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 믿을게요.
동수는 어느 대학가 근처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주변 지도를 보여주는 알림창이 나타나 있었다.
‘여기쯤인데···.’
그때 가온이 골목 저편에서 날아오며 말했다.
[미친개, 찾았어. 이쪽이야.]‘오! 땡큐!’
그는 작은 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의 눈에 낡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창천 극단』
‘여기가 창천 극단···.’
가온 덕분에 여기가 임혜령이 활동했던 극단이라는 건 알고 있다.
자금난으로 고생하다가 차은수 작가가 극단을 사들였다는 사실도···.
‘그리고 이름을 미래 극단으로 바꿨다고···.’
동수는 임혜령 배우가 왜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지 궁금했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건물 안에서 생명체 반응이 감지된다. 하나는 임혜숙이고, 다른 하나는···. 임혜령인 거 같다.]“내가 제일 늦었네. 얼른 들어가자.”
[OK]건물로 들어가자 먼지가 가득한 게시판이 보였다.
『그레텔의 사랑』
『그레텔 役 : 임혜령 배우』
『한스 役 : 박철훈 배우』
『엄마 役 : 김말숙 배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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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레텔의 사랑이라···. ‘헨젤과 그레텔’을 각색한 건가? 근데 헨젤 역이 없네?”
[헨젤과 그레텔이 아니고 ‘어리석은 한스(Clever Hans)’를 각색한 거 같군.]‘어리석은 한스? 그건 또 뭐야?’
[교양 좀 쌓아라, 미친개.]‘뭐, 인마?’
[약속 시간 거의 다 됐다.]동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극장으로 들어갔다.
관객들을 위한 낡은 좌석과 함께···.
조명이 켜져 있는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임혜숙 작가와 세계적인 스타···.
‘임혜령···.’
그때 임 작가가 동수를 발견하더니,
“길 안 잃어버리고 잘 왔네요?”
“하하, 내가 무슨 어린애야? 길을 잃어버리게···. 안녕하세요, 임혜령 배우.”
화려한 금발과 새하얀 피부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임혜령.
그녀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강동수 PD님. 말씀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하하, 제가 영광이죠. 할리우드 톱스타를 이렇게···. 아! 그리고 인터뷰 때 ‘멍멍이와 산다!’를 언급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탑텐에도 들고···.”
임혜령은 고개를 살짝 젓더니,
“제 인터뷰가 아니었어도 멍멍산은 분명 탑텐에 들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하하, 아무리 그래도···.”
“정말이에요.”
그러자 가온도 말했다.
[임혜령 말대로다. DTD라는 말이 있지. 부산 갈매기가 아무리 초반에 10승, 20승을 해도···. 결국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처럼···.]‘인마, 갈매기 좀 그만 까라.’
[갈매기는 까야 제맛이지.]‘···가온 너 진정한 갈매기 팬이구나.’
동수는 무대로 올라가며 말했다.
“그나저나 왜 여기서 보자고 하신 건가요?”
임 작가가 임혜령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제가 말할까요?”
“아뇨. 직접 말씀드릴게요.”
임혜령은 동수를 보며 재차 생긋 웃으며,
“제 소원이니까요.”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소원···?’
그녀는 무대를 천천히 살피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극이 하고 싶어요.”
동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임혜령이 원한다면 대한민국 아니, 세계 어느 무대에서도 연극을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연극이요? 그게···. 임혜령 배우의 소원이라고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는 진지함이 가득했다.
가온이 동수의 어깨에 앉으며 말했다.
[이 여자, 진심인 거 같은데?]동수도 그렇게 느꼈다.
그때 그녀가 재차 입을 열었다.
“그냥 아무 연극이나 하고 싶다는 말은 아녜요. 저는···. 지금은 은퇴한···. 어떤 배우와 연극을 하고 싶어요.”
임혜령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간절했다.
동수는 생각했다.
‘역시···. 임혜령의 소원인데 그냥 연극일 리가 없지. 그런데 누구일까? 임혜령이 함께 하고 싶다고 소원을 빌 정도면, 엄청난 배우겠지?’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배우가 누군가요?”
그러자 임혜령은 복잡한 눈빛으로 천장의 조명을 바라보며,
“···프리마돈나···.”
“프리마돈나···?”
[이탈리아어로 제1의 여인이라는 뜻으로 오페라에서 여주인공역을 맡은 소프라노 가수다.]‘오페라···? 그럼, 임혜령이 원하는 배우는 오페라 배우라는 소리야?’
[···임혜령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창천 극단에선 극단 내 최고의 여배우를 프리마돈나라고 불렀다고 하더군. 임혜령은 창천 극단의 마지막 프리마돈나였다.]‘임혜령이 마지막 프리마돈나라면···. 그녀의 선배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건가?’
[참고로 전대 프리마돈나는 김말숙이다. 그녀는 지금 뮤지컬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뭐야? 그럼 은퇴한 배우가 아니잖아.’
동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임혜령에게 물었다.
“···프리마돈나가 누굽니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미래···.”
“······?”
“김미래요.”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 이름···.’
가온이 동수의 머리를 탁! 치며 말했다.
[무식한 미친개.]‘뭐야?’
[김미래는 김민혜의 옛날 이름이잖아!]‘···아!?’
동수는 놀란 눈으로 임 작가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민혜를 말하는 게 맞아요. 이 극단은 민혜가 어렸을 때 활동하던 곳이거든요. 우산 엔터라는 염병할 곳과 계약하면서 떠나긴 했지만···.”
동수는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는 거 같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임 작가, 뭔 말인지는 알겠어. 민혜를 캐스팅해서 임혜령 배우와 연극을 하자는 거잖아.”
“맞아요.”
“정말? 그게 전부야?”
“······?”
임 작가가 고개를 갸웃하자, 동수는 임혜령에게 시선을 돌리며 진지하게 물었다.
“임 배우님께 묻죠. 정말 민혜와 연극을 하는 게 소원인가요?”
“저는···.”
“그렇다면 이렇게 방송까지 출연할 필요가 없죠.”
“······.”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임혜령 배우가 정말 원하는 소원이 뭔가요?”
“······.”
그때 무대 구석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혜령 씨는 미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고 싶은 겁니다.”
동수는 물론, 가온도 흠칫 놀랐다.
‘누구?’
[생명체 반응은 없었는데···!?]고개를 돌리자 훤칠한 미남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걸어오고 있었다.
동수는 흠칫 놀라며,
‘차은수 작가···!’
[클로킹 시스템을···!]차은수는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반갑습니다, 강동수 PD님.”
“···안녕하세요.”
동수는 인사를 하며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띠링!
『해킹에 실패했습니다.』
동수는 가온을 힐끗 쳐다봤다.
가온은 망토를 두른 채 차은수를 경계하고 있었다.
동수는 차은수와 악수를 끝내며 물었다.
‘이 남자, 대가리 해킹해볼까?’
가온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 모습에 동수는 생각했다.
‘···AI도 무서운 게 있나 보네.’
그는 차은수에게 물었다.
“···민혜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고 싶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인생을 살다 보면···. 넘어져서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용기 있게 일어나서 다시 길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
“넘어질 때 아픔이 떠올라···. 다시 일어나는 걸 두려워하며···.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죠.”
“···그게 민혜입니까?”
“네.”
“······.”
동수는 마음이 복잡했다.
왜냐면 그도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또 배신을 당할까 두려워서 다른 선택을 했었다.
꿈을 포기고 심의부로 가는···.
동수는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가온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아직도···.’
차은수는 슬픈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미래는···. 제 잘못된 선택으로···. 큰 상처를 받고 배우의 꿈을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임혜령은 말했다.
“아녜요, 작가님. 제가 미래를 좀 더 신경 썼으면···.”
“아닙니다. 애초에···. 미래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제 탓입니다.”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임혜령이나 임 작가는 차은수가 너무 자책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말이다.
차은수는 세상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 비밀은···.
친구의 도움으로···.
뒤바꾼 김미래의 운명···.
덕분에 모든 게 행복하게 매듭이 지어졌지만···.
차은수의 마음속 깊은 곳엔 아직도 죄책감이 남아있다.
차은수는 생각했다.
‘미래가 다시 용기를 내서 배우의 꿈을 펼칠 수만 있다면···.’
그때 동수가 물었다.
“그러면 임 배우의 소원 아니지, 임 배우와 차은수 작가님의 소원은···. 민혜가 다시 배우가 되는 건가요?”
“네, 맞아요.”
“그렇습니다.”
동수는 팔짱을 끼더니,
“그런데 민혜도 그걸 바랄까요? 지금 작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때 임혜숙이 말했다.
“열심히는 개뿔.”
“엉?”
“걔한테 작가는 그냥 피난처에요. 피난처.”
“······.”
“미래 그년이 술 취하면 맨날 하는 소리가 ‘방송 작가 못 해 먹겠다.’ ‘그냥 다시 연기할까?’ ‘배우 하고 싶다.’ 이런 거라고요. 그리고 술이 깨면 모른 척하면서 여우짓을 한다고요! 어디서 못된 걸 배워서!”
동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임 작가, 여기 차 작가님도 계신 데 말이 좀···.”
“내 말이 뭐가 어때서요? 차 작가님, 제가 못 할 말 했어요?”
“아, 아뇨. 임 작가님 말이 맞죠. 아하하···.”
임혜숙은 동수에게 이것 보라는 식의 표정을 지으며 재차 말했다.
“이번에 ‘소원을 말해봐!’ 서브로 받은 것도 미래 이년이 작가 생활 계속할 수 있을지 테스트해보려고 한 건데···. 글러 먹었어요. 진지하게 작가로 활동하겠다는 의지가 없어요.”
“······.”
임 작가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씁쓸한 목소리로,
“미래는···. 배우의 꿈에서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곳에 머물고 싶은 거예요···.”
그 말을 들은 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알겠습니다. 그럼, 해봅시다. 민혜 배우 만들기요!”
= = = = = = =
차은수, 임혜령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먼저 떠났다.
가온은 차은수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해야 한다며 사라졌다.
그리고 동수는 임 작가와 함께 어떻게 하면 김민혜가 다시 배우로 활동할 수 있을지 의논했다.
동수는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임혜령과 연극을 할 수 있게 밥상을 다 차려놓고···.
김민혜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게 만들면 게임 끝이라고 말이다!
차은수와 임혜령이 극찬한 김민혜의 재능이라면···.
분명 ‘소원을 말해봐!’에서도 돋보일 거고···.
그러면 시청자들의 김민혜를 찾게 될···.
그러나 임혜숙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왜?”
“···민혜 걔···.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연기 울렁증이라고 해야 하나?”
“···뭐?”
“예전에 심한 꼴을 많이 당했던 거 같아요. 쓰레기 같은 놈한테 약점을 잡혀서···. 하여튼! 배우 활동할 때가 떠올라서 힘들게 해서···.”
“······.”
동수는 임혜숙이 말한 쓰레기 같은 놈이 오태호라고 생각했다.
폐건물에서 민혜를 불태워 죽이려고 했던···.
그는 미간을 좁히며,
‘그때 좀 더 패줄걸···.’
“그럼 어떻게 다시 배우를 하게 만들 건데?”
그러자 임혜숙이 말했다.
“생각해둔 방법이 있긴 해요.”
“역시, 임 작가! 그 방법이 뭐야?”
그녀는 힐끗 동수를 보며,
“달콤한데 실속은 없는 약이 하나 있어서요. 그걸 쓰려고요.”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약? 뭔 소리야?”
“일단 강 PD님은 촬영 준비나 해줘요. 그리고 임혜령 씨의 소원은 민혜한텐 비밀이에요. 다른 팀원들한테도 신신당부해줘요.”
“서브 작가인데 그게 되겠어? 준비하다 보면···.”
“강 PD님 능력에 달린 거죠. 자신 없어요?”
“하하, 무슨 소리! 내가 자신감 빼면 시체인 거 몰라? 알겠어! 연출팀 주둥이에 테이프를 붙여서라도 비밀을 지킬게!”
임혜숙은 생긋 웃으며,
“믿을게요.”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