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 네가 미친개라는 소리다.
연예 기획사는 방송국, 제작사 이상으로 낮 밤 없이 일하는 곳이다.
특히, 초대형 기획사인 밤하늘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이 워낙 많아서 직원들이 더욱 바쁘다.
밤하늘 엔터 대표도 직원들을 위해서 인력 충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고된 엔터테인먼트 일을 버티고 인재로 성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여튼!
동수는 민 작가와 함께 밤하늘 엔터의 소회의실에 앉아서 중얼거렸다.
“스페이스 걸즈 매니저는 언제 오는 거야?”
그때 폰으로 SNS를 보던 민 작가가 말했다.
“조금 늦을 거 같네요.”
“왜?”
“고동만 배우 스캔들 터졌어요.”
고동만은 밤하늘 엔터테인먼트 간판 배우다.
외모는 평범하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사로잡은 스타 중의 스타인데···.
동수는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고동만 스캔들이랑 스페이스 걸즈 매니저가 늦는 게 뭔 상관이야?”
“···스캔들 상대가 계나리에요.”
“아···.”
슈퍼노바 계나리.
그녀는 스페이스 걸즈 멤버이자, TVM의 ‘개나리의 노래 꽃밭’ 메인 MC다.
동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민성아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약속 시간 됐네요. 연락은 아직 없고···. 오 분만 더 기다려보고 안 오면 그냥 가요.”
“오 분? 좀 더 기다리는 게···.”
동수는 S등급인 세리를 놓치는 게 아까워서 이렇게 말했지만, 민 작가는 단호했다.
“우리가 매달리는 꼴이 될 순 없죠. 그랬다간 나중에 고생해요.”
“음···.”
동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하늘 엔터에서 의도하고 이런 건 아니겠지만···.
민 작가의 말대로 마냥 기다리고 있거나, 늦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넘어가면 나중에 프로그램 제작 때도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촬영에 늦었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겠지.’
물론 대선배인 박재섭이 있어서 웬만해선 그러진 않겠지만···.
어쨌든!
연예계에서 얕보이면 한도 끝도 없다.
동수는 민성아가 타이머 설정(5분)을 하는 걸 보고 피식 웃었다.
‘아주 야무지다니까.’
그때 민성아가 물었다.
“박지혜 PD랑 사귄다면서요?”
“응.”
그의 대답에 민성아는 입맛이 썼지만, 내색하지 않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축하해요. 박 PD, 좋은 사람 같은데, 놓치지 말아요.”
“하하, 고마워.”
“고맙긴요. 그런데 연애한다고 일 등한시하면 안 돼요. 이번 작품 대박 내기로 한 거···. 기억하죠?”
동수는 씨익 웃으며,
“물론이지.”
그리고 잠시 후, 알람이 울렸다.
민 작가는 타이머를 끄고 짐을 챙기며 말했다.
“가죠.”
“···그래.”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더니 흑단 같은 검은색 생머리에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미모의 여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왔다.
동수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세리···?”
세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동수와 민 작가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PD님, 작가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망한 계나리를 심문···. 아, 아니!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연락도 못 드리고 늦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때 세리의 뒤로 후덕한 표정의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느, 늦어서 죄송합니다. 스페이스 걸즈 매니저 최흥식입니다. 여,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겨, 경황이 없어서···.”
세리가 다급히 말했다.
“흥식 오빠가 매니저가 된 지 얼마 안 돼서요! 제가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최고의 아이돌이자, 인기 여배우인 세리가 이렇게까지 사과하니 동수와 성아도 강하게 나갈 순 없었다.
동수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아닙니다. 저희도 기사를 봐서 상황은 알고 있습니다. 많이 당황하셨을 거 같은데···.”
세리는 한숨을 푹 내쉬며,
“새 앨범 준비할 때는 이런 일 없게 하자고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계나리 그년이 대가리에 꽃을 꽂은 것도 아니고···.”
최흥식이 당황하며 말했다.
“세리야, 피, 피디님이랑 작가님 계신 데···.”
“어머, 죄송해요. 제가 말이 좀···.”
“하하, 아닙니다. 그럴 수 있지요. 그런데 나리씨랑 동만씨는 정말···.”
세리가 뭔가 말하기 전에 최흥식이 웃으며,
“하하, 그건 내일 중으로 입장 발표가 있을 예정입니다. 우, 우선 미팅을···.”
동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세리는 너덜너덜한 ‘그 노래? 그 가수?’ 기획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그걸 본 민 작가는 눈을 반짝였다.
‘저렇게 될 때까지 기획안을 읽었다고?’
‘쇼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세리에 대한 소문이 워낙 좋아서 쇼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리는 늘 현장에 제일 먼저 오고···.
감독이 무리한 요구를 하든, 촬영이 지연돼서 대기가 길어지든, 항상 미소를 잃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때 세리가 말했다.
“저, 이 프로그램 MC 꼭 하고 싶어요.”
동수는 슬쩍 최흥식 매니저를 쳐다봤다.
그러자 최흥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밤하늘 엔터는 세리의 선택에 따른다는 소리였다.
그러자 민 작가가 물었다.
“어째서 ‘그 노래? 그 가수!’의 MC를 하고 싶은 거죠?”
조금 차가운 말투였지만, 세리는 담담히 대답했다.
“드라마에 출연해달라며 여러 대본이 들어오면 하나하나 전부 읽어봐요. 그리고 한 작품, 한 작품 상상해요. 먼 미래에···. 나는 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다고 후회할까? 라고요. 그리고 그때 놓치면 후회할 거 같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반드시 출연해요.”
세리는 ‘그 노래? 그 가수!’ 기획안을 들어 보이며,
“이 프로그램을 놓치면 무척 후회할 거 같아요. 그래서 꼭 MC를 하고 싶어요.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추억의 가수들을 찾아간다는 게 낭만적으로 느껴졌고···. 또, 세계적이 팝 스타들도 찾아가는 부분도···.”
세리는 기획안에서 인상 깊었던 점들을 차근차근 얘기했다.
민 작가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세리의 얘기를 전부 듣더니,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녀는 동수에게 물었다.
“강 CP님, 저는 세리 씨가 MC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수는 씨익 웃으며,
“나도 OK지!”
그러자 세리가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강 CP님, 민 작가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동수와 민성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저희야말로 잘 부탁해요, 세리씨.”
“앞으로 잘해봐요.”
최흥식 매니저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자, 이렇게 좋은 날, 축하주라도 해야죠! 식당을 예약해뒀습니다. 소갈비 맛이 아주 일품인···.”
그렇게 네 사람은 즐겁게 식사하며 조금 더 친밀해질 수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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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는 버스를 기다리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스마트폰을 꺼내서 박지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강동수: 미팅 끝나고 버스 기다리고 있어!
-뾰로롱!
그때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술을 너무 빨리 마셨어.]‘성아가 너무 달려서···.’
[뭐···. 그럴 수밖에···.]‘뭔 소리야?’
[네가 미친개라는 소리다.]‘뭐야?’
동수가 이맛살을 찌푸리자, 가온이 그의 미간을 톡! 치며 말했다.
[인상 찌푸리면 주름살 생겨.]‘생기든 말든 뭔 상관이야?’
[나는 상관없지만···. 네가 주름살투성이가 되면 박지혜가 곤란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아홉 살 차이인데···.]‘······.’
동수는 할 말이 없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물론 인상은 펴고···.
그러자 가온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쨌든 고생했어. 이걸로 ‘그 노래? 그 가수!’는 언제든 제작에 들어가도 되겠네.]‘그렇지.’
오형근 감독이 백방으로 뛰어준 덕분에 스태프들도 준비가 됐다.
제작사를 오픈하면 곧바로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도 된다.
하지만 그전에···.
‘유종의 미는 거둬야지.’
바로, ‘멍멍이와 산다!’ 마지막 편을 말이다.
그때 가온이 물었다.
[당신 잊고 있는 거 같아서 말해주는데···.]‘······?’
[김경수의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 언제 해결할 거지?]‘아···.’
안희진 성우의 소개로 현재 ‘멍멍이와 산다!’ 성우를 맡은 김경수 배우.
그는 얼굴에 심한 흉터가 있는데···.
그것과 관련된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가 있었다.
‘윤 작가한테 부탁해본다는 걸 깜박했네.’
[박지혜랑 꽁냥거리느라 정신이 빠져서···.]‘누가 정신이 빠졌다는 거야?’
그때 박지혜의 답장이 왔다.
└지혜 : 오빠, 고생했어요! 술 많이 마셨어요?
└강동수: 적당히 마셨어. 걱정하지 마!
└지혜: 네! (❀╹◡╹)
└강동수: 뭐 하고 있었어?
└지혜: 드라마 보고 있었어요. ‘이상한 의사 우명우’요!
‘이상한 의사 우명우’는 악역 전문 배우 남궁호가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천재 의사를 완벽하게 연기를 하며 연일 화제인 드라마다.
동수도 엄마와 함께 몇 번 봤었다.
‘재밌긴 재밌었지.’
드라마 재밌게 보라고 답장을 보내려는데, 박지혜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동수도 메시지보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오빠, 어느 정류장이에요?]“응?”
갑작스러운 질문.
그는 힐끗 주변을 살펴보더니,
“압구정로데오역 2번 출구 근처인데···.”
[네! 알겠어요!]동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혜야, 뭐가 알았다는···.”
그러나 그녀는 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동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폰을 쳐다봤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박지혜가 빠른 속도로 접근 중이다.]‘뭐?’
그 순간,
-부아아앙!
강렬한 배기음과 함께 노란색 스포츠카가 동수가 있는 정류장을 향해 달려왔다.
동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건 지혜의···.’
스포츠카가 앞에 멈추더니 조수석 창문이 열렸다.
그리고 예쁘게 차려입은 박지혜가 운전석에 앉아 해맑게 웃고 있었다.
동수는 당황하며,
“지혜야, 여긴 어떻게···.”
“오빠, 여기 버스 정류장이에요! 빨리 타요!”
“아, 알겠어!”
갓길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라 앞뒤로 주차가 많이 되어 있긴 하지만, 정류장 근처 주차는 불법이다.
동수가 후다닥 스포츠카에 타자, 박지혜는 곧바로 출발했다.
동수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혜야, 드라마 보고 있었다며···.”
“드라마 보고 있었어요.”
그녀는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동수는 “아···.”하더니,
“설마, 차에서 계속···.”
그녀는 빙긋 웃으며,
“오빠, 술 마시고 버스 타면 힘들잖아요.”
“고마워. 그런데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 차에서 힘들게···.”
“하지만 걱정되는걸요?”
“······.”
동수는 볼을 긁적이더니,
“···그럼 적어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줘. 최대한 빨리 끝내고 나오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녜요. 비즈니스 중인데 어떻게 그래요. 이게 다 우리 제작사 잘 되자고 하는 거잖아요.”
“지혜야···.”
동수는 감동한 얼굴을 했다.
그때 박지혜가 한쪽 손을 뻗어 동수의 손을 잡으며,
“오빠,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요.”
“···지혜야, 넌 정말···. 천사야. 천사! 내 여자친구는 천사야!”
박지혜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칭찬 고마워요, 후후.”
허공에 떠 있던 가온은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회로가 꼬이는 것 같군. 미친개, 적당히 해.]‘시끄러워.’
가온은 동수의 머리에 앉으며,
[꽁냥거리는 건 좋은데, 김경수의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에 대한 거나 잊지 마.]‘알고 있어. 내일 윤 작가한테 말해봐야지.’
공교롭게도 ‘멍멍이와 산다! – 천마는 평범하게 살고 있다.’ 세 번째 편(다다음 주 방송 예정) 성우 녹음이 내일이다.
‘회식 자리를 마련해서 얘기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