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
13화 – 카드 준 거 보면 몰라?
동수는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짓는 윤하얀에게 재차 말했다.
“강아지 소리를 내보라는 겁니다. 안희진 성우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요!”
“네? 그게 무슨···.”
윤하얀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동수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동수는 윤하얀의 정보창을 바라봤다.
『윤하얀(해킹률 7%)』
『성별: 여 / 나이: 31 / 직업: 작가』
『특기 1: 성대모사 / 특기 2: 탐색』
‘특기 1, 성대모사!’
동수는 성대모사 특기에 대해 가온에게 질문한 적이 있었다.
[스캔 결과, 윤하얀의 구강구조와 성대는 다른 이의 목소리를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첫 번째 특기에 성대모사를···.]당시에는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가온의 능력을 경험하며 확신했다.
‘윤 작가는 성대모사에 재능이 있는 게 분명해!’
그때 가온이 말했다.
[재능이 있는 건 맞다.]‘그렇다면···!’
동수는 윤하얀한테 소리쳤다.
“윤 작가! 안희진 성우 성대모사를 하세요!”
윤하얀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저 성대모사 해본 적 없는데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강 PD님! 잠시만요! 많이 혼란스럽고 힘든 건 알겠어요. 근데 뜬금없이 성대모사는 왜 하라는 거예요!”
옆에 있던 박지혜도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동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동수는,
“작가님이 안희진 성우 성대모사를 해서 대신 녹음을 하는 겁니다!”
“뭐, 뭐라고요? 강 PD님 취했어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겁니까!?”
“해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건 헛짓거리라고요! 그냥 다른 성우를 구해요···!”
“당장 내일 가편 시사라고요! 녹음하고 자막까지 하려면···. 시간이 없어요!”
“그렇다고 제가 성대모사를···!”
“윤 작가님은 재능이 있다고요!”
“그걸 PD님이 어떻게 알아요!”
“척 보면 척이라고요!”
동수와 윤하얀은 잠을 못 자서 붉게 충혈된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며, 빼액! 빼액! 소리쳤다.
박지혜는 둘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성대모사라니···. 선배님이 무리수를 두시는 것 같은데···. 윤 작가님이라도 침착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대본을 잘못 쓴 거 때문에···.’
어떻게든 말려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성대모사 하기 싫다고요!”
“윤 작가님!”
“싫어요!”
“부탁해요!”
박지혜가 둘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데, 그녀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왔다.
『안희진 성우』
‘어라? 이 사람이 왜···.’
그녀는 소란스러운 편집실에서 빠져나와 전화를 받았다.
“안 성우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강 PD님이 전화를 안 받아서요.]“아, 지금 조금 바빠서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아, 그게···.]안희진의 얘기를 듣던 박지혜의 눈이 커졌다.
“정말이요!?”
= = = = = = =
박지혜가 나가서 안희진과 통화를 나누는 사이.
동수는 윤하얀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윤 작가는 할 수 있어요! 재능이 있다고요!”
“저한테 성대모사 재능이···?”
평소였다면 씨알도 안 먹힐 소리였지만, 밤을 꼬박 새우고 대본을 잘못 썼다는 죄책감 때문에···.
윤하얀은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었다.
동수가 파이팅 넘치게 말했다.
“윤 작가! 윤 작가 자신을 믿지 말고 윤 작가를 믿는 저를 믿어요!”
윤하얀은 왠지 동수를 형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동수는 재차 입을 열었다.
“자! 어서 해봐요! 우선 강아지 흉내부터 내보세요!”
“······.”
“······.”
“창피해서 못 하겠어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수는 호통을 쳤다.
“자신감을 가져요! 우린 프로잖아요!”
윤하얀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전 성우가 아니고, 작가라고요!’
그녀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성대모사는 힘들 거 같다고.
‘나한테 무슨 성대모사 재능이 있다는 거야? 해본 적도 없는데···.’
그때 불현듯 학창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라? 잠깐만···.’
나···.
‘성대모사 해본 적 있네···.’
때는 바야흐로, 애니메이션 ‘겨울 공주’가 개봉하고 초히트를 쳤을 때.
윤하얀은 겨울 공주 주인공 엘리가 얼음 성을 만들며 불렀던 노래와 춤에 홀딱 반했었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면···.
[레리꼬! 레리꼬! 깬트 홀드 잇 빽 애니모오올! 래리꼬오오! 래리꼬오오!!!]열정적으로 엘리를 따라 했었다!
그때 분명히···.
[나 엘리랑 너무 똑같은 거 같아!]···라고 했었다.
윤하얀은 동수를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어쩌면···.
‘나 정말 성대모사에 재능이 있는 건가?’
그렇다면 한 번···.
‘해볼까···?’
재능이 있어서 녹음하겠다는 건 아니다.
‘내가 대본을 제대로 못 써서···. 이렇게 된 거야. 그러니까 책임져야 해!’
그게 비록,
‘강아지 흉내를 내는 거라고 해도!’
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힘차게 말했다.
“강 PD님, 저 성대모사 해볼게요!”
“윤 작가!!!”
동수는 감동한 얼굴을 했다.
그때 윤하얀은 숨을 고르며 ‘겨울 공주’ 엘리를 흉내를 내던 걸 떠올렸다.
그 시절, 그 느낌처럼···.
“멍! 멍!”
“······?”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엄청 어색한데? 정말 재능이 있는 거 맞아?’
윤하얀은 그런 동수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하고,
“왈왈! 멍멍! 으르렁!”
열정적으로 강아지 흉내를 냈다.
그때 편집실 문이 열리고 박지혜가 들어왔다.
“선배님! 윤 작가님! 안희진 성우님 와주신대요!”
“뭐!? 진짜?”
“컹컹!? 아, 아니! 정말요!?”
박지혜는 활짝 웃으며,
“네! 저희 도와주시려고 일정을 미루셨대요!”
“와우!”
“와아!”
동수와 윤하얀, 박지혜는 서로의 손을 잡고 방방 뛰며 빙글빙글 돌았다.
세 사람의 얼굴에는 해님처럼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게 기쁨의 시간이 계속되면 좋았겠지만···.
-털썩
윤하얀이 갑자기 주저앉으며 고개를 떨궜다.
본인이 했던 민망한 행동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 난 무슨 짓을···.”
동수는 미안한 얼굴을 했다.
“윤 작가, 저기···. 잘했어요···.”
“말하지 마세요···. 저는···.”
“정말이에요. 강아지 흉내 진짜···.”
“아흐흑···! 말하지 말라고요···!”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울먹였다.
박지혜는 그런 윤하얀을 다독였다.
“괜찮아요···. 힘내세요···.”
“박 PD···. 흐윽···. 나는···. 나는···.”
동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윤 작가···.’
그때 가온이 말했다.
[당신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윤하얀에게 성대모사를 시킨 거 말이다.]‘야, 네가 윤 작가는 재능이 있다고···.’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도 갑자기 성대모사를 잘할 수는 없다.]‘뭐···?’
[노력 없이는 성과도 낼 수는 없는 법이다.]‘······!’
알고 있던 말인데, 오늘따라 무겁게 들렸다.
가온은 재차 말했다.
[해킹한 데이터를 토대로···. 윤하얀이 매일 같이 세 시간씩 성대모사를 연습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녀의 재능이 꽃피우기 시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삼 개월이다.]‘그럼 방금 내가 윤 작가에게 한 행동은···.’
‘이런···!’
동수는 곧바로 윤하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윤 작가, 미안해요!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갑자기 개 흉내를 내라고···.”
“그 얘기 하지 마세요···!”
박지혜가 윤하얀을 다독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잠시 가만히 놔두라는 뜻이었다.
동수는 안절부절못하며 생각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법을 찾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윤 작가, 일어나봐요. 우리 야식으로 맛있는 거 먹을까요? 내가 쏠게요! 뭐, 좋아해요?”
“됐어요. 입맛 없어요···.”
“그러지 말고! 윤 작가, 고기 좋아해요? 삼겹살? 소고기? 아! 오리 좋아해? 오리? 아니면···.”
동수의 간절함이 윤하얀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
마침내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양념치킨이요···.”
“양념치킨! OK!”
동수는 곧장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단골 치킨집 번호를 누르려는데, 윤하얀이 일어서며 말했다.
“지금 말고 내일 먹어요. 치맥으로요!”
“윤 작가···.”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박지혜에게 물었다.
“박 PD님, 안희진 성우 내일 몇 시에 온대요?”
“오전 10시까지 녹음실로 오기로 했어요!”
윤하얀은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시곗바늘은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회의실로 가서 곧바로 대본 수정할게요!”
이미 체력은 한계다.
이런 상태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다고 좋은 대본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써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야!’
동수는 그런 그녀를 빤히 보더니, 씨익 웃으며 물었다.
“필요한 거 있나요?”
“무설탕 고카페인 커피랑 졸음 방지 껌이요!”
“막내야!”
“네! 편의점 다녀오겠습니다!”
박지혜는 후다닥 뛰어나갔다.
윤하얀도 노트북을 챙겨서 시사실에서 나섰다.
혼자 남은 동수는 생각했다.
‘S급과 A급 스태프여서 그런 건가? 둘 다 프로그램에 열정적이네. 뭐, 잘된 일이지.’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했다.
‘종합편집실에서 색 보정 등은 다 했으니. 녹음이 끝나는 대로 자막실로 맡기면 되는데···.’
문제는 주말엔 자막실 기사가 출근을 안 한다는 거다.
하지만 동수 사전에 포기란 없다.
‘대철이 형이 자막실 기사랑 친했지!’
그는 곧장 박대철한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박대철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형! 부탁이 있는데!”
[아기 재우는 중이다! 끊어!]“어? 형!”
동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기 재우는 중이라 다시 전화할 수도 없고···.
그때 톡이 왔다.
└대철이형: 야밤에 웬 전화야?
└강동수: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대철이형: 뭔데?
└강동수: 자막실 장 기사님 번호 좀 알려줘!
└대철이형: 010-XXXX-XXXX
└대철이형: 이제 톡하지 마!
동수는 피식 웃으며 박대철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예능국 강동수 PD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장기석 기사님이시죠?”
[네···. 그런데 무슨 일로···.]“다름이 아니라···.”
동수는 무척이나 공손하게 사정을 설명한 뒤, 그에게 자막 작업을 부탁했다.
“주말에 쉬시는 데 정말 죄송합니다···. 도와주시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알겠어요.]“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어려울 땐 서로 돕는 거죠···.]동수는 활짝 웃으며,
“하하! 명언이네요! 명언!”
[아뇨, 명언은요. 아, 그런데요···. 혹시···.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부탁이요? 네! 말씀하세요!”
그러자 장기석 기사는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그게···.]그의 부탁을 들은 동수는 흔쾌히 수락했다.
“하하! 알겠습니다! 꼭 구해드리겠습니다! 아뇨! 저야말로 도와주셔서 감사하죠! 그럼, 내일 1시에 뵙겠습니다!”
곧장 ‘멍멍산’ 단톡방에 자막 기사님을 구한 사실을 알렸다.
└막내: ٩(๑>∀<๑)۶
└하얀 작가: Ⓗⓐⓟⓟⓨ
둘 다 몹시 기뻐하는 거 같았다.
동수는 피식 웃다가 뻐근한 뒷목을 주물렀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당신 휴식을 권장한다. 컨디션이 무척 떨어졌다.]“내 컨디션 올려줄 음식은 없냐?”
[현재 당신한테는 잠이 보약이다.]“윤 작가가 일하는데 내가 잘 순 없잖아. 그거 말고···. 다른 거!”
[···매운 족발 앞다리···.]“네가 먹고 싶은 거 말고!”
[자판기 커피 우유나 마셔.]“그거 좋지.”
혼자 마시러 가려다가 막내한테 톡을 보냈다.
└강동수: 커피 우유 콜?
└막내: 콜!
└강동수: 옥상에서 보자!
└막내: 네!
동수는 피식 웃으며 옥상으로 향했다.
= = = = = =
다음날.
약속 시간보다 일찍 녹음실로 온 안희진 성우 덕분에 녹음을 빨리 끝낼 수 있었다.
동수는 안희진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종방 회식 꼭 와주세요!”
“정말이죠? 저 진짜 와요!?”
“하하! 물론이죠!”
그때 가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데이터 해킹···. 10%···. 컨디션 기능 활성화···.]그러나 안희진의 정보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동수는 곧장 자막실로 뛰어가며 장기석 기사한테 연락했다.
“장 기사님! 혹시 어디···. 아! 자막실이시군요! 네! 방금 녹음 끝나서요! 바로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뒤따라오던 박지혜가 물었다.
“자막 바로 된대요?”
“그래!”
“와! 다행이에요!”
그렇게 자막 작업까지 끝마치고···.
동수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네 시···.’
김민재 CP와 약속한 시간 전에 최종본이 완성됐다!
‘이제 가편 시사만 하면 돼!’
동수는 박지혜, 윤하얀과 함께 시사실로 향했다.
그리고 다섯 시쯤,
김민재 CP가 시사실로 왔다.
그는 기대하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틀어봐.”
동수는 씨익 웃으며,
“알겠습니다!”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멍멍이와 산다!’ 19회가 재생됐다!
그리고 영상이 다 끝나고···.
김민재 CP가 일어나더니 동수를 불렀다.
“강동수!”
“네!”
동수는 후다닥 그의 앞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그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서 내밀더니,
“팀원들이랑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동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카드를 받으며 물었다.
“그럼, 월요일 방송은···.”
김민재는 씨익 웃으며,
“카드 준 거 보면 몰라? 재편집한 걸로 가!”
동수와 박지혜, 윤하얀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아싸!”
“꺄아!”
“와아!”
셋이 손을 맞잡고 방방 뛰며 빙글빙글 돌며 기쁨을 나눴다.
김민재는 그런 세 사람을 보며,
‘이 팀 괜찮네.’
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동수는,
“하얀 작가! 막내야! 치맥 먹으러 가자!”
“가즈아!”
“와아아!”
동료들과 치킨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