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 조연출은 전부 제가 하고 싶어요!
진명훈은 송민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알 수 있었다.
‘박쥐 새끼라고 온갖 욕을 하는 거 같네···.’
그녀의 마음은 이해가 됐다.
왜냐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공수철의 수족이었으니까.
하지만 공수철은 방송국에서 쫓겨났다.
‘공 PD랑 내가 끈끈한 정으로 맺어진 사이도 아니고···. 거래 관계였는데···. 강동수를 도와줘도 상관없잖아.’
무엇보다 요즘 동수의 위세는 어마어마하다.
‘CP 조기 진급에 변 국장 모가지까지 날려버리고···. 대명 그룹 사위가 된다는 소문도 있으니.’
공수철 때문에 어색한 관계였지만, 앞으로는 잘 보여야 한다.
‘독립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어쩌면 대명 그룹이 투자하는 제작사를 강 선배가 맡을 수도 있으니까.’
그에 비해 송민지는 방송국에 있을 때는 이용 가치가 있었지만···.
아이리스 컴퍼니로 가서 이용 가치가 없어졌다.
그래서 동수의 편을 든 거다.
물론···.
‘‘그 노래? 그 가수!’ 기획안을 참고만 하겠다더니, 그대로 복사해서 쓰려고 해? 쓰레기 같은 X. 다시 상종 하나 봐라.’
이런 이유도 있었다.
송민지는 독기로 가득 찬 눈빛을 했다.
“너희 둘···. 대체 나한테 왜 이래? 내가 대체···.”
동수는 피식 웃으며,
“송 PD, 대가리 나쁘네. 왜 이러는지 몰라서 물어?”
“······.”
그는 진명훈과의 어깨동무를 풀고 송 PD에게 다가가더니 험악한 얼굴로,
“도둑질한 기획안으로 개수작 부리지 말라는 소리잖아!!!”
“···싫다면?”
“뭐?”
“기획안 좀 훔쳐 쓰는 게 뭐 어때서? 요즘 프로그램 하나 뜨면 전부 다 따라 하잖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요리 예능이 뜨면, 요리 예능이 우후죽순···.
오디션 예능이 뜨면, 오디션 천지···.
트로트가 대세면, 너도나도 트로트···.
유행을 따른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이 판을 친다.
하지만···.
동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거 미친X이네. 아무리 그래도 기획안을 도둑질하는 게 말이 되냐!?”
“뭐? 미친X! 강 PD! 아까부터 말 그딴 식으로 할래? 내가 만만해···.”
“그래! 만만하다! 도둑X이 어디서 자존심은···!”
“···야! 횡령범 주제에···!”
동수는 주먹을 꽉 쥐었지만···.
윤하얀과 폭력을 함부로 쓰지 않기로 했던 걸 떠올리고 이를 뿌드득 갈며 참았다.
대신···.
-휙!
스마트 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송민지는 눈을 크게 뜨며,
“뭐, 뭐야···?”
“뭘 거 같아?”
동수는 히죽 웃으며 녹음 중인 화면을 보여줬다.
그러자 송민지는 화들짝 놀랐다.
“너, 너···!”
“내가 이걸 어떻게 할 거 같아?”
“···부, 불법 녹음은 법적으로···.”
“불법? 그럼 신고해!”
“뭐?”
그는 험악한 목소리로,
“까짓거 감옥 가면 돼! 대신 이 녹음 파일은 전 세계로 퍼질 거야! 너는 방송 쪽으론 다신 발도 못 붙이게 될 거야!”
“허, 헛소리···.”
“야! 내가 누구냐!?”
“······.”
송민지가 머뭇머뭇 대답을 못하자, 동수는 진명훈한테 물었다.
“명훈아! 내가 누구냐?”
“···미친개 강동수 선배님이요.”
“그래! 나 미친개야! 열 받으면 뒷일 같은 거 생각 안 해!”
동수는 그녀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며,
“날 열받게 한 개XX를 미친 듯이 물어뜯지!”
“으으···.”
송민지는 바들바들 떨었다.
분하고, 짜증 나서···.
동수한테 다시 쏘아 붙이고 싶었지만···.
“······.”
동수의 살벌한 눈동자를 보니 입이 열리지 않았다.
‘이, 이, 미친개···.’
진명훈은 그런 둘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구미호보다 미친개가 더 세네.’
그때 한쪽에서 진중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 CP님, 거기까지만···.”
임대훈 매니저였다.
송민지는 또 한 번 놀랐다.
‘저, 저 인간은 언제부터 저기 있었던 거야!?’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송민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동수는 스마트 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
“확인은···.”
“네, 확실히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죠. 프로그램이 큰 피해를 볼 뻔했는데, 임 매니저님 덕분에···.”
그 순간, 송민지가 소리쳤다.
“오빠! 설마, 오빠가 강동수를 부른 거야!?”
“···그래.”
“오빠! 나한테 어떻게 이래!? 나는 오빠의···.”
“조용히···.”
“뭐?”
“조용히 좀 해···.”
“오빠···.”
임대훈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동수를 보며,
“강 CP님, 민지랑 단둘이 좀···.”
“알겠습니다. 그럼, 고생하시고···. 송 PD, 내 말 잊지 마. 알겠지?”
“큭···.”
동수는 분한 표정을 짓는 송민지를 향해 콧방귀를 낀 뒤, 진명훈에게 말했다.
“명훈아, 가자!”
“네.”
“뭐 먹고 싶냐?”
“아무거나 좋습니다.”
“그럼, 두루치기 어때?”
“좋습니다.”
동수와 진명훈이 카페에서 나가자, 임대훈은 송민지를 보며 말했다.
“앉아서 얘기하자.”
“오빠, 어떻게 나한테···.”
“앉아서···.”
“앉기 싫어! 여기서···!”
“···그래, 그럼, 여기서 얘기하자.”
임대훈은 팔짱을 끼더니,
“우선 너한테 말도 하지 않고 강 CP를 부른 건 미안해. 하지만 재섭 형님과 관련된 거라 확실하게···.”
“오빠는 여자 친구인 나보다 박재섭이 중요해!?”
그러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응.”
“뭐, 뭐? 오, 오빠···.”
충격은 받은 그녀에게 임대훈은 담담히 말했다.
“네가 어떤 의도로 나한테 접근한 건지 대충 짐작은 했어. 그래도 네가 좋았다. 나한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준 여자는···. 네가 처음이었으니까.”
“······.”
“그렇지만 재섭 형님한테 피해를 주는 건 안 돼.”
“오빠···.”
“재섭 형님은 나한테 가족보다도 소중한 분이야. 형님한테 입은 은혜는 죽어서까지 갚아도 모자라.”
“······.”
“그러니까···.”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곧 단호한 목소리로,
“···우리 헤어지자.”
“······!”
임대훈은 그대로 몸을 돌려서 카페에서 나갔다.
송민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어이없단 표정으로···.
“저, 저, 곰 같은 XX가 지금 날 찬 거야!?”
너무도, 너무도 분했다.
심지어 박재섭한테 피해를 줄지도 몰라서···!
“이, 이, 이···.”
욕이라도 한 사발 내뱉고 싶은데···.
왠지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
왠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시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 느낌을 무시하며,
“개XX···.”
임대훈이 나간 문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리고 허공에 둥둥 떠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온이 중얼거렸다.
[치정극은 참으로 흥미롭군.]가온은 잠시 송민지를 바라보다가 동수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 = = = = = =
다음날, SBC 편집실.
동수는 천마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 편을 편집하고 있었다.
어제 진 PD와 술을 많이 마셔서 속이 좀 더부룩했는데···.
그때 편집실로 막내가 들어왔다.
“선배님, 경수씨 왔어요.”
“그래? 일찍 왔네. 어디 있어?”
“회의실에 있어요. 녹음실로 바로 갈까요?”
“그래, 난 편집 마무리할 게 남아서···. 너랑 윤 작가한테 부탁할게.”
박지혜는 배시시 웃으며,
“네, 맡겨두세요. 그보다 선배님, 속은 좀 어떠세요?”
“아, 괜찮아.”
그녀는 매실 음료수를 내밀었다.
“이거 마시면서 하세요!”
“오! 땡큐, 땡큐.”
박지혜는 음료수를 마시려는 동수에게 물었다.
“선배님, 오늘 저녁에 뭐 하세요?”
“저녁? 왜?”
“부동산에서 연락이 와서요. 괜찮은 사무실이 나왔다고 해서···.”
동수와 윤 작가, 막내는 엊그제 사무실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에 갔었다.
하지만 아직 마땅한 매물이 없다고 해서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는데···.
“어디 있는 거래?”
“여의도 쪽인데···.”
“여의도? 두루치기는 자주 먹을 수 있겠네. 근데 비싸지 않나?”
“부동산에서 건물주가 미친 거 같다며, 반드시 잡으라고 하던데···. 자세한 건 가봐야 알 거 같아요.”
“음···. 오늘은 레나 씨를 만나기로 해서 힘들 거 같아. 내일 가자.”
“레나 씨요? 무슨 일 있으세요?”
“‘그 노래? 그 가수!’ 제작 관련해서 상의할 게 있어서.”
“아···.”
그녀는 말없이 묘한 표정을 짓더니 곧 그를 불렀다.
“선배님.”
“응? 왜?”
“저기, 왜 저한테 아무 말씀 안 하세요?”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 말? 내가 할 말 있었나?”
“······.”
그녀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동수는 그런 그녀가 이해가 안 됐다.
‘가온, 쟤 왜 저래?’
[‘그 노래? 그 가수!’에 대해 얘기하다가 갑자기 서운한 표정을 짓는 거면 이유는 하나 뿐이지.]‘그게 뭔데?’
[···궁금하면 딸기 우유.]‘···혼날래?’
[아니. 말하겠다. 당신이 조연출 제의를 안 해서 서운해 하는 거다.]‘뭐?’
그때 박지혜가 입을 열었다.
“쭉 옆에 붙어 있으라고 했잖아요.”
“야, 그건···.”
“그런데 왜 ‘그 노래? 그 가수!’는 같이 하자고 말씀 안 해주시는 거예요?”
그는 어이없단 표정으로 말했다.
“인마, 너 지금 프로그램 두 개나 하고 있어. 그런데 이것까지 하면···.”
“선배님도 세 개 하시잖아요. 그리고 곧 임 작가랑 ‘소원을 말해봐!’도 할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러자 박지혜는 단호한 목소리로,
“선배님 작품의 조연출은 전부 제가 하고 싶어요!”
동수는 그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조연출을 전부 하겠다는 막내를 보고 피식 웃었다.
“인마, 말은 고마운데···.”
“말뿐이 아니에요. 진심이에요.”
“······.”
그녀의 눈빛은 한점 흔들림이 없었다.
동수는 얘가 왜 이러나 싶었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아마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박지혜는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어서 이러는 걸로 판단된다.]‘···얘한테 가르칠 거 없는데···.’
조금 창피한 말이지만···.
막내는 이제 편집도 동수보다 잘한다.
그녀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같은데, 동수는 막내가 혼자서 편집실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봤다.
그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속도와 센스였다.
‘오 감독님도 본인이 가끔 놓치는 걸 막내가 찾아내서 예사롭지 않다고 했지.’
현재 동수가 막내보다는 나은 건 이런저런 요령과 현장 지휘력 정도인데···.
이런 건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문제다.
불과 두 달 사이에 기술적인 부분을 마스터했으니, 이것도 금방일 거다.
‘막내는 뒤를 받쳐줄 사람만 있다면 프로그램 메인을 맡아도 충분해.’
그래서 동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막내야, ‘그 노래? 그 가수!’는 쉬고···. 그래, 임 작가가 기획 중인 ‘소원을 말해봐!’를 같이 하자. 쉬는 동안 너도 입봉 준비해. 제작사 차리면 네 작품도 빨리···.”
“싫어요. 저는 ‘그 노래? 그 가수!’ 조연출 하고 싶어요.”
“야···.”
“······.”
막내가 그의 말에 싫다고 대답한 건 처음이다.
동수는 조금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알겠어. 절대 무리하지 말고, 필요하면 언제든 휴가를 써. 내가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지?”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휴가는 선배님께서 먼저 쓰시면 저도 쓸게요. 아니면 싫어요.”
“너···.”
동수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뒷말을 흐렸다.
생글생글 웃는 그녀의 표정에서···
도저히 꺾을 수 없는 고집이 느껴졌다.
그는 결국 재차 한숨을 내쉬며,
“그래, 알았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