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 사 달러!
동수는 갑자기 투자하겠다며 나타난 이소희를 사장실로 안내했다.
윤하얀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밖에 있기로 했고, 사장실에는 동수와 박지혜 그리고 이소희가 있었다.
차분한 분위기 가운데···.
이소희는 대뜸 얼마를 투자할 계획인지부터 말했다.
동수는 투자 금액을 듣고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배, 백억이요?”
그러자 이소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백억이요.”
“······.”
너무 큰 액수에 동수가 넋을 놓자, 옆에 있던 박지혜가 그의 팔을 톡톡 건드렸다.
“오빠···.”
“아···.”
그는 움찔하며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놀라면 안 됐는데···.’
그는 이제 그냥 PD가 아니다.
미친개 스튜디오 사장으로서 언제나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동수는 이소희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일부러 투자 금액부터 말한 건가? 나를 흔들려고? 으음···. 아무래도 의심스러운데···. 이 여자 정말 신성 그룹에서 온 거 맞아?’
-뾰로롱!
그때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신성 그룹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했다. 이 여자, 사기꾼이 아냐. 신성 그룹 차재덕 회장을 수행하는 비서 실장이 맞다.]‘정말···?’
[AI는 거짓말하지 않아.]‘그렇다면···.’
[백억을 투자하겠다는 것도 사실이겠지.]동수는 백억이라는 금액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지만, 전처럼 내색하지 않았다.
‘그깟 돈이 뭐라고···. 쫄지 말자!’
그때 박지혜가 경계의 눈초리로 물었다.
“신성 그룹에서 왜 우리 스튜디오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거죠? 혹시 우리를 자회사로···.”
“우리 그룹은 이미 타이거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굳이 미친개 스튜디오를 얻고자 백억을 투자할 필요는 없지요.”
맞는 말이다.
신성 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제작사인 타이거 스튜디오가 있다.
미친개 스튜디오를 자회사로 만들고자 백억을 투자할 바에는 타이거 스튜디오에 투자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박지혜는 미간을 좁히며,
“그렇다면 차재덕 회장님은 어째서 우리 스튜디오에 투자하려는 건가요?”
“이유가 중요한가요? 아무 조건 없이 백억을 투자받을 기회인데요?”
“그건···.”
박지혜는 뒷말을 흐렸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아무리 그녀가 재벌가 막내딸이라고 해도, 백억은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백억을 아무 조건 없이···.’
이 투자금만 있으면, ‘그 노래? 그 가수!’와 ‘소원을 말해봐!’의 제작비 문제가 전부 해결된다.
그때 동수가 말했다.
“중요하죠.”
“······.”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백억을 투자하는 거라면 거절해야 하니까요.”
동수의 말에 이소희가 깊은 눈빛을 하며,
“그 말씀···. 진심인가요?”
“네.”
그때 가온이 말했다.
[당신 성격에 밀당하는 거 같진 않고···. 정말 거절할 셈이야?]‘이유가 개떡 같으면 거절해야지.’
[그러지 마. 백억이 옆집 개 이름도 아니고···.]‘그냥 거절한다는 게 아니잖아. 일단 조용히 해봐.’
[OK.]이소희는 가만히 그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이유를 말해줄게요.”
‘이렇게 순순히···?’
동수는 그녀와 조금 더 기 싸움을 할 줄 알았다.
그때 이소희가 빙긋 웃으며,
“보은하기 위해서예요.”
“보은···?”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당신한테 도움을 준 적이 있습니까?”
“아뇨.”
“그럼 신성 그룹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죠.”
“······?”
그는 이소희의 말이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가온, 이 여자가 지금 뭐라는 거야?’
[당신이 신성 그룹에 도움을 줬다는 거 같군.]‘내가? 언제?’
[글쎄···. 대가리 해킹을 해보는 게 어때?]‘그건 아냐···.’
동수는 이소희에게 물었다.
“아리송하게 말하지 말고 정확히 설명해주십쇼. 보은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칠 년 전···. 어느 폐건물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여자를 구해주신 적이 있으시죠?”
그는 눈을 크게 떴다.
“그건···. 민혜···.”
“강동수 사장님이 구한 김민혜 님은 신성 그룹 차재덕 회장님의 외손녀이자, 브루스 리 회장님의 양녀이고, 신성 엔터 차주희 대표님의 딸이자, 차은수 작가님의 고종사촌입니다.”
“네···?”
‘미, 민혜가 뭐라고···?’
그때 가온이 말했다.
[평범한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거물이었군.]동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럼, 백억은···.”
이소희는 빙긋 웃으며,
“차은수 작가님께서 강동수 사장님께 드리는 감사의 선물입니다.”
“감사의 선물이 무슨···.”
“차 작가님께 백억 정도는 별거 아닙니다.”
“······.”
동수는 현기증이 나는 거 같았다.
얼마 전에 박지혜가 대운 그룹 막내딸이라는 사실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민혜가 재벌이고···.
폐건물 사건의 빚을 갚기 위해 백억을···!
머릿속이 몹시 복잡했다.
‘···이걸 받아도 되는 건가···?’
그는 촬영 사전 답사하려다가 우연히 귀신이 나온다는 폐건물 얘기를 들어서 갔다가 얼떨결에 민혜를 구한 거뿐인데···.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어쨌든 당신은 김민혜를 구했다. 결과가 중요한 거지. 백억을 받아도 돼.]‘그런가? 하지만···.’
[고구마 먹일 생각 말고 그냥 백억 받고 끝내.]‘······.’
이때 박지혜는 그를 힐끗 보며 생각했다.
‘오빠가 신성 그룹 오태호 사건과 연관되어 있었구나.’
그녀는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오태호는 무척 위험한 인물이다.
다행히 감옥에 있고 당분간 나올 일은 없지만···.
괜히 동수가 구한 게 알려지면 위험할 수도 있다.
‘···차라리 투자를 안 받는 것도···. 그러면 오빠의 정체를···. 아냐, 그러면 신성 그룹에서 다른 방법으로 오빠한테 보은하겠다며 접근할 수도 있어. 그냥 백억을 받고 깔끔히 관계를 정리하는 게···.’
그때 그녀와 동수의 시선이 마주쳤다.
동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눈빛을 했다.
박지혜는 살짝 웃어 보였다.
오빠의 뜻대로 하라는 의미였고, 동수는 정확히 알아들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좋아. 정했어.’
“···백억 투자받겠습니다.”
이소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서류 가방을 테이블 위로 올리며 말했다.
“잘 생각하셨어요. 여기 계약서입니다. 일단 투자금 형태로 백억을 드리는 거라 그에 필요한···.”
동수와 박지혜는 차근차근 투자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이틀 뒤에 변호사를 대동해서 서류를 최종 검토하고 계약서에 서명하기로 했다.
이소희 비서 실장은 이틀 뒤에 만나기로 하고 미친개 스튜디오에서 떠나갔다.
= = = = = = =
미친개 스튜디오 건물 옥상.
동수는 박지혜와 옥상에 있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커피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박지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전에 불에 타죽을 뻔한 여자를 조폭 손에서 구했다는 게···. 진짜였군요.”
“···진짜랬잖아.”
“8대 1도···.”
“그것도···.”
박지혜는 그의 손을 꼬옥 잡으며,
“···앞으로는 절대 위험한 행동하지 말아요.”
“그땐 혈기왕성한 이십 대여서···.”
“오빠.”
동수는 그녀의 걱정 가득한 눈빛에 볼을 긁적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안 그럴게.”
“네, 고마워요.”
“고맙긴···.”
박지혜는 그가 김민혜나 신성 그룹과도 더는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줄 수 있냐고 묻고 싶었다.
‘오빠의 안전을 위해서···.’
하지만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김 작가나···. 신성 그룹 모두 오빠한텐 소중한 인연이야···. 아무리 내가 여자친구지만···. 멋대로 끊으면 안 돼. 그러면 오빠가 너무 슬플 거야.’
대신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빠한테 가드를 붙여야겠어. 할아버지한테 부탁해보자.’
동수는 그런 박지혜를 보며 피식 웃었다.
‘지혜가 뭔가 재밌는 생각을 하나 보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재밌는 생각이 아니고, 속 깊은 박지혜가 당신을 위해서 뭔가를 결심한 거 같은데···.]‘나를 위해? 그게 뭔데?’
[궁금하면 박지혜 해킹률을 15%까지 올리고, 진실 탐지기를 써.]박지혜의 해킹률은 현재 12.98%다.
15%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내가 지혜한테 그걸 왜 써. 됐어.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아니면 20%까지 올려서 오늘의 생각···.]‘그건 더 싫어.’
지인들의 마음을 읽는 것도 거부감이 드는데, 연인의 마음을 읽으라니···.
동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미친개는 이상한 데서 고구마라니까.]‘너 자꾸 고구마, 고구마 할래?’
[고구마를 고구마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이게···.’
그때 박지혜가 물었다.
“오빠, 무슨 생각 해요?”
“아니···. 그냥···. 하하. 아! 그보다 변호사는 어떻게 하지?”
“제가 막내 삼촌한테 부탁드려볼게요.”
“삼촌께 또 신세를 지는 거 같아서 죄송하네···.”
“괜찮아요.”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선물 깜박한 걸 빌미로 부탁하면 되니까요!’
박지혜는 그런 생각을 하며 생긋 웃었다.
그때 윤하얀이 옥상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두 사람을 보고 버럭 소리치며,
“둘 다 여기서 뭐 해요!? 개업식 안 해요?!”
“아···! 쏘리! 쏘리!”
“죄송해요, 윤 실장님···!”
윤하얀은 엄한 표정을 짓더니,
“투자금 때문에 들뜬 마음은 알겠는데! 할 일은 해야죠! 벌써 손님들이 잔뜩 왔어요···! 빨리 가서 인사하고···!”
“네! 알겠습니다!”
“네! 윤 실장님!”
동수와 박지혜는 후다닥 사무실로 뛰어갔다.
윤하얀은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요정 가온도 윤하얀의 머리 위에 앉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야.]그때 윤하얀이 머리 위로 손을 뻗어 휘휘 젓더니,
“머리 위에 뭐가 있는 거 같았는데···. 기분 탓인가?”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옥상에서 벗었다.
그리고 윤하얀의 손을 피해 허공으로 떠오른 가온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게 여자의 감이라는 건가? 조심해야겠군.]= = = = = = =
미친개 스튜디오의 개업식에는 동수와 가까운 지인부터 여러 스타들이 참석했다.
오금숙, 큐티 걸즈, 한설희, 유체리 등등···.
심지어 담 회장도 왔다!
동수는 담 회장에게 물었다.
“···정말 오셨네요?”
“이놈아, 투자자가 개업식에 오는 게 당연하지.”
“그건 그렇지만···.”
“근데 멍멍산 외주 제작은 정말···.”
“안 합니다.”
“송 사장 때문이면···.”
“그런 게 아니고, 김주찬 PD의 기회를 뺏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지랖은···. 그래, 알았다. 네 맘대로 해.”
동수는 피식 웃으며,
“안 그러셔도 마음대로 할 겁니다.”
그때 김민재 국장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음···.”
“실례가 아니라면 강 사장이랑 얘기를 좀···.”
“난 볼일 끝났으니 맘대로 해.”
담 회장은 몸을 휙 돌려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러자 김민재는 동수에게 말했다.
“강 사장,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에이, 왜 이러십니까? 그냥 동수라고 편히···”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공과 사···?’
“···무슨 얘긴데요?”
“핫플렉스랑 재협상을 하려는데···. 강 사장이 우리 SBC를 도와줬으면 합니다.”
동수는 눈가를 움찔하며,
‘멍멍산 유통 때문인가? 내가 외주 제작을 안 맡으니까, 재협상하는 걸로 선회했나 보네.’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이었으면 김민재의 SOS 요청에 바로 도와주겠다고 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 그는 미친개 스튜디오의 사장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동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도움을 드리면···. SBC는 어떤 선물을 줄 건가요?”
김민재는 진지한 눈빛으로,
“편성권은 어떻습니까?”
“몇 개요?”
“두 개.”
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사 달러!”
“······.”
“하하, 조크입니다. 조크. 편성권 네 개 주십쇼! 올 하반기부터 내후년까지! OK?”
김민재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내일 계약서를 준비하도록 하죠.”
“하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