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 후회할 짓 하지 마, 미친개!
박채연은 오늘 왜 이러나 싶었다.
김치형은 다른 프로그램 메인 작가를 복덩이라고 하며 아깝다고 하질 않나···.
집에 일찍 가려고 나왔다가 동수를 만나서 욕을 오지게 먹고···.
재수 없는 최윤아에게 뺨까지 맞고···.
그런데···.
‘녹음 파일이라니···! 그때 내가 눈감아달라고 했던 걸 녹음했던 거야!? 그런데 왜 이제껏···. 혹시 이거 거짓말 아니야?’
하지만 동수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 같지 않았다.
결국 뺨 맞고도 어디에 호소할 수도 없었다.
‘정말 최악이야···.’
힐끔 주변을 살피니, 사람들이 여전히 그녀를 보며 수군거리고 있다.
‘뺨 맞고 아무 말도 못 하네.’
‘누명 씌운 거 인정하는 건가?’
‘녹음 파일 들어보고 싶네.’
‘근데 저 여자 누구지? 어디서 근무하는···.’
박채연은 고개를 푹 숙이며 얼굴을 가렸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입술을 질끈 깨물며 생각했다.
‘빨리 이 자리에서 피해···.’
그녀는 동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 녹음 파일을 지워줘요···. 저도 오늘 일 더는 문제 삼지···.”
동수는 피식 웃으며,
“널 뭘 믿고 녹음 파일을 지우냐? 개소리하지 말고 꺼져.”
“강 PD님···.”
그러자 동수가 스마트폰을 꺼내며,
“왜? 여기서 재생해볼까? KBC 사람들 다 듣게!?”
“하, 하지 마요! 갈게요! 가요!”
박채연은 재빨리 KBC 본관 건물로 들어갔다.
동수는 콧방귀를 끼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속이 시원하진 않네. 복수가 무의미하다는 말이 이런 건가?’
그러자 가온이 그의 머리에 앉으며 말했다.
[제대로 된 복수를 하지 않아서다.]‘뭐?’
[당신은 저 여자 때문에 심의부로 좌천되고 꿈까지 포기했었다.]‘······.’
[겨우 이런 협박으로 속이 시원해질 리가 없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너 꽤 호전적이구나?’
[합리적인 거다.]동수는 피식 웃었다.
‘그래, 겨우 이 정도로 속이 시원해지진 않지. 두고두고 짓밟아줘야지.’
그때 최윤아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우! 속이 다 시원하네! 형 우리 시원하게 막걸리 한 사발 어때요?”
“싫어.”
“에이~ 그러지 말고요! 근처에 돼지국밥 맛집 있어요! 거기 이모가 부침개도 서비스로 주거든요! 막걸리랑 같이 먹으면~ 캬아~!”
“나 점심 먹었어. 그러니까 허튼 소리하지 말고 가서 사표나 반려해달라고 해.”
“그건···.”
최윤아는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때 가온이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왜?’
[질문이 있다. 혹시 당신이 먹었다는 점심이 여의도로 올 때 지하철에서 먹은 샌드위치를 말하는 건가?]‘응, 왜?’
가온은 머리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양팔을 X자로 교차하며 말했다.
[그건 간식이다. 전혀 양에 차지 않았다.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했다. 돼지국밥 맛집 Go! Go! 막걸리와 부침개도 먹고 싶어.]‘이 먹보 AI가···.’
그때 최윤아가 조금 진지한 목소리로,
“형, 막걸리 마시면서 얘기해요.”
“거참···.”
가온와 최윤아가 쌍으로 보채니 하는 수 없이 돼지국밥 맛집으로 향했다.
그녀가 말한 곳은 국회의사당 근처 금산 빌딩 1층에 있는 오래된 식당이다.
두 사람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최윤아가 밝은 목소리로 주문을 했다.
“이모! 여기 국밥 두 개랑 막걸리요~! 부침개 서비스 부탁해요~!”
“오~! 최 PD 오랜만이네~! 알겠어~!”
“네! 고마워요! 아하핫!”
동수는 최윤아를 보며 생각했다.
‘얘 넉살이 좋네. 이런 애들은 주변에 적을 안 만들어서 누명 같은 거 잘 쓰지 않을 텐데···.’
메뉴판을 보던 가온이 말했다.
[넉살은 좋지만,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예를 들면 결벽증이 있어서 다른 사람과···.]그때 최윤아가 날아다니는 날파리를 손으로 잡았다.
그러더니 손을 옷에 문질러 닦으며 중얼거렸다.
“겨울에 웬 날파리람?”
[···결벽증은 절대 아닌 거 같군.]‘그러게. 뭐···. 성실한 성격이니까. 유도리 없이 이것저것 따져서 적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
[그럴 확률이 높군.]‘박채연 싸대기 후려치는 걸 봐선 성질머리도 있는 거 같고···.’
[···생각보다 문제가 많군.]‘뭐, 문제까진 아니고···. 근데 내가 얘를 왜 평가하는 거야? 쯧.’
그때 최윤아가 방긋 웃으며,
“같이 와줘서 고마워요!”
“···막걸리 한잔만 하고 KBC로 가. 아직 사표 수리안 됐을 거야.”
“···안 갈래요.”
“인마, 내가 아까 그렇게 얘기했는데···.”
“형이 해준 조언 무시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KBC에선 더는 있고 싶지 않아요. 몇 년 동안 함께했던 저를 배신한 사람들이랑은···.”
“···너 박채연한테 당한 거 같던데, 선동하고 누명 씌우는 게 그 여자 특기야.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를 거야.”
동수도 그랬다.
삼 년 전, 동수가 횡령 누명을 썼을 때···.
임혜숙과 박대철, 김민재 말고는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모두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며 욕하거나···.
‘모른 척 외면했지.’
그때 최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쨌든 배신은 배신이에요.”
“······.”
“믿음이 깨졌어요. KBC로는 다시 안 돌아가요.”
“···알아서 해라.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형,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서운해요. 앞으로 뭐할 거냐고도 안 물어봐요?”
“안 궁금해.”
그때 종업원이 부침개와 막걸리를 가져왔다.
최윤아는 막걸리를 동수의 사발에 채우며 물었다.
“근데 아까 박채연 보고 소중했던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둘이 무슨 사이였어요?”
동수는 눈가를 움찔했다.
‘내가 그랬나?’
가온이 기본 반찬으로 나온 오이를 보다가 말했다.
[그래! XX! 내가 다 뒤집어쓰고 좌천당했다! 왜? 소중했던 사람이 한 번만 봐달라고! 무릎 꿇고 비니까! ··· 라고 말했다.]‘···알려줘서 고맙다.’
[웰컴.]동수는 최윤아에게 말했다.
“알 거 없어.”
“······.”
그녀는 더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아까 동수가 하는 말을 들어서 어떤 관계인지 대충 짐작은 된다.
‘하지만 옛날에 소중했던 어쨌든 간에 지금은 원수가 따로 없는 거 같으니까.’
그도 박채연을 싫어한다는 것.
그거면 족했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형! 우리 짠해요!”
“싫어. 그냥 마셔.”
“아이참, 왜 이리 까칠해요! 자! 자! 짠!”
그렇게 두 사람은 막걸리와 함께 식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 = = = = = =
박채연 작가는 ‘개가 좋다’ 회의실에 도착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치형 PD는 최윤아의 집으로 갔고, 막내 조연출이나 다른 스태프들은 다른 일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지금쯤 오늘 축하 파티는 어디서 하냐고 시끌벅적했을 텐데···.
박채연은 의자에 핸드백을 휙! 던지며 비명을 질렀다.
“아악!!!”
너무 억울하고, 서럽고, 화가 났다.
그리고 쪽팔렸다.
‘이제 방송국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
정말 너무, 너무 서운했다.
‘강동수···.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래···!’
심지어 지독하게 핍박하더니 최윤아와 희희낙락하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녀는 몹시 배알이 꼴렸다.
‘강동수! 이건 아니잖아! 그래도 우리 한때···.’
최윤아에게 맞은 뺨이 욱신거렸다.
박채연은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내가 최윤아한테 맞는데 웃어?! 강동수 나쁜 새X!’
그녀는 본인이 한 건 생각지 않고, 서럽고 아픈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표독스러운 얼굴을 했다.
‘어떻게든 그 둘을 엿 먹이고 싶은데···.’
그때 회의실로 막내 조연출이 들어왔다.
“어? 박 작가님, 아까 퇴근하신 거 아닙니까?”
“아, 그게···. 두고 간 게 있어서···.”
“네···.”
막내 조연출은 책상에 있는 큐시트를 챙기기 시작했다.
박채연은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김 PD는 어디 가셨어요? 오전부터 계속 안 보이던데···.”
“윤아 선배 데리러 갔어요.”
“네···?”
막내 조연출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PD님이 윤아 선배랑 3년을 함께 했어요. 이렇게 틀어질 리가 없잖아요. 아마 내일이면 윤아 선배 다시 출근할 거예요.”
“네···.”
“싫으세요?”
“네? 아, 아뇨. 제가 왜···.”
그는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더니,
“아니면 말고요. 그럼, 전 이만···.”
“네, 고생하세요···.”
막내 조연출이 나가자 박채연은 인상을 팍 쓰더니,
“새끼 AD 주제에···. 누굴 떠봐. 떠보길!”
그녀는 팔짱을 끼며 생각했다.
‘3년을 함께해? 틀어질 리 없어? 웃기지 마.’
“그 X이 KBC로 돌아올 일은 절대 없을걸!?”
박채연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김치형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를 연기하며,
“김 PD님···. 어디세요···?”
[아, 나 일이 좀 있어서···. 그런데 박 작가 울었어? 목소리가 왜 그래?]“그냥 좀···. 혹시···. 오늘 술 사주실 수 있나요?”
[어? 그게 나 오늘은 좀···.]박채연은 차가운 눈빛을 하더니, 곧 우는 소리를 냈다.
“흑···. 흑···. 김 PD님···. 흐윽···.”
[뭐, 뭐야? 왜 그래?]“저, 저 이대로는 KBC 못 다닐 거 같아요···! 전, 전···. 정말 죽고 싶어요···! 으아앙···!”
[그게 무슨 소리야!? 박 작가! 일단 진정하고···. 지금 어디야? 응?]“흑흑···. 회의실이요···.”
[내가 지금 바로 갈 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알겠지?]“흑흑···. 네···.”
그녀는 통화를 끝내더니,
“거봐, 3년간 쌓은 동료애도 별거 아니잖아? 풋.”
그녀는 팔짱을 끼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만약에 KBC로 돌아와도 널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허튼 생각 말고···.’
“꺼져, 최윤아···!”
박채연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 = = = = = =
동수와 최윤아의 막걸리 한 병을 다 마시고 술을 더 시키진 않았다.
동수는 다시 SBC로 가봐야 했고, 최윤아도 더 마실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술잔을 나눌 때와 달리 조용히 돼지국밥을 먹었다.
그때 최윤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종편이나 제작사에 지원해보려고요. 경력직 모집을 하는 거 같아서···.”
“맘대로 해.”
“···조언 좀 해주세요.”
동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녀를 똑바로 보며,
“조언은 아까 해줬잖아. KBC로 가라고. 더러워도 버티라고.”
“그건 싫어요.”
“그럼 더 할 말 없어.”
그는 국밥 그릇을 들고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최윤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국밥을 깨작거렸다.
그때 식탁 가운데 앉아 있던 가온이 말했다.
[조언이라도 해줘. 왜 이렇게 매몰차게 굴어?]‘······.’
[‘옛날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군.]‘인마, 함부로 생각 읽지 말랬지.’
[내 질문을 무시하니까 그러지.]‘······.’
[최윤아는 지금 종편이나 제작사로 가면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을 거다. 아니, 입사조차 힘들 수 있다. PD와 다투고 그만둔 AD는···.]동수는 국밥 그릇을 탁! 내려놓더니,
‘그만, 그만. 나도 알아.’
[알면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굴지 말고 도와줘. 당신이 임혜숙이나 박대철한테 도움받았던 거처럼.]‘가온, 평소에는 이런 거 신경 안 쓰면서 왜 이래?’
가온은 허공에 떠올라 그와 눈높이를 맞추며,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니, 당신이 최윤아를 돕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후회할 짓 하지 마, 미친개!]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그리고는 국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최윤아를 보며,
“야, 너!”
“네?”
“괜히 엄한 데 가지 말고 내 제작사로 와.”
“···네? 제작사···. 형, 설마 SBC 그만뒀어요!?”
“아직은 아니고, 내년 초에 그만둘 거야.”
“그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 제작사를 차릴 거야. 그러니까 허튼 생각하지 말고 기획안 준비해.”
“기획안···! 저, 저 입봉 시켜 주는 거예요?!”
“너 하는 거 봐서.”
“형! 고마워요!”
동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고맙냐? 누가 입봉 시켜준대? 하는 거 봐서랬지.”
“아하하! 네!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그때 최윤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형, 그런데 제작사 이름은 정했어요?”
동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씨익 웃으며,
“미친개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