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 나 미친개 강동수야!
임혜숙의 쓰디쓴 충고에 동수는 할 말을 잃었다.
임 작가는 그를 빤히 보다가 소맥을 원샷 하더니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강 PD가 아픈 상처 있는 건 알아요. 그래도 다 지난 일이잖아요. 언제까지 과거에 사로잡혀서 답답하게 굴 거예요.”
“그런 게 아니야. 더는 그런데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동수는 가온과 처음 만났을 때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연애 같은 건 조금도 관심 없다고.
임혜숙은 콧방귀를 끼며,
“그러면 막내 PD도 신경 안 쓰면 되겠네요.”
“아니, 그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거예요?”
“거참···.”
동수는 뒷머리를 벅벅 긁더니,
“임 작가가 뭘 말하려고 싶은 건지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까. 이건 그만 얘기하자.”
임혜숙은 혀를 차며,
“그럼 걱정을 끼치지 말든가.”
“신경 써줘서 고마워. 자, 자, 술 받아.”
“······.”
그녀는 생각했다.
‘이쯤 말했으면 강 PD가 알아서 하겠지.’
이런 문제는 등 떠민다고 해결될 게 아니니까.
그녀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그녀의 잔을 채운 동수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자, 다시 마시자고! 아! 공깃밥도 시킬까? 아니면, 솥밥?”
“공깃밥이요.”
“OK! 사장님! 여기 공깃밥 두 개요! 임 작가, 잔 들어! 짠 하자!”
“······.”
동수는 그녀와 건배하고 술을 마시며 생각했다.
‘막내의 마음···.’
사실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그렇지만 애써 외면했다.
미친개처럼 겁 없이 날뛰더니, 정작 이런 문제는 예전처럼 상처받을까 두려웠으니까.
‘막내에게도 나름대로 거리를 뒀지만···.’
허공에 둥둥 떠 있던 가온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박지혜를 좋아하는 마음이 계속 커져서 더는 참을 수 없게 됐어.]‘···뭐하냐?’
[숨 쉬듯 자연스럽게 당신 생각을 읽고 있다.]‘내가 언제 그런 생각을 했어.’
[무의식 중에 한 거 같군.]‘장난치냐?’
[조크다. 조크.]가온의 헛소리 때문인지 술맛이 무척 썼다.
동수는 막내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일 얘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그는 임혜숙에게 물었다.
“임 작가, 고정 멤버 말인데···. 체리 씨는 어때?”
“유체리요? 걔 복귀한대요?”
“말해봐야지.”
“글쎄요.”
임혜숙은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나쁘진 않은데, 직접 만나보고 얘기해봐야겠어요.”
“그럼 내가 약속을 한 번 잡아볼게!”
“알겠어요.”
“그리고 ‘소원을 말해봐!’ 방영할 곳도 정해야지. 임 작가한테 연락 온 데 있지?”
임 작가가 새 작품을 들어간다는 소문은 여기저기 퍼졌으니, 연락 온 방송국은 분명 있을 거다.
‘만약 연락 온 데가 없어도 핫플렉스와 하면 되고.’
임 작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골드해머 TV 독점을 생각하고 있어요.”
“골드해머? 진짜?”
“네. 뭐, 최종 결정은 강 PD가 하는 거지만···. 거절할 건 아니죠? 조건 엄청 좋은데···.”
동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일단 계약서를 보고, 제작사 직원들하고도 상의하고 결정할게.”
“알겠어요.”
“골드해머 TV 말고 연락 온 데 또 있어?”
“MBS, KBC, TVM, 대한 TV, TV 태백, 데이지 +, 레이블, KC 플레이···.”
그녀의 입에서 여러 방송국과 OTT 플랫폼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동수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전부 다 연락이 온 거야?”
“한 군데 빼고요.”
“어디?”
“어디겠어요? SBC요.”
“아···.”
변 국장 때문에 임혜숙과 SBC는 완전히 틀어졌다.
국장실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며 다퉜으니···.
CP들도 감히 그녀한테 연락을 못 하는 걸 거다.
‘정작 이 짓거리를 한 변 사또는 아이리스 컴퍼니로 갔지.’
동수는 눈가를 움찔했다.
‘어라? 아이리스 컴퍼니···.’
체리의 계획대로라면 아이리스 컴퍼니는 곧 망할 거다.
모든 자금줄이 막힌 윤민철은 막을 수 없을 테고···.
빈껍데기만 남은 아이리스 컴퍼니는 다른 기업에 매각이 되거나···.
그때 가온이 말했다.
[변우민은 백수가 되겠군.]‘음···.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변 국장한텐 재수 옴 붙은 거 같긴 하네.’
의도한 건 아닌데, 변 국장의 앞길에 재를 뿌린 게 됐다.
‘별로 미안하진 않지만···.’
하여튼 동수와 임혜숙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고, 동수는 그녀를 마이어 오피스텔까지 데려다줬다.
임 작가는 살짝 취기가 오른 얼굴로 동수를 향해 말했다.
“강 PD, 라스트 조언 하나 할게요!”
“그래, 그래. 정말 마지막으로 해.”
“타이밍은 생명이야.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어!”
“알겠어. 이제 그만 들어가 봐.”
“OK.”
임혜숙은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동수는 몸을 돌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때 가온이 머리에 앉으며 물었다.
[막내 맞선 보게 둘 거야?]‘······.’
[박지혜 맞선 상대는 열 살 연상이다. 당신보다 한 살 많네?]동수는 발걸음을 멈추며,
“열 살? 아니, 막내 부모님은 무슨 생각으로···.”
[MZ 세대인가 보지.]“장난치냐···?”
그는 뭐라고 더 말하려다가 말았다.
‘애초에 막내가 나가겠다고 한 거잖아. 그리고 맞선 같은 거 볼 수도 있지. 괜히 오버···.’
[박지혜가 원해서 나가는 게 아니라면?]동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소리야? 원해서 나가는 게 아니라니?”
가온은 두 눈을 반짝이며,
[궁금하면 솜사탕 오백 개.]“죽을래?”
[조크다. 노려보지 마.]“빨리 말해.”
[박지혜는 어쩔 수 없이 맞선에 나가는 거다. 그녀의 아버지가 당신을 가지고 협박을 했으니까!]동수는 흠칫 놀랐다.
‘협박···?’
“대체 뭔 말이야. 왜 나를···.”
[아무래도 막내의 정체부터 알려줘야겠네.]“······.”
[박지혜는 대운 그룹 회장의 막내 손녀다.]가온의 말에 두 눈을 깜박이던 동수는 곧 크게 소리쳤다.
“대운 그룹!? 진짜!?”
[AI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그런데 왜···.”
[나도 알게 된 건 얼마 안 됐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 해킹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해서···.]“대운 그룹 막내 손녀가 왜 PD를···.”
[박지혜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말 안 할 거다. 궁금하면 직접 들어.]“인마, 그러지 말고···.”
그 순간, 가온이 작은 손을 휘둘러 동수의 뺨을 탁! 때리더니,
[미친개, 이야기 포인트를 놓치지 마. 지금 중요한 건 박지혜가 왜 PD를 하고 있는지가 아니야. 박지혜는 당신을 지키려고 억지로 맞선 자리에 나가려는 거야. 그런데 당신은 뭐 하는 거야?]‘그러네. 땡큐, 가온···!’
[미친개, 이대로 잠자코 있을 거야!?]동수는 주먹을 꽉 쥐더니,
“아니. 그럴 순 없지! 가온! 막내 맞선 장소 어디야!?”
[내일 저녁 여섯 시 대명 호텔 레스토랑 셀린. 계획은 어떻게 되지?]그는 씨익 웃으며,
“맞선 장소로 가서 막내를 데리고 온다. 막는 놈은 다 물어뜯는다!”
[Good! 좋은 계획이다.]그때 동수는 생각했다.
‘혹시 모르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잘 지냈어? 부탁할게 좀 있는데···.”
= = = = = = =
다음날, 서울 대명 호텔 주차장.
노란색 최고급 스포츠카 주차장으로 들어오더니 부드럽게 주차했다.
그리고 운전석 문이 열리고 불만 가득한 표정의 박지혜가 내렸다.
그녀는 출근할 때보다 더 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맞선을 보러온 사람의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
애초에 얼굴만 비치고 갈 생각이었으니 당연했다.
‘레스토랑 셀린은 11층···.’
그때 그녀한테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매서운 눈빛의 중년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아가씨, 오셨습니까?”
“염 실장···.”
염태호 비서실장.
아버지의 오른팔이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
“약속은 지킬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꼴로 나가면서 약속을 지킨다고 하실 수 있습니까?”
“······.”
“1층에 있는 샵에 예약을 해뒀습니다. 이리 오십시오.”
“곧 약속 시간인데···.”
박지혜는 흠칫하며 말을 멈추더니,
“···여섯 시가 약속 시간이 아니군요.”
염 실장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약속 시간은 일곱 시입니다.”
“절···. 속였군요.”
“사장님께서는 아가씨가 이런 모습일 거라고 예상하시고···.”
박지혜는 이를 악물며 생각했다.
‘아버지···. 정말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건가요···.’
염 실장은 그녀의 안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장님께서는 회사와 아가씨를 위해서···.”
“시끄러워요.”
“······.”
“나를 위한다고요? 그런데 협박하고, 저를 속이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염태호는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아가씨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일단 따라오십시오. 샵 예약 시간이 다 돼서 말입니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큭···.”
박지혜는 이를 갈았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아가씨, 이리로 오세요.”
“······.”
“협조하지 않으시면···. 사장님께 연락을 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여기서 도망치면···. 아버지가 선배님을 해코지할 거야. 그건 절대 안 돼. 그래···. 조금만 참자. 조금만···.’
박지혜는 어깨를 추욱 늘어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녀의 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어이, 거기 형씨들, 동작 그만!”
그녀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고···.
사나운 얼굴을 한 동수가 보였다.
막내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서, 선배님!?”
동수는 그녀를 보고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막내야, 굿이브닝!”
“아, 안녕하세요.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산책 중이었다!”
“여, 여기서요?”
“왜 여기선 산책하면 안 돼?”
“아뇨, 그건 아닌데···.”
“그보다···.”
그는 염 실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이, 눈매 사나운 아저씨. 우리 막내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염 실장은 동수를 보며 생각했다.
‘강동수···. 아가씨와 깊은 사이로 판단되는 남자···. 아가씨가 부른 건가? 아가씨 반응으로 봐선 그런 거 같진 않은데···.’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좋은 말로 할 때 물러나세요.”
“싫다면?”
“이거 참···.”
가드들을 동원하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괜히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
그는 박지혜에게 말했다.
“아가씨께서 저분을 돌려보내 주십쇼.”
“······.”
“지금 이 상황, 사장님께 보고드려도 됩니까? 그러면 저 남자는···.”
박지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동수가 나타난 건 분명 기쁘지만···.
이대로는 그가 위험하다.
‘돌려보내야 해. 안 그러면 아버지가···.’
아버지는 윤민철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다.
그녀가 모든 걸 동원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알겠어요. 돌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수가 크게 소리쳤다.
“막내야!!!”
막내는 흠칫 놀라며,
“선배···.”
동수는 씨익 웃으며 물었다.
“인마, 내가 누구냐!?”
“······.”
“몰라? 너 나랑 처음 만났을 때 뭐라고 했어?”
그녀는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미친개···.”
“그래! 나 미친개 강동수야!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도 안 죽는 미친개! 앞길 막는 놈들은 다 물어뜯어 버리는 미친개라고!”
“······.”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쫄지 말고 일로 와!”
막내는 그의 곁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동수를 노려보는 염태호 때문이다.
“선배, 저는···.”
그때 동수는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드들이 그를 노려봤지만, 동수는 조금도 기죽지 않고 그녀에게 큼지막한 손을 내밀었다.
“뭘 망설이냐? 날 믿어!”
막내는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다가갈 용기는 없었지만···.
그가 다가와서 손을 내밀어주니···.
‘······.’
왠지 모르게 용기가 났다.
그녀는 눈에 힘을 주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리고 동수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