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 미끼를 물어, 미친개.
새하얀 대리석으로 꾸며진 고급스러운 주방.
박지혜는 주방 아일랜드에서 도시락을 싸고 있었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게 무척 들떠 보였다.
‘선배님은 양념 장어구이를 좋아하셨지. 더 많이 넣어야지!’
-삐리리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오빠3이었다.
박지혜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
[너 막내 삼촌한테 도자기 체험 가자고 했냐?]“누구한테 들었어?”
[삼촌한테 라운딩하자고 연락했더니···.]“용건은?”
[야, 오랜만에 연락한 오빠한테 너무···.]박지혜는 곧바로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다시 도시락을 싸려는데,
-삐리리
또, 오빠3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받더니,
“왜?”
[야야, 내가 그래도 네 부탁으로 초코 송이들도 움직이면서 최선을 다해 도왔는데···.]“용건은?”
[너 이러는 거 아니야···.]“끊을게.”
[야! 잠깐! 스톱! 용건 말할게! 너 마이어 로보틱스 지분 아직 있냐? 안 팔았지?]박지혜는 눈가를 움찔했다.
[있지? 있으면 나한테 넘겨. 내가 시세보다···.]“아버지야?”
[어? 그게···.]그녀는 그대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다시 도시락을 챙기기 시작했다.
“······.”
그러나 전처럼 콧노래가 흘러나오진 않았다.
오빠3이 했던 말이 신경 쓰여서다.
‘마이어 로보틱스 지분···. 설마 또 개수작을 벌이려고···.’
그녀는 고민하다가 오빠3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오! 지혜야! 혹시 생각이 바뀐···.]“마이어 로보틱스 지분이 왜 필요한 건데?”
[그건···.]“아버지야? 내 연구 파일 도둑질한 거도 모자라서 이제 지분까지 원하는 거냐고···!”
[야, 야, 아니야! 아버지 아니야! 아버지 그때 이후로···. 아니! 어쨌든 일단 진정하고···.]“진정이고 나발이고! 말해! 대체 왜 마이어 로보틱스 지분을 달라는 건데!?”
[할아버지가···. 원하셔.]“뭐···?”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할아버지가 왜 마이어 로보틱스 지분을···.’
정확히는 김수아가 대주주이고 신성 그룹 쪽 투자자들과 마이어 로보틱스 창립 멤버들이 남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박지혜는 마이어 로보틱스의 前 수석 연구원으로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오빠3이 재차 물었다.
[너 지분 얼마나 가지고 있냐? 소장이 너 무척 아꼈잖아. 그럼 꽤···.]“할아버지가 로보틱스 지분을 왜 원하는 거야?”
[인마, 내 질문에 먼저 답을···.]“왜 원하는 거냐고!?”
[깜짝이야! 야, 소리 좀 지르지 마. 그리고 내가 할아버지 속내를 어떻게 알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물어봐!]“······.”
맞는 말이긴 하지만···.
‘할아버지가 쉽게 대답해줄 리가 없는데···.’
[지혜야, 너 어차피 이제 연구원도 그만뒀잖아. 그러니까 이번에 할아버지한테 점수 따게 지분 좀···.]박지혜는 더는 듣고 싶지 않아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오빠3은 계속 전화와 메시지를 했지만, 무시했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설마 할아버지도 마이어 로보틱스의 기술을 군사 무기로···.’
그 순간, 삼 년 전에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꿈에서도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악몽 같은 일···.
그녀의 운명을 바꿔버린 그 사건이···.
[아빠가 훔쳤지! 그때 내 연구실 찾아왔을 때···!] [뭔 소리냐?] [시치미 떼지 마! 이번에 아빠 회사에서 출시하는 신형 장갑차에 내가 개발한 기술이···.]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이번에 출시한 신형 장갑차의 모든 기술은 우리 개발팀에서 연구한 거다. 누굴 도둑으로···.] [아빠!!!] [헛소리할 거면 그만···.] [내가 개발한 기술은 누군가를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야!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어리고 어리석구나. 지혜야. 똑똑히 기억하렴. 행복은 말이다. 힘이 있어야만 지킬 수 있다.]사랑하는 아빠가 그녀의 꿈을 짓밟고···.
그녀는 그런 아빠의 꿈을 부숴버리고···.
그렇게 가족 관계는 끊어지고···.
진정한 자유를 찾아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박지혜는 생각했다.
‘만약 할아버지가 마이어 로보틱스의 지분을 얻으려는 게 군사 무기 개발을 위해서면···.’
-꽈악
박지혜는 주먹을 강하게 쥐며 싸늘한 눈빛을 했다.
‘절대 그렇게는 안 돼···.’
하지만 곧 주먹에 힘을 풀며 생각했다.
‘성급하게 판단하진 말자. 할아버지는 방위 산업을 내켜 하지 않았어. 5공화국 시절에 방위 산업에 참여하라는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다고 했으니까. 방위 산업을 확장하려는 아버지하고도 자주 다투고···.’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우선, 할아버지가 노리는 게 뭔지 알아야 해.”
시간을 힐끗 본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얼른 도시락을 싸고 선배님도 만나러 가야 하는데···.’
좋은 날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이 사태의 원인인 오빠3이 무척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전화번호부에서 한 사람의 연락처를 찾았다.
[할아버지]박지혜는 고민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뭐냐?]“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
박지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이미 내가 연락할 걸 알고 계셨어···,’
[네 오빠 중 한 놈이 로보틱스 지분 좀 달라더냐? 뭐, 첫째는 자존심 때문에 너한테 부탁 안 할 거고···. 둘째는 음흉하니 대놓고 너한테 부탁하지 않을 거고···. 나사 빠진 셋째겠구나.]정확한 예측.
그녀는 역시 할아버지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네, 셋째 오빠가 부탁했어요.”
[그래? 흐흐, 고놈이 역시 행동력이 좋아.]“······.”
[자, 그럼···. 네가 궁금한 건 내가 마이어 로보틱스 지분이 필요한 이유겠지?]“네,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어째서 마이어 로보틱스의 지분을 원하는 거죠? 설마 방위 산업에···.”
[그냥 알려줄 순 없지.]“할아버지···.”
[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도 아니잖아? 내가 항상 가르치지 않았더냐? 인생은 Give and Take라고.]“세뱃돈 대신 알려주시면···.”
[인석아, 이제 네가 나한테 용돈을 줘야지!]박지혜는 미간을 좁혔다.
‘어린이날은 안 통할 것 같고···. 내년 12월까지 기다릴 순 없는데···.’
그때 할아버지가 말했다.
[정 궁금하다면 알려줄게.]“정말요?”
[대신, PD 나부랭이 때려치우고 소프트 쪽 개발 팀장을 맡아.]“······.”
[오늘 중으로 대답해. 아니면, 기회는 없어.]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박지혜는 무척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PD를 그만두라고···.’
그녀의 시선이 부엌 한쪽에 있는 미니 커피 자판기로 향했다.
[선배님, 함께 할게요.] [응? 뭐?] [선배님 제작사로 갈래요.] [인마, 고맙긴 한데. 그래도 좀 더 생각해봐. 부모님이랑도 상의하고···.] [이미 결정했어요. 선배님께서 준비되시면 말씀해주세요. 언제든지 사표를 낼게요.] [막내야···.] [아! 제작사에 자판기를 설치해야겠어요. 커피 우유를 마셔야 하니까요!] [OK! OK! 아주 커다란 자판기로 설치하자!]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제야 새로운 꿈을 찾았는데···.”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오늘 도자기 체험에 같이 가기로 했던 막내 삼촌이다.
“삼촌, 왜요?”
[미안하다. 오늘 급한 일이 생겨서 도자기 체험에 못 갈 거 같구나.]“아,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
[대신 다음에 밥을 사마.]“네, 삼촌.”
[그럼···.]그러다가 문득 막내 삼촌이 그녀와 비슷한 상황이란 걸 깨달았다.
기린아(麒麟兒)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뛰어났던 막내 삼촌은 할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본인의 꿈을 찾아 변호사가 됐다.
그리고 현재는 미국에서 공연 기획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삼촌, 질문이 있는데요···.”
[뭐냐?]“···해야만 할 일이 있는데···. 그걸 하려면 제 꿈을 포기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덜 중요한 걸 포기하면 된다.]너무도 간단한 대답.
하지만 그녀가 원한 건 이런 대답이 아니다.
“둘 다 포기할 수 없으면요?”
[그러면 둘 다 하면 되지.]“둘 다···.”
“······.”
[시야를 넓게 보고, 생각을 깊게 해봐라.]“···네, 고맙습니다.”
결국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고 전화 통화를 끝냈다.
그녀는 시계를 보더니,
“···도시락 빨리 챙겨야겠다.”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동수가 보고 싶었다.
= = = = = = = =
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오늘 도자기 체험 취소해야 하나?’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함께 가기로 했던 엄마가 배탈이 났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아이스크림 한 통을 혼자 드시더니···.’
심지어 조카들도 감기에 걸렸다.
‘나도 그냥 집에서···.’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박지혜가 있지 않나.]‘···걘 삼촌이랑 온다고 했잖아.’
[겸사겸사 인사 나누는 거지.]‘겸사는 개뿔. 어색해 죽을 일 있냐?’
[그런 걸로 죽지 않아.]‘비유다! 비유!’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막내였다.
“어, 막내야! 무슨 일이야?”
[선배님, 안녕하세요! 오늘 삼촌이 급한 일이 생겨서 못 올 거 같다고 해서요. 저 혼자 가야 할 거 같아요!]“아, 그래···?”
동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요정 가온이 양손에 초록색 불빛을 반짝이며 응원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 차로 선배님하고 어머님을 모시고 가도 될까 해서···.]동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막내, 너 차 있었냐?”
[아, 네···.]“이야, 몰랐네. 그런데 괜찮아. 나도 차 있어.”
[네? 선배님이요? 선배님은···.]“아버지 거.”
[아···.]“그리고 오늘 어머니가 못 갈 거 같아서···. 배탈이 났는데···.”
[어머, 어떻게요···. 괜찮으세요? 병원은···.]“괜찮아. 약 먹고 누워계셔. 그래서 말인데···.”
[그럼 어머님 간호해주세요.]가온이 양팔을 X자로 교차하며 그의 주변을 날아다녔다.
동수는 파리 쫓듯 손을 휘휘 젓고는,
“그럼, 너는 어쩌게? 도자기 굽는 거 하고 싶댔잖아.”
[헤헤, 다음에 가죠. 중요한 것도 아닌데요.]“···그래.”
[선배님, 그러면 어머님 간호 힘내세요!]“뭐, 내가 딱히 할 게 있겠냐 만은···. 알겠다.”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냈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염병.]“···너 방금 뭐라고 했냐?”
[······?]“고개 갸웃거리지 말고! 염병이라고 했지?”
[대답하고 싶지 않다.]“너···.”
그때 안방에서 엄마가 비틀거리며 나오더니,
“아들. 도자기 체험 안 가?”
“아, 응. 혼자 가서 뭐 해.”
“그래? 그런데 방금 누구랑 얘기한 거야?”
“···뭔 얘기?”
“아니 막 염병이라고 하고···.”
“잘못 들었겠지. 방으로 갈게. 필요하면 불러.”
동수는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들킬 뻔했네.’
[당신은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시끄러워.’
[그리고 이대로는 속이 터져서 안 되겠다.]‘뭐가?’
-띠링
알림창이 나타났다.
[기간제 임무가 부여됐습니다.] [화장한 주말. 어쩐지 박지혜와 맛있는 장어 덮밥을 먹고 싶네요! 당신 지금 당장 박지혜에게 연락해보세요!] [보상: 앙상블 시스템 이용권 1회] [기간: 오늘 자정까지.]“······.”
[박지혜한테 연락해라.]“너, 인마···.”
[연락해.]동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임무를 다시 확인했다.
‘···너 대체 왜 이런 임무를 준 거야?’
[정말 모르는 거냐? 모른 척하는 거냐?]‘뭐가?’
[···됐다. 임무나 수행해라. 도자기 굽는 것도 아니고, 장어 덮밥 먹는 거잖아. 거저 주는 거다.]‘뭐, 그건 그렇지.’
그는 고민하다가 거실로 나가서 소파에 누워있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좀 있다 나갔다···.”
“응, 제발, 주말이라고 집구석에 처박혀서 잠만 자지 말고 나가서 여자도 좀 만나고 해.”
“아니, 무슨 여자를···.”
“네 동창 철수 있지? 걔는 명절에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왔다더라. 철수 엄마가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공무원 며느리 들이게 생겼다며···. 그리고 영희네 엄마도 예비 사위가 인사 왔는데···.”
동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으로 들어왔다.
가온이 말했다.
[엄마가 아주 좋은 말씀을 했구나. 너도 내년 명절에는···.]“시끄러워.”
[여자에 대한 상처가 깊은 건 알지만, 이렇게···.]“그만.”
[···알았다. 그래도 오늘 박지혜랑은 만나라. OK?]“···알겠어.”
동수는 박지혜에게 연락했다.
“아, 저기···. 혹시 점심 같이 먹을래?”
[점심이요? 어머님은···.]“괜찮으신 거 같아. 나한테 나가보라고···.”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하하, 그러게.”
[그러면요, 선배님···.]“······?”
[혹시 도자기 체험 저랑 가실래요?]“뭐? 둘이?”
그 순간 알림창이 떠올랐다.
-띠링
[특별 임무] [박지혜의 제안을 수락해!] [보상: 앙상블 시스템 사용권 1회]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가온을 쳐다봤다.
가온은 팔짱을 끼고 진지한 표정 짓고 있었다.
동수는 뭐라고 하려다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여기서 막내의 제안을 수락하고, 막내랑 도자기를 굽고, 점심이나 저녁으로 장어 덮밥을 먹으면···.’
[앙상블 시스템 사용권 3장이다.]“······.”
[미끼를 물어, 미친개.]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그래, 도자기 체험 같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