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 고마워요, 강 PD님.
미친개 스튜디오의 개업식은 성황리에 끝났다.
손님들이 전부 떠나고, 박지혜도 샴페인을 마시고 취해버린 윤하얀을 데려다주기 위해 먼저 사무실에서 나갔다.
동수는 혼자 남아 마무리 청소를 하고, 복도에 줄지어 있는 화분들을 사장실, 사무실, 녹음실, 회의실 등으로 옮겼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화분을 편집실로 옮긴 뒤, 허리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바람 좀 쐬고···. 콘티랑 큐시트 확인하자.”
그렇게 옥상으로 가려는데 사무실에서 간식 상자를 정리하고 있던 가온이 날아오며 말했다.
[한설희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뭐? 누구?”
[한설희 말이다. 한설희가 오고 있다.]“······.”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한설희는 내일 새벽 촬영이 있다고 축하 인사만 하고 돌아갔는데···.
‘왜 다시 온 거지? 개업식이 끝난 걸 모르나?’
[당신 모른 척하는 거야? 모르는 거야?]‘뭐가?’
[한설희가 여기 다시 온 이유 말이다.]‘······?’
[···당신은 박지혜 놓치지 마. 놓치면 평생 솔로로 늙어 죽을 테니까.]‘인마, 뭔 말이 그러냐? 그리고 지혜랑은 절대 안 헤어져!’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가온의 말에 동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커다란 꽃바구니를 든 한설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녀는 복도에 서 있던 동수를 발견하더니 살포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강 PD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동수는 조금 의아했다.
‘조금도 안 놀라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
[한설희가 이 건물 폐쇄회로를 해킹했다면 알 수도 있지.]‘···말이 되냐?’
[안 될 건 또 뭐야?]‘그건···.’
그때 한설희가 말했다.
“체리 언니가 강 PD님이 오늘 제작사에서 밤을 센다고 말해줘서···.”
“아···.”
아까 체리와 대화를 나누면서 내일 촬영 때문에 제작사에서 밤을 셀 거라고 한 게 떠올랐다.
동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게···.”
한설희는 뒷말을 흐렸다.
밖이 어두워졌기 때문일까?
한설희의 얼굴에 그늘이 진 거 같았다.
그때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박지혜 PD랑 사귀신다면서요···?”
“네.”
그의 대답에 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
“······축하드려요. 정말로···.”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평소랑 느낌이 조금 달랐다.
동수는 어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가만히 그를 쳐다보다가 꽃바구니를 살짝 들어 보이며,
“이거···. 드리는 걸 깜박해서요.”
“아, 뭘 이런걸 다···.”
동수는 꽃바구니를 받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설희 씨, 기획사에서 화분을 보낸 거 같았는데···.’
꽃바구니에는 ‘행복하세요!’, ‘응원할게요!’라는 띠가 달려 있었다.
동수는 미소 띤 얼굴로,
“감사합니다!”
“아녜요. 그럼, 전 이만···.”
한 발자국 물러서는 그녀에게 그는 차라도 한 잔 마시겠냐고 물으려 했다.
그때 동수의 생각을 읽은 가온이 말했다.
[그냥 보내.]‘그래도 이렇게 꽃바구니까지···.’
[한설희 내일 새벽 촬영이랬잖아. 빨리 보내.]‘아, 그러네.’
동수는 그녀에게 밝은 목소리로,
“그럼, 조심히 가세요.”
“···네.”
한설희는 꾸벅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때 동수가 중얼거렸다.
“···주스라도 한 병 줄 걸 그랬네.”
[사랑과 전쟁 찍기 싫으면 한설희한테 신경 꺼.]“사랑과 전쟁? 뭔 소리야?”
그때 박지혜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지혜야, 어디야? 집에 도착했어?”
[방금 윤 실장 내려줬어요!]“아, 그래? 그러면 운전 조심해서 가. 도착하면 연락하고.”
[제작사로 갈게요.]“뭐? 왜? 집에 가서 푹 쉬지···.”
[PD가 퇴근도 안 했는데, AD가 어떻게 퇴근해요!]“하하, 괜찮아. 어차피 내일은 홍보 영상이랑 인터뷰 촬영이어서 별로 할 것도 없어. 난 장비 점검 좀 하려는 거니까···.”
[같이 해요. 그러면 더 빨리 끝나잖아요.]동수는 피식 웃으며,
“알겠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배달시켜 둘게.”
“OK! 그럼, 조심히 와.”
[네!]동수가 전화를 끊자, 가온이 말했다.
[당신 나한테 빚진 거다.]‘내가? 언제?’
[···나쁜 짓을 하는 것만큼이나, 무지한 것도 죄다. 어리석은 미친개야.]‘뭐?’
[···됐어. 말을 말아야지. 치킨이나 시켜. 나는 자메이카 저크소스가 발라진 닭 다리 구이가 먹고 싶군.]가온은 사무실로 날아가더니 다시 간식 상자 정리를 시작했다.
동수는 가온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녀석, 바이러스 검사라도 해야 하나? 자꾸 이상한 소리나 하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옥상으로 걸어가며 치킨을 주문했다.
= = = = = = =
한설희는 밴에 타며 로드매니저한테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출발할게요!”
“네, 그리고···.”
“······?”
“제가 다시 제작사 왔던 거···. 언니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하지만···.”
“부탁드릴게요.”
로드매니저는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한설희의 슬픈 얼굴을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입니다.”
“고마워요.”
밴이 출발하자 한설희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며 미친개 스튜디오를 쳐다봤다.
가슴이 한켠이 욱신거렸다.
머릿속에 동수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시래기 축제에서 함께 공연하고···.
TVM ‘개나리의 노래 꽃밭’에 함께 출연하고···.
뮤직 대전에서 손을 잡고 소중한 약속을 하고···.
CP 진급을 축하하려고 새벽에 그를 찾아가고···.
그와 함께 걸었던···.
“······.”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생각했다.
‘또, 혼자가 됐네···.’
플루토가 해체되고···.
언니들과 함께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루고···.
팬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후우···.”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운전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매니저가 먹는 비타민 젤리가 눈에 들었다.
“······.”
불현듯, 옛날 추억이 떠올랐다.
[인마, 이거 먹고 힘내.]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
.
.
플루토가 해체되고, 한설희는 솔로 데뷔를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멤버들과 함께 할 때와 달리, 노래나 안무 모두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량은 점점 떨어졌고, 자신감마저 상실했다.
결국 그녀는 미래 기획사와의 계약도 끝냈다.
차은수 작가(미래 기획사 대표)는 마지막까지 한설희를 말렸지만, 그녀를 설득하진 못했다.
얼마 후, 한설희는 다른 기획사와 계약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부담감 때문에 우울증까지 걸리고 말았다.
그녀의 복귀 무대는 계속 미뤄졌다.
그리고···.
10월의 어느 날 저녁···.
그녀는 등촌동 SBC 공개홀을 찾았다.
이날은···.
[10월 10일 : 플루토의 데뷔 날]바로, 플루토가 데뷔했던 날이다.
한설희는 공개홀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체 뭘 기대하고 온 거람···.”
그녀는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우울증 약을 먹어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 왜 언니들이 여기에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걸까?’
“나···. 정말, 바보 같네···.”
슬픈 미소를 짓던 그녀는 고개를 떨구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흠칫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란 주먹이 얼굴로 뻗어왔다.
한설희는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꺅···!”
이때 어떤 남자의 까칠한 목소리가 들렸다.
“뭘 쪼냐?”
“네? 뭐, 뭐라고요···?”
눈매가 무척 사나운 남자였다.
그때 그가 목에 걸고 있는 사원증이 눈에 들어왔다.
[강동수 PD]‘PD? PD가 왜···.’
그녀는 움찔하더니 모자를 더욱 눌러쓰며 생각했다.
‘혹시 날 알아봤나? 아냐. 그럼 반말을 하진 않았겠지. 잠깐만? 애초에 초면에 반말하는 건 예의가···.’
어쨌든!
‘이 남자, 왜 나한테 주먹을···?’
그때 동수가 주먹을 펼쳤다.
거기에는 비타민 젤리가 있었다.
그는 씨익 웃으며,
“인마, 이거 먹고 힘내.”
“네?”
그녀는 몹시 당황했다.
갑자기 비타민 젤리를 내밀더니,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 거란 말인가?
그때 남자가 말했다.
“‘비스트 보이즈’가 해체한다고 방송에서 못 보는 건 아니잖아.”
‘비, 비스트 보이즈···?’
“타이거, 걔는 배우로 활동 중이고, 레온은 예능에 자주 출연하고, 나머지도 뭐···. 이것저것 하겠지.”
비스트 보이즈는 십 년 가까이 활동한 인기 아이돌이다.
‘오늘 은퇴 무대였나···?’
그녀는 힐끔 동수를 보며,
‘날 비스트 보이즈 팬으로 착각했나 보네···.’
그때 동수가 비타민 젤리를 건네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너처럼 우는 건 양반이다. 너희 팬클럽 회장은 좀 전에 한 고별 무대 때 너무 울어서 실신했잖아. 걔 때문에 구급차를 부르고···. 아, 이건 이미 알고 있으려나?”
“······.”
한설희는 비스트 보이즈 팬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나 싶었다.
그때 동수가 말했다.
“하여튼! 운다고 비스트 보이즈가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 열심히 잘 살라고 보내줘! 그리고 이제 덕질은 적당히 하고 너를 위해 살아! OK?”
한설희는 생각했다.
‘무섭게 생겼는데···. 친절한 분 같네···.’
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그럼, 적당히 울고 집에 가라! 안녕!”
그는 몸을 돌려 공개홀 쪽으로 걸어갔다.
한설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비타민 젤리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동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운다고 돌아오는 게 아니야···. 나를 위해 살라고···?”
왠지 모르게···. 조금 힘이 났다.
그녀는 공개홀로 들어가는 동수를 쳐다보며,
“···좀 더 얘기를···.”
그러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한설희는 SBC 공개홀을 빤히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조금씩···.
기량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플루토나 비너스로 활동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복귀해도 괜찮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자 기획사 대표가 물었다.
“설희야, 복귀 무대는 어디로 하고 싶어?”
“···SBC 인기 뮤직이요.”
그러면서 생각했다.
‘강동수 PD랑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그때 비타민 젤리를 준 팬이 나란 걸 알면 무척 놀라겠지?’
왠지 모르게 기대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왜냐면 그녀의 복귀 날···.
“수철 선배! 장난칩니까!? 쟤들은 왜 리허설 무대에도 못 오르게 하는 겁니까!?”
“강동수 너 이 XX! 조연출 주제에 어디서 이래라 저래라야?!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니까···.”
“쟤네 기획사가 뒷돈을 안 줬습니까?! 상납이 부족해서···!”
“이 미친 또X이 새X! 뭐가 어쩌고 어째!?”
“그딴 식으로 살지 마십쇼! 진짜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XX! 더러우면 내 팀에서 나가! 꺼지라고!”
“안 그래도 나갈 겁니다! 더럽게 살다가 추하게 뒈지십쇼!”
“뭐!? 너···! 너···!”
동수는 메인 PD 공수철과 심하게 다투고 ‘인기 뮤직’을 떠났으니까.
한설희는 그와 조금이라도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매니저 언니가 말렸다.
“안 돼!”
“언니···.”
“강 PD 아는 척하면 절대 안 돼! 방금 공 PD랑 다툰 거 못 봤어? 공 PD 완전 쪼잔해서 네가 강 PD랑 아는 사이인 걸 알면 엄청 괴롭힐 거라고!”
“······.”
공수철 PD는 ‘인기 뮤직’ 조연출 때부터 가수들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했다.
한설희는 어쩔 수 없이 매니저의 말에 따랐다.
‘다음 기회에 얘기를 나눠봐야겠네···.’
그리고 그땐···.
“···내가 먼저 말을 걸어봐야지.”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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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던 한설희는 전화벨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체리 언니가 웬일이지?’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언니···.”
[설희야, 강 PD님 잘 만났어?]“아, 네, 뭐···. 그냥···.”
그녀는 뒷말을 흐렸다.
그러자 체리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이거 참···. 우리 설희는 너무 착해서 문제야. ME였다면 사랑과 전쟁을 찍는 한이 있더라고 뺏고 말았을 텐데···.]“네? 네? 언니, 그게 무슨···.”
[아냐. 설희야, 우리 집 올래? 같이 맥주 어때?]“저 내일 새벽에 촬영이 있어서···.”
[그럼 수다나 떨자. 혼자 있으면 외롭잖아. 응?]한설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플루토가 해체되고···. 외톨이가 됐다고 생각했다.
동수 덕분에 그 외로움을 이겨냈지만···.
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면서, 다시 혼자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체리 언니가 있었네.’
동수가 다시 찾아준 소중한 인연.
“···알겠어요, 언니. 지금 갈게요.”
[응! 오랜만에 비빔면 먹을래?]“좋아요.”
아직도 마음은 아프다.
하지만 그래도···.
한설희는 웃을 수 있다.
적어도 예전처럼 외롭진 않으니까.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고마워요, 강 PD님.’
= = = = = = =
다음 날 아침.
미친개 스튜디오는 ‘그 노래? 그 가수!’ 첫 촬영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내용은 아니고, 두 MC(박재섭, 세리)가 만나는 장면과 메인 PD(동수)에게 앞으로 어떤 방송을 찍을지 설명을 듣는 장면, 그리고 박재섭과 세리의 개인 인터뷰였다.
출연진도 스태프도 손발이 척척 맞아서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됐고, 점심 무렵에 끝났다.
그리고 점심 식사 이후에 연출팀 회의가 시작됐다.
동수는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첫 번째 추억의 가수는 김시환 작곡가로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박지혜가 물었다.
“김시환 작곡가가 어딨는지 찾았어요?”
사실 가온 덕분에 예전에 찾았지만, 김 작곡가의 사정이 딱해서 섭외할지 말지 망설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S등급(김시환 작곡가)을 놓치긴 아쉬웠다.
동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찾았습니다. 내일 찾아뵙고 섭외 요청을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