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73
072 – [3회차] 강씨세가( )
강씨세가는 외당과 내당이라는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일전의 외부 수련생들이 수련하는 장
소는 외당이었다.
“핫!”
“타압!”
내당에 마련된 내부수련장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수련에 연마하는 문하생 대여섯 명이 있었다.
이들의 수련을 봐주는 사람은 장요한 무투사범이었다.
“B반 친구들보다 조금 아래 수준이려나?”
“C반과 B반을 오가는 수준이지.”
히어로 등급으로는 대략 C-급이다. 물론 C반 생도들이 졸업할 시기에 이르면 생도들의 수준은 C+나 B-
까지 상승할 테니 그들과 비교하려면 정말 열심히 수련해야 할 거다.
반복수련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나이기에 문하생들의 노력을 보며 만족스레 고개를 끄
덕였다.
“너도 이런 수련을 했었냐?”
“아카데미에 오기 전에는.”
“수준차이 나지 않았냐?”
“사범들이랑 대련했지.”
“과연.”
강진혁의 무력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영재교육이나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뛰어난 실력을 지닌 사범
들과의 대련도 한 몫을 했던 모양이다.
재능이 있는 것도 부럽지만 그 재능을 개화할 수 있도록 주어진 환경이 무엇보다도 가장 부러웠다.
‘만일 나한테도 그런 환경이 일찍 주어졌다면.’
메인빌런 데빌메이커 외에도 내가 S-급의 전투력을 지닐 수 있다고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1회차나 2회차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진지한 고민이었고, 또 부질없는 고민이기도 했다. 어린 문하생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어리
광부리고 싶은 약한 마음이 생겼던 모양이다.
“부러워?”
머리 위에서 어조의 높낮이가 없는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택 2창 창문에 걸터앉은 강유아였다.
“딱히.”
“거짓말.”
강유아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고 굉장히 마이페이스인 성격을 지녔다. 허나 지금처럼 때때로 날카로
운 통찰력으로 정곡을 찌르는 구석이 있다.
“이럴 땐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주는 거야.”
“왜?”
“어… 음. 그래야 멋진 여자니까?”
강유아가 손에 턱을 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멋진 여자야.”
“그래?”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듣지 않았어.”
자신의 말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
이틀째가 시작되고 나서야 나는 수동적으로 암살자를 기다리느니, 먼저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침수련도 거르고 제갈민에게 연락을 취했다. 다행히도 교신은 한 번에 성공했다.
-강진혁을 노리는 암살자에 대해서 알아봐달라고?
“그래. 흑암문의 암살예고가 있었어. 날짜는 6일 뒤. 암살자의 추정등급은 A급. 암살 도중의 전투력은 반
급 올려서 A+급으로 쳐야 한다. 그 정도의 정예라면 수가 많지는 않겠지.”
-이런 말 하긴 그런데 지저에어리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뢰를 맡는 중이라 시간이 썩 많지가 않다.
하필이면 제갈민에게 여유가 없는 시기였다.
“그럼 도와주는 건 불가능한 거냐?”
-보수는…… 뭐 무료로 괜찮겠지. 정보는 어떻게든 짬을 내서 구해보겠지만 그리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
아. 지금 하던 일이 꼬이면 나도 목이 날아갈 판국이라서.
“…뭔 일을 맡았기에 목이 걸리고 그러냐?”
-말 못해. 삼일 뒤에 다시 연락 준다.
“그래. 아무튼 정보는 잘 부탁하마.”
제갈민의 정보는 3일 뒤를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고민 끝에 강진혁을 찾아가 강씨세가의 실력자 식
객 세 사람을 한 명씩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식객들을 대면하고 싶다고?”
“어. 합을 맞춰야 될 관계이니 안면 정도는 터야겠다 싶어서.”
“거 괜찮네. 지금 여기로 불러오지 뭐.”
강진혁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묘한 기판 하나를 꺼내더니 벽에 대고 버튼 몇 개를 꾹꾹 눌렀다.
전선이 연결된 것도 아니고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한심하게 쳐다봤는데 미세한 근원요소가 벽을 타
고 어디론가 흐르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너, 그거… 뭐하는 물건이냐?”
“오. 알아봤냐? 역시 기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네. 이거 저택 내에서는 어디로든 전음을 보낼 수 있는
단말기다.”
“무슨 원리로?”
“기판의 각 버튼에 기를 투사하면 자동적으로 각기 다른 기문장치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기가 변화하는데
그게 내당에 있는 식객들을 부르는 거다.”
“전혀 이해되지 않았어.”
“그럼 나도 모른다. TV 보면서 리모콘 쓸 때마다 원리를 이해하면서 쓸 필요는 없잖아.”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소가주의 부름을 받고 찾아왔소이다.”
가장 먼저 부름 받은 식객은 양손이 시퍼렇게 물든 대머리 중년인, 독수당권의 창시자 최만길이었다.
“오래간 만입니다, 최만길 선생님. 암살저지를 위해 협조를 요청한 건은 기억하십니까?”
“물론이외다. 간밤에 장사범이 작전개요에 대해서도 일러주었으니 내 따로 담을 넘는 이들이 없는지 매
일 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외다.”
나는 강진혁한테 귓속말로 물었다.
“저 사람 말투가 왜 저래?”
“제독수련을 잘못해서 뇌를 다친 분이시다. 조금 모자란 구석이 있어도 깍듯하게 대우해드려.”
아카데미에서는 개띠꺼운 강진혁도 제 집에서는 나름 식객들을 대우하는 예우를 갖추고 있었다. 전형적
인 강약약강의 성격이었지만 이제는 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서로 죽이네 마네, 치고 박고 싸우는 중도 아닌데 죽을 고비도 함께 넘긴 사이에 사소한 걸 따지고 싶지 않
았다.
“그쪽이 이번에 소가주를 지키고자 파견된 히어로이외까?”
“예, 최선생님. 아카데미 시절 동기입니다. 은신에 능하고 무엇보다도 기감이 뛰어납니다. 남을 속이는
잔머리도 탁월한 암살저지에 최적화된 녀석이죠.”
“잘 부탁하외다. 소가주께서 성격이 모난 점은 있으나 본성은 착하신 분이외다.”
“아, 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손을 내밀기에 별 생각 없이 악수를 받아주려다가 흠칫하며 두 걸음을 뒤로 물렸다.
“방금 뭘 하려고 하신 겁니까?”
목소리에 날을 세우며 노려보자 최만길이 시퍼런 손을 들어 보이며 큭큭 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확실히 경계심은 좋아보이외다. 암살자란 어떤 수를 쓸지 모르는 음습한 족속들이니 그 경계심을 놓지
말고 부디 소가주를 잘 보필하길 부탁드리외다.”
말투가 병신 같아서 얕잡아보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해서 경계심을 흐트러뜨리고 독기운이 아
른거리는 손으로 악수를 하려고 했다.
눈 뜨고 손이 망가질 뻔한 위기를 경험하니 더는 최만길이 이상한 말투를 쓰는 불쌍한 대머리 중년으로
보이지 않았다.
“겪어보니 어떠냐?”
“저런 성격이면 자기 감시구역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지키겠네.”
“크크. 그렇지?”
“너 근데 저 사람을 왜 모자란 분이라고 알려줬냐?”
“방심 좀 해보라고.”
“니놈 더러운 성격머리가 누굴 닮았나 했더니 최선생님을 닮은 거였구만?”
“뭐야 인마!?”
역시 강진혁이랑 사이좋게 지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이놈이랑은 인간적인 상성이 맞질 않는다.
입씨름을 하며 투덕거리다가 강진혁이 털썩 주저앉았다.
“아, 젠장. 발만 안 이랬으면 확 걷어 차주는 건데.”
“그래서 다음 식객은?”
“오고 계시다.”
두 번째로 찾아온 식객은 은퇴한 히어로 그레이맨이었다. 회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강해보이는 인상의 중
년인이 아닐까 싶었는데, 실체는 머리가 하얗게 세어가는 어르신이었다.
“오오, 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레이맨?”
半壽반수( )에 달하는 81세도 넘을 법한 어르신이 강진혁을 보자마자 온 몸을 진통모터마냥 덜덜덜 떨더
니 별안간 양 손을 크게 펼쳤다.
“!?”
나는 깜짝 놀라서 강진혁의 앞을 비스듬하게 가로막았지만, 갑자기 영감이 미쳐서 습격을 하는 일은 없었
다. 그냥 양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就“나아갈 취( )!! 도, 도도도, 도도도도도련님께서 이토록 장성하시다니, 니니니니, 니니니니, 가가가, 가
주께서도 무척 기, 기기기기, 기뻐하실 것이오!!”
“아, 네… 거 감사합니다. 근데 장사범님한테 얘기는 들으셨죠, 그레이맨?”
任“맡길 임( )!! 암살방비라면 이 늙은이에게 맡, 마마마마마, 맡겨도 무방하오. 노익장이 무엇인지 내 암
살자의 면전에 똑, 똗또또또또또, 또또똑똑히 보여주겠소!!”
암살자고 자시고 간에 말하다가 숨넘어가서 돌아가시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저분 진짜 괜찮으신 거 맞아? 저 정도면 양로원 보내드려야 할 것 같은데.”
“뭣 모르는 소리 마라. 그레이맨이 저래 어수룩하게 보여도 지금 강씨세가에 있는 사람 중에서는 제일 강
해.”
“…진짜로?”
반신반의하는 내 표정에 강진혁이 심술궂게 미소를 지었다.
“그레이맨. 이쪽은 제 아카데미 동기인데 이번에 히어로협회에서 암살을 막기 위해 파견된 히어로입니
다. 괜찮으시면 실력 좀 한 번 봐주시지 않겠습니까?”
驚“오, 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놀랄 경( )!! 도도, 도도도도, 도련님께 치, 치치치치치, 치치친구를
사귀다니!!!”
“아니, 미친. 그레이맨? 왜 갑자기 저한테 친구가 없는 것처럼 말을 하십니까? 저 친구 많거든요??”
강진혁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변하자 그레이맨이 별안간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몸에 힘을 주더니
있는 힘껏 숨을 들이키고는 냅다 소리를 쳤다.
喝“꾸짖을 갈( )!!!!!!”
벽력처럼 터져 나오는 사자후에 내당건물이 진동하더니 한지를 바른 방문이 뻥 하고 터져나갔다. 농담이
아니라 문짝이 정말로 폭발해버렸다.
“으악!”
“아악!”
양손으로 귀를 붙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강진혁은 정말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레이맨의 고함에
엄청난 양의 내기가 실려서 음성이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괜히 강진혁의 앞을 지킨답시고 지척에 붙어있던 나까지 귀가 찡해질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부속스킬 : 정신무장 발동.
제정신으로는 버틸 자신이 없어서 초능력을 사용해 고통을 견디니, 그레이맨이 수풀에서 개구리를 발견
한 아이처럼 초롱초롱한 시선을 보냈다.
伟“훌륭할 위( )!!! 음공에도 흔들리지 않는 심도 깊은 수양에 강건한 육체까지! 흐, 흔들림 없는 부동의 정
신력은 이미 성인의 인내심을 너, 너너너너, 넘었구나!!”
“아, 네… 제가 인내심이 좀 좋기는 하죠.”
託“부탁할 탁( )!! 앞으로도 모, 모모모모, 못난 도련님의 곁을 지, 지지지지, 지키며 오래도록 소중한 버,
버버버버버버버, 버버벗으로 남아주길 바라네!!”
진짜 당장 오늘 심장마비로 돌아가셔도 저분이라면 그럴 수 있어, 하고 납득해버릴 어르신의 부탁을 듣고
면전에서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부탁을 받아들이자 그레이맨은 크게 안심한 기색으로 내당 개인실을 향해 만족스레 걸음을 되돌렸다.
“와. 진짜 개성 한 번 엄청난 분이시네.”
“아오. 망할 영감탱이 진짜 목청 하나는 오질 나게 끝내주네.”
“강씨세가 식객들은 죄다 기인열전 나가도 되겠다.”
“뒤질래?”
“하하. 그래서 마지막으로 만날 분은 어떤 분이냐?”
“뭘 기대하는 진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친우분은 멀쩡하시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식객은 강진혁의 부친의 옛 친우라는 금명환이었다.
“니네 아버지는 조선시대에서 오셨냐?”
“낸들 알겠냐.”
금명환은 흰 장포에 두루마기를 두르고 있었는데, 수염까지 길고 멋지게 기른 중년이었다. 당장 사극방
송에 출연해도 위화감이 하나도 없을 굉장히 조선사람 같은 차림새였다.
“허허. 이건 내 취향일세. 나이가 들고 돈을 주체할 수 없으면 누구든 괴이한 취미 하나쯤은 지니는 법 아
니겠나.”
“실례가 많았습니다. 생도시절 동기인 한도령입니다.”
“오. 자네가 그 친구였구만? 초능력은 뭔지 모르겠는데 수수하게 기본기가 튼튼하고 기감이 좋다는 쭉정
이.”
강진혁을 째려보자 녀석이 뭐 어쩌라며 마주 째려봤다.
정말 기가 막히게 뻔뻔한 녀석이었다.
“오늘은 중요한 호위임무를 함께 하게 될 세 분과 안면도 틀 겸 가벼운 목적으로 대면기회를 요청했습니
다. 다른 두 분에 비하면 한결 안심이군요.”
“허허. 그 마음 알 것 같네. 최만길 선생의 성격이 좀 음습하거나 그레이맨이 대하기 곤혹스러운 점이 있
기는 하지.”
금명환은 멀쩡했다. 갑자기 독이 든 손을 내밀거나 꾸짖을 갈을 외치지도 않았다. 괴짜소굴에서 유일한
정상인을 만났다는 생각에 절로 안도감이 들 정도의 정상인이었다.
“앞으로 여러모로 잘 부탁드립니다.”
“도움이 필요하거든 무엇이든 말만 하게.”
이 인간들을 데리고 어떻게 암살자를 막아야할지 막막했던 심정이 단번에 해소되었다. 금명환은 존재만
으로도 이 미친 세가에서 빛이 되어주는 그저 빛 같은 조력자였다.
“근데 니네 아버지는 세계구급으로 통하는 실력자 아니냐?”
“당연하지.”
“저분은 니네 아버지 친구라면서 왜 A-급밖에 안 되냐?”
강진혁이 코웃음을 치더니 날 가리켰다.
“니가 그 말을 하는 거냐? 강씨세가 소가주의 친구라는 녀석이 B-급 수준밖에 안 되는 주제에.”
“…….”
“마침 잘 됐다. 말 나온 김에 너 나한테 기술이나 하나 전수받아라.”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작품후기] 꾸짖을 갈!![3회차] 강씨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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