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84
083 – [3회차] 인내의 시간( )
지난 1회차와 2회차의 기억은 내게 있어서 실패의 역사이자 언젠가 이루어야 할 복수의 계기였다. 허나
복수를 위해서는 암흑가에서의 암살행과 숱한 파괴행각이 전제되었다.
치열한 실전을 통해서 성장속도를 상승시키고, 자금원을 확보해서 정보를 얻어야만 했다. 그 모든 과정
이 없는 상태로도 내가 복수를 성사시킬 수 있을까?
‘힘들다.’
어쩌면 전성기인 S-급 빌런의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건 처음부터 잘못된 경지였다.
강반검은 내 것이 아닌 근원요소가 쌓이며 그릇이 파열되어 일어난 현상이라고 경고했다.
‘심기체를 동시에 이루면 SS급도 넘볼 수는 있지만…’
그때는 법과 도덕, 상식의 제약에도 구애받지 않는 정말로 미친 복수귀가 될까 두렵다. 친구나 다연이가
죽은 1회차와 2회차라면 모를까, 3회차에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이 세계에는 친구도 다연이도 모두 살아있다. 비록 나라가 망할 판국이기는 해도 말이다.
‘그래. 이번 생은 히어로로 살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나.’
한 번 결심했다면 그 의지를 끝까지 이어나가야 마땅하다.
나는 강반검의 가르침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마음을 굳게 먹으니 정신수양에도 큰 성과가 뒤따랐다.
“어어?”
정신적 그릇이 수축되더니 한층 더 단단해졌다. 근원요소의 총량은 처음의 사분의 일 정도까지 격감했
다. 허나 정신력으로 발현할 수 있는 초능력이 그만큼 늘어났다.
[정신무장]을 발동하며 초능력을 소모해볼까 싶었지만 강반검의 경고 때문에 [훈련속행]만 발동했다.
‘확실하게 늘었다!’
근원요소의 소모 없이도 무려 20분간 능력을 더 발동했다.
이건 정말 놀라운 발전이었다.
애초에 [훈련속행]은 초능력소모가 막대한 사용방식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단발적으로 발동하는 사용법이 맞다.
그런 초능력을 20분 연속으로 내리 사용해버렸다.
히어로협회의 기준으로는 약해졌지만.
실제 전투력은 그렇게까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으음. 큰 고비를 넘겼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해주었다. 타고난 성품이 악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전부 강선생님 덕분입니다.”
“믿음과 노력으로 얻어낸 결실이 아닌가. 이런 성취는 남한테 떠넘기는 게 아니지. 스스로한테 자부심을
가져도 좋네.”
강반검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크게 달라졌다. 반말에 차가운 어조, 경계어린 태도로 보이지 않는 선을 긋
던 이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자신의 아들, 강진혁을 바라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벌써 특훈을 시작한지 반년이 넘게 지났구나. 이제는 네 근원요소도 예전과 달리 정순한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좋은 일입니까?”
“물론 좋은 일이지. 기운이 정순하면 무리를 하더라도 원기가 크게 다치는 일이 적고, 어떤 방식으로 기
를 운용하더라도 순탄하게 이를 활용할 수 있단다.”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送功好“오늘은 기술 하나를 전수해주마. 직접 익혀보면 체감이 될 거다. 이 기술의 이름은 [송공호투로(
投路)]이다.”
뭐라는 지는 모르겠고 호투라니까 야구하는 야구선수들이나 쓰는 기이한 기술처럼 들렸다.
“그게 도대체 뭡니까?”
“허. 이놈 봐라? 오성에서는 한자 공부도 안 시키냐?”
“중국보다 우리나라 기술이 더 좋잖아요.”
“뭣 모르는 소리 마라. 많은 인구가 하루도 쉼없이 쌈박질만 해대는 땅덩어리에서 발전된 무술이 근원요
소와 맞물리며 진짜 무술로 거듭났는데 그놈들 기술이 어떻게 부족해?”
“그럼 중국 무투계열 초능력자들이 한국 무투계열 초능력자보다 뛰어나다는 말입니까?”
당연히 그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강반검은 무슨 당연한 소릴 하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에는 기인이사가 많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치들 무술도 배우러 여행을 가봐라.”
“아니… 국제랭킹에서 중국 무투계열 초능력자는 기껏해야 5위가 최대치 아닙니까?”
“뭣 모르는 소리 마라. 중국은 중화무술의 정통이 이어졌다며 국가 차원에서 무투계열 초능력자들을 지
지해준다. 우리나라의 실상이 어떤지는 너도 알고 있겠지?”
“…….”
“국가가 지지하는 이상,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고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도 한층 더 빨라진다. 그놈들 특유
의 허세나 오만한 성정만 제외하면 그쪽 기술이 압도적으로 위다.”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는데, 막상 찬찬히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氣초능력을 발현시키는 세 가지 근원요소중에 하나가 기( )인데 중국에는 그런 기를 기반으로 무공을 사
용하는 무협 세계관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칼이나 주먹을 쓰는 폭력배나 지역무관에 불과했던 이들이 초월적인 힘을 손에 넣기까지 했다.
“걔들은 무협지에 나오는 것처럼 내공심법을 익히고 산맥도 가르는 엄청난 무공이 전해지기도 합니까?”
“그렇다. 개중 대부분은 가짜거나 실전성이 없지만, 일부는 정말로 효용이 높다. 애초에 초능력자의 단련
은 과학보다 공상에 기반 하는 경향이 높지.”
“아니, 나름 한국최강자인 분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됩니까?”
강반검이 코웃음을 쳤다.
“내가 잘나서 한국제일인이 되었지, 이 나라가 나한테 뭐 보태준 게 있더냐?”
“그렇긴 하네요.”
“그 잘난 내가, 이 스승이 하는 말이니 귀담아 들어라. 너도 기술을 익힐 때만 제외하면 신체단련은 그만
두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정신수양과 기 단련에 써야 한다.”
“정신수양이야 명상으로 해결하면 된다지만 기 단련은 도대체 어떻게 합니까? 그저 많이 사용하는 것 이
상의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물론 있지. 영맥을 나간 뒤에는 강력한 몬스터의 마정핵을 추출해서 그 안의 해로운 성질을 중화하고 영
약으로 재련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노력이고 자시고 영약이나 만들어 먹으란다.
고깝게 들렸지만 실제 의미는 조금 달랐다.
“너 정도면 기본기는 이미 현역 B급 히어로를 넘었다. 때만 무르익거든 A급까지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을 게다. 허니 아까운 시간 낭비할 것 없이 영약을 써야지.”
“사람의 기운을 얻는 것이 이렇게나 해로운데 영약의 기운은 괜찮습니까?”
“인간의 마음, 의지, 행동으로 더럽혀진 기와는 다르다. 듣기에는 이상하겠지만 몬스터들은 품성이 좋고
자연의 기운이 풍부한 곳에서 마정핵을 올곧게 키워내는 놈들이지.”
세상에 몬스터가 품성이 좋고 올곧다니. 강반검이 한 말만 아니었다면 미치광이 취급당하기 딱 좋았다.
“그게 말이 됩니까?”
“벌이 마물화 된 킬러비(Killer Bee)라는 몬스터를 아느냐?”
“예, 들어는 봤습니다. 대단히 위험한 몬스터라고요.”
“그놈들은 꽃을 심고 물을 퍼다 나르면서 손수 키워다가 꿀을 채취한다.”
“예?”
“기존의 자연환경과 수동적인 공생이 아닌 주도적인 공생관계를 구축한다는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원작소설에서 몬스터는 그저 빌어먹을 괴물들이었다.
이놈 잡으면 저놈 나오고, 저놈 나오면 또 따른 놈 나오고.
무슨 놈의 종류는 또 그렇게 많던지.
공존은 무슨 왜 핵무기를 안 쓰는지 답답할 정도였지.
근데 그런 몬스터들이 자연과 공존을 한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반발이 나왔다.
“그럼 코볼트는요? 광산에서 광맥을 말라붙게 만드는 나쁜 녀석들 아닙니까?”
“대신에 코볼트는 다른 지저종족들의 집이나 거주지를 건축하고는 하지. 보호를 받는 대가로 말이다. 이
런 몬스터들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협회에서는 가르치지 않았냐?”
“전혀 배우지 못했습니다.”
“후우. 그놈들이라면 그럴 줄 알았다. 몬스터를 무조건 적으로 분류하고 두려움을 키워야 초능력자들이
딴 마음을 품지 못하니 그 짓거리를 일삼는 거겠지.”
“아니 무슨 몬스터가 동물도 아니고 그런 말을 다 하십니까? 솔직히 이해가 안 됩니다.”
강반검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올해 초봄까지만 해도 인류의 최전선에서 싸우던 인류의 선봉장이 네 스승이다. 탑에 들어가면 인간이
랑 고블린이 마을을 짓고 오크랑 싸우는 모습을 네가 보기라도 했더냐?”
그야 못 봤지. 인류제일의 원정대를 이끌던 사람이 말하니 나도 대꾸할 말이 없었다.
초능력의 운용에 대해서도 그렇고, 몬스터에 대한 관점도 그렇고 강반검은 여러모로 세상에 알려진 지식
과 다른 지식을 잔뜩 지니고 있었다.
이는 절대부동의 진리라고 여겼던 원작소설의 지식이 언제나 옳거나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을 주었다.
“몬스터라고 언제나 인간을 적대하는 건 아니고, 인간을 적대하는 몬스터들이 모든 자연을 파괴하는 행
위에 전념하는 것도 아니다. 명심해두어라.”
“예.”
“이 얘기를 왜 했더라? 아, 그래. 아무튼 영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제 입맛대로 양산형 초능력자들을 뽑아내려는 아카데미에서는 절대로 배울 수 없는 지식들이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남과 같은 사고방식을 지니면 네 한계가 정해진다.”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로 기묘한 이야기였다. 메인빌런 데빌메이커도 내게서 상식의 한계를 벗어나라며
[상식돌파]라는 극단적인 부속스킬을 안겨주었건만.
상극의 극단에 자리한 암흑시대의 종결자, 전대의 대영웅 강반검도 사고방식의 한계에 갇히지 말라 이야
物極必反기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물극필반( )이 이런 거구나 싶다.
“아차. 잊을 뻔했군. 송공호투로를 전수해줘야지.”
“…아.”
하도 이야기가 끝없이 뻗어나가서 가르치는 강반검도, 배우는 나도 까먹을 뻔했다.
이날 이후로는 이런 식으로 무술을 전수받다가 다른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잡다한 지식
이 늘고 식견이 넓어지는 대화가 하루에 한 시간씩은 반복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즐거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는 법이다.
2024년 1월 1일.
구개월에 걸친 특훈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나는 이번에야말로 큰마음을 품고 강반검에게 요청했다.
“이제 스마트워치 좀 받아도 되겠습니까?”
“바깥사정이 그리도 궁금하더냐?”
“예. 솔직히 영맥에 갇혀 살다시피 하지 않았습니까.”
강반검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내게도 그를 설득할 말이 존재했다.
“약속대로 일곱 가지 기술을 모두 익히고 강진혁과의 대련에서 오십 합을 버티지 않았습니까. 강선생님
도 약속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후우. 괜한 약속을 해버려서는. 아들놈이라고 너무 훈련을 가볍게 시킨 게 탈이 되었군.”
그렇다.
반 년 간의 특훈으로 정도를 걷기로 결심한 이후, 내 실력은 일취월장하며 강진혁과의 싸움이 성립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경지는 낮은데도 전투력이 훨씬 올라갔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강반검에게 배운 기술을 내 식으로 체화하며 기존에 지닌 잡다한 실전무술의 효율이 시너지 효
과를 일으켰다.
“이 비열한 재능충 같으니라고.”
“누가 누굴 보고 재능충이라는 거야?”
강진혁은 원작처럼 막대한 양의 기에 무게를 실을 뿐만 아니라 힘조절과 기술까지 겸비했다. 기동력이 현
저히 부족하다는 단점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급증했다.
헌데 나는 그런 강진혁과 겨루어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술이 한층 더 정밀해졌다. 감히 초정밀이
라는 표현을 써도 부족하지 않을 지경이다.
“후우.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구나.”
강반검은 마지못해 스마트워치를 돌려주었다. 내가 무슨 운동선수 최근뉴스라도 보면서 경기장에 가야
겠다거나 이 시합중계는 꼭 봐야한다고 떼라도 쓸 줄 알았나?
조금은 어이가 없었지만 막상 뉴스를 뒤적거리기 시작하자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마법협회? 뭐야 이건.”
듣도 보도 못한 협회의 출범에 기사를 뒤적거리던 손이 언제부터인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늦었다.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성장에 전념했던 시도가 무색하게도 끝내 우려했던 사건이 벌어졌다. 마법협
회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집단이 아니다.
-가문전쟁의 여파로 인해 초상계열 초능력자들을 향한 대대적인 탄압으로 이어져…
-마법협회의 설립이 마법계열 초능력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십대세가 중 네 가문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알
려졌지만, 이는 마법계열 초능력자들의 비전교류를 위한 움직임으로..
벌어졌다.
내가 특훈에 전념하는 사이에, 기어이 가문전쟁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결과, 십대세가 중 초상계열이 주
류를 이루던 가문 넷이 멸문을 당했다.
하나로 힘을 합쳐도 메인이벤트마다 엄청난 출혈을 입으며 위기를 겪던 십대세가가 육대세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너도 알겠지만 특훈의 성과는 이제부터가…”
“죄송합니다, 스승님.”
“뭐?”
“이만 하산하겠습니다.”
“……!”
더는 안 된다.
가문전쟁은 초능력 명문가문 사이의 내란에 불과하지만.
다음은 빌런과 몬스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나라도 막아야 한다.
막지 못하면, 십년은커녕 오년 안에 대한민국이 사라진다.
다시 사후폭주 사건의 스노우볼이 구를 시간입니다!
[3회차] 생도시절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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