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 변 국장 당장 오라고 해!
앙상블 시스템 이용권은 총 세 장 있다.
계획된 두 개의 프로그램에 다 써도 되긴 하지만, ‘소원을 말해봐!’에는 아직 쓰지 않을 생각이다.
가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미친개 스튜디오의 첫 프로그램은 ‘그 노래? 그 가수!’로 정했거든. 일단 이게 편성을 받으면 ‘소원을 말해봐!’를 할 거야. 임 작가한테도 오늘쯤 말해야지.”
[···나는 첫 프로그램을 임 작가랑 하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된다.]동수는 씨익 웃으며,
“미친개 스튜디오의 첫 작품인데, 미친개 작가랑 해야지!”
[감성적인 선택이군. 하지만 나쁘지 않아.]“그렇지?”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 나와봐.”
동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방에서 나갔다.
“왜?”
“누구랑 통화했어?”
“···아니.”
“흐응···.”
엄마는 동수를 의심의 눈초리로 훑어봤다.
그는 뜨끔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할 말 없으면 들어갈게. 일찍 자야 돼. 내일도 일찍 출근이라···.”
그때 그녀가 보온병과 쇼핑백을 내밀었다.
“자.”
보온병은 토요일에 박지혜가 매실차를 담아줬던 거고, 쇼핑백은···.
“이건 뭐야?”
“한과야. 임 작가한테 매실차 잘 마셨다고 해.”
“···임 작가 얘기가 왜 나와?”
“응? 토요일에 임 작가랑 데이트한 거 아니야?”
“뭔 소리야. 임 작가랑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그리고 대철이 형 만났다니까···.”
“대철이가 핑크 토끼 보온병에 매실차를 담아서 줬다고?”
동수는 움찔하더니,
“그게 형수가···.”
“아들~ 프라이버시는 존중해줄게. 근데 거짓말하다 걸리면 혼난다~! 알간?”
“······.”
엄마는 피식 웃으며,
“매실차 고맙다고 전해줘.”
“···알겠어.”
“근데 언제 인사시켜 줄 거니?”
“그런 사이 아냐!”
“아~ 아직~ 그린 라이트~! 좋다! 좋다!”
동수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그만 놀리고 가서 드라마나 보쇼.”
“안 그래도 갈 거야~!”
엄마는 몸을 돌려서 거실 소파로 향했다.
동수는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아! 엄마.”
“왜?”
“나 방송국 그만둬.”
“아, 그래? 알겠어~!”
“응.”
그는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손을 뻗다가,
-멈칫
고개를 갸웃했다.
“뭐···? 그만둔다고···?”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동수의 방문을 두드리며,
“아들! 방금 뭐랬어!? 뭐? 방송국을 그만둬! 너 또 뭔 사고 쳤어?! 아들! 아들!”
그러자 동수가 문을 다시 열며 소리쳤다.
“사고 친 거 아냐! 제작사 차릴 거니까 그렇게 알아!”
“제작사···? 너 혹시 로또 당첨됐니?”
“로또는 무슨···.”
동수가 문을 닫고 들어가자 엄마는 눈을 깜박이더니,
“아들~! 요즘은 로또 1등도 출근한대! 다시 생각해봐~! 아들~!”
= = = = = = =
다음 날, 멍멍산 회의실.
동수는 의자에 축 늘어져 앉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피곤해 죽겠네.”
모두 가족들 때문이었다.
동수가 방송국을 그만두고 제작사를 차린다는 소리에 갑작스레 가족회의가 소집됐다.
아버지도 근무교대를 하고 퇴근했다.
가족들은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결론은 이거였다.
[이제 막 방송국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왜 그만두려 하는 거야?]특히 엄마가 꼬치꼬치 캐물었는데···.
외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사업을 하겠다고 난리를 치다가 실패하고 가산을 탕진해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월급쟁이로만 살았기 때문에 쉽게 그만두라고 하지 못했지만···.
의외로 동수의 누나 강희수가 지원사격을 해줬다.
“동수 얘 머리는 좀 나빠도 대책 없이 일 벌이는 애는 아니잖아. 아닌 말로 이 집이랑 결혼할 때 혼수도 동수가 다 해줬잖아? 우리 그냥 믿고 응원해주자.”
그렇게 누나에게 약한 아버지가 OK하고, 아버지에게 약한 어머니도 OK하고···.
[강 대표! 아자! 아자! 파이팅!]응원하고 훈훈한 분위기에서 술잔을 나누며 가족회의가 끝났다.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회의실 한켠에 있는 간식 상자로 날아갔다.
그리고 비타민 젤리를 꺼내와서,
[이거 먹어.]동수는 피식 웃으며,
“땡큐.”
[웰컴.]비타민 젤리를 씹는데, 회의실로 박지혜가 들어왔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
“아, 막내 왔냐? 하이.”
“일찍 출근하셨네요?”
“뭐, 그냥···.”
박지혜는 가방을 한쪽 캐비넷에 넣더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회의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동수는 그녀를 쳐다보니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하려면, PD를 그만둬야 하는데···. 선배님은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뭐···?] [선배님, 대답해주세요. 저···. 옆에 없어도 돼요?] [가지 마.]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들려오듯···.
‘······.’
[······.]‘야, 가온, 뭐하냐?’
[녹음한 걸 재생 중이다.]‘···평생 간식 먹기 싫냐? 파일 지워!’
[이런 건 추억으로···.]‘시끄러워! 지워!’
하지만 요정 가온은 말없이 파앗!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동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박지혜가 다가오더니 검지로 동수의 미간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찌푸리면 주름 생겨요, 선배님.”
“어? 아···. 응.”
“무슨 고민 있으세요? 그런 건 아니고···. 아!”
동수는 보온병과 한과를 건네며 말했다.
“엄마가 매실차 잘 마셨대. 고맙다고 전해달래. 이건 엄마의 선물.”
“어머, 괜찮은데···. 어머님은 좀 괜찮으세요?”
“응, 다 나으셨어.”
“다행이네요. 어머님께 한과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하하, 알겠어.”
동수는 웃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막내야. 그때 해야만 할 일이란 거···.”
“그건 잘 해결됐어요.”
“응? 정말?”
“네, 그러니까 선배님 옆에 쭉 있을 거예요.”
“어? 어, 그래. 미친개 스튜디오로 함께 가야지! 하하하!”
어색하게 웃는 동수에게 박지혜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 회의실로 윤하얀이 들어왔다.
“모두 하이!”
“안녕하세요. 윤 작가님!”
“헬로우, 윤 작가!”
윤하얀은 패딩 점퍼를 벗고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말했다.
“에고, 방송국이 왜 이렇게 정신이 없어요? 엘리베이터도 안 잡히고···. 덕분에 계단으로 올라왔어요!”
“내일모레가 ‘연예 대상’ 있잖아.”
“아, 맞다. 그래서 이렇게···. 근데 CP님.”
“응?”
“우리 팀은 뭐 상 안 받아요?”
동수는 생각했다.
‘김 CP님이 수상 소감을 준비하고 있어 보라고 했지만···.’
“못 받을 거 같은데요.”
“왜요? 우리 완전 시청률 대박···.”
“내내 죽 쓰다가 우리가 맡고 반짝한 거죠. 올해는 쟁쟁한 프로그램이 많아서 수상은 어려울 거예요.”
윤하얀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그런가요···. 에이, 전임 PD가 평타만 쳤어도···.”
박지혜가 그녀를 다독이며 말했다.
“윤 작가님, 실망하지 마세요. 미친개 스튜디오에서 열심히 하면 상 받을 날이 있을 거예요.”
“···외주 제작사 되면 상 안 챙겨줄 거 같아요. 팔은 안으로 굽잖아요.”
“그건···.”
그때 동수가 말했다.
“SBC 연예 대상에 상 좀 못 받으면 어때! 우리 꿈을 크게 가지자고.”
“크게요? 그럼 백상···?”
“노우, 노우.”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에미상.”
“······!”
“후후.”
그 말에 윤하얀은 깜짝 놀랐고, 박지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동수는 막내에게 말했다.
“막내야. 우리 사무실 구하면 액자부터 주문해. 문구는 ‘에미상을 씹어먹자’! OK?”
“네!”
윤하얀은 동수를 빤히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핫! 매번 느끼는데 강 CP님은 정말 미친 거 같아요!”
“그래서 싫습니까?”
“아뇨! 좋아요! 호화하핫! 에미상! 기다려! 넌 우리 거야!”
= = = = = = =
SBC 사장실.
레나 포스터는 송민용 사장(SBC)과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앞으로도 귀사와 좋은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우리야말로 환영입니다! 자자, 앉으시죠.”
“실례할게요.”
이번에 핫플렉스는 SBC 예능 프로그램 중 두 편을 독점 서비스하기로 했다.
바로, ‘멍멍이와 산다!’와 ‘라이어킹’이다.
‘라이어킹’은 국내 OTT 플랫폼인 KC 플레이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핫플렉스 조건이 무척 좋아서 번거로워도 플랫폼을 옮기기로 한 거다.
반면에 ‘멍멍이와 산다!’는 VOD 서비스 말고는 유통되는 곳이 없어서 번거로울 게 없었다.
다만, 특별한 조건이 있었는데···.
[강동수가 제작한 회차만 서비스한다!]바로, 이것이다.
송민용은 생각했다.
‘강동수 고놈이 아주 복덩이네. 복덩이. 그나저나 핫플렉스에서 꼬시고 있다는 거 같은데···. 설마···.’
그때 레나가 말했다.
“SBC엔 유능한 PD가 많은 거 같아요. 부럽네요.”
“으하핫. 아닙니다. 아무렴 핫플렉스만 할까요! 세계적인 기업인데···.”
“후후, 유통은 몰라도 제작 쪽은 아직 부족합니다. SBC와 협력하면서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잘 부탁드려요.”
입에 발린 말이지만 듣긴 좋았다.
송민용은 씨익 웃으며,
“하하,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이런저런 덕담을 나눴다.
그러다가 레나가 물었다.
“그런데 방송국이 소란스럽던데···. 무슨 일 있나요?”
“내일모레 연말 시상식이 있습니다.”
“혹시 ‘SBC 연예 대상’인가요?”
“그렇습니다.”
“후후, 어떤 작품이 상을 받을지 궁금하네요.”
“하하,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시청자들 의견을 십분 반영해서 공정하게 평가했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멍멍이와 산다!’도 상을 받겠네요.”
“음, 뭐···. 아마도···.”
“와! 잘됐네요!”
송민용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받긴 받는다.
바로, 베스트 커플상.
요즘 핫한 걸그룹인 큐티 걸즈와 천마(강아지)가 받는다.
그것 빼곤 멍멍산이 받는 상은 없다.
국장급 이상 직원들이 투표로 정한 거니···.
‘이제 바꿀 수도 없지. 뭐···.’
레나는 그런 송민용을 잠시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눈빛을 바꾸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맞다. 멍멍산이요. 강동수 CP가 제작한 부분만 따로 편집해서 에미상에 출품해보는 건 어떠세요?”
“네? 어디에 출품하라고요?”
“에미상이요.”
“······!”
레나는 빙긋 웃으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특히 연말 특집은 미국 총기 문제하고도 연관이 있고···. 다음 주부터 핫플렉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홍보를 하면···. 내년 5월에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에미상에서 어쩌면 좋은 결과를···.”
레나는 조곤조곤 달콤한 말을 했다.
송민용은 침을 꿀꺽 삼키며 들었다.
‘에미상···. 우리 SBC 프로그램이···. 에미상을···.’
레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이번에 SBC 연예 대상에서 좋은 상을 받고, 내년에 에미상까지 받으면 정말 좋겠네요. SBC에서 인정한 프로그램이 세계에서도···.”
“······.”
“인정받는 거니까요. 후후.”
.
.
.
사장실에 혼자 남은 송민용은 책상을 손으로 톡톡 치며 중얼거렸다.
“에미상···. 에미상···.”
‘레나 포스터는 미국에서도 안목이 뛰어나다고 인정받고 있어. 그 사람이 멍멍산이 에미상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그녀 말대로 연말 특집 부분만 특별편으로 편집해서···.’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들어왔다.
“사장님, 지시하신 ‘멍멍이와 산다!’ 연말 특집 3부 시청률 확인했습니다.”
“말해!”
“평균 시청률 16.1%. 순간 최고 시청률 22.1%입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이 22.1%라고? 정말?”
“네!”
송민용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더니 책상을 탕! 치며 소리쳤다.
“변 국장 당장 오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