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79
078 – [3회차] 얻은 것과 잃은 것( )
강유아가 전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다연이가 날 구해서, 그것 때문에 가문에 끌려갔다고?”
“그래.”
“일생동안의 자유를 가문의 뜻대로 박탈당한 채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결코 21세기에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그런 식으로 억압해서는 안 된다.
“무슨 이유로, 도대체 무슨 자격이 있다고!”
“힘이 있으니까.”
“……!”
강유아는 무덤덤하게 가혹한 진실을 짚어냈다.
“법과 도덕. 그런 얄팍한 제약으로는 명문가문들의 전통과 내규를 무시할 수 없어.”
“그게 옳지 않다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알고 있지. 물론 너도 나처럼 김다연을 그녀의 가문으로부터 구할 수 없다는 것도.”
나는 이를 악물었다.
“구해내겠어.”
“죽을 거야.”
“이미 A급 암살자 둘에게서 살아남았어.”
“그녀는 격이 달라.”
“다르면 뭐가 얼마나 다르다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지만 강유아는 나를 탓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무뚝뚝한 표정
으로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그녀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달라졌다. 감정에 사로잡혀 엄한 그녀에게 분풀이를 한 것이 수치스러
웠다.
“미안해. 너한테 화낼 일이 아닌데.”
“동료라면, 그렇게까지 화를 낼 수 있어?”
“물론이지.”
“내가 그런 위기에 처하더라도?”
“당연한 소릴 하지 마.”
“거짓말.”
강유아가 고개를 돌렸다.
“도령. 지금까지 네가 했던 말들을 떠올려봐.”
“그래, 떠올려보고 있어.”
“그중에 날 걱정했던 말이 한 번이라도 있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말로, 단 한 번도 그녀를 걱정하는 말을 하지 않았기에.
“알고 있어. 동료라고 했지만 둘은 그 이상의 관계였던 거.”
“내가 사과한다면, 의미가 있을까?”
“있겠지. 적어도 네게는.”
“…….”
“정말로 동료라면, 이 임무는 맡지 말았어야 했어.”
강유아의 목소리는 무뚝뚝했지만, 그녀가 화가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소한 일이
아닌 진지한 문제로 그녀가 화를 내는 건 분명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훨씬 예전부터 화를 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깨달은 게 지금이었을 수도 있다.
“네 행동은 분명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믿었어. 그렇기에 여기까지 따라왔어.”
“강유아…”
“너는 경솔했어. 아니,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임무를 포기하지 않았어. 그 결과로 그날 모두가 죽을
뻔했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성공하는 의뢰 따위, 누구도 바라지 않아. 나라도 그건 마찬가지야.”
조금 더 동료들의 입장을 생각해야 했다. 정말로 그녀들을 동료라고 생각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닥쳐올 미래의 파국이 보였기에, 그저 어떻게든 발버둥 쳐야 한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혔을 뿐이었다.
“너는 김다연만 잃어버린 게 아니야.”
“…….”
“내 믿음도 함께 잃어버렸어.”
지독한 죄책감이 가슴이 쓰라리도록 번졌다.
어떻게든 속죄하고 싶었다.
전부 늦어버렸다고 해도 만회할 기회를 얻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래?”
“두 번 다시 김다연을 찾지 마.”
“!!”
그 기회는,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강유아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무척이나 슬프고 위태롭게 보이는 미소였다.
“지쳤으니까.”
“뭐에?”
“너와 김다연. 둘의 관계에 끌려다니는 일에.”
그녀는 등을 돌렸다.
“어째서 내가 아닌 김다연이지?”
“…….”
“내게 없는 무언가가 김다연에게 있어서?”
“…….”
“그녀가 나보다 먼저 만나서? 지키고 싶은 약자여서?”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알려줘. 그녀에게는 있고 내게는 없는 것. 그게 뭔지.”
“그건…….”
한 번뿐인 삶을 사는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오직 회귀자만이 지닌 인연이다.
말한다면 내 회귀에 대해서 밝혀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강유아가 그런 중대한 비밀을 밝힐 정도의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내게 있어서 그녀는 그저 동료일 뿐이었어.’
그녀에게 있어서 나라는 존재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동료 이상을 원했다.
그렇기에 퉁명스러운 얼굴로 언제나 내 주변을 겉돌았다.
내가 김다연에게 마음을 주는 모습이 보이더라도.
혹여나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리면서.
마침내 김다연이 떠나버린 지금.
그녀는 오래도록 내가 알아주지 못한 마음을 드러내었다.
그녀가 제시한 선택지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그렇게까지 김다연이 미웠던 거냐?’
강유아의 잘못은 아니다.
만일 내가 조금만 더 태도를 뚜렷하게 했더라면.
확실하게 김다연과 연인관계가 되었더라면.
처음부터 강유아가 희망을 품고 멤돌 이유가 없었다.
전부 어중간하게 뜸들이던 내 잘못이었다.
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던 행동이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건.”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강유아가 손을 들었다.
“충분히 들었어.”
“어딜 가려는 거야?”
“어디든지.”
그녀가 창문을 열고 문턱에 발을 걸쳤다.
나는 기겁하며 몸을 일으켰다.
“어디로 나가는 거야! 너 미쳤어!?”
“훗. 그러게. 이럴 땐 차라리 미쳤으면 좋겠네.”
강유아가 손목에 찬 고리를 잡아당기며 몸을 던졌다. 다급히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황당하게도 행글
라이더를 타고 건물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저 무식한 녀석. 사람 놀래키지 말라고…”
헛웃음만 흘리다가 욱씬거리는 통증에 가슴을 부여잡았다. 수술의 후유증 때문인지, 동료를 떠나보내는
슬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띠링!
침상 옆 수납장에서 스마트워치의 알림소리가 들렸다.
줄곧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내 스마트워치였다.
무얼 보냈을지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파일을 실행하자, 뜻밖에도 녹음파일이 재생되었다.
-한도령 소년. 이 녹음파일을 듣고 있을 때에는 이미 아가씨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고 있겠지.
“!!”
강유아의 목소리가 아니다.
처음 듣는 목소리.
하지만 이 분위기에 저 호칭이라면 짐작이 갈 수밖에 없다.
-본가는 아가씨와 소년의 놀이에 나름대로 기대가 컸다. 허나 이번 사건으로 너희 팀은 전멸직전에 처했
다.
“…….”
-만일 소년이 아가씨에게 베푼 은혜가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내 손으로 죽였을 거다. 무엇을 목적으로 강
씨세가를 도왔든, 그 대가로 아가씨의 목숨이 위태로웠으니.
“…….”
-공적에 눈이 먼 네게는 아가씨의 곁에 머무를 자격이 없다. 한 번의 인내로 은원이 사라진 이상, 두 번은
절대로 없다.
싸늘한 목소리가 한층 더 차갑게 경고를 남겼다.
-히어로 놀이는 끝이다. 두 번 다시 아가씨에게 접근하지 마라. 만일 아가씨에게 어떤 수단으로든 연락이
나 접촉을 시도하다가 걸린다면… 그때는 기대해도 좋다.
녹음파일의 재생이 종료되었다.
“그런 거였나.”
강유아의 말이 옳았다.
암살가문은 무력으로 김다연과 나를 협박했다.
그들이 더 강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또한 마음 속 한편으로는 그들의 선택을 납득했다.
내 욕심이 팀원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전부 내가 충분히 강하거나 치밀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다.
‘애초에 지금까지의 나라면 이런 미션 따위, 거절해야 했어.’
원작의 주요인물인 강진혁의 죽음.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억지를 부리고 무모해졌다.
이 모든 게 나로 인해서 비롯된 결말이었다.
“…괴롭군.”
누군가를 원망해야 한다면 그건 나 자신이었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최후였다.
허나 단 한 가지만큼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존재했다.
내게 김다연과 함께 할 자격이 없음은 이해한다.
그녀의 가문은, 무슨 자격이 있는가.
무슨 자격으로 자유를 강제하고 도구처럼 부리려 드는가.
그딴 자격이 있을 리가 없다.
‘정해졌군. 다음 행선지가.’
김다연의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는 이번 기회로 알 수 있었다.
암살가문이다.
[흑암문] 소속 암살자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정도의 가문.
암살가문은 흔치 않다. 무수한 명문세가들이 뒤로는 암살자에게 손을 뻗으면서도 앞에서는 그들과 어깨
를 나란히 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런 방해를 아랑곳 않고 일가를 세우고, 모두가 그것을 인정하려면 보통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중국의 삼합회주 암왕에 필적하는 두 암살가문.’
官⾦世家충왕 관금성이 이끄는 관금세가( ).
靜夜⾨대모 김서율이 이끄는 정야문( ).
거기에 더해 그림자와 관련된 영역이나 초능력이라면?
사실상 확정된 거나 다름없다.
김다연의 가문은 대모 김서율이 이끄는 정야문이다.
두 번의 삶에서 암흑가를 전전하며 무수한 소문을 들었다.
개중에는 정야문의 암살자들에 대한 소문도 존재했다.
‘고요한 밤처럼 어떠한 전조도 없이 목표에게 접근해 참혹한 암살을 마치는 무음의 암살자들.’
한 번은 정야문의 암살자와 같은 타겟을 노린 적도 있었다.
그때 보았던 실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이번에는 목숨을 빚지기까지 했지.’
내가 그들에게 화를 내는 건 어쩌면 부당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김다연도 죽었다.
그녀의 지원사격도 없었다면 나도 죽었겠지.
허나 더 이상은 남을 위해 살 생각이 없었다.
국가멸망을 막는다 한들, 거기에 친구나 김다연이 없다면.
그 삶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내가 있고, 내 사람이 있어야 국가의 건재에 의미가 있다.
암살자의 충고로 오히려 가슴속에 불이 붙었다.
‘좋다. 네놈들이 힘의 논리로 강제하고자 한다면, 나 또한 강해져서 찾아가주지. 다연이가 원한다면 힘으
로라도 너희 그 잘난 가문에게서 해방시키겠다.’
두 번이나 성공한 S-급의 경지를.
이번에도 기필코 되찾는다.
***
강진혁은 내가 짐작하던 것보다 쓰레기 같은 녀석이었다.
실실 웃는 얼굴로 듣고 싶지 않은 물음을 해왔다.
“너희 팀 깨졌다면서?”
“…굳이 그걸 나한테 묻는 이유가 뭐냐.”
“그게 다 팀을 이끌어야 될 놈이 병상에 누워서 그런 거다.”
복장을 터져 죽게 만들려는 시도라면 아주 훌륭했다.
“이거나 먹고 일어나라.”
무슨 초콜릿 던지듯이 주기에 처음에는 뭔가 했다.
“영약이다. 정확히는 내상약이라고 해야겠지.”
“영약!?”
“명문세가는 다들 내상을 가라앉히는 약 하나쯤은 지니고 있지. 직접 만들든, 아니면 누군가에게 받거나
사든지 해서라도. 그건 내 몫으로 주어진 영약이다.”
“그런 귀한 걸 나한테 주는 이유가 뭐지?”
“두 번이나 목숨을 빚졌으니까.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정정한다.
강진혁은 내 생각보다 훨씬 좋은 녀석이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도와줄 거냐?”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도와줘야지.”
“석 달 안에 원기를 회복하고 성장속도를 높이기 위해 특훈을 하고 싶다.”
“특훈이라. 뭘 원하는데?”
“영맥. 십대세가는 각각 하나 이상의 영맥 위에 특별시설을 지닌 것으로 알고 있다. 너희 강씨세가는 육
체의 성장을 높이기 위한 특훈시설을 지니고 있다고 들었고.”
강진혁이 몹시 당황했다.
“어떻게 그걸 알았지? 분명 생도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아니었을 텐데…”
“그게 중요해?”
“뭐, 생명의 은인이니 캐묻지는 않겠어. 그래도 특훈시설의 이용은 내 권한으로 허락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아버지한테 직접 부탁을 해야 하지.”
강진혁의 부친은 강씨세가의 현 가주이자 K&L 공격대의 공격대장인 강반검.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
는 유명인물이자 인류의 탑 원정을 주도하는 선봉장이기도 하다.
그런 인물이 쉽사리 시간을 내거나 강진혁의 부탁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좋다. 그 부탁, 내가 직접 허락해주지.”
“헉! 망할 아버지!? 분명 원정에 나갔다고 들었는.. 으악!!”
콰앙 소리가 날 정도로 묵직한 주먹이 강진혁의 머리통을 냅다 찍어 눌렀다.
만근지력 초능력을 지닌 강진혁이 쪽도 못쓰고 일격에 침묵해버리는 실력자. 2m에 달하는 거구에 곰과
도 싸워봄직한 강직한 체구. 굵은 눈썹에 부리부리한 눈을 한 남자가 씩 웃었다.
그 미소는 놀라울 정도로 강진혁이 이따금 짓는 악동스러운 웃음과 쏙 빼닮았다.
“강씨세가에 발을 들인 암살자들을 격퇴하고 내 아들을 구해주기까지 했다. 그 정도라면 영맥을 개방하
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훈이지.”
“저,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영맥은 무한하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알면서도 청한 것은 네가 아닌가? 흠. 그 반응을 봐서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로 했던 말이었
군. 으하핫. 그 배포도 마음에 든다. 설령 그렇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
국내 무투계열 히어로 랭킹 1위.
국제 무투계열 히어로 랭킹 2위.
국제 통합 히어로 랭킹 7위에 달하는 살아 숨 쉬는 전설과도 다름없는 절대자.
무수한 기록을 지니고 그를 상회하는 업적을 달성한 자.
일신의 저력만으로 자신의 가문을 십대세가의 반열로 끌어올린 엄청난 명성의 소유자.
하늘의 별보다 유명한 세기의 대영웅 강반검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살아줘서 고맙다. 이젠 내가, 강씨세가가 보답할 차례다. 영맥의 개방뿐만 아니라 친히 책임지고 너희들
을 강하게 단련시켜주마.”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치명적인 실수라고 여겼던 임무가 엄청난 복을 불러왔다.
“탑 원정은 안하셔도 괜찮은 겁니까?”
“아. 그거 말이냐? 공격대장 사임하고 나왔다.”
“사, 사임이라고요!?”
강반검의 두 눈에 불길보다 뜨거운, 마치 존재 자체로 재앙이나 다름없는 대괴수에 필적하는 살기가 아른
거렸다.
“내 아들이, 강씨세가가 공격받았다. 이 나라를 위해서 해왔던 일을 떠올리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었지. 이 일과 관련된 모든 인물을 찾아내서 구족을 멸해버릴 것이다.”
“……!”
“나라를 뒤엎는 일에 아무 상관없는 공격대를 휘말리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미래가 창창한 놈들이 사
람피를 뒤집어쓰는 일을 하게 할 수는 없지.”
아니, 그럼 원정대는 어쩌라고?
K&L 원정대가 세운, 앞으로도 세워야 할 무수한 업적들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이번 3회차에서는 대부분 일어나지 못하게 될 업적이었다.
넘무 불쌍해…!
[3회차] 혁명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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