 꿈도 못 꿀 거금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1회차에서 아카데미가 부여한 10억의 빚을 갚으려고 암흑가에 내려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새삼 실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 활동비가 입금됐네.”
“얼마야?”
“12억 5천만 원.”
김다연이 식겁했다.
“삼분의 일로 나누면… 4억 1666만원인가? 그냥 깔끔하게 4억 1670만원씩 보내줄게.”
“그, 그렇게나 많이!? 아니, 장소를 찾아낸 것도 도령이고 일을 원만하게 마무리 지은 것도 도령이인데..”
“입금완료. 둘 다 받았어?”
“아니, 이렇게 빨리!? 마음의 준비라는 게 필요하지 않아?”
“들어왔어. 땡큐.”
“유아도 적응 너무 빠른 거 아니야!?”
놀라는 마음은 이해한다. 나도 암흑가에서 처음으로 단일임무를 완수하고 억 단위 보수를 벌었을 때 눈물
이 흐를 정도로 기뻤었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하지만 그건 친구가 죽고 홀로 복수를 위해 살아가던 시절의 일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추억이 아닌 기억
이다.
“당분간 돈 되는 일은 닥치는 대로 다 할 거야. 물론 안전성은 고려해서 적당하게.”
“믿어.”
“다연이는 어때?”
“그, 그야 나도 도령이는 믿지.”
“그럼 오늘은 이만 쉬고 내일부터 활동 재개하자. 한국은 넓고 쓸어야 할 조직은 많아.”
우리가 쓸어버린 조직은 고작 두 개에 불과했다. 원작에 기록될 정도로 소규모 조직이면서 보수가 짭짤한
알짜배기 조직은 아직 열 개도 넘게 남아있다.
그만큼 이진태의 몫으로 들어가는 보수는 줄어들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과
원작주인공 걱정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뭣보다 죽은 생도들로 인해서 가문전쟁의 시기가 어디까지 앞당겨질지 아무도 몰라.’
본래라면 2025년 즈음에나 잠시 발발하고 사라질 이벤트. 여러 가문의 생도들이 이진태를 사이에 두고
벌이던 가벼운 전쟁이 이번에는 웃음기 싹 빠진 혈투가 될지도 모른다.
아들바보 딸바보인 가주들을 만류할 슬하 자식들이 다 죽어있으니 난이도 Normal이 Hell급으로 폭증하
는 꼴이다.
‘이미 오성아카데미의 자퇴로 명문가들과 기업 사이에서의 갈등이 시작되었어. 거기에 더해서 이번에는
정부와 히어로협회 사이에 갈등이 생겼지.’
어느 모로 보더라도 이 시국은 위태롭다. 아주 작은 계기만 있더라도 나라 전체를 집어삼킬 거대한 불길
이 치솟고도 남는다. 심지어 그 불길을 지필 원인도 셀 수 없이 많다.
변절자 히어로.
부패한 경찰과 군, 관료.
범죄조직과 빌런조직, 메인빌런.
어디에서라도 불이 붙고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 한 번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간
다. 이러니 최대한 빨리 성장하기 위해 강행군을 펼칠 수밖에 없다.
[3회차] 히어로 특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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