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 너를 안 믿으면, 누굴 믿냐!
동수는 박지혜가 본인이 왜 이렇게 자신을 믿는지 아냐는 질문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인마, 그 질문은 내가 너한테 한 거잖아. 되물으면 어쩌자는 거야?”
박지혜는 조금 아쉬웠다.
그녀가 바란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그랬죠?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죄송하긴. 됐어, 됐어. 내가 괜한 질문을 했다. 믿어주는데 이유가 어딨겠냐? 그냥 믿으면 믿는 거지.”
“그럴까요?”
“응?”
“사람을 그냥 믿는 게 가능할까요?”
“······.”
동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적당한 선에서 대화가 끝날 줄 알았는데···.
그때 가온이 말했다.
[아무래도 박지혜가 바라는 답이 있는 거 같군.]‘바라는 답···? 그게 뭔데?’
[답답하긴 한데, 내가 말하면 의미가 없지.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답을 알 거다.]오늘따라 가온도 막내도 이상한 말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답을 안다고? 그냥 믿는 게 가능하냐고?’
그때 지하철 안내 멘트가 나왔다.
[이번 역은 잠실, 잠실역입니다. 내리실 문은···.]동수는 답을 기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박지혜에게 말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일단 내리자.”
“네, 선배님···.”
조금은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숨긴 채···.
두 사람은 지하철에서 내렸고, 신성 월드 어드벤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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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월드 어드벤처 직원 휴게실.
동수와 박지혜는 인형 옷을 입고 있는 남자, 김경수와 만났다.
바로 안희진이 소개해준 새로운 성우다.
그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얼굴에 흉측한 상처가 있기 때문이었다.
안희진 성우한테 듣기로는 굉장히 큰 사고를 당했다던데···.
동수와 박지혜는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명함을 건넸다.
“반갑습니다. SBC 예능국 강동수 CP입니다.”
“안녕하세요. 박지혜라고 합니다.”
김경수는 두 사람을 의외라는 듯 보다가 말했다.
“···김경수입니다. 이것저것 하는 놈입니다.”
“이건 저희가 준비한 겁니다. 일하시면서 목이라도 축이시라고···.”
동수는 주스 상자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의자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며,
“아니, 뭘 이런 거를 다···. 고맙습니다.”
“하하, 고맙긴요.”
김경수는 상자에서 주스를 꺼내 동수와 박지혜에게 내밀었다.
동수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마음이 편치 않다며 주스를 권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주스를 마시며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살짝 경계하던 김경수도 차츰차츰 마음을 열었는지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했다.
그렇게 휴게실 분위기는 점점 훈훈해졌다.
동수는 사전에 박지혜에게 들었던 정보로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하하,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신다고 하던데···.”
“···그냥 뭐···.”
김경수는 말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그는 씁쓸하게 옆에 있는 인형 탈을 쓰다듬었다.
동수는 힐끗 막내에게 눈치를 보냈다.
‘내가 뭐 잘못 말했나?’
막내는 고개를 살짝 가로 저었다.
그녀도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데이터 검색 결과, 김경수가 출연했던 역할은 비중도 적고, 얼굴도 드러나지 않는 거더군.]‘아···, 그래?’
[그리고 김경수와 관련해서···.]가온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김경수가 입을 열었다.
“희진 누나가 두 분께 뭐라고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성우를 찾으신다면 협회에 문의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저는 전문 성우도 아니고, 경험도 많지 않으니···.”
“저는 안희진 성우를 믿습니다. 그분이 김경수 씨를 소개해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글쎄요···.”
그는 얼굴의 흉터를 매만지며,
“···동정심에 저를 꽂아주려고 한 거 같은데요. 아니면, 더는 멍청한 선택을···.”
“네?”
동수가 되묻자, 김경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닙니다. 하하.”
옆에 앉아 있던 박지혜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로 배우분들 중 성우 출신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금숙 선배님도 성우 출신 배우시고요. 연극 무대랑 똑같이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분은 성우 시절에도 워낙 유명한 분이셨습니다. 저 같은 아마추어랑은 차원이 다른 분이죠. 저는 연극 무대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김경수는 더는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뒷말을 흐리더니, 곧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이런 얘기를 할 게 아닌데. 바쁘신 분들을 앞에 두고 넋두리를 늘어놓았네요.”
“괜찮습니다! 하하.”
“아까 강 CP님 말씀대로 희진 누나가 저를 추천한 이유가 있겠죠···. 알겠습니다. ‘멍멍이와 산다!’ 성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 좋은 선택입니다. 그러면 일단···. 박 PD.”
동수의 부름에 박지혜는 “네!”라고 대답하더니, 계약서와 기획안을 내밀었다.
박지혜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시고 혹시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경수씨,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동수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김경수는 투박하고 줄이 두꺼운 시계를 찬 손을 내밀어 동수의 손을 마주 잡으며,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데이터 해킹을 시작한다. 2%···. 5%···. 7%···. 9%···. 컨디션 기능 활성화!]‘속도가 꽤 빠르네?’
동수는 컨디션 기능이 활성화되자 손을 놨다.
그리고 김경수의 정보창을 살폈다.
『김경수(해킹률 10%)』
【성별: 남 / 나이: 25 / 직업: 배우】
【특기 1: 자해 충동 /특기 2: 연기 천재】
【컨디션 : ↘ (컨디션 향상엔 영화 감상이 최고)】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동수는 나이가 생각보다 어리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의 첫 번째 특기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자해 충동···?’
김경수가 손목에 찬 줄이 두꺼운 시계가 신경 쓰였다.
‘가온, 이 사람 설마···.’
[당신 생각대로다.]“······.”
그때였다.
-띠링! 띠링! 띠링!
‘어? 이건···.’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다!]그때 파앗! 하고 금색으로 빛나는 알림창이 나타났다.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 발견!』
동수는 곧바로 어떤 내용인지 확인했다.
『김경수의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
【날개 잃은 천사!】
【조건 충족 시 김경수 재능이 되살아납니다!】
【조건 충족 시 김경수의 앙상블 점수가 극대화됩니다!】
【조건 충족에 대한 힌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잃어버린 내 모습을 찾아 샤방! 샤방! 예전 그 모습을 찾아 샤방!】
동수는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 내용을 확인하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잃어버린 내 모습···.’
흉터로 인해 흉측한 그의 얼굴을 보며 깊은 눈을 했다.
그와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그는 김경수에게 웃으며,
“그럼 녹음 일정이 정해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동수와 박지혜는 직원 휴게실에서 나왔다.
박지혜는 동수에게 물었다.
“선배님, 방송국으로 돌아갈까요?”
동수는 그러자고 하려고 했지만, 요정 가온이 날아와 그의 미간을 톡톡 건드렸다.
[임무 수행해라.]‘인마, 근무 중에···.’
[싫다면 업데이트는 없어.]‘알겠어. 대신 앞으론 일할 때 이런 임무 주지 마.’
[생각해보겠다.]‘···이 고집쟁이 AI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박지혜에게 말했다.
“잠깐 신성 월드 좀 구경하고 가자. 안에서 점심도 먹고···.”
“네? 왜요?”
“아, 그게···.”
가온이 낸 임무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고···.
동수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박지혜가 “아!” 하더니,
“이번에 ‘천마는 평범하게 살고 있다’ 신성 월드에서도 촬영하실 생각이신 거죠?”
“어? 어! 그, 그래···. 거, 검토 중이거든.”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촬영 때 괜찮을까요?”
“일단 한 번 살펴보자!”
박지혜는 활짝 웃으며,
“네!”
= = = = = = =
송민용 사장은 기사가 운전하는 자동차 뒷좌석에 몸을 기댄 채,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동수가 제작사를 차린다고···. 이렇게 되면 핫플렉스와 한 계약은···.’
핫플렉스는 SBC의 ‘멍멍이와 산다!’ 방영 계약을 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바로, 강동수 PD가 제작하는 회차만 방영한다는 거다.
‘강동수가 내년 초에 제작사를 차리면···. 핫플렉스에 몇 편 방영 안 되는 거 같은데···. 가만? 설마 레나 포스터 부사장은 이 사실을 알고···!’
송 사장은 이를 갈았다.
‘협상의 여왕이 아니고, 사기꾼이잖아! 젠장!’
그는 팔짱을 끼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강동수 이놈은 왜 그만둔다는 거야? CP 진급도 하고, 담 회장님도 뒤를 봐주고 있는데···. 그야말로 비단길이 쭈욱 펼쳐져 있는데···. 왜 굳이 가시밭길을···.’
가온 덕분에 자신만만하게 제작사를 차리려는 거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송 사장은 의문스러웠다.
그러다 옆좌석에서 앉아서 죽을상을 하고 있는 변우민을 쳐다봤다.
“변 국장, 혹시 너 때문이냐?”
“갑자기 그게 무슨···.”
“강동수가 우리 방송국 그만두고 제작사를 차리려는 거! 네가 괴롭혀서 그런 거냐고?”
변 국장은 움찔했지만, 다급하게 말했다.
“아, 아닙니다! 저, 저는 누구보다 공평하게···.”
“지랄.”
“······.”
“변명은 됐고. 강동수가 그만두면···. 회장님이 아니어도, 내가 너를 가만히 안 둬.”
“사, 사장님···.”
창백하게 질린 변우민에게 송민용은 엄한 목소리로,
“그러니까 어떻게든 강동수가 그만두는 걸 막아. 가서 무릎을 꿇고 빌든···. 뭐든 하라고! 알겠어!?”
“···네.”
변우민은 생각했다.
아무리 궁지에 몰렸어도 부하 직원한테 무릎을 꿇을 순 없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다른 방법이···.’
몇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좋은 수는 아니었다.
자칫 잘못했다가 강동수가 미쳐 날뛰면 더 답이 없을 수도 있는···.
‘강동수를 만나서 직접 얘기를 해봐야지.’
그렇게 그는 예능국에 도착해서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 문을 벌컥 열며 물었다.
“강동수, 나 좀···.”
하지만 회의실엔 사람이 없었다.
‘뭐야? 전부 어디 갔어?’
그때 박대철 PD가 지나가며 물었다.
“국장님, 뭐하십니까?”
“아, 박 PD···. 혹시 강동수 봤나?”
“강 CP요? 아니요. 못 봤습니다.”
“그래?”
변 국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 자식은 저번에도 여의도를 가더니, 왜 맨날 자리를···.’
그때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박대철을 보며,
‘잠깐만···. 이 녀석이 강동수와 막역한 사이였지.’
“박 PD, 잠깐 국장실로 따라오게.”
“네? 아, 네···.”
둘은 국장실에 마주 앉았다.
변우민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내가 강동수를 찾은 건···. 이상한 소문을 들어서야.”
“이상한 소문이요?”
“그래, 강동수가 SBC를 그만두고 제작사를 차린다는···.”
“아, 그렇습니까?”
변 국장은 눈가를 움찔했다.
‘태도가 왜 이래? 알고 있었던 거야?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박대철은 낄낄 웃으며,
“그 자식, 로또라도 당첨됐나 봅니다. 키야~ 이제 강 사장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 대표인가?”
“······박 PD, 축하할 일이 아니야. 강동수는 아직 경험도 부족한데···.”
“강 CP가 경험 부족하면 우리 방송국 절반은 병X 일 겁니다.”
“···박 PD, 나도 강동수가 능력이 있는 건 알아.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젊은 후배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거지. 내가 충고라고 해주고 싶지만, 그러면 강동수는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게 뻔해. 그러니까 자네가···.”
“싫습니다.”
“뭐, 뭐라고?”
“강 CP가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야죠. 다른 사람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변 국장은 “허!”하고 소리를 냈다.
평소에 조용조용하고 유들유들했던 박 PD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말입니다. 아까부터 거슬렸는데, 강 CP를 왜 강동수라고 부르는 겁니까? 다른 CP들은 전부 CP라고 부르면서 존중해주시지 않습니까?”
“뭐? 뭐?”
박대철이 책상을 탕! 치며,
“차별하지 마십쇼. 이러니까 강 CP가 독립하려는 거 아닙니까?”
“내, 내가 언제···.”
“그리고 교양국에서 유배 온 골칫덩이라고 무시하던 저한테 이런 부탁하는 거 민망하지 않습니까?”
“······!?”
박대철은 변 국장을 차갑게 쏘아보더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변우민은 박대철이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불현듯 박 PD의 교양국 시절 별명이 떠올랐다.
후배나 동료 혹은, 작가 같은 약자들을 상대로는 그저 사람 좋은 호구 같은 모습만 보이지만···.
선배나 상사, 갑질하는 놈들한테는 미친놈처럼 달려드는···.
강강약약의 남자···.
“자이언트 킬러···.”
박대철이 괜히 미친개와 친한 게 아니다.
그는 동수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딴 사람을 떠올렸다.
‘임혜숙 작가···.’
하지만 지난번 편성 문제로 다투고 나서 얼굴 보기도 껄끄럽다.
자이언트 킬러에, 마녀까지···.
그는 머리를 박박 긁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강동수, 이 자식은 친해도 꼭 자기 같은 것들만···.”
변 국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강동수한테 직접 얘기해보는 수밖에 없나?’
그는 스마트폰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동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 = = =
동수는 벤치에 앉아 신성 월드 실외 구역을 훑어봤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오지게 많다.
유치원에서 단체로 온 건지 아이들도 많고, 교복 차림의 학생들도···.
“···지금 방학 아닌가? 교복은 뭐야?”
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따뜻한 핫초코를 홀짝 마시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들렸다.
변 국장이었다.
‘이 인간이 왜 전화를 한 거지?’
동수는 곧바로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몇 차례 더 전화가 걸려왔지만, 그는 그냥 무시했다.
변우민과 대화하면 혈압만 오르니까.
그때 박지혜가 회오리 감자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선배님, 여기요.”
“아, 땡큐. 근데 점심 이걸로 되겠냐?”
“네!”
“뭐···. 이따 배고프면 말해.”
“네! 알겠어요!”
그녀는 벤치에 올려둔 동수의 스마트폰에서 전화벨이 울리는 걸 듣더니,
“선배님, 전화 오는데요?”
“변 사또야.”
“아···.”
“됐어. 무시해. 내일 상 받는 걸로 지X 하려는 걸 거야.”
“네···.”
두 사람은 조용히 회오리 감자를 먹었다.
그리고 다 먹은 뒤 동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막내야. 놀이기구 몇 개 타보자.”
“저, 저희가요?”
“응. 방송 때 써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인해봐야지.”
막내는 그녀답지 않게 머뭇거리며,
“머, 멍멍이는 놀이기구 못 탈 텐데···.”
“우리가 앞으로 찍을 프로그램이 몇 개인데···. 멍멍산만 하다가 PD 생활 끝낼 거야?”
“아, 아뇨!”
동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따라와!”
“···네···.”
그날···.
동수는 막내가 놀이기구를 정말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죽했으면 가온이 놀이기구 3가지를 타는 임무를 2가지로 줄여줬다.
그리고 저녁이 되고 두 사람은 퍼레이드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동수는 놀이기구 때문에 해롱거리던 그녀가 퍼레이드는 눈을 반짝이면서 보자 피식 웃으며 물었다.
“재밌냐?”
“아, 네! 이런 걸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그래?”
“선배님은 보신 적 있어요?”
“난 조카들 데리고 몇 번 와서 봤지.”
“아···.”
잠깐의 대화가 끝나고, 둘은 다시 조용히 퍼레이드를 감상했다.
그리고 퍼레이드가 끝나고···.
“너희 집은 이 근처지?”
“아, 네!”
“그럼, 바로 가봐. 내일 보자. 시상식이니까 적당히 꾸미고 와.”
“아하하, 알겠습니다.”
동수는 몸을 돌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박지혜는 아쉬운 눈빛으로 그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그때였다.
동수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막내야.”
“네?”
“아까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
“사람을 그냥 믿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 말이야.”
“아, 네···.”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그냥은 못 믿을 거 같다.”
“······.”
“상대를 일말의 흔들림 없이 믿을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이 나한테 특별한 존재여서가 아닐까?”
박지혜는 멍하니 동수의 말을 곱씹었다.
“특별한 존재···.”
“대충 답이 됐으면 좋겠네. 그럼, 간다!”
다시 지하철로 걸어가는 동수.
박지혜는 바라보다가 주먹을 꼬옥 쥐며,
“저기···!”
“······?”
“선배님은 혹시···. 저를 믿으시나요?”
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그걸 말해 뭐하냐? 너를 안 믿으면, 누굴 믿냐!”
동수는 손을 흔들며 지하철로 들어갔다.
박지혜는 동수가 사라진 곳을 보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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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타자 요정 가온이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그의 머리에 앉았다.
[나름 노력했군.]‘어디 갔다 왔냐?’
[당신 근처에 있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았으니까.]‘방해는 무슨···.’
[앙상블 시스템 업데이트는 내일 새벽 4시에 될 거다. 자고 있을 테니까 고통도 없을 거다.]‘···뭔가 무섭게 들린다.’
[겁먹을 거 없다. 그리고 특별한 선물 말인데···.]“아, 맞다. 특별한 선물이 뭐야?”
-띠링!
알림창이 나타났다.
『‘경영의 대가’ 프로그램을 설치하시겠습니까?』
‘경영의 대가···?’
[제작사 사장이 되기로 했으니 회사 경영도 필요하다. 하지만 당신은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하고 싶겠지?]‘그건 그렇지···.’
[이 프로그램이 당신을 도와줄 거다.]‘이게···.’
가온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게 바로 ‘최고의 PD 가이드‘ 세 번째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