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 어떻게 불러줬으면 좋겠어?
동수는 막내가 손을 잡자마자 당겼다.
염태호 실장과 가드들은 움찔하며 제지하려고 했지만, 박지혜는 이미 동수 옆으로 이동한 뒤였다.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믿어줘서 고맙다, 막내야.”
“저야말로···. 고마워요.”
“뭐가?”
“···손 내밀어주셔서···.”
“하하, 뭘 이런 걸로···.”
염태호 실장은 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번거롭게 하는군.’
그는 시간을 확인하고 박지혜에게 말했다.
“아가씨, 반항은 여기까지만 하십시오. 당장 샵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래야 약속 시간까지 준비를···.”
“안 갈 거예요.”
“아가씨, 자꾸 이러시면 사장님께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
박지혜는 어깨를 떨었다.
그때 동수가 그녀의 손을 꼬옥 쥐었다.
“선배님···.”
“흔들리지 마. 겁내지도 말고. 내가 있잖아.”
막내는 그를 멍하니 보다가 마찬가지로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네!”
동수는 그녀에게 빙긋 웃어준 뒤, 염태호를 보며 말했다.
“이봐, 눈매 사나운 아저씨.”
“······.”
“댁의 사장님···. 아니지. 막내 아버님께 똑똑히 전해! 막내를 데려가고 싶으면 협박 따위 하지 말고 정중하게 부탁하라고!”
“당신이 상관할 게 아닙니다. 이건···.”
“내가 상관이 없으면 왜 나를 가지고 막내를 협박하는 거지?”
“그건···.”
염 실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동수는 단순무식한 미친개라고 되어 있었는데···.
제법 입심이 두둑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
오늘은 단순한 맞선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장님 내외랑 태백 그룹 회장 내외까지 다 오는데···. 아가씨가 안 오면 난리가 날 거야.’
박 사장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재차 한숨을 내쉬더니,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아가씨를 놔주세요. 약속 장소에 가지 않으면 정말 큰 일···.”
“싫어.”
“···아가씨를 데려가려면 정중하게 부탁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중하게 부탁하라곤 했지만, 막내를 놔준다는 소리는 안 했어.”
“······.”
염태호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말로 할 때 따라주면 좋은데 말이죠. 정말이지···.”
그의 말에 주위에 있던 가드들이 동수와 박지혜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동수는 씨익 웃으며 물었다.
“쪽수랑 힘으로 밀어붙이시겠다?”
“···다치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싫다면?”
“······.”
염 실장이 차가운 눈빛을 하는 순간, 어디선가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수 형님!!!”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덩치의 남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염태호 실장과 가드들은 흠칫했다.
‘뭐야, 저것들은?’
‘조폭···?’
‘방금 이 남자한테 형님이라고 한 거 아냐?’
‘불곰이 다섯 마리···.’
동수는 웃으며 말했다.
“만길아! 여기야!”
헐크처럼 생긴 만길이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형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길을 좀 헤매서···.”
“아냐, 아냐! 딱 좋은 타이밍에 왔어.”
만길은 염태호과 가드들을 노려보며,
“그런 거 같군요. 형님, 형수님 데리고 가십쇼. 여긴 저랑 동생들이 맡겠습니다.”
박지혜는 움찔했다.
‘혀, 형수님···?’
그녀는 조심스럽게 동수의 눈치를 살폈다.
동수는 그저 방긋 웃으며,
“그래, 부탁할게.”
“하하! 아닙니다!”
“막내야, 가자.”
“네? 아, 네!”
두 사람이 가려고 하자 염태호가 소리쳤다.
“안 됩니다! 저 두 사람 잡아!”
가드들이 움직이려는 순간, 만길과 그의 동료들이 막아섰다.
가드들은 안간힘을 쓰며 그들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만길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벗어나!”
염태호는 인상을 쓰며,
“젠장···.”
.
.
.
서울 대명 호텔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길가.
동수는 “후우···.”하고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쯤 왔으면 못 쫓아 오겠지?”
“네···. 그런데 선배님, 아까 그분들은 누구세요···?”
“누구? 만길이?”
“네···.”
“예전에 ‘으랏차차 씨름부’라는 프로그램 조연출할 때 친해진 친구야.”
“아···.”
‘으랏차차 씨름부’는 씨름 꿈나무를 키우는 프로그램이었다.
만길이는 그 프로그램 출연자였다.
학교에서 미친 돼지라고 놀림을 받던 왕따였는데···.
[···저도 뭔가 하나쯤은 잘하는 게 있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요···.]그러나 만길이가 모두에게 뭔가 보여주기 전에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으랏차차 씨름부’는 종영됐다.
동수는 실망한 만길이가 씨름을 정식으로 배울 수 있게 도와줬다.
하여튼!
그렇게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미친개와 미친 돼지라니. 아주 멋진 콤비군.]‘시끄러워.’
그때 박지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만길 씨를 미리 부르신 거면···. 산책하다가 저를 발견한 건 아니신 거네요.”
“······.”
동수가 대답이 없자, 그녀는 재차 물었다.
“···제가 거기 있는 줄 어떻게 아신 거예요?”
“······.”
‘···가온, 뭐라고 말하지?’
[만길이랑 밥 먹으려고 했다고 해.]‘말이 되냐?’
[그럼 그냥 솔직히 얘기해.]‘뭐?’
[곤란한 부분은 넘기고, 중요 포인트만! 예를 들면, ‘네가 맞선 본다는 얘기를 듣고 막으러 왔어!’라는 식으로 말이야.]‘···그래도 될까?’
[박지혜한테 먹힐 거다.]‘······.’
잠시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판단됐다.
이때 박지혜는 생각했다.
‘내가 오늘 대명 호텔로 가는 건 아는 사람은 아버지와 염 실장···. 태백 일보 장남···. 우리 가족들···.’
그 누구도 동수와 접점은 없다.
그렇다면···.
‘선배님은 어떻게 나를 찾아온 거지?’
혹시 통화 내용을 들은 건가?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분명 아무도 없는 데서 전화 통화를 했어. 그리고 장소가 어딘지는···.’
박지혜는 동수를 쳐다봤다.
그때 동수가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네가 맞선 본다는 말을 듣고 막으러 왔어.”
머릿속으로,
어디서 어떻게 그런 소리를 들었냐고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왜요?”
“뭐?”
막내는 잡고 있던 동수의 손을 꽉 쥐며 물었다.
“어째서 맞선을 막으러 온 거냐고요?”
박지혜는 왠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동수가 뭐라고 대답할까?
그녀는 어떤 대답을 원하는 걸까?
그리고···.
‘···왜 이런 질문을 한 거야···!?’
후회도 조금 했다.
반면 동수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녀를 만나러 오기 전까지 무척 혼란스럽고,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었는데···.
그녀를 만나고, 그녀를 데리고 나오며···.
“······.”
마음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꽉 잡은 박지혜의 손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맞선을 보는 게 싫어.”
“···왜··· 요···?.”
동수는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막내야, 나 말이야···.”
“······.”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널 좋아한다.”
“······!”
박지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감동, 감격, 당황, 창피, 민망 등등 온갖 감정이 밀려오며···.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 저···.”
동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내 마음···. 받아줄 수 있니?”
박지혜는 무척 혼란스러웠지만, 배고픈 고양이가 생선을 낚아채듯 곧바로 대답했다.
“네! 물론이죠!”
동수는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씨익 웃었다.
“고마워. 그리고 맞선 같은 거 다시는 나가지 마.”
“절대 안 나가요! 약속해요!”
“그리고···.”
박지혜는 고개를 갸웃했다.
동수가 왜 뒷말을 흐리나 싶어서였다.
‘무슨 말씀을 하려고···.’
그때 동수가 웃으며,
“호칭 정리하자. 나도 널 계속 막내나 인마 이렇게 부를 순 없고, 너도 선배라고 하긴 그렇잖아.”
“아···.”
“어떻게 불러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쑥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지, 지혜라고 불러주세요. 이름으로···.”
“OK. 그럼 날 어떻게 부르고 싶어?”
박지혜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여보?”
“······.”
“아하하, 장난이에요. 오빠라고 부를래요! 오빠요! 공석에는 사장님이라고 부르고요!”
동수는 피식 웃으며,
“그래, 편한 대로 해.”
그는 그녀와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재차 입을 열었다.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갈래?”
“좋아요!”
“뭐 먹고 싶어?”
“음···. 매콤한 거요!”
“떡볶이? 낙지볶음?”
“낙지볶음이요!”
“좋아. 가자!”
둘은 낙지볶음 맛집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정다운 대화를 나누다가 동수가 물었다.
“지혜야, 나한테 더 할 말 없어?”
“···사실··· 저희 할아버지가 대운 그룹 박철호 회장이에요.”
“······.”
“별로 안 놀라시네요?”
“···아냐, 놀랐어. 말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동수는 왜 PD를 하고 있냐고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박지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아냐. 말해줘서 고마워.”
동수는 생각했다.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정식으로 만나기로 한 날 굳이 다 들을 필요는 없다.
‘천천히···. 지혜가 말해주고 싶을 때···. 그때 들어도 되니까. 대운 그룹 사람이라는 걸 말해준 것만으로도 충분···.’
그러다가 눈가를 움찔했다.
‘잠깐···. 대운 그룹···?’
동수는 박지혜를 쳐다보며 물었다.
“지혜야, 우리 이번에 계약한 사무실···. 혹시, 네가 손을 쓴 거야?”
그 말에 박지혜는 배시시 웃으며,
“···네.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솔직히 말했으면 선배 아니, 오빠가 거절할 거 같아서···.”
“음···.”
동수는 지금이라도 거절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요즘은 여자친구가 재벌가 딸이라고 고백하면 셔터 내린다더라.]‘뭐?’
[재벌가 기둥서방이 유행이라고.]‘······.’
[그러니까 창피해하지 말고 자존심 부리지 말고 박지혜한테 고마워하라고!]가온의 말에 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힐끗 막내를 쳐다보니, 그녀는 동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
그 모습이 귀여워서 동수는 피식 웃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신경 써줘서 고맙다. 덕분에 좋은 사무실을 구했어.”
“오빠···.”
“대신, 앞으로는 이런 일 하려면 나랑 상의해 알겠지?”
박지혜는 해맑게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네!”
“지혜, 너는 뭐 궁금한 거 없어?”
그녀는 궁금한 게 많았다.
특히, 어떻게 그녀가 대명 호텔에서 맞선을 보기로 한 건지···.
그게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오빠가 때가 되면 말해주겠지.’
지금은 그냥···.
‘행복해!’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볼게요!”
“···그래, 언제든 물어봐.”
“네!”
그렇게 둘은 정답게 걸어갔다.
그때 가온이 동수의 어깨에 앉으며 말했다.
[앙상블 이용권 10개 줄게.]‘···웬일이냐?’
[박지혜한테 잘하라고 주는 선물이다.]동수는 피식 웃었다.
‘네가 박지혜 보호자라도 되냐?’
[그건 아니지만···. 그런데 말이다.]‘······?’
[박지혜의 아버지는 어떻게 할 거냐?]‘어떻게 하긴···.’
그는 차가운 눈빛을 하며,
‘결판을 지어야지. 나는 물론이고···. 지혜도 더는 건드리지 못하게.’
[생각한 방법은 있어?]동수는 피식 웃으며,
‘없지. 그래도 일단 만나보려고.’
[···박지혜랑 상의해라.]‘이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지혜의 부친과의 문제야. 그녀도 알아야지. 그리고···.]‘······?’
가온은 동수의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박지혜가 너보다 현명하니까.]‘이 자식···.’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동수는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수는 박지혜에게 말했다.
“지혜야.”
“네.”
“아버님을 좀 뵙고 싶은데···.”
“······!”
“네 생각은 어때?”
그녀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버지는 오빠를 절대 허락 안 할 거야. 어떻게든 나를 태백 일보 장남이랑 약혼시키려고···.’
하지만 마냥 무시하고 있을 순 없다.
그랬다간 아버지가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아버지는 계산적인 사람이야. 내가 오빠를 만나는 게 본인한테 이득이 된다고 판단되면 가만히 있을 거야. 그렇다면 태백 일보 장남과 혼인을 맺는 것 이상의 떡을 아버지한테···.’
그녀는 눈가를 움찔했다.
‘···‘그거’를 넘기면 아버지도 오빠와 만나는 걸 허락할 거야.’
박지혜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아버지와 문제는 제가 알아서···.”
“지혜야.”
“네?”
“함께 해. 우리 문제잖아.”
“오빠···.”
그녀는 감동한 눈빛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님 마음을 돌릴 방법이 있는 거야?”
“···아버지 꿈을 이뤄주려고요.”
“꿈?”
그녀는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네···. 제가 예전에 부숴버린 아버지 꿈이 있어요. 그걸···. 돌려주려고요.”
바로, 군사용 초인공지능 프로그램.
누리를···!
‘그거라면 아버지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