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71
070 – [3회차] 지저에어리어( )
게임방에 들어온 제갈민은 하지도 않을 게임을 아무거나 실행시킨 뒤, 팔짱을 끼며 씨익 웃었다.
“설마 네가 지저에어리어에서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히어로가 되려던 거 아니었냐?”
“히어로는 이미 됐다. 여기에 온 건 정보를 구매하고 싶어서였어. 대뜸 지저에어리어 출입증을 받게 되리
라고는 나도 생각지도 못했다.”
“알고도 들어가기 힘든 곳이긴 하지. 스펙터들의 기준은 헐거운 것 같으면서도 치밀한 구석이 있으니
까.”
백만 원 단위로 돈을 뜯어가는 치밀함은 정말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었다. 사기의 민족이라는 한국인
에게 사기를 성공시킬 정도면 스펙터들의 재주는 인정할 만했다.
“찾는 정보가 뭔데?”
“그건… 너한테 맡길만한 일감이 아니야.”
“이런. 신뢰받지 못하는 건가?”
“신용의 문제가 아니야. 능력의 문제이지. 위험하기도 하고.”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순순히 포기해주니 다행이다 싶었는데 크나큰 오산이었다.
“나, 섹터 3까지 출입한다.”
“…그 스펙터 소굴에서 거기까지?”
제갈민의 역량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그는 나보다도 훨씬 더 대담하다.
이제 무능함이나 위험성을 들먹여봤자 핑계로도 통하지 않는다. 그에게 일을 맡기느냐 못 맡기느냐는 오
직 그를 믿을 수 있는가의 유무에 달렸다.
“신씨세가와 마씨세가의 던전 탐사계획을 알고 싶어.”
“던전 탐사계획? 그런 중요한 기밀은 알아내기도 힘든데다가 도대체 알아서 뭘 어쩌려고…”
“그건…”
“말하기 어렵다면 말 안 해도 괜찮다. 보나마나 터무니없는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거겠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던전탐사가 가문들 사이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리라고 예측하고 있어.”
제갈민이 몹시 당황해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계기? 예측?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가능성 하나 때문에 가문의 뒤를 들쑤시는 미친 짓을 하
고 싶다고? 돈이나 보물, 사적인 복수, 뭐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그래. 오성에서의 테러로 불온해진 시국에 가문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는… 너도 짐작
할 수 있겠지?”
“당연히 개판이 되겠다만 니가 신경 쓰는 이유가 뭔데?”
눈 딱 감고 내가 회귀자라서, 라고 말해버리면 훨씬 대화가 수월하게 풀리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제갈민
을 거기까지 신뢰할 수는 없었다.
고작 몇 개월 같은 반에 있었고 몇 달간 팀 아닌 팀으로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회귀를 털어놓는 건 미친
짓이다.
‘그래도 제갈민의 유능함과 죄책감은 믿을 수 있지.’
고민 끝에 나는 그를 일부만 믿어보기로 결심했다.
“제갈민. 너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만약, 정말 만에 하나라도 인
간이 아닌 존재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경우에 대해서.”
“…그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가문전쟁은 머지않아 일어날 일이야. 아니,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서 일어나게 만들어질 일이지.”
제갈민의 손에 들린 음료수캔이 뚝 떨어졌다. 카펫 위에 엎질러진 사이다가 부글거리며 소리를 냈지만 그
는 거기에 신경 쓸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
“진심?”
“진심.”
“너, 그걸 어디서 들었어?”
나는 스마트워치로 암살조직 [화이트컬러즈]에 접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짓 하던 도중에 어쩌다가 우연히.”
“맙소사. 너 진짜 막나가는 녀석이었구나?”
“뭐, 그렇긴 했지.”
“김다연도?”
“나랑은 관계없어. 걘 그냥 가정교육을 잘 받은 엘리트고.”
제갈민이 헛웃음을 지었다.
“거참 살벌한 가정교육이네. 아무튼 대충 이해는 했다. 그 인간이 아닌 흑막이 꾸미는 [가문전쟁]을 막고
싶다 이거지?”
“가능하다면.”
“솔직히 그거 파헤치다가 스펙터까지 엮여있는 거 아닐지 모르겠는데. 내 정보기반인 지저에어리어의 정
보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스펙터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놈들은 인간과의 공존을 선택했어. 가문전쟁은 공존이 아닌 인류의 영향
력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시발점이니 스펙터들이 얽힐 이유가 없어.”
“오, 이런. 넌 스펙터가 인류의 동맹 비슷한 무언가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착각이야.”
“스펙터들의 인류의 음습한 친구인 척 하는 쓰레기든 뭐든 간에 적어도 10년 내로 이 나라에 사는 인간의
숫자를 1% 미만으로 격감시키려고 하지는 않겠지.”
제갈민은 10년은 늙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 이상 내 머리를 골치 아프게 만들지는 말아줘. 신씨세가에 마씨세가, 두 가문의 던전 탐사계획이 [가
문전쟁]의 원인이 될 거라는 말만으로도 뇌내 용량이 꽉차버렸으니깐.”
“정보를 알아보는 건 가능하겠어?”
“불가능할 건 없지. 스펙터 친구들이 정보전에 해킹, 도청실력 하나는 끝내주거든. 건지는 대로 연락해주
지.”
뜻밖의 만남이지만 유익한 시간이었다. 3인조 히어로팀을 꾸리면서 막연히 성장속도를 끌어올리고 자금
을 모으기 급급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정보를 얻을 루트가 생겼다.
제갈민의 조력이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하다고 뻥치기엔 부족했지만 뭔가 살 길이 열린 기분은 들
었다.
‘앞으로 몇 년 정도만 더 시간이 있으면 좋을 텐데.’
A반 생도들이 살아있는 원작의 대한민국은 각 가문과 기업의 후계자들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관계를
구축하며 긍정적인 경쟁관계를 유지해나갔다.
흑막이 이들의 사이를 갈라놓고 망가뜨리기 위해 들여야 할 수고는 대단히 많았고,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문전쟁조차도 원작에서는 그렇게 결정적인 사건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
A반 TOP10의 일원이자 무시무시한 속독능력을 지닌 초상계열 초능력자 신세연과 젊은 사장으로 자기
만의 회사를 창립한 초상계열 초능력자 마인성.
신씨세가와 마씨세가의 유능한 자제들이 흑막의 모략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손을 잡아 피해를 최소화시
킨 탓이다. 어부지리로 원작주인공 이진태만 이득을 본 이벤트였었지.
‘지금은 다르다.’
이번 3회차에는 신세연도 마인성도 없다. 외부인인 내가 무어라 지껄이든 신씨세가나 마씨세가가 내 말
을 듣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제갈민을 이용해서 사건에 한 발 걸치고 두 가문의 충돌을 막아야만 했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지.’
지저에어리어의 존재를 알았고, 제갈민의 조력을 얻었다. 목적했던대로 두 가문의 정보를 얻을 정보상인
도 구했다.
어디 그뿐 만이랴. 대놓고 수상하게 암흑가에서 두 가문의 정보를 구해줄 정보상인을 찾아 소란을 벌이다
가 어그로를 끄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무엇보다도 돈이 굳었다. 많은 이득을 본 외출이었다.
***
호텔로 돌아오니 김다연이 흥미로운 장비를 구해왔다.
“짜잔. 던지면 다시 돌아오는 귀속단검~”
“오.”
“그런 귀속단점이 무려 열 자루!”
“되게 많네. 얼마 주고 샀어?”
“개당 3천만 원인데 할인해서 2억 5천만. 완전 비싸지?”
“그러게.”
“그래도 관통속성 달려있고 쾌속의 신발도 샀지롱~”
훌륭한 명사수인 김다연은 부족한 부무장과 이동속도를 상승시키는데 많은 돈을 투자했다. 내가 봐도 그
녀의 투자는 상당히 유익하게 보였다.
“유아는 뭐 샀어?”
“이거.”
츠츳, 하는 소리와 함께 강유아의 몸체가 흐릿해지더니 반투명해졌다.
“광합미채 Lv2 옵션 달린 전신슈트.”
“우와아! 완전 부러워!”
“적재용량 100kg짜리 아공간 배낭.”
“대박!”
“정가 3억 5천짜리 오토바이.”
“비싸!”
“…는 훔쳤음.”
“훔쳤어!?”
강유아는 다연이와 내 은신능력을 평소에도 엄청나게 부러워하더니, 기어이 은신을 돕는 광학미채 전신
슈트를 샀다.
근원요소가 소모되지 않는 순수 과학기술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전신슈트는 적에게 감지될 확률
이 적었다. 아공간배낭에 대량의 물건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점도 훌륭했다.
부피가 큰 물건이나 가지고 다니기 곤란한 전리품을 모저리 처박아두기에 딱 좋았다.
“도령이는 그 전신갑옷 어디서 샀어? 완전 좋아 보이는데!”
“비밀.”
“체엣. 성능은?”
“방탄. 방검. 방한. 방열. 방독. 자동수복. 자동탈착.”
“에에엣! 그렇게 좋은 갑옷이었어!?”
돈 많은 부자가 덕지덕지 기능을 발라두고 직접 입어보기도 전에 비명횡사해서 써먹어보지도 못한 신상
방어구다.
“운이 좋았어.”
“부럽긴 해도 어차피 한 팀이니 상관없나? 도령이가 강해지면 그만큼 우리는 편해지고.”
“그건 너무 속 편한 생각이야. 이제부터는 우리도 본격적인 B급 히어로의 임무를 수행해야지. 비싼 장비
갖춘 만큼 강적과 싸우거나 위험한 일을 하는 빈도가 높아질 거야.”
진지한 경고가 통했는지 김다연이 살짝 긴장한 모습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그래서 다음 임무는 뭐 하러 갈 건데?”
“협회지령.”
B급 히어로 명함을 유지하기 위한 의무의뢰전의 시작이다. 일정을 잡고 협회본부를 찾아가자 예의 협회
간부가 한결 훤칠해진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못 보던 사이에 장비들이 좋아졌군.”
“우리 받고 보너스 얼마나 탔습니까?”
“적지는 않다고 말해두지. 뭣보다 지난번 장부가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어. 이거 어떻게 해보겠다고 얼쩡
거리던 스파이도 무려 셋이나 잡아냈고.”
“어디서 보낸 스파이들이었습니까?”
“그야 여러 곳이지. 기업, 정부, 빌런조직. 돈이나 명성, 여자, 마약으로 히어로들을 꼬실 수 있는 곳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은 한결같았다. 조금만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해도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해서 유혹하
고 제 입맛대로 굴리려 드는 큰손들이 너무 많다.
유혹에 당한 놈들을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정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허튼 짓만 안했으면 인생 쉽게 살아갈 히어로들이 무슨 꼴인지 원. 멍청하고 불쌍한 자식들.’
간부가 문득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솔직히 오성의 자퇴생들이 이렇게까지 적응을 잘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자네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적응까지 순조롭게 마쳤으니 이쪽도 성의를 보여야겠지.”
“무슨 의미입니까?”
“히어로협회 내사과 과장 인장권이라고 하네. 협회 내에서 열손가락은 아니더라도 나름 적잖은 권력을
지닌 몸이지. 그런 내가 정식으로 제안하겠네. 내사과에 들어오지 않겠나?”
內事課히어로협회 내사과( ) 과장 인장권.
그는 놀랍게도 자신의 밑에서 일할 것을 제안했다.
‘1회차때라면 어땠을까.’
기꺼이 승낙했을 것이다. 친구와 함께 빚을 갚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디에 있겠는가. 협회는 월급
도 넉넉하고 돈 벌 기회도 간간히 찾아온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이다. 제대로 자리 잡고 오래오래 평화로이 살고자 했다면 협회에 취직하는 건 최고의
선택이다.
‘그때라면 그랬겠지.’
지금은 2회차도 아닌 무려 3회차.
너무 늦었다.
그런 안정을 바랄 때가 아니고, 바랄 마음도 없다.
“거절합니다.”
“…진심인가? 협회 내사과가 누릴 수 있는 이득은 결코 한두 가지가 아닐세. 우선 내사를 빌미로 협회 소
속 히어로들의 상세정보를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그 대신 히어로 협회의 사정에 발이 묶이고 조직 외부의 일에 간섭할 자유가 줄어들겠죠. 그건 제가, 저
희가 바라는 바와는 다릅니다.”
달콤한 제안이지만 그만큼 은밀하게 족쇄도 감춰져있다. 협회에 이름을 올리며 의뢰를 수주 받는 정도라
면 모를까, 아예 협회 소속 직원이 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허참… 오성 출신이 확실히 인재는 인재야. 협회의 제안을 거절하는 히어로가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
건만.”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는 마음까지 거절하지는 않겠습니다. 협회 입장에서도 저희와의 관계를 돈독
히 유지하며 [의무의뢰]를 맡기고 싶지 않습니까?”
“그래, 오늘 부른 것도 의무의뢰전을 맡기기 위함이었지. 헌데 주변에 아는 B급 히어로가 있었나? 어떻게
알았지?”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나름 연이 있는 히어로가 있었습니다.”
“있었다, 라고?”
“좋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지금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군요.”
표정을 흐리며 말을 줄이자 인장권 과장이 손을 들었다.
“그만. 거기까지만 말해도 되네. 아픈 상처를 건드린 모양인데 내 사과하겠네.”
연기는 통했고 인장권 과장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들에게 이번에 맡길 의무의뢰전의 내용은 보디가드일세.”
“기권해도 됩니까?”
“권장하진 않겠네. 빌런조직에게 암살대상으로 지목되어 사전예고를 받은 의뢰인이 직접 의뢰를 맡긴 경
우인데, 문제는 그 의뢰인의 신분이라네. 자네들과도 연이 있지.”
일단 들어나보고 생각하자는 심보로 물었다.
“누가 암살대상으로 지목되었습니까?”
“강씨세가의 소가주, 강진혁일세.”
“……!”
단언컨대, 원작에서는 일어난 적도 없었던 이벤트였다.
[3회차] 강씨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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