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 기분 나쁘게 들어요.
‘멍멍이와 산다! – 천마는 평범하게 살고 있다.’의 가편시사가 끝났다.
김민재 CP는 엄지 척을 하며 말했다.
“이야, 역시 우리 강 CP야! 좋아! 좋아! 이번에는 시청률 20%도 나오겠네! 으하하! 자, 자! 오늘은 내가 한턱! 아니, 두 턱 쏠게! 가자고!”
동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두 턱? 왜 이러십니까? 안 하던 말장난까지 하시고···. 리액션이 좀 과하네요?”
“뭔 소리야? 난 언제나 이랬어! 안 그래, 윤 작가?”
윤하얀은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다른 때보다 조~오금 더 달콤하게 말씀하신 거 같은데요?”
“윤 작가까지···! 박 PD!”
박지혜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평소보다 과한 반응을 보이시긴 했습니다.”
“······.”
김민재가 다들 너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동수가 피식 웃으며,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김 CP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아부하는 거다, 아부.”
“아부요? 왜요?”
“오늘 가편집본 보고 확실해졌어. 나는 강 CP가 ‘멍멍이와 산다!’를 계속 맡아줬으면 해. SBC를 그만두고 나서도···!”
예상치 못한 말에 동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사장님께서···.”
“그래, 네가 바로 그만두진 않을 거니까 핫플렉스에 서비스를 시작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셨지. 그런데···!”
김민재는 팔짱을 끼며 말을 이어갔다.
“아까 대철이한테 들었어. 너 프로그램 제작 설비까지 다 갖춘 사무실 구했다며.”
동수는 미간을 좁혔다.
박대철에게 딱히 비밀로 해달라고 하진 않았지만···.
‘대철이 형···! 그새 김 CP한테 말하냐!?’
“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거랑 아부는 무슨 상관···.”
“너···. ‘멍멍이와 산다!’ 큐티 걸즈 편까지 완성하면 퇴사할 거잖아.”
“······.”
“‘인기 뮤직’도 다혜보고 메인 맡으라고 했다며.”
“저보다 ‘인기 뮤직’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애잖아요. 그래서 정신 교육 조금하고 메인하라고 한 거죠.”
“···언제 퇴사할 거냐?”
동수는 바로 대답을 안 하고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음 달 말에 그만둘 겁니다.”
김민재는 눈을 크게 뜨더니,
“···너무 빠른 거 아니냐?”
“빠르긴요. 인계할 것도 딱히 없잖아요. 그러니까 멍멍산 새로 맡을 PD나 정해주세요. 인계 시작하게요.”
“네가 맡는 건···.”
“하하, 죄송합니다.”
동수의 거절에 김민재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강 CP, 이럴 거야? 네가 제작 안 하면 핫플렉스 유통에 문제가 생긴다고! 그러면 얼마나 손해인데!?’
‘동수야, 내 얼굴을 봐서 한 번만 더 생각해봐라.’
‘외주 제작사가 멍멍산처럼 잘 나가는 프로그램 맡는 건 기회야! 너 나중에 후회한다! 어!?’
하지만 어떤 생각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동수가 독립하고 멍멍산 외주 제작을 맡고 싶다고 할 때 보류한 건 SBC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염치가 없지.’
김민재가 말이 없자, 동수는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
-뾰로롱!
그때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자그마한 손으로 동수의 뺨을 탁! 치며,
[정신 차려. 박지혜, 윤하얀이랑 충분히 상의해서 멍멍산 제작을 그만두기로 했잖아.]‘그건 그렇지만···.’
[당신은 이제 회사의 대표야. 경거망동하지 말고 신중해라.]“······.”
가온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프로그램 제작할 때와 달리 미친개처럼 날뛰어서는 안 된다.
동수는 셔츠 주머니에서 비타민 젤리를 꺼내서 김민재한테 내밀며,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다. 애초에 네 제안을 보류한 건 우리니까. 젤리는 됐어.”
“···대신이라고 말하긴 그렇고, 혹시 제 후임자로 생각해둔 PD 없으면 제가 추천해도 될까요?”
그는 앙상블 시스템을 활용해서 높은 등급의 메인 PD를 추천할 생각이다.
김민재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새 PD는 내가 정할게. ‘큐티 걸즈 편’ 때는 같이 촬영할 수 있게···.”
“알겠습니다.”
가온이 동수 어깨에 앉으며 말했다.
[김민재가 복을 차버리는군.]‘김 CP는 인재를 보는 안목이 있으니까 괜찮겠지.’
[데이터의 힘에 비하면 미약하기 그지없다.]‘시끄러워.’
하여튼 그렇게 가편시사는 끝났다.
김민재 CP는 동수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팀원들 데리고 마음껏 먹어.”
“하하, 알겠습니다.”
“······.”
김 CP는 동수를 빤히 쳐다봤다.
동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봐요?”
“···아니다. 고생해라.”
김민재는 손을 흔들며 복도 저편으로 걸어갔다.
“······.”
[아무래도 당신을 붙잡고 싶은가 보다.]‘···전부터 나를 많이 아꼈으니까.’
[···당신도 김민재랑 헤어지기 싫은가 보군.]‘그야···.’
동수는 씁쓸한 얼굴을 했다.
그때 윤 작가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 CP님! 우리 소고기 먹으러 가요! 소고기!”
동수는 그녀에게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쏘리, 쏘리. 나는 오늘 회식 패스할게요.”
“왜요?”
“임 작가랑 만나기로 해서요.”
“임 작가님이랑요? 아, ‘소원을 말해봐!’ 때문에요?”
“뭐, 그것도 있고···. 겸사겸사. 이것저것 얘기할 것도 있고요.”
“그러면···. 오늘은 박 PD랑 오붓하게 먹어야겠다!”
막내는 방긋 웃으며 좋다고 대답을 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박지혜는 폰을 확인하더니,
[아버지]눈가를 움찔했다.
‘아버지가 왜···?’
박지혜는 잠시 고민하다가 윤 작가랑 동수에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해요.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어, 그래!”
“박 PD, 한우 장터로 예약해둘게요~!”
“네.”
박지혜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일말의 따스함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일 저녁 여섯 시 대명 호텔 레스토랑 셀린.]“······.”
[늦지 마라.]박지혜는 미간을 찡그리며,
“대뜸 전화해서 무슨···.”
[태백 일보 노 회장 장남이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수학한 인재이고 현재 스포츠 태백 대표이사로 있다. 너보다 열 살 연상···.]“···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끊을···.”
[강동수랬나?]“······!”
[요즘 네가 만나는 놈 같던데···. 별 볼 일 없는···.]막내는 버럭 소리쳤다.
“선배님은 놔둬요!”
[내가 뭘 했다고 흥분하는 거냐? 난 그냥 딸이 만나는 남자가 누군지 알아본 거뿐이다. 후후.]“······.”
박지혜는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는 상대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게 특기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동수가 다칠 거다.
“···내일···. 나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래.]막내는 생각했다.
나갔다가 바로 집으로 돌아오자고.
대화? 식사?
‘웃기지 마!’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 년 만에 전화해서 하는 말이 고작···.”
[뭘 바란 거냐?]바란 건 없다.
그저···.
[내 오랜 염원이던 군수 산업을 망쳐놓고···. 다정한 부녀지간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너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부회장이 돼서 대운 그룹의 모든 걸 내 손아귀에 쥐었을 거다.]“···제가 망친 게 아니에요. 제가 개발 중이던 AI를 훔친 아버지의 욕심이···.”
[시끄럽다.]“······.”
[허튼소리 하지 말고···. 내일 나오기나 해!]아버지는 그렇게 소리치고 전화를 끊었다.
-뚜···. 뚜···. 뚜···.
박지혜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렸다.
“···최악이야···.”
그때 허공에 둥둥 떠서 구경하던 가온이 말했다.
[골육상잔의 스토리는 참으로 흥미롭군.]그는 동수가 있는 곳으로 향하며,
[정보를 알려주는 대신 최고급 뷔페에 데려가 달라고 해야지!]= = = = = = =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
동수는 임혜숙과 만나기로 한 두루치기 셰익스피어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최고급 뷔페 백 번 데리고 가줘.]‘백 번은 무슨 백 번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다. 듣고 싶으면 뷔페 백 번!]‘중요한 정보? 뭔데?’
[뷔페 백 번!]‘···됐어. 어차피 쓸데없는 거겠지.’
[안 들으면 후회할 거다.]‘······.’
[AI는 거짓말 안 해.]동수는 뒷머리를 벅벅 긁더니,
“···백 번은 힘들어. 다섯 번으로 하자.”
[오십 번!]“네 번.”
[···사십오 번!]“세 번.”
[···왜 계속 줄어드는 거지?]동수는 피식 웃으며,
“내 맘이야!”
[······세 번으로 하지.]“좋아!”
[미친개랑은 협상 같은 걸 하면 안 되겠어···.]‘뭐라는 거야? 시끄럽고, 정보나 말해!’
그러자 가온이 동수의 어깨에 앉으며 말했다.
[막내, 내일 맞선 보러 간대!]별거 아닌 정보라고 콧방귀를 끼려던 동수는 흠칫 놀라며 되물었다.
“···뭐? 맞선? 정말?”
물론 평범한 맞선은 아니다.
박지혜의 아버지가 동수로 협박을 해서 억지로 맞선 자리에 나가게 한 거다.
하지만 가온은 이 사실을 아직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
‘미친개는 막내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해.’
[그래. 결혼을 전제로 남녀가 만나는 맞선 말이다.]“······.”
[표정이 왜 그래? 박지혜가 맞선을 보든 말든 상관없는 거 아니었나?]“그건···.”
동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뒷말을 흐렸다.
가온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동수의 복잡한 마음을 읽었다.
‘여기서 조금 더 흔드는 것보다는···.’
[뷔페 세 번! 약속 지켜.]“어, 그래···.”
[두루치기 셰익스피어 빨리 가자. 늦으면 줄 서야 하잖아.]“응···.”
동수는 멍한 표정으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가온은 생각했다.
‘마음고생 좀 해봐, 미친개.’
가온의 생각처럼 동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막내가 맞선을···? 이제 겨우 스물여섯인데···. 가온 얘가 뭔가 잘못 안 거 아니야?’
하지만 가온은 그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진짜라는 건데···.
박지혜가 다른 남자와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상상됐다.
‘···젠장.’
왠지 모르겠지만 분통이 터졌다.
그는 거칠게 가방을 챙기며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그때 복도 저편으로 걸어가는 윤하얀과 박지혜가 보였다.
“······.”
박지혜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턱 막혔다.
이 느낌···.
언제가 느껴본 적 있었다.
KBC 인턴 시절···.
십 년 넘게 짝사랑하던 김수정이 황준혁 PD에게 호감 어린 눈빛을 보내던 걸 발견했을 때···.
-벅벅···.
동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여름도 아닌데 더위를 먹었나. 왜 이런 생각을···.”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김수정까지 떠올렸으면서 아직도 모르는 거야?]‘···뭔 소리야?’
[당신의 마음 말이야.]‘내··· 마음···?’
가온은 팔짱을 끼며,
[당신, 박지혜를 좋아하고 있잖아.]그 말에 동수는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뭐, 뭔 헛소리야···!? 내, 내가 막내를···.”
그때 과자를 먹으면서 지나가던 박대철 PD가 동수를 불렀다.
“혼자 뭘 그렇게 중얼거려?”
“아니, 그게···.”
“아, 너 오늘 임 작가 만난다며?”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 막내 작가가 말해줬어.”
‘도토리’ 막내 작가는 임혜숙의 열렬한 추종자다.
덕분에 임 작가의 소식을 들은 거 같았다.
박대철은 과자를 우물우물 씹어서 삼키더니,
“그보다 개업식 언제 하냐? 돼지머리도 할 거야?”
“···해야지. 봉투 두껍게 준비해.”
“하하, 알겠어. 알겠어.”
박대철이 떠나고 동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가온에게 말했다.
“자꾸 이상하게 엮지 마. 나는 막내를···.”
[알겠다. 그게 당신 뜻이면 더는 말하지 않겠다.]“···그래.”
‘이제 임 작가 만나러 가자.’
동수는 그렇게 두루치기 셰익스피어로 향했다.
그리고 임혜숙과 만났다.
그녀의 안색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보였다.
동수는 능숙하게 소맥을 만드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다행이네.’
그때 임혜숙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왜 그래요?”
“뭐가?”
“근심 걱정이 아주 가득하잖아요. 나 위로해주러 온 거 맞아요?”
“내 얼굴이 어떻다고···.”
임혜숙은 팔짱을 끼며,
“박채연한테 배신당했을 때랑 똑같은 얼굴하고 있잖아요.”
동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냐, 아냐. 나는···.”
“누구예요?”
“아니, 뭐가···.”
“윤 작가?”
“아니, 윤 작가가 왜···.”
“민 작가?”
“성아는 또 왜···.”
“민혜 그년은 요즘 만난 적이 없으니···. 아, 걔구나? 막내 PD. 맞죠?”
“······.”
그가 할 말을 잃자, 임혜숙이 다 안다는 표정으로 소맥 잔을 들며 물었다.
“막내 PD한테 남친 생겼대요? 혹시, 담 PD가 고백했나?”
“아, 아냐!”
“그럼, 뭐···. 막내 PD가 소개팅이라도 나간대요?”
“······.”
동수는 임혜숙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혜숙 누님은 다 알고 계시는군.]그때 임혜숙이 말했다.
“소개팅이 맞는 거 같네.”
“그게···.”
“강 PD, 충고 한마디 할게요. 기분 나쁘게 들어요.”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기분 나쁘게···?’
그때 임혜숙이 서늘한 목소리로,
“강 PD···. 여자의 순정이 우스워요?”
“뭐···?”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확실히 해요! 애매하게 여지를 둬서 순정을 짓밟지 말고!”
그러자 가온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