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 뭘 맨날 달리래!?
동수는 변 국장에게 일침을 가한 뒤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에 도착했다.
회의실에는 윤하얀이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동수는 그녀에게 물었다.
“윤 작가, 어디 가요?”
“오 선배님하고 미팅이 있어서요. 이번에 촬영하는 ‘천마는 평범하게 살고 있다’ 편도 MC를 부탁드리려고요.”
“오 선배님은 힘들 거 같다더니?”
“드라마 촬영이 엎어질 거 같은가 봐요. 작가가 갑자기 잠적했다나? 하여튼! 우리한텐 기회죠!”
윤하얀 말대로다.
연말 특집에서 오금숙이 MC를 맡고 반응이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국민 엄마는 MC도 잘하네~
└이미 한식 기행에서 검증됐죠!
└오 배우님, 예능에서도 자주 뵈면 좋겠어요!
└오금숙이 출연하니까 멍멍산 더 재밌네~
그래서 연말 특집만으로 끝내긴 아쉬웠지만, 오금숙이 곧 차기작에 들어간다고 해서 더는 부탁하지 못했다.
윤하얀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적어도 우리 개 PD님이 메인일 때까지라도 MC를 해달라고 해야죠!”
“오, 윤 작가, 파이팅!”
“파이팅!”
“팍팍 대접해요! 영수증 처리 꼭 하고요!”
“네! 알겠어요!”
동수는 회의실에서 나가는 윤하얀을 응원하고 촬영 콘티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당신이 내일 ‘연예 대상’에서 어떤 상을 받는지 알아볼까?]‘해킹이라도 하려고?’
[그렇다.]‘됐어. 별 관심 없어.’
[상이 싫은 건가?]‘그럴 리가? 상 싫은 사람이 어딨겠어? 내일 되면 알 텐데 굳이···.’
[알겠다. 그런데 윤하얀이 갔으니, 오늘 점심은 박지혜랑 둘이 먹겠군.]‘그렇지. 왜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나한테 말고 박지혜한테 물어봐라.]동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웬일이냐? 네가 남한테 메뉴 선택을 양보하고?’
가온은 팔짱을 끼더니,
[매일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었다는 거처럼 들리는군.]‘매일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박지혜한테 어떤 거 먹을 지나 물어보고 일해라.]‘알겠는데···. 가온, 너 요즘 잔소리가 심한 거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거다.]‘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그게 뭔데?’
[좀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데···.]‘······.’
‘······.’
사실 모른 척하는 거다.
동수도 가온이 왜 이러는지는 알고 있다.
바로, 여자 문제이다.
가온은 그가 마음을 똑바로 정하길 바라고 있다.
다른 건 미친개처럼 잘만 달리는데, 왜 여자 문제는 이렇게 답답하게 하느냐는 거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지만···.’
동수는 멍하니 옛 추억을 떠올렸다.
.
.
.
동수의 학창 시절은 무척이나 화려했다.
강북구 미친개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일진이나 남을 괴롭히는 학생은 아니었고···.
그 반대였다.
일진이나 깡패 새끼를 족치는 미친놈이었다.
오죽하면 동네에서 힘깨나 쓰는 덩치들도 동수를 눈여겨보고 스카웃하려고 했을까?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던 동수가 어느 날 갑자기 싸움을 멈추고 공부만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방송반을 지나치다가 만난 김수정이라는 선배.
그 사람에게 한눈에 반했고···.
초면에 고백했다.
[미안하지만 거절할게. 난 네가 누군지도 몰라.]그리고 일주일 동안 초코 우유를 사준 뒤 또 고백.
[너 되게 유명하더라? 그런데 난 폭력적인 사람은 싫어.]그날부터 싸움을 그만뒀다.
대신, 친구를 괴롭히는 일진을 보면 나를 대신 괴롭히라며 달려들었다.
[너 전교 꼴찌라며? 난 공부 잘하는 사람이 좋은데~.]그리고 기말고사 때 전교 10등을 했다.
컨닝을 한 거 아니냐며, 선생님께 의심도 받았지만···. 그다음 시험에서 또 전교 8등을 해서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 전교 8등 성적표를 들고 김수정에게 또 고백했다.
[난 대학 들어갈 때까지 연애할 생각 없어.] [···그러면 대학생 되면 제 고백받아주실 건가요?] [음~ 글쎄? 네가 나랑 같은 대학교에 가면 그때 생각해볼게?]김수정은 1학년 때부터 늘 전교 3등 안에 들 정도로 수재였다.
대학교는 아마 최상위···.
하지만 동수는 1학년 때 내신이 엉망진창···.
그래서 수능에 올인했다.
김수정과 같은 학년이었던 친누나(강희수)는 동수를 미친놈이라며,
[김수정이 너 데리고 노는 거야! 병X아! 걔 얼마나 이기적인 애인데! 그리고 걔가 좋아하는 놈도 있어! 옛날에 방송반에 강의해주러 왔던 대학생인데···. 황춘혁이랬나? 황준혁이랬나? 하여튼! 걔 XX 대학교 가려는 것도 전부···!]물론 동수는 귓등으로도 안 듣고,
[꺼져, 돼지야.] [뭐? 이 미친 똥개가!?] [뭐야? 돼지 폭탄이!?]누나와 심하게 다투곤 했다.
하여튼 세월은 흘러 동수는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김수정과 같은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개강 첫날.
김수정에게 찾아가서 고백했다.
[나 교환 학생 준비 중이어서 요즘 바빠. 연애는 좀 더 나중에···. 미안해.]동수도 곧바로 교환 학생을 준비했다.
그때 친해진 박대철이 조언을 해줬다.
[인마, 교환 학생을 따라갈 게 아니고, 국방의 의무를 먼저 해결해야지. 수정이 걔가 순진무구한 신입생도 아니고, 미필이랑 왜 사귀냐?] [······!?]지독한 현실을 깨닫고, 1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군대에 가기로 정했다.
그리고 가족도, 친구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채.
동수는 강원도 산골짜기로 입대했다.
그는 생각했다.
‘당당한 남자가 돼서 고백하자.’
군 복무하는 동안 혹여 김수정이 공부하는 데 방해될까 싶어서 연락도 안 했다.
다만, 그의 끄나풀(박대철)을 통해 그녀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을 뿐···.
[미친놈아, 수정이 연애 안 한다고! 고백하는 새X도 없어! 어제도 물어보고 오늘도 물어보는 건 대체 뭔 개짓거리야? 네가 자꾸 전화하니까 여자친구가 바람피우냐고 의심하잖아!] [형, 수정이 누나한테 왜 고백하는 놈들이 없는 거지? 이상하지 않아?] [야! 김수정 그 정도 아니라고! 너가 눈깔이 삔 거야! 어우씨! 야! 너 전화하지 마!] [형, 그러지 말고, 내일 수정 누나한테 직접 물어 봐줘.] [내가 미쳤냐!?]하여튼 그렇게 국방부의 시계는 돌아갔고···.
동수는 마침내 군필자가 됐다.
그리고 그는 김수정한테 연락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김수정의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충격을 받았지만···.
어쨌든 학교로 직접 가서 그녀를 만났고, 꽃다발을 건네며 고백했다.
[동수는 변함이 없네. 대체 내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야?] [첫눈에 반했어요.] [···그런데 어쩌지 나 취업 준비로 바쁘거든. 연애할 시간은 없는데···.] [···PD 준비한댔죠?] [응.] [그럼 저도 PD가 될게요.] [동수야, 이제 너나 나나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야. 진로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괜찮아요. 누나가 제 마음을 받아주면···. 진로가 뭐든···.] [······후회할걸.] [후회 안 해요.]그리고 후회했다.
피 터지게 공부했고, 자소서에 한 줄이라도 뭔가 더 쓰기 위해 KBC 인턴 PD까지 지원했는데···.
김수정이 있는 드라마국으로는 못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김수정이 어떤 남자와 함께 있는 걸 봤다.
[준혁 선배, 핫바 그만 먹어요. 몸에 안 좋아요!] [먹든 말든 네가 왜 난리야?] [그건···. 선배가 건강한 게 좋으니까요!] [얌마, 핫바 한, 두 개 먹는다고 촬영 펑크 안 내!] [그게 아니고···.]황준혁이라는 PD였다.
예전에 친누나에게 들었던 김수정이 좋아한다는 대학생 이름과 같은···.
우연은 절대 아니다.
그때 깨달았다.
‘수정이 누나는 나랑 똑같구나.’
그걸 깨닫고 마지막으로 고백하기로 했다.
[수정이 누나, 이번이 마지막 고백이에요. 받아주지 않으면 더는 누나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만나도 아는 척도 안 할 거고요.] [······.] [저는 누나를···.] [······.]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상대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챌 때가 있다.
그때 동수가 그랬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떠났고···.
KBC 인턴 PD도 그만뒀다.
그리고 백수로 허송세월 보내는데, 박대철이 찾아와서 말했다.
[세상에 여자가 반이다.] [······.] [너 아직 이십 대야. 세상 다 산 표정 짓지 마.] [형···.] [수정이가 좋아한다는 PD 말이야. 대단한 놈이야. 천재 PD라고, 장차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감독이 될 거라더라.] [······.] [그 새끼보단 잘나야지. 그래야 나중에 김수정이 널 놓친 걸 배 아파하지 않겠냐고?] [유치하게 무슨···.] [뭐 그게 아니어도, 너 말이야, PD 일 좋아했잖아.] [······.] [너 현장에서 죽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건···.] [난 네가 허튼 말하는 똥개 새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구 짓도 십 년이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게 한 거야. 강산도 변하는 세월인데···. 이제 정신 좀 차려라, 강동수!]박대철의 조언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SBC 방송국 PD 면접을 봤고, 송민용 사장 앞에서 책상을 격파하고 합격하고···.
파란만장한 AD 시절을 보내고···.
마침내 입봉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박채연 작가.
김수정과 무척이나 닮은 여자였다.
대철이 형이나 임혜숙 작가가 별로 신뢰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고 너무 마음 주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김수정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은 걸까.
동수는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고···.
배신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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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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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가온이 작은 알림창을 띄워둔 채 뭔가를 감상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가온에게 물었다.
“뭐 보냐?”
[당신이 생각하는 거.]“뭐?!”
동수가 당황하며 가온이 보는 화면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동수가 김수정에게 마지막 고백을 하려다가 쓸쓸하게 뒤돌아서는 모습이···.
“야, 야, 야! 너!?”
[결국에는 당신이 연애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최종 보스는 철벽녀였군. 배신녀는 중간 보스 따위도 아니고 그냥 이벤트 몬스터···.]“시, 시끄러워! 당장···!”
그때 문이 열리더니 박지혜가 들어왔다.
“선배님, 뭐 하세요?”
“어? 아, 그냥···.”
“누구랑 얘기 중이셨던 거 같던데···.”
“아니야. 그냥 혼잣말을 조금···. 아! 그보다 안희진 성우랑은 연락됐어?”
이번 촬영에는 천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때가 많아서 성우가 필요했다.
그래서 멍멍산 팀과 친한 안희진 성우를 캐스팅하기로 했다.
그녀는 유명한 성우기도 하지만, 망고(강세나 편에 출연한 강아지)의 성우를 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앙상블 점수도 무려 87점(A등급)이니까.
박지혜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주부터 다음 주까지는 일정이 있어서 힘들대요.”
“어쩔 수 없지. 그럼, 성우 협회에···.”
“성우 협회에 요청은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안희진 성우가 다른 성우를 소개해주셨거든요.”
“아, 그래? 어떤 사람이래?”
“그게 사정이 있어서 경력은 많지 않은데···. 실력은 굉장한 친구라고···.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던데요?”
“음···.”
안희진은 허튼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만나러 가야겠네. 약속 잡았어?”
“네!”
“좋아, 그럼 같이 가자.”
“어? 선배님도요? 저만 가도···.”
“아냐, 아냐. 나도 당장 급한 일은 없으니···.”
‘그 노래? 그 가수!’의 MC 후보인 김시환 선생님의 행적은 가온이 찾고 있다.
그리고 ‘인기 뮤직’은 민성아와 송수빈(조연출)이 잘해주고 있고···.
미친개 스튜디오를 차리는 것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으니···.
‘지금은 멍멍산에 집중하자!’
“그래서 안희진 성우가 소개해준 사람은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그분이 따로 식사 자리 같은 건 불편하다고 해서 일하는 데서 잠깐 뵙기로 했어요.”
“그래? 어디서 일하는데?”
동수는 일하는 데면 굳이 나까지 갈 필요가 없으려나 생각했다.
그때 박지혜가 대답했다.
“신성 월드 어드벤처요.”
“응? 어디라고?”
“잠실에 있는 신성 월드요!”
“아···.”
-띠링!
그때 알림창이 떠올랐다.
『특별 임무가 수정됐습니다!』
‘뭐? 수정?’
『당신 이번 주말에 일해도 좋고~ 집에서 잠만 자도 좋아요~! 가장 좋은 건요~! 일도 하고, 연애도 하는 거죠~! 바로, ‘신성 월드 어드벤처’에서요!』
『임무 : ‘신성 월드 어드벤처’에서 박지혜와 함께 놀이기구 3가지 타고, 야간 퍼레이드를 감상하세요!』
『보상 : ‘앙상블 시스템 업데이트’ + ‘가온의 특별 선물’』
동수는 수정된 임무를 보며 눈가를 움찔했다.
‘가온, 너 무슨 짓을···.’
그러자 가온은 양손에 초록색 불빛을 반짝이며,
[미친개, 달려.]‘뭘 맨날 달리래!?’
그때 박지혜가 말했다.
“선배, 그냥 저 혼자 다녀올게요. 요즘 바쁘신데···.”
걱정스레 말하는 막내.
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아냐, 같이 가자. 끝나고 점심도 먹고···.”
“···네!”
동수는 짐을 챙기며 물었다.
“먹고 싶은 거 있냐?”
“선배님 드시고 싶은 거 드세요.”
“난 아무거나 좋아.”
“저도요!”
“···뭐, 그럼 가면서 생각해보자.”
그렇게 둘은 잠실 신성 월드 어드벤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