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
17화 – 인생의 단편.
앨리스 엔터테인먼트, 배우 3팀 팀장실.
황선우 팀장은 노트북으로 기사들을 읽고 있었다.
『월요일 밤 예능 지각 변동! ‘멍멍이와 산다!’ 종영을 앞두고 순간 최고 시청률 7.3%···.』
『패션쇼 하는 강세나에게 멍멍이가 한 새침하지만 따스한 멘트! 시청자 마음을···.』
『SBC, 7년 만에 월요 예능 왕좌에 앉았다!』
황선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중요한 미팅이 갑자기 잡혀서 어젯밤 ‘멍멍이와 산다!’ 19회를 못 봤다.
사실 큰일이야 있겠나 싶었고, 강세나는 적당히 달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세나는 문제가 아니고···.’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양은미 대표님』
‘역시나···.’
앨리스 엔터를 이끄는 늙은 여우는 돈 되는 일은 놓치는 법이 없다.
황선우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황선우 팀장입니다.”
[내 방으로 와.]“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힐끗 기사들을 다시 봤다.
김동춘 실장에게 오늘 망한 프로그램의 PD가 내일도 망하라는 법은 없다고는 하기는 했지만···.
‘정말 이렇게 될 줄이야.’
그는 팀장실에서 나가며 중얼거렸다.
“미친개 강동수 PD라···.”
= = = = = = =
“강동수 잘했어! 네가 최고다! 우하핫!”
김민재 CP의 칭찬에 동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죠.”
“이 자식! 철들었네! 그래, 인마! 좋은 자세야!”
“하하.”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김 CP 칭찬···.
살다 살다 이런 날도 있다.
동수는 얼떨떨했다.
‘정말 7.3% 시청률이 나왔어···.’
순간 최고 시청률이지만···.
오래전에 했던 프로그램은 순간 최고 시청률도 2%를 넘지 못했는데···.
‘···옛날 일 생각해서 뭐 하냐? 현재가 중요하지.’
‘오냐.’
동수는 김 CP한테 말했다.
“CP님, 저 FD 면접이 있어서요. 가보겠습니다.”
“그래! 우리 동수 힘내라! 이 선배가 믿는다!”
입사 이래, 김 CP가 이름 앞에 우리라는 단어를 붙여서 부른 건 처음이다.
동수는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면접 장소인 소회의실로 향했다.
소회의실 근처를 서성이는 네 사람이 보였다.
‘FD 면접을 보러온 사람이겠지?’
동수는 그들에게 밝은 목소리로,
“하하! 안녕하세요? FD 면접 보러 오신 분들 맞죠?”
제일 먼저 대답한 건 포마드 헤어의 남자였다.
가죽점퍼와 찢어진 청바지에 걸린 체인 액세서리가 인상적인 남자.
그는 선글라스를 벗더니 굵직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한동우입니다.”
『한동우(해킹률 0%)』
『성별: 남 / 나이: 29 / 직업: FD』
『앙상블 점수: 66점(C등급)』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한동우는 FD 회사 ‘냥이 집사’에서 왔다.
동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강동수입니다.”
“네.”
손을 잡는 순간,
[데이터 해킹을 시작한다.] [1%··· 2%···.]동수는 어색하지 않은 시점에 손을 놨다.
초면에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때 알림창이 떠올랐다.
『한동우의 앙상블 점수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동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업데이트됐구나!’
앙상블 점수는 해킹한 데이터에 따라 업데이트된다.
이걸 노리고 악수까지 한 거다!
그대로 다른 사람들하고도 악수를 나눴다.
『성시혁의 앙상블 점수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신세희의 앙상블 점수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유지상의 앙상블 점수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전부 업데이트가 됐다!
동수는 웃으며 사람들에게,
“면접은 한 명씩 볼 겁니다. 호명하면 회의실로 들어오세요.”
그리고 회의실로 들어와서 가온한테 말했다.
“업데이트된 앙상블 정보 전부 띄워봐.”
[알았다.]『한동우 앙상블 정보』
【해킹률: 2%】
【앙상블 점수 : 53점(D등급)】
【오차율: ±2%】
【상세 능력치: (해킹률 10%부터 가능)】
『신세희 앙상블 정보』
【해킹률: 9%】
【앙상블 점수 : 17점(F등급)】
【오차율: ±1%】
【상세 능력치: (해킹률 10%부터 가능)】
동수는 한동우와 신세희의 정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 두 사람 점수가 왜 이렇게 낮아진 거야?’
[한동우는 허세가 강한 인물로 평가됐다.]‘그래?’
[자세한 건 앙상블 시스템의 로그를 살펴봐야 하지만, 아마 외모적 부분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 걸로 판단된다.]‘그럼 신세희는 왜 이런 거야?’
[그녀의 ‘비방’ 특기 보유자다.]‘비방···?’
[팀워크를 해칠 우려가 돼서 점수가 대폭 낮아진 걸로 판단된다.]동수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윤 작가 때처럼 A등급이 떠주면 좋았을 텐데···.’
그나마,
『성시혁 앙상블 정보』
【해킹률: 7%】
【앙상블 점수 : 70점(C등급)】
【오차율: ±0%】
【상세 능력치: (해킹률 10%부터 가능)】
『유지상 앙상블 정보』
【해킹률: 8%】
【앙상블 점수 : 57점(C등급)】
【오차율: ±1%】
【상세 능력치: (해킹률 10%부터 가능)】
성시혁과 유지상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일단 면접해보자. 시스템만 믿을 순 없으니까.’
우선 첫 번째,
“한동우 씨! 들어오세요!”
한동우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긴장한 건지, 원래 성격이 무뚝뚝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질문에 무척 짧게 대답했다.
“FD는 처음이시라고요?”
“네.”
“전에는 뭐하셨어요?”
“운동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가지 질문을 했다.
“녹화 중에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실래요?”
“어떤 문제입니까?”
“음···. 중요한 소품이 갑자기 망가져서 촬영을 못하는 상황?”
“······.”
그는 가방에서 송판을 한 장 꺼냈다.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걸로 뭐 하려는 거지?’”
그때 한동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콰직!
주먹으로 송판을 격파했다.
동수는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러자 한동우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문제든 부숴버리겠습니다.”
동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탈락.’
[괜찮은 판단이다.]문제를 다 부숴버리겠다니.
‘이상한 친구네···.’
다음 면접자는 유지상이다.
앙상블 점수가 나쁘지 않아서 기대됐지만···.
“지상 씨, 제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니고···.”
“아! 죄송합니다. 잘못 알아들었네요···. 다시 대답하겠습니다!”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꾸 이상한 대답을 했다.
한 마디로 대화가 잘 안 통했다.
‘일할 때도 이러면 우리 막내가 힘들 거야.’
박지혜 성격에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냥 본인이 해버릴 게 분명했다.
‘유지상은 탈락.’
[당신 의견을 존중한다.]다음은,
“성시혁 씨, 들어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성시혁입니다!”
그는 체구는 작지만, 옹골진 사람 같았다.
유지상과 달리 질문의 요지도 잘 파악했고, 모르는 건 곧바로 물어봐서 답답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성시혁의 면접 끝에 질문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세요?”
“저는 일주일 동안 집에 못 들어가고 방송국에서 지낸다고 해도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멘탈과 어떤 문제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졌습니다! 뽑아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수는 피식 웃었다.
그의 마음가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나가보세요.”
“네!”
성시혁이 나가고 생각했다.
‘아까 한 말이 진짜면 좋을 텐데···.’
[성시혁이 했던 말이 진실인지 알고 싶나?]“뭐, 그러면 좋지.”
-띠링
알림창이 하나 나타났다.
『‘진실 탐지기’를 설치하겠습니까? 예 / 아니오』
『설치 조건 : 유기농 오이 먹기.』
“이건 뭐냐?”
[진실 탐지기다. 안면 근육, 동공, 목소리, 심박수를 분석해서 통계를 내는 프로그램이다.]“···유기농 오이는?”
[대배우 한창훈 선생님이 자주 드시는 간식이다.]“······.”
[먹고 싶어.]진실 탐지기.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대랑 대화할 때 좋은 기능인 거 같지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알았다.]하여튼,
‘성시혁은 합격. 태도가 마음에 들어.’
[성시혁이 했던 말이 사실이라면 일주일 내내 일을 시켜도 되겠군. 앙상블 점수를 상향 조정···.]‘인마, 그건 아니지!’
마지막은 C등급에서 F등급으로 떨어진 신세희였다.
그런데···.
“뽑아주시면 조연출님을 열심히 보조할게요! 아! 그리고 옛날에 동물 병원에서 알바한 적도 있어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거예요!”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좋아 보이는데···.’
박지혜는 물론 윤하얀하고도 잘 지낼 거 같았다.
일단, 신세희한테 수고했다고 말하며 면접을 마무리했다.
동수는 가온에게 물었다.
‘신세희가 비방 특기를 가졌다고 했었나?’
[그렇다.]‘큰 문제가 될까? 누구나 비방은 할 수 있잖아. 나만 해도 공수철 욕은···.’
[큰 문제가 맞다.]‘뭐···?’
[당신 말처럼 비방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특기로 등록되었다는 건···.]동수는 가온이 갑자기 말을 멈추자 고개를 갸웃했다.
‘왜 말을 하다 말아?’
[특기를 설명하는데 적절한 언어적 표현을 검색 중이었다.]“···그냥 대충 설명해.”
[알겠다. 설명을 이어가지. 특기는 그 사람 인생의 단편을 뜻하는 거다.]“인생의 단편···?”
-띠링
앞에 알림창이 나타났다.
알림창에는 여러 개의 댓글이 적혀 있었다.
└kdf342: 윤신라 솔직히 대본 아니었으면 쓰레기 아니냐? 연기 X나 못하잖아. 존X 운빨로 배우.
└gfe554: 머리는 예쁜데, 얼굴이 별로네 ㅋㅋ 성형이나 해라.
└ytq665: 한설희 노래 X나 못하는데 완전 얼굴빨임. 솔직히 플루토 해체했을 때 가수 그만뒀어야 함.
.
.
.
악의가 담긴 댓글.
백 개도 훌쩍 넘는 거 같았다.
동수는 나지막하게 물었다.
“···이게 뭐야?”
[신세희가 인터넷상에 단 댓글들이다.]“아이디가 다 다른데?”
[아이디를 자주 바꿨고, 부계정도 여러 개 있다.]“허허, 정말 신세희가 다 이걸···.”
면접 때는 그런 모습이 전혀 안 보였는데···.
‘그게 전부 가식이라고?’
[가식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댓글은 펙트다.]“······.”
그때 신세희가 쓴 악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Jtr903: ‘멍멍이와 산다!’ 어제 처음 봤는데, 존X 재미없음. 곧 종영이라던데, 빨리 끝나라. C발!
“···신세희 탈락.”
[좋은 선택이다.]= = = = = = =
FD는 두 명을 뽑을 계획이었다.
한 명은 박지혜 옆에 붙어서 보조를 하고, 다른 한 명은 출연진 관리랑 현장 통제를 맡게 하려고 했는데···.
‘일단 성시혁은 뽑고, 다른 한 명은 더 면접을 볼까? 아니면, 대철이 형한테 소개를···.’
“아우, 머리 아파. 커피 한 잔 때려야겠네.”
[커피 우유를 추천한다.]“그건 혼자 먹긴 그렇다고. 막내도 바쁘고···.”
[그냥 혼자 다 먹어.]“욕심쟁이 같으니라고···.”
동수는 중앙 로비에 있는 자판기로 향했다.
그런데···.
‘어? 고장이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5층에 중앙 로비에도 커피 자판기가 있다.]‘아니, 1층으로 간다.’
[비효율적이다. 시간은 금이다.]‘거기 자판기 커피가 제일 맛있어.’
[그렇군. 1층으로 가자.]동수는 웃으며 1층 자판기로 향했다.
그리고 블랙커피와 우유를 뽑아서 잘 섞은 뒤에···.
‘한 잔은 막내 갖다줄까?’
[둘 다 마셔.]‘하루 한 잔만 마실 거라고!’
가온과 말장난하며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 이게 누구야? 정 실장이랑 미진이 아냐? 하하, 혹시 나한테 인사하러 온 거야?”
고개를 돌리니 공수철이 보였다.
‘병원에 입원했다더니, 벌써 퇴원한 건가?’
공수철 앞에는 스포츠머리의 남자와 모자를 눌러 쓴 여자가 서 있었다.
‘어? 정보창이···.’
모자를 쓴 여자 정보창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정보창에는···.
『최미진(해킹률 0%)』
『성별: 여 /나이: 24 /직업: 아이돌(큐티 걸즈)』
『앙상블 점수: 95점(S등급)』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최미진···.”
“와하하! 내가 그때 갑자기 급한 회의가 생겼거든! 아, 그래! 미진아, 오늘 점심···.”
‘저 인간이···.’
동수는 인상을 쓰며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