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
11화 – 기어오르지 마라!
동수는 옥상에서 내려오면서 박지혜에게 말했다.
“앨리스 엔터에서 추가 촬영 거절하면 바로 보고해.”
늙은 여우라고 불리는 앨리스 엔터 대표와 면담해서라도 강세나 추가 촬영을 하게 만들 거다.
박지혜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회의실에 떡볶이 사놨으니까 먹어.”
“선배님은요?”
“CP님 좀 뵙고 갈게. 보고는 해야지.”
“아···.”
절차를 중시하는 김민재 CP 성격에 보고하지도 않고 일을 벌인 걸 알면 불같이 화를 낼 거다.
하지만 그런 건 별로 두렵지 않다.
다만, 재편집을 하지 말라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다.
동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싹싹 빌어보자.”
라고 중얼거렸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남대문 지존 떡볶이.]‘보채지 좀 마. 보고만 하고 먹으러 간다니까?’
[식으면 맛없다고 한다.]‘알았다고!’
동수는 예능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자리에 없었다.
‘어디 간 거지? 설마, 퇴근한 건가?’
시간을 확인하니 여섯 시가 다 됐다.
퇴근할 시간이긴 하지만, 평소 김 CP는 일곱 시까지는 있었는데···.
‘전화로 보고하면 더 화낼 텐데···.’
재편집한 걸로 방영하는 걸 허락 안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말이다.
‘그건 안 돼!’
그 순간,
[GPS 기능 실행. ‘김민재’ 위치 탐색.]‘······!’
그리고 눈앞에 한 개의 창이 나타났다.
『김민재의 현재 위치: 중앙 엘리베이터 앞』
가온은 떡볶이가 빨리 먹고 싶었는지 GPS 기능으로 단번에 김민재가 어딨는지 찾아냈다.
동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잘했어! 가온!”
“으샤!”
힘차게 중앙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
그리고 거의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에 타는 남자가 보였다.
동수는 이를 악물었다.
‘김 CP님인가!?’
생각과 동시에 크게 소리쳤다.
“김 CP님! 잠시만요!!”
그러나 한발 늦었다!
남자를 태운 엘리베이터는 매정하게 닫혀 버렸다.
“젠장···.”
‘엘리베이터를 멈출 수만 있으면···!’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에 오른손을 대라.]동수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대며 물었다.
‘어쩌려고?’
[EMP(전자기펄스) 방출.]‘뭐?’
그 순간, 손에서 찌릿! 하는 통증을 느꼈고,
-쿵!
굉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전원이 꺼졌다.
‘인마···. 너 뭐한 거야!?’
[당신이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싶어 해서 멈췄다.]“······!”
동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쩍 벌렸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동수? 나 불렀냐?”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보니, 자판기 옆에서 비타민 음료를 들고 있는 김민재 CP가 보였다.
“어? 김 CP님, 방금 엘리베이터 탄 거···.”
“엘리베이터? 뭔 소리야. 나 여기 앉아서 통화 중이었어.”
“그럼···!”
동수는 당황한 얼굴로 전원이 꺼진 엘리베이터를 쳐다봤다.
‘야! 가온! 어떻게 된 거야? 김 CP님 엘리베이터라며!’
[엘리베이터 앞이라고 했다. 탔다고 한 적 없다.]‘그럼, 엘리베이터 안에 탄 건 누군데?!’
[공수철이다.]“······!”
= = = = = = =
공수철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왜냐면 일곱 시에 강남에 있는 로프트 하우스에서 디딤돌 엔터의 상납이 약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디딤돌 엔터는 소규모 기획사라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간이며 쓸개며 빼주려고 할 테고···.
공수철은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행복했다.
‘미진이 걔는 좀 쌀쌀맞긴 하지만···. 그래도 제깟 게 별수 있겠어? 흐흐.’
큐티 걸즈는 이번 앨범도 망하면 끝이니까 말이다.
리더 최미진도 쌀쌀맞은 태도를 보일 순 없을 거다.
그때였다.
-꾸르륵
배에서 갑자기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점심으로 먹은 홍어 무침이 이제야 신호가 오는 거 같았다.
“음···.”
‘화장실에 갔다가 출발해야겠군.’
아직 6시가 채 안 됐다.
화장실에 들러도 7시까지는 강남에 갈 수 있다.
‘뭐, 조금 늦어도 되고!’
어차피 공수철이 갑이다.
디딤돌 엔터 따위는···!
-쿵!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흔들리더니 멈췄다.
그리고 불까지 다 꺼졌다.
공수철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뭐, 뭐야!?”
그는 다급하게 비상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
완전 먹통이다.
“이런 빌어먹을···.”
그때였다.
-끼이이익!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떨어지는 느낌···!
“어, 어···?!”
잔뜩 겁에 질린 순간,
-덜컹!
하더니 다시 멈췄다.
공수철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119···. 119를 불러야···!’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런데···.
“뭐야!? 전원이 왜 꺼진 거야? 어!? 왜 안 켜져!”
공수철은 캄캄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바들바들 떨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꾸르르륵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바람에 놀랐는지, 괄약근에 힘이 풀렸다!
“으어···. 아, 안 돼···!”
그는 엘리베이터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나, 나 좀 꺼내줘! 빨리! 으어억!”
= = = = = = =
동수는 시설팀에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가온, 다음부터 이런 짓 하지 마.’
[EMP 방출 말인가.]‘그것뿐만 아니라···. 위험한 짓 전부!’
[엘리베이터에 안전장치가 있는 건 확인했고 구조대가 출동하는 시간도 계산했다. 결론, 위험하지 않아.]‘인마, 만약에 화장실이 엄청 급한데 갇히면 어쩌겠어?’
[···그건 계산에 넣지 못했다. 실수했군. 대소변 활동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서 벌어진 거다. 그러니까 당신을 통해 데이터를···.]‘시끄러워!’
그때 김민재 CP가 시설팀 팀장과 얘기를 끝내고 다가왔다.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엘리베이터에 공 PD만 타고 있었나 보다. 하여튼 구조대를 불렀으니 괜찮을 거야.”
“그렇군요.”
“갑자기 전기가 끊어지다니···. 허 참···.”
“······.”
동수는 몹시 찔렸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 김민재가 물었다.
“근데 너 아까 나는 왜 부른 거냐?”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따라와!”
둘은 어느 소회의실로 들어갔다.
김민재는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월요일 방영되는 ‘멍멍이와 산다!’ 재편집하려고 합니다!”
“뭐? 그게 뭔···.”
하지만 동수의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재편집할 때 다다음 주 녹화본도 써야 합니다! 그래서 추가 촬영도 할 겁니다.”
“야, 강동수! 방송 며칠이나 남았다고 재편집이야! 그리고 추가촬영? 장난치냐!?”
“장난 아닙니다!”
“그럼 미친 거냐!?”
순간 “네!”라고 대답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괜히 김 CP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김민재는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동수를 쳐다보더니 재차 물었다.
“그렇게 한다고 시청률 1.1%가 11%로 올라?”
“그건 아닙니다!”
“그럼 괜한 짓 하지 말고···!”
“그래도 이대로 포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전력투구하고 싶다고요!”
“하아···. 이 꼴통 자식···.”
동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김 CP의 말을 기다렸다.
김민재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어떤 식으로 편집할 건데?”
“시점을 바꾸려고 합니다. 연예인이 강아지를 장식품처럼 데리고 사는 게 아닌, 강아지의 시점에서 연예인과 사는 이야기를 보여줄 겁니다!”
“······.”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다.
다만···.
“성우랑 대본은?”
“성우는 구하는 중이고! 대본은 오늘 고용한 작가가 쓰고 있습니다!”
“···보고도 안 하고 아주···.”
“죄송합니다!”
김민재는 팔짱을 끼더니,
“···‘TV 동물농원’ 내일 성우 녹음할 거야. 신 PD한테 잘 말해서 다리 좀 놔달라고 해봐. 성우 구하는 건 그게 빠를 거야.”
‘TV 동물농원’의 메인 PD 신진규.
그는 예능국 제작2팀에 소속으로 동수보다 선배다.
오고 가며 인사를 나누긴 하지만,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보고한 뒤에 신진규를 찾아가려고 했었다.
동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앨리스 엔터는 뭐래? 추가 촬영하겠대?”
“막내가 연락 중인데, 아직 확답은 못 받은 거 같습니다.”
“···양은미 대표가 호락호락하게 허락할 인간은 아니지.”
그때 막내 박지혜한테 톡이 왔다.
“CP님, 막내한테 연락이 왔는데, 아무래도 추가 촬영에 대한 거 같아서···.”
“확인해봐!”
동수는 곧장 메시지를 확인했다.
└막내: 선배님! 강세나 추가 촬영하기로 했어요!
동수는 활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강동수: 우리 막내! 나이스!
└막내: ( ๑˃̶ ꇴ ˂̶)♪⁺
└막내: 선배님, 이제 어떤 걸 할까요?
└강동수: 강아지가 메인으로 찍힌 거 찾아놔! NG 컷도 전부!
└막내: 네!
동수는 김민재를 보며 말했다.
“추가 촬영하겠답니다!”
김민재는 조금 놀란 듯이 물었다.
“정말?”
“네!”
“앨리스 엔터 그 여우 같은 것들이 웬일이지?”
동수도 의구심은 들었지만, 좋은 일이니 기뻐하자고 생각했다.
‘우리 막내의 섭외능력이 뛰어난 걸지도 몰라!’
박지혜는 S등급 조연출이니까!
김민재는 스마트폰으로 스케쥴을 체크하더니,
“토요일 다섯 시에 가편 시사할 거야.”
“잠깐만요? 가편 시사요?”
“그럼 가편 시사도 안 하고 방송에 내보낼 생각이었어?”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엉망이면 방송이고 뭐고 없어!”
“······.”
가편 시사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겨우 이틀···. 너무 촉박해. 편집을 다 해도 성우를 구하지 못하면···.’
동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편 시사를 일요일로 하면···.”
“안 돼. 일요일에 사장님, 국장님이랑 등산 간다.”
“아···.”
저건 어떻게 할 수 없다.
비라도 내리면 좋겠지만···.
다음 주까지 비 소식은 전혀 없다.
그때 김민재가 입을 열었다.
“자신 없어? 그럼 괜한 짓하지 말고 포기해!”
동수는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자! 성우를 못 구하면 내가 하면 돼!’
그렇게 결심하고 눈에 힘을 주며 소리쳤다.
“자신이 없긴요! 하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어떻게든 성우부터 구하자!’
동수는 김민재한테 인사한 뒤 회의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가온에게 말했다.
‘가온! 미안한데···. 떡볶이는 나중에 먹자!’
[알겠다.]‘······?’
[내 답변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군.]속내를 읽힌다는 건 불편하면서도 편한 거 같다.
동수가 어색한 표정을 짓자, 가온이 재차 말했다.
[나는 슈퍼 AI 가온. 당신의 상황은 곧바로 파악됐다. 지금은 떡볶이를 먹을 때가 아닌 거 같군.]‘이야, 너 좋은 녀석이구나!’
[대신!]‘······?’
[다음에는 포장 말고 식당에서 떡볶이를 바로 맛보게 해줘. 포장보다 그게 맛있다고 하더군.]동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OK! 지존 떡볶이 받고 마약 김밥까지 더!”
[강 PD, 통장 잔고는 충분한가?]“기어오르지 마라! AI! 게이트 오브···.”
[······.]“여기까지만 할까?”
[OK.]동수는 피식 웃었다.
불현듯 조카들이 떠올랐다.
주말마다 누나가 맡기고 간 조카들하고 이렇게 놀아주곤 했는데···.
‘예능국으로 왔으니 이젠 놀아주지도 못하겠네.’
무척 기쁘면서도 아주 조금 아쉬웠다.
하여튼···.
‘신 PD를 만나자!’
동수는 예능국 사무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