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 SBC에 뼈를 묻게 하란 말이야!
송민용 사장은 높디높은 대명 빌딩(대명 그룹 본사)을 올려다보며 수심에 찬 얼굴을 했다.
그런 그의 뒤로 불안한 표정의 변우민 국장이 서 있었다.
변우민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사장님···.”
“닥쳐. 한 대 맞기 전에···!”
“······.”
송 사장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너 진짜 나한테 불만 있는 거냐?”
“아, 아닙니다. 그런 거···.”
“그게 아니면 어떻게 이러냐? 혹시 미친 거야?”
“저, 전 그냥···. 지난번에 강동수가 CP로 승진한 게 회장님 지시였으니까···. 이번에 ‘연예 대상’도 회장님이···.”
송민용은 으드득 이를 갈며,
“이 XX, 미친 거 맞네.”
“사, 사장님···.”
“인마, 그거 내가 지시한 거야!”
“네···!? 사장님 어째서 그런 지시를···!”
“뭐야 표정이 왜 그래? XX! 사장이 유능한 부하직원 떡 하나 더 주는 게 그렇게 불만이냐? 불만이냐고!? 꼬우면 네가 사장하든가? 어!?”
“저, 저는 그게 아니고···. 다만, 기강이···.”
“아, 됐고! 네 변명 듣고 싶지 않아. 미친X! 내 지시든, 회장님 지시든···. 국장 나부랭이가 어디서···.”
“······.”
변우민은 몹시 자존심이 상했지만, 고개를 떨굴 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그가 잘못한 건 맞으니까. 하지만···.
‘사장님이 갑자기 강동수에게 상을 주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애초에 잘못은 송민용이 한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무척 억울했다.
물론 이런 소리를 입 밖으로 꺼냈다간 송 사장한테 맞거나 잘릴 수도 있으니···.
“···죄송합니다.”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송민용은 오만상을 쓰며 대명 빌딩으로 들어갔고, 변 국장은 그 뒤를 죄인처럼 따라갔다.
그리고 회장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담우철 회장 앞에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직원 교육을 잘못···.”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담 회장은 그들에게 대답은커녕 시선도 주지 않고 서류를 검토할 뿐이었다.
송민용과 변우민은 죽을 맛이었다.
‘회장님, 단단히 화가 나신 것 같네···. 나 같아도 조작범으로 의심을 받으면···.’
‘부르셨으면 뭔가 말이라도···.’
그때 담 회장이 두 사람을 힐끗 보더니,
“송 사장.”
“네, 회장님!”
“설령 내가 마음에 드는 직원한테 상을 하나 주겠다고 했다 치자. 그게 수상 조작 소리를 들어야 하냐?”
“아닙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자네 직원 생각은 다른가 봐.”
송 사장은 움찔하더니 발로 변우민의 정강이를 툭! 찼다.
변우민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저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네!”
“그런데 왜 강동수한테 지랄한 거야?”
“······!”
“강동수가 상을 받는 게 싫으면 그냥 갈구면 되는데, 왜 굳이 조작이네, 마네 이딴 소리를 해.”
“그, 그게···. 원래 상을 받기로 했던 직원이 있는데···.”
-탁!
담 회장은 서류를 책상에 내리치며 말했다.
“이놈 보게.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결국 날 조작범으로 생각한다는 거잖아!?”
“아, 아닙니다. 전 그저···.”
“송 사장, 지난번부터 느꼈는데···. 직원 교육이 참···. 응?”
송민용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죄송합니다.”
“아냐. 뭐, 이게 자네 방침이면···.”
“죄송합니다, 회장님!”
사과하던 송 사장은 변우민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변우민은 침을 꼴깍 삼키며,
‘망했다···!’
라고 생각했다.
그때 담 회장이 말했다.
“변우민 국장이랬지?”
“···네.”
“자네는 잘 모르나 본데···. 나는 원래 자비가 없는 사람이야. 눈 밖에 나면 그냥 아웃이지.”
“······.”
“그런데 자넨 벌써 두 번째야.”
“회, 회장님···.”
담 회장은 팔짱을 끼고 변 국장을 노려보며,
“자네를 내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저, 저는 이십 년 넘게 예능국에서 근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짬 얘기야. 여기가 군대야? 국장을 짬으로 달아? 송 사장, SBC 그딴 식으로 운영해?”
송 사장은 화들짝 놀라며,
“아닙니다. 저는 무엇보다 능력 위주입니다! 경력보다 실력이죠! 회장님께 배운 그대로 경영 방침을···.”
“그런데 왜 이딴 소리가 나와?”
“그건···.”
송민용은 뒷말을 흐렸다.
변우민은 바들바들 떨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담 회장은 서늘한 목소리로,
“예능국 국장이야 능력 좋고 패기 넘치는 직원이 맡으면 돼. 그 친구 누구였지? 예능국 제작 2팀 김민재랬나?”
송민용은 물론, 변우민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담 회장 입에서 김민재 CP의 이름이 왜 나오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피식 웃으며,
“그 친구 아주 착실하더군.”
‘신입 사원 때부터 당돌하게도 기념일마다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우리 집을 찾아와 선물을···.’
물론 저택 안으로 들인 적은 없다.
그러나 김민재는 늘 담 회장의 저택을 찾아왔다.
왜 저러나 싶어서 알아보니, 힘 있는 상사들에게는 전부 최선을 다해 아부했다.
거기다 능력도 좋고, 직원들 사이에서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
결론은 이거였다.
‘야망이 큰 친구군.’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송 사장은 껄껄 웃으며,
“기, 김민재 CP가 착실하죠! 등산을 함께 가면 늘 제일 먼저 약수터에서 물을 떠 와서···.”
변우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담 회장이 김민재를 언급하자 왠지 모르게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왜 김민재를···.’
김민재 CP는 한때 그의 사람이었지만, ‘그날’ 이후 벽이 생겼다.
바로,
‘강동수를 심의부로 보냈을 때부터···.’
김민재는 몇 번이고 공수철의 선동에 넘어가서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변 국장은 듣지 않았다.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는 동수를 혼쭐 내주고 싶었으니까.
그때부터 김민재는 변 국장을 존중하긴 했지만, 속내를 전부 드러내지 않았다.
‘패전투수라는 명목으로 강동수를 예능국으로 불러온 사람도 김민재였고···.’
변 국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때 담 회장이 말했다.
“하여튼 내 말은 이거야. 변우민, 자네를 내쫓지 않을 이유가 없는···. 나한텐 가치가 조금도 없는 인간이라는 거야.”
“회, 회장님···!”
당황하던 변우민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두 번 다시 회장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앞으로가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까지 해온 게···.”
“기회를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변 국장은 머리를 조아렸다.
‘여기서 끝날 순 없어. 어떻게든···. 어떻게든···.’
송민용은 그런 변우민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멍청한 놈···. 국장이 되더니 허리만 꼿꼿해져서 나대더니···.’
그때 담 회장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몸을 앞으로 숙이며,
“기회를 달라고?”
“네! 제발···.”
“흠···. 그래, 좋아. 그럼 기회를 주지.”
변우민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가, 감사합니다!!!”
송민용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회장님이 이럴 분이 아닌데···. 한직으로 보내던가 정말 내쫓을 줄 알았는데···.’
이때 담 회장이 말했다.
“단! 조건이 있어.”
“네? 조, 조건이요?”
“강동수 말이야.”
변우민은 몸을 움찔했다.
‘강동수는 또 왜···. 설마, 그놈한테 사과하라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런 조건이라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국장 자리에만 붙어 있을 수 있다면···!
“SBC 그만두지 못하게 해.”
“···네?”
“회장님, 그게 무슨···.”
변 국장과 송 사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둘 다 흠칫했다.
‘설마, 핫플렉스로···!’
‘레나 포스터가 강 CP를···!’
담 회장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강동수가 나한테 그러더군. 제작사를 차리겠다고.”
“네? 제, 제작사요?”
“핫플렉스로 가는 게 아니고요?”
“미친놈이지? 수십억을 마다하고 스트레스만 잔뜩 받는 사장을 하겠다니···.”
담우철은 천천히 걸어서 창가로 갔다.
그리고 빌딩 아래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참 재밌는 놈이야.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아. 내 손바닥 위에 더 있게 하고 싶단 말이지. 하지만 내 체면이 있지 않나? 어떻게 그놈한테 떠나지 말라고 매달리겠어?”
“······.”
“······.”
담 회장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변우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까 자네가 잡아. 강동수 그놈이 아무 데도 못가게. SBC에 뼈를 묻게 하란 말이야!”
변 국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했다.
‘내가···?’
송 사장은 변 국장을 힐끔 보며,
‘얘가···?’
담우철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렇지 않으면 변 국장···. 자네는 끝이야.”
= = = = = = =
동수는 박지혜와 지하철을 타고 신성 월드 어드벤처로 향하며 안희진 성우가 소개해준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연극배우 김경수···. 이 사람이 과연 성우를 잘할 수 있으려나?’
가온이 말했다.
[앙상블 점수는 87점(A등급)이다. 아주 좋다.]‘그건 그렇지···. 어떤 사람이려나?’
그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박지혜가 물었다.
“선배님, 변 사또랑 심하게 다투셨다면서요. 혹시 지난번에 윤 작가가 말한···.”
“응, 그 문제야.”
“···‘연예 대상’ 수상 청탁을 했다던데···.”
동수는 박지혜를 힐끔 보며,
“내가 청탁을 했을 거 같아?”
“아뇨.”
단호한 대답에 동수는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저희한테 말씀하셨잖아요. 연예 대상이나 백상 같은 것보다 꿈을 크게 가지자고요.”
“······.”
“에미상을 씹어먹자! 그렇게 말씀하신 선배님께서 그깟 연예 대상을 청탁하시진 않았을 거 같아요.”
한점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말하는 박지혜.
동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3년 전···. 이렇게 그를 믿어준 사람은 없었다.
임혜숙 작가나 박대철도 처음엔 ‘돈이 필요하면 말하지. 왜 그랬어?’라는 식으로 말했으니까.
그만큼 공수철의 선동과 박채연의 뒷공작은 대단했다.
동수는 재차 물었다.
“막내야, 넌 날 뭘 보고 이렇게 믿는 거냐?”
“······.”
“솔직히 우리 알게 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 그런데···.”
“음, 글쎄요.”
“······.”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어요. 신교대 PD한테 워낙 나쁜 얘기를 많이 들어서···.”
동수는 미간을 좁히며,
‘신교대 그 XX···.’
“그러다가 선배님과 윤 작가님과 함께 일하는 게 즐거웠고···.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선배님이 대단하고···. 그리고···.”
“······.”
박지혜는 담담하게 동수의 칭찬을 이어갔다.
동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얘는 창피하게 무슨···.’
박지혜가 그를 쳐다보더니 눈을 반달처럼 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동수는 움찔하더니,
-두근두근···
왠지 모르겠지만 심장이 뛰었다.
그는 생각했다.
‘창피하니까 심장까지···.’
-뾰로롱!
이때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자신을 속이지 마라. 미친개.]‘뭔 소리야.’
[지금 당신의 혈압 수치는 한설희의 럭키 키스 때보다 더 높다.]‘···뒷목 잡고 쓰러지면 되냐?’
[신소리로 넘기지 말고! 솔직해지란 말이다.]‘···시끄러워.’
그때 박지혜가 말했다.
“제가 선배님을 왜 이렇게 믿냐는 답이요···.”
“어? 응···.”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두 달 만에 선배님을 이렇게 믿을 수 있게 됐을까요?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돼요. 대체 왜 이런 걸까요?”
“······.”
동수야말로 궁금했다.
그녀가 단순히 착한 걸 넘어서 왜 이렇게까지 그를 믿는 건지···.
그때 박지혜가 맑은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선배님은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