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 미친개 뭘 망설여?
3월, 겨울의 찬 공기가 사라지고 완연한 봄으로 접어든 어느 날.
세계 최고의 OTT 플랫폼 핫플렉스에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바로, 국민 MC 박재섭과 스페이스 걸즈 세리가 진행을 맡아 화제가 된 ‘그 노래? 그 가수!’다.
‘그 노래? 그 가수!’는 만인의 사랑을 받은 명곡을 부른 추억의 가수를 찾아가 다양한 토크를 나누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는데···.
그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월드 스타 세리가 MC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해외의 유명 팝 스타들도 출연하기 때문이고···.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그 노래? 그 가수!’의 메인 PD가 강동수 때문이다.
동수는 ‘멍멍이와 산다!’가 핫플렉스 탑텐에 들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는데···.
심지어 SBC가 핫플렉스와 재협상에 성공해서 동수가 제작한 ‘멍멍이와 산다!’만 방영한다는 조건을 없앴고, 계속 동시 방영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동수의 명성이 더 높아졌다.
시청자들 대부분이 메인 PD가 김주찬으로 바뀐 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 노래? 그 가수!’ 첫 회가 방송됐다.
첫 번째 추억의 가수는 바로, 비운의 천재 작곡가 김시환이었다.
그는 낡은 기타를 든 채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김시환입니다.]국내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시환 작곡가를 캐스팅하다니!!!
└강동수 PD 캐스팅 능력 대박이네!
└뮤직 대전에서 플루토랑 에이비 출연시켰을 때부터 알아봤는데···.
└또 하나의 레전드가 등장했다!
박재섭과 세리는 김시환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토크를 나눴다.
박재섭의 진행 능력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졌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김시환을 은퇴하게 만든 사건에 대한 토크를 나누게 됐다.
MC의 애드리브였는지, 방송국의 대본이었는지 모를 저질 멘트와 여배우의 장난에서 비롯된···.
쓰레기 기자의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은 기사···.
그리고 시작된 악몽과도 같은 시간···.
김시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지어내는 기자들···. 스캔들이 난 여배우의 팬들은 집에 찾아와 테러까지 하고···. 나중에는 지인들까지도 기사 내용이 진짜가 아니냐고 의심하더군요···.]박재섭과 세리는 슬픈 얼굴로,
[저런···. 정말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거 같습니다.] [너무해요···. 어떻게 그런···.]김시환은 씁쓸한 목소리로
[저는 끝까지 싸우려고 했습니다. 이대로 인정해버리면 전부 끝이니까. 그때···. 아내가 쓰러졌습니다.] [저런···.] [아···.] [아내는 굉장히 허약한 사람인데···. 스트레스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저는 싸우는 걸 포기했습니다. 진실이고 나발이고···. 아내를 잃으면 다 부질없으니까요···.]그는 연예계를 완전히 떠나기로 했다.
그가 작곡해서 히트 친 노래에 대한 저작권도 다 팔아버렸다.
작곡할 때 쓰던 장비들도 전부···.
김시환은 안고 있던 낡은 기타를 슬픈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박재섭이 물었다.
[혹시 이 기타에···. 무슨 사연이 있나요? 아까부터 굉장히 소중하게···.] [···제가 처음 데뷔했을 때···. 아내가 선물한 겁니다. 다른 건 다 버렸는데···. 차마 이건···.]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기타의 코드를 잡으며, 줄을 튕기기 시작했다.
-디리링~
그리고 그는 천천히···.
첫 번째 데뷔곡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을 부르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아스라이 멀리 있는 별처럼···. 문득 떠오른 떠오르는 어머니의 눈동자···. 저 별에 담긴 추억은···. 저 별에 담긴 사랑은···.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그 사랑을···.]‘어두운 밤하늘 별처럼’은 김시환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며 작사 작곡한 노래다.
전성기 때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는 어디 가고 허스키한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지만···.
그의 감성은 전성기 때보다 더욱 깊어져 있었다.
노래를 듣던 박재섭은 눈시울을 붉혔고, 세리는 왈칵 울음을 터뜨릴 정도였다.
김시환은 연주를 끝내고 어색하게 웃으며,
[하도 오랜만이라 코드도 틀렸네요. 하하.] [정말, 정말 최고였습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떠올라서···. 어휴···.] [선배님, 정말, 정말 감동이에요!]시청자들의 반응도 그들과 비슷했다.
└아···. 엄마 보고 싶다.
└우리 분대 눈물바다 됨. 말년 아저씨 빼고 다 움.
└└요즘 군대는 동기끼리 생활관 쓰지 않음?
└└└우리는 아님.
└이래서 나는 옛날 노래가 좋아. 들으면 뭔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요즘 노래가 나쁜 건 아닌데···. 나이가 들수록 옛날 노래를 찾게 돼.
└김시환 감성 미쳤다. 와···. 지금 당장 콘서트 열어도 될 듯.
└우리 동네 치킨집 사장님이 김시환 작곡가였다니···. 내일부터 삼시세끼 DDQ 치킨으로 먹어야지 ㅎ
김시환은 두 MC가 듣고 싶은 노래를 한 곡 더 연주한 뒤에 다시 토크를 이어갔다.
박재섭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상처가 크셔서 방송에 출연하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출연하시게 됐는지···.]김시환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늦었지만 아내와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요.] [사모님과 어떤 약속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김시환은 아내가 죽기 전 했던 부탁을 떠올렸다.
‘다시 노래를 불러주세요. 당신의 노래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서···. 저 때문에 포기했었던 당신의 소중한 꿈을···. 다시···.’
그는 시선을 돌려 굳은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더니,
[···다시 음악가로 활동을 하는 겁니다. 모든 진실을 밝히고···. 제 노래를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부를 겁니다.]그렇게 ‘그 노래? 그 가수!’를 통해 비운의 천재 작곡가 김시환은 팬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방송을 본 김시환의 아들 김주형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고···.
아버지와 깊은 대화를 나눈 뒤 화해했다.
물론, 이 일은 김시환의 개인사여서 시청자들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김시환의 복귀 소식에 팬들은 난리가 났다.
└‘그 노래? 그 가수!’ 쏴뢍한다! 김시환님을 다시 복귀시켜주다니!
└강동수 PD, 이 사람 물건일세. 에이비도 무대에 세우더니···.
└내가 핫플렉스 못 끊는 이유가 또 생겼어. 첫 번째는 멍멍산···. 두 번째는 ‘그 노래? 그 가수!’
└앞으로 강동수 PD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다 챙겨본다.
덕분에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도 급상승했다!
└다음 편은···. ‘777 제인스 본즈’ 테마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네?
└원래 작곡가? 아니면, 편곡을 한 작곡가?
└원래 작곡가래. 이 편도 재밌겠다. 원래 작곡가가 할 말 많을 텐데 ㅋ
└근데 원래 작곡가면···. 완전 할배 아냐?
└아마 90살 넘었을걸?
└하여튼 2화는 미국인가?
└└미국이 아니고, 영국이다.
└└└아, 맞네. 777은 영국 영화지 ㅋ
└다음 편도 빨리 봐야지!
그리고 이런 관심에 힘입어···.
‘그 노래? 그 가수!’는 서비스 첫날 핫플렉스 전체 프로그램 순위 탑텐에 들었다!
= = = = = = =
미친개 스튜디오 사장실.
동수는 책상 앞에 앉아서 레나 포스터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강 PD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우리 핫플렉스 주가가···.]“하하, 고맙긴요. 제가 한 게 뭐 있겠습니까? 스태프들과 출연자분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이죠.”
[강 PD님은 정말 겸손하시군요. 존경스러워요.]“하하하,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박지혜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쪽지를 그의 책상에 올려놨다.
[오빠, 임 작가님 왔어요.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계셔요.]동수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했고, 박지혜는 생긋 웃으며 사장실에서 나갔다.
“하하, 김시환 작곡가님 복귀 콘서트도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죠.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완벽하게 준비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아! 그리고 강 PD님!]“네?”
[‘멍멍이와 산다!’를 에미상에 출품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에미상이요?”
동수는 사장실 벽면에 붙은 액자로 시선을 돌렸다.
『에미상을 씹어먹자』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멍멍이와 산다!’ 전체 편을 출품하는 게 아니고, 연말 특집으로 제작한 강남희 할머니 편만 출품하면 어떨까 해서요. 영미권에서 워낙 반응이 좋아서···.]레나 포스터의 말대로 영미권에서 강남희 할머니가 출연했던 세 편에 대한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스트리밍하는 시청자들 수도 차원이 다르고···.
‘흠, 어쩔까···.’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미친개 뭘 망설여? 못 먹어도 고야. 출품한다고 손해 볼 것도 없잖아!]맞는 말이다.
상 받으면 나이스, 낙선해도···.
‘조금 아쉬운 거지. 기회는 많으니까.’
동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레나씨 말대로 연말 특집 편만 출품해보도록 하죠.”
[잘 생각하셨어요! SBC랑 저희 측에서 얘기해보도록 할게요!]“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통화를 끝내고 다시 액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에미상이라···. 꿈같은 얘기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임혜숙 작가가 기다리는 회의실로 향했다.
임 작가는 회의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쿠키를 먹고 있었다.
그녀는 동수를 보더니,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흐르네요.”
“하하, 기름은 무슨···.”
“예쁘고 착한 애인도 있고, 제작사도 첫 작품부터 대박이 나고···. 신성 그룹으로부터 어마어마한 투자도 받았다면서요?”
동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투자는 누구한테 들은 거야? 그거 비밀인데···.”
“어디서 듣긴 어디서 들어요? 제 서브가 누군지 잊은 거예요?”
“아, 맞네···.”
임혜숙의 서브 작가는 김민혜다.
미친개 스튜디오가 백억 투자를 받게 해준 차은수 작가의 고종사촌···.
동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온 거야?”
“무슨 일이긴 무슨 일이에요. 우리 프로그램 때문에 온 거죠.”
그녀가 말하는 우리 프로그램은 ‘소원을 말해봐!’다.
‘소원을 말해봐!’는 OTT 플랫폼 레이블에서 서비스하는 걸로 얘기가 오가고 있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결국 엎어지고 말했다.
그래서 동수와 임혜숙에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원하는 방송국은 천천히 찾아보자고 했었다.
동수는 진지한 목소리로,
“방송국 어디가 좋을지 결정했어?”
“TVM이요.”
TVM 방송국은 신성 그룹의 계열사인 신성 E&M의 자회사다.
그리고···.
신성 E&M 대표는 김민혜의 친모, 차주희 여사다.
동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민혜 때문이야?”
임 작가는 어깨를 으쓱하며,
“뭐, 겸사겸사···.”
“나야 어디든 상관없어. 그러면 이제 첫 번째 게스트만 정하면 되는 건가? 생각해둔 사람 있어?”
‘소원을 말해봐!’는 멤버들이 게스트의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매력적인 게스트를 섭외하는 게 관건이다.
임혜숙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어요.”
“누구?”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임혜령 배우요.”
최고의 연기력을 보유한 천재 배우이자, ‘캡틴 아이언’의 주인공···.
할리우드 스타 임혜령!
보통은 임혜령을 캐스팅하자면 화들짝 놀라겠지만···.
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더니,
“역시, 우리 임 작가! 그래! 첫 회에 임혜령은 나와야 시청률이 팍! 오르지! 좋았어! 당장 미래 엔터테인먼트로 전화를···.”
그러자 임혜숙이 말했다.
“연락할 필요 없어요.”
“응? 왜?”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이미 캐스팅했거든요. 내일모레 미팅이니까 그런 줄 알고 있어요.”
“지, 진짜?”
“가짜겠어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파마 예약을 해둬서요.”
“어, 어···. 그래. 잘 가.”
임혜숙이 나가자 가온이 동수의 머리 위에 앉으며 말했다.
[임혜숙은 정말 대단한 사람 같다. 잘 보여.]‘그래···.’
그리고 이틀 뒤.
동수는 임혜령 배우와 만나기로 약속한 미팅 장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