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94
093 – [3회차] 동번 시 매복전( )
이진태의 난입에 벙쪄있던 쾌검술사가 이내 스산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치켜들었다.
“기세 하나는 좋구나. 아군을 죽여서 도주를 막는 결단력 하나는 칭찬해주지. 그런데… 네 앞에 있는 상대
가 누구인지 알고는 있느냐?”
“칼잽이.”
“동번 시 최강의 히어로, 곽재우를 죽인 칼잡이지. 네 실력이 곽재우보다 나아보이진 않는군.”
쾌검술사의 영역이 이진태를 향해 직선으로 이어졌다. 그와 동시에 이진태의 시커먼 흑염이 쾌검술사의
영역을 따라 일직선으로 방사되었다.
스칵!
흑염이 반으로 잘리더니 허공에서 픽 하고 꺼졌다. 오성아카데미에서 구 A반 생도들에게 가르치던 마법
을 파훼하는 무투계열 고급기술 [완전방어]였다.
허나 놀라운 기예를 펼치고도 낭패를 본 것은 이진태가 아닌 쾌검술사였다. 거리를 절반쯤 좁히다가 다급
히 멈춰선 쾌검술사의 옷소매가 찢어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이중캐스팅이라고?”
“삼중캐스팅이다, 얼간아.”
쾌검술사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거칠게 떨리는 손과 열리지 않는 입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마비독에 걸
렸다.
“미, 미친. 곽재우 선배도 저런 일순간의 다중영창은 해낸 적이 없었는데…”
자력으로 해독에 전념하는 아담스미스 대신 전선을 지키던 히어로사무소 소속 히어로가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기는 한도령. 김일식, 내 말 들리나?”
-들린다.
“좌후방 전병력 이끌고 당장 여기까지 전진해라.”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건가?
“승산이 있다.”
김일식이 병력을 이끌고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을 보고 나서야 빌런들도 함성을 내지르며 좌측전
선과 우측전선 모두 전진하기 시작했다.
일순간의 교전이었지만 이진태의 실력이 쾌검술사보다 몇 수는 앞선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저놈
은 메인빌런 정용인과 붙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
-도망치지 않았군. 제법이야.
“불타죽는 신세는 사양이라서.”
-다행이군. 넌 맞추기 힘들 것 같았는데.
무전으로 이진태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놈이 곧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좌측전선은 버티기만 해라. 내가 알아서 끝낸다.
“믿음직스럽군. 최선을 다해서 버텨보지.”
달려오는 빌런 조무래기들의 수가 무슨 삼백을 넘는다.
2차선도로를 가득히 메우는 숫자다.
놈들을 노리고 파이어볼이 날아갔지만 역장에 가로막혔다.
적의 주력 빌런은 상당수 특정되었다.
B급 가시술사와 B급 역장술사, A급 빙결술사.
S급 가속계열 메인빌런 정용인.
이중 정용인을 제외한 나머지를 해치워야 한다.
다행히도 신속한 무전 덕분에 아군의 합류속도가 빨랐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이진태가 주력을 해치우고 우리는 전선을 유지한다.”
“저놈 믿어도 되는 거냐?”
김철괴의 물음에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믿어도 된다.”
“이제 김아준 안 지켜도 되냐?”
“그래. 선봉으로 나가라.”
김철괴가 씩 웃으며 두 주먹을 맞댔다.
“그 말만 기다렸다고!”
쿵쾅거리며 달려 나간 녀석이 마주 달려드는 빌런 조무래기들을 볼링핀처럼 와르르 쓰러뜨렸다. 쇳덩어
리보다 단단한 녀석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조무래기는 없었다.
약자한정으로는 일인무쌍이 따로 없다.
좌측전선이 빠르게 교착상태로 돌입하자 조무래기들이 물러나며 C급 이상 빌런들이 나섰다. 김철괴를
노리고 근접계열 빌런 다섯이 덤벼들었지만 장명훈이 그중 둘을 가로막았다.
“덤벼라! 너희 상대는 나다!”
그의 손과 발을 노리며 빌런 둘이 쇠사슬과 창을 휘둘렀다. 장명훈은 침착하게 우선순위를 정해서 성검으
로 사슬을 치고 창을 찍어 눌러 막았다.
문제는 쇠사슬이 쳐낸다고 순순히 쳐지는 무기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사슬이 성검을 칭칭 휘감았다.
“지금이다!”
쇠사슬을 쥔 무투계 빌런이 강하게 성검을 잡아당겼다. 성검을 뺏기지 않으려면 마주 힘을 줄 수밖에 없
다.
장명훈이 힘겨루기에 돌입하자 그와 대치하던 창술사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방면에서 김철괴를 노리던
빌런들까지 다섯이 전부 몰려들었다.
쐐애액! 퍽!
김일식의 석궁사격이 빌런 한 명의 가슴팍에 볼트를 꽂았다. 이어서 빠르게 간격을 좁힌 내가 전장에서
주워든 장대를 땅에 꽂고 높이 뛰어올랐다.
실전에서의 낯선 기교 때문에 균형 잡기에 실패했다. 근육이 욱신거렸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다.
약간의 고통을 감수한 결과, 나는 빌런들보다 빠르게 장명훈의 옆에 착지할 수 있었다.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종횡무진으로 장대를 휘두르며 난전에 돌입했다.
캉! 캉!
장대와 창이 빠르게 회전하며 십여 합을 주고받았다.
꾸준한 단련과 연습, 실전경험으로 회전력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실어 보내면서 기세가 점점 붙는 나와
달리, 창을 다루던 빌런은 손이 꼬이고 힘이 빠지며 점점 수세에 몰렸다.
끝내 창대가 높이 허공으로 치솟으며 빌런의 가슴팍이 훤히 노출되었다.
“안 돼!”
“저놈이 날뛰게 두지마!”
빌런들이 다급히 나를 향해 공격을 집중했다.
그보다 한발 빠르게 장대가 창술사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헉!”
빌런들의 공격이 가까워졌다.
나는 장대를 밟고 뛰어올라 창술사의 창을 낚아챘다.
채채챙!
둔기술만큼은 아니지만 봉술이나 창술도 나름 익숙하다. 뛰어난 실력으로 세 명의 합공을 막으며 놈들의
공격이 서로를 방해하도록 걸음을 옮겼다.
끊임없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나를 따라잡으려던 녀석들이 사슬에 부딪히며 멈칫했다.
“지금이다!”
장명훈이 두 손에 강하게 힘을 주며 성검을 끌어당겼다.
사슬에 부딪힌 빌런들이 우르르 넘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창을 연속으로 찔렀다.
퍼퍽! 퍽!
빌런 한 명의 머리가 터지고 다른 한 명의 목에 회생불능의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세 번째 빌런은 몸을 굴
리며 즉사를 피했지만 대신 어깨가 적중되었다.
“아아악!”
“안 돼! 사, 살려줘!”
유일하게 공격을 당하지 않은 빌런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사슬쟁이가 겁에 질린 눈으로 장명훈을 보
며 손에 힘껏 힘을 실었고, 장명훈이 손에 힘을 풀었다.
등 돌려 달아나는 녀석의 등짝에 힘껏 창을 던지고 바닥을 나뒹구는 사슬쟁이에게 달려들었다.
퍽! 철퍼덕!
도주하던 놈의 등판에 창이 꽂히며 자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슬쟁이가 몸을 막 일으킬 즈음, 턱을 걷어찼다.
일격에 턱뼈가 박살났지만 감각이 얕았다.
빠악! 우드득!
머리통을 힘껏 주먹으로 후려갈기자 목이 꺾였다.
확실하게 끝냈다.
“괴, 괴물이다!”
“저런 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좌측전선의 기세가 넘어왔다.
빌런 조무래기들의 사기가 바닥을 향해 치달았다.
“대단한데?”
“빨리 무기나 주워.”
장명훈이 성검에 휘감긴 사슬을 푸는 사이, 죽은 빌런이 손에 쥐고 있던 롱소드를 뺏어들었다.
검날에 제품코드가 적혀있다. 이 코드는 칠대기업의 어느 공장에서 만든 4117번째 검이라는 의미다. 시
험 삼아서 허공에 검을 한 번 휘둘러보았다.
다운그레이드 사양으로 양산한 공장제 제품인지 휘두르는 소리나 감각이 굉장히 안 좋았다.
‘망할 칠대기업 녀석들.’
소설 밖 세계보다 기술발전이 월등히 뛰어난 주제에 검의 품질은 더 나쁘다.
쉽게 부러지거나 날이 상해서 보급품을 자주 사용하거나 새 검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수작질이다. 밀덕
이나 칼덕후들이 고이 보관해둔 도검이 성능 면에서는 더 좋을 지경이다.
“이파가 온다. 이번엔 더 강한 놈들이니 긴장해라.”
“진짜냐? 방금도 꽤 아슬아슬했는데.”
“이번엔 우리가 역습에 나서야 한다. 원거리 능력자들이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1m쯤 떨어진 허공에서 검은 가시가 불쑥 튀어나왔다. 재빨리 검으로 받아쳤는
데 찌잉 하고 검신이 울리는 게 몹시 불안해졌다.
“위력 C, 속도 C, 범위 B, 관통 A! 경찰들 지원 받으면서 격파해!”
재빨리 위험도를 평가하고 전방으로 달려 나갔다. 경찰기동대원들이 사격지원을 개시했다. 그에 맞춰서
빌런들도 마구 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양측에서 총알이 빗발치듯이 쏟아지자 원거리 공격을 포착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대신, 나 역시 혼란
을 틈타서 으로 몸을 감추었다.
스아아아아…
거침없이 적진으로 파고들던 도중, 오싹한 한기가 발밑에서 일어났다. 불길한 예감에 걸음을 물리자 이
근방의 지면 전체에 살얼음이 낀 것을 발견했다.
을 발동해서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보니 복잡하게 배배 꼬인 마나가 보였다.
높은 확률로 함정이다. 내게는 이런 복잡한 마나함정을 해체할만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지나치기에는 함정 중심부의 건물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찮다.
‘A급 빙결술사가 장기영창을 개시하고 있어.’
방치했다간 전장상황이 단번에 악화될지도 모른다. 김아준에게 무전으로 위치를 알리려는 순간, 마나가
살인적인 속도로 빠르게 모여들었다.
“!!”
기겁하며 땅을 박차 물러서자마자 얼음으로 이루어진 창살들이 내가 있던 자리를 강하게 꿰뚫었다.
퍽!
강하게 튀는 얼음파편 중 하나가 장갑 손등에 닿았다. 쩌적 소리와 함께 손등부위 일부가 얼어붙었다.
‘미친.’
냉기가 장난이 아니다. 상성이 극도로 불리했다.
이 빙결술사는 범위공격 및 빙결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심지어 대형병기를 구현하는 구현계 실력도 겸비했다.
암살자 색출 및 제거는 기본이다.
광역공격에 변수창출까지 모든 게 가능하다.
쾌검술사에 맞먹는 A급이라는 실감이 확실하게 든다.
‘죽이려고 무리하면 안 돼.’
살얼음이 낀 지형으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서도 습격을 받았다. 능력범위가 굉장히 넓은 점을 감안해
서 거리를 한층 더 벌리고 바닥에 나뒹구는 무기를 아무거나 주웠다.
그리고는 아우라를 잔뜩 실은 뒤에 온 힘을 다해서 빙결술사가 있는 건물 안으로 집어던졌다.
콰아앙!
무기가 건물 안에서 터지며 잔뜩 실어 넣은 아우라와 함께 실내를 마구 헤집었다. 연달아 두 번째 무기를
던졌다.
콰아앙!
재차 폭음이 일었다. 멈추지 않고 세 번째 무기를 던졌다.
콰아앙!
빙결술사를 중심으로 몰려들던 막대한 양의 마나가 거세게 요동치며 주변으로 풀려버렸다.
녀석의 마법영창이 풀렸다.
건물 안에서 마나를 온 몸에 휘감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 새하얀 피부 때문에 붉게 충혈 된 눈이 한층 돋보
인다.
“너냐?”
“뭐가.”
“날 방해한 녀석이.”
여자는 빙결술사였다.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걸음을 한 번 내딛을 때마다 이미 살얼음이 껴있던 주면의
지면이 쩌적 소리를 내면서 한층 더 단단하게 얼어붙는다.
마법영창 실패의 여파로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리는데, 턱을 타고 허공에 떨어지자마자 그대로 얼어붙는
다.
‘위력 A, 속도 A, 범위 S.’
더는 두고 볼 것도 없다.
냅다 영역을 전개하며 도주를 시도했다.
“FBA22A145OB.”
여자가 발을 쿵 내리치자 커다란 얼음벽이 솟아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방에서 얼음벽이 솟아올라 도망칠 여지 자체를 없앴다.
위력과 전개속도 모두 무섭지만 가장 무서운 건 따로 있다.
여자가 방금 영창에 사용한 캐스팅이 문제였다.
“FA31D224C52MN”
듣기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알파벳과 숫자의 나열이지만 여자의 손끝으로 수십 개의 얼음화살이 생성되
었다. 그 숫자가 얼추 서른 개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발.’
분명하게 의미가 담긴 영창이었다. 그건 여자가 아카데미의 마법계열 초능력자들보다 훨씬 빠르고 신속
하게 자신만의 마법을 전개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무슨 심연의 어둠을 가르고 얼음화살이 솟구치는, 이딴 길고 장황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빨랐다.
쐐애애애액!
파아앙!
빗나간 얼음화살이 지면에 꽂히면서 파편을 비산했다. 날아드는 화살의 속도도 매서운데 파편에 닿기만
해도 얼어붙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회피난이도가 폭증했다.
도저히 다 피할 수가 없어서 파편 일부를 향해서 손을 겨누고 아우라를 방출했다.
▷부가스킬 발동!
정확한 타이밍에 근원요소를 방출해 역풍을 일으키자 파편이 반대방향으로 날아가 흩어졌다. 직격이나
스치는 것도 전부 피했지만 폐부에 스며드는 공기가 차가웠다.
‘호흡은 안전할까?’
‘이런 공격을 몇 번이나 더 피할 수 있지?’
‘근접하면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온갖 의문이 떠올랐지만 빙결술사는 보란 듯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두려움을 견디며 이를 악물고 달려들
었다. 뭘 하든 머뭇거리다가 얼어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시간을 끈다고 누군가가 날 도와줄 상황도 아니다. 강반검에게 직접 전수받은 기술로 정면승부를 보는 수
밖에 없다.
[3회차] 구사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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