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9
19화 – 망고가 아픔.
동수는 가온의 안내를 받아 마이어 마트 목동점에서 유기농 오이를 구매했다.
이유는 ‘진실 탐지기’ 설치를 위해서다.
‘황 팀장이라는 인간, 딱 봐도 능구렁이 같은 놈이 분명해. 이런 놈이랑 대화할 때···. 진실 탐지기가 있으면 도움이 될 거야.’
[바람직한 선택이다. 유기농 오이를 스캔한다···. 유기농답게 오이 표면에 이물질이 발견됐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어라.]‘알겠어.’
그리고 화장실에서 오이를 박박 씻고···.
-와그작!
한입 베어 물었다.
그 순간 알림창이 나타났다.
『설치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진실 탐지기’를 설치하겠습니까? 예 / 아니오』
곧바로 ‘예’를 눌렀다.
그러자 머리에서 찌릿! 하는 느낌이 들더니,
-띠링
『‘진실 탐지기’가 설치됐습니다.』
『진실 탐지기는 지정 대상의 안면 근육, 동공, 목소리, 심박수, 성향, 환경 등을 분석해서 대상이 하는 말이 몇 %나 진실인지 통계를 내는 프로그램입니다.』
『해킹률이 15% 이상인 대상한테만 적용 가능합니다.』
『지정 가능 횟수: 1회』
『지정 대상: 【없음】』
동수는 “됐다!”라고 소리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알림창 하단부에 적힌 두 가지 조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해킹률이 15% 대상만 가능하다고?”
[정확한 분석을 위해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5%는 최소한의 데이터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진실 탐지기의 정확도는 높아진다.]동수도 가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됐다.
‘이렇게 되면 애써 프로그램을 설치할 이유가 없었는데···.’
공수철처럼 해킹이 빠른 경우가 흔한 것도 아니고, 언제 15%까지 한단 말인가?
그리고 해킹률만이 문제가 아니다.
“횟수는 뭔데? 계속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그 순간, ‘띠링!’ 소리와 함께 알림창이 떠올랐다.
『임무 : 가온은 한식을 먹고 싶습니다.』
『물김치,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열무김치』
『보상 : 진실 탐지기 사용횟수 1회』
“인마···.”
[공짜는 없다. 조건 없는 호의는 우리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한식이 김치만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무엇보다 파김치는 못 먹는다.
어릴 때 파김치를 먹고 급체해서 심하게 앓았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는데···.
[약점은 극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다.]‘어디서 이상한 말은 들어서···.’
[이상한 말이 아니다. 이건···.]그때 박지혜한테 톡이 왔다.
└막내: 선배, 국장님은 가셨고, 황 팀장은 아직 있어요!
└강동수: 국장님이 뭐라고 했어?
└막내: ···황 팀장이랑 얘기 끝나면 선배님 국장실로 오래요···.
└강동수: Σ( ̄□ ̄;)
└막내: ( ͒ ु•·̫• ू ͒)
국장님의 호출.
여러모로 불편하다.
그와 국장의 관계는···.
‘강동수 이 새끼!? 감히 제작비를 빼돌려! 너 각오해!’
···별로 좋지 않았다.
오해는 풀렸지만, 서로가 소 닭 보듯 하는 사이다.
그런데 국장실에서 단둘이···.
‘···엄청 불편하게 생겼네.’
막내가 재차 톡을 보내왔다.
└막내: 그리고 최미진 씨도 아까 도착했어요! 지금 윤 작가님이랑 다른 회의실에 있어요!
동수는 알겠다고 답장을 보내고,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황 팀장을 만나 봐야겠네.’
[너무 실망하지 마라. 황 팀장이란 남자도 공수철처럼 정신력이 약할지도 모른다. 그럼, 바로 진실 탐지기를 쓸 수 있다.]그러면 좋을 텐데···.
= = = = = = =
···는 개뿔.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왜냐하면···.
“반갑습니다. 앨리스 엔터 황선우 팀장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강동수 PD입니다.”
동수는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로 와서 황선우와 만나서 인사를 하고 악수를 했다.
그리고···.
[데이터 해킹 시작···.]‘······.’
[······.]‘가온, 뭐하냐?’
[······1%······.]“······.”
[이 남자 강하군.]‘젠장···.’
결국 1%만 해킹하고 악수가 끝났다.
박지혜만큼은 아니지만, 황선우는 꽤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 같았다.
동수는 무척 아쉬웠지만,
‘됐어. 진실 탐지기는 무슨! 내가 언제 그딴 거 도움받았냐? 필요 없어!’
[당신의 마음가짐에 경의를 표한다.]‘오냐!’
그때 황선우가 말했다.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미리 약속하고 좋은 데서 봬야 했는데···.”
“전 회의실 좋습니다. 앞으로도 저 보려면 여기로 오세요.”
황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약소하지만 제가 준비했습니다.”
그는 커다란 빨간 쇼핑백을 내밀었다.
쇼핑백에는 유명 홍삼 브랜드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사슴 꼬리로 만든 천미환인데, 남자한테 무척···.”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먹고 싶어.]‘시끄러워.’
그는 황선우를 보며 단호하게,
“필요 없습니다. 가져가세요.”
“하하, 그냥 인사차 드리는 겁니다. 부담 없이···.”
“이런다고 강세나 배우 다시 캐스팅하지 않습니다.”
“강 PD님 혹시 지난 통화로 기분 나쁘셨다면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동수는 피식 웃었다.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 PD가 좋긴 하네요. 무시하던 유명 기획사 팀장이 이렇게 사과까지 하시고.”
“······.”
“뭐, 근데 그 일은 큰 문제가 안 돼요. 사실 저도 그때 댁한테 한 방 먹였고···. 겨우 그런 일로 쌩깔 정도로 제가 속 좁은 인간은 아니거든요.”
“그러면 어째서 세나를···.”
동수는 팔짱을 끼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그건 강세나 씨한테 물어보세요.”
“······.”
그 말에 황선우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세나한테 물어보라고? 이게 뭔 말이지? 세나는 분명 ‘멍멍산’에 출연하고 싶어 했는데···. 설마, 내가 모르는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가?’
그는 생각을 길게 하지 않았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니까.
‘김 실장한테 물어봐야겠군.’
양은미 대표는 강세나를 반드시 ‘멍멍이와 산다!’에 다시 합류시키라고 했지만···.
‘강동수 PD···. 절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야.’
친분이 있던 국장에게 작업을 쳐보려고도 했지만,
‘변 국장도 강 PD를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어.’
이렇게 되면,
‘작전상 후퇴. 일단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오자.’
이때 동수는 황선우를 보며 생각했다.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하겠지. 작전상 후퇴라는 식으로···.’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척하면 척이지. 내 짬밥이 얼만데···.’
그 순간, 황선우가 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가고···.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천미환은 두고 갈 테니···.”
“가져가세요. 아니면 앨리스 엔터로 택배 보냅니다. 물론, 착불로요!”
“···하하, 알겠습니다.”
황선우는 쇼핑백을 챙겨서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당신의 통찰력에 경의를 표한다.]‘오냐!’
[어떻게 저 사람의 행동을 예측한 거지?]‘예측까진 아니고. 대충 얘기를 나눠보니 강세나랑 공수철이 하려는 개수작에 대해 모르는 거 같더라고. 그래서 떡밥을 던졌더니···.’
[황선우가 덥석 문 거군.]‘빙고!’
하여튼!
‘황 팀장, 쫓아냈다!’
이제···.
“국장실로 가야지···!”
= = = = = = =
변우민 국장.
7년째 예능국을 책임지고 있다.
현역 시절에 개그 프로그램을 주로 맡으면서 콩트 무대마다 개그맨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법을 익혔고, 그걸 토대로 조직을 관리하는 법까지 깨우쳤다.
덕분에 CP로 대성했고,
사장의 신임을 받으며 국장까지 올랐다.
동수도 한때 그를 존경했고, 그도 동수를 좋아했다.
하지만 동수가 제작비를 횡령했다는 누명을 썼을 때···.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
[그랬군.]‘그리고 단칼에 내쳐버리더라고.’
[조직을 위해서 말인가?]‘맞아. 당시 나는 예능국의 문제아였으니까. 조직의 평화를 위해서···.’
[그래서 저렇게 불편한 티를 내는 건가?]가온의 말처럼 변우민 국장은 등을 돌린 채 팔짱을 끼고 아무 말도 안 한 채, 몹시 불편하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동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뭐, 그런 거겠지. 버려진 쓰레기가 다시 예능국으로 와서···.’
[망해가던 프로그램을 살려놨으니까?]‘빙고.’
[덩치는 산 만 한데 속은 좁은 남자인 거 같군.]‘크크···.’
그때 변우민이 물었다.
“강세나를 왜 뺀 거냐?”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공수철 PD가 개수작을 부리려고 해서요.”
그냥 대놓고 사실을 말했다.
변우민이 어깨를 움찔했다.
“개수작···?”
“네, 명훈이 프로그램 MC로 강세나를 꽂아주는 대신 제 추가촬영 망치라고 했더라고요.”
“···그건 어떻게 알았지?”
“열심히 잘 최선을 다해서···.”
“장난치지 말고.”
“저도 나름대로 정보통이 있습니다.”
“···그렇군. 알겠다.”
“······.”
“······.”
“끝입니까? 더 하실 말씀은···.”
“없다. 가봐라.”
“네!”
동수는 속으로 ‘나이스!’라고 외치며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괜한 짓하지 마라.”
“······?”
힐끔 변 국장을 쳐다봤다.
그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말하고 있었다.
“‘멍멍이와 산다!’는 폐지가 결정된 프로그램이고, 차기작은 진 PD의 ‘그 노래? 그 가수!’다. 이건 변함이 없어.”
그에 동수는 심드렁한 태도로,
“뭐, 기대도 안 합니다.”
변우민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동수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국장님한테는 말이죠.’
동수가 나가고,
변우민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아 머리를 짚었다.
“강동수···. 골치 아픈 녀석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변 국장의 표정은 뭐라고 표현하기 애매했다.
잠시 후, 그는 스마트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공 PD, 어디야?”
[저 지금 팀원들이랑 점심 먹으러···.]“강세나.”
[네···?]“그년한테 강동수 프로그램 망치라고 했나?”
[구, 국장님! 무, 무슨···!]“아냐?”
[그, 그, 그런 일 없습니다!]“···이번엔 믿지.”
하지만···!
“난 조직을 배신한 놈은 용서 안 해.”
[······.]“적당히 해. 선 넘지 말고. 알겠어?”
[···네, 네···.]“점심 맛있게 먹어. 그럼.”
통화를 끝낸 변우민은 동수가 나간 문을 빤히 쳐다보다,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 = = = = = =
국장실에서 나온 동수에게 가온이 말했다.
[국장한테 기대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기대를 하고 있는 거지?]‘시청자. 그리고···. 높으신 분들.’
SBC는 대명 그룹의 계열사다.
기업이라는 소리다.
‘KBC랑은 사정이 다르지.’
이익에 민감한 집단.
그러므로···.
‘시청률 쫙쫙 뽑아내는 프로그램을 쉽게 폐지하진 못한단 말씀!’
[그렇다면 이번 20회 촬영이 무척 중요하겠군.]‘그렇지!’
물론 S등급 게스트 최미진이 있으니까 조금 안심···.
“선배님!”
어디선가 박지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리번거리니 회의실 쪽에서 그녀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뭐야? 왜 뛰어? 무슨 일 있어?”
“큰일 났어요!”
불길한 예감···.
“무슨 일인데?”
“마, 망고(출연 강아지)가 아파서 내일 촬영을 못한대요!”
“뭐? 그러면 바로 다른 강아지 섭외해야지! 유기견 센터나 훈련소에는 연락해봤어?”
“네, 연락은 했는데···. 훈련소는 당장 내일은 힘들다고 하고···. 센터는 망고처럼 말 잘 듣는 강아지가 흔치 않아서···.”
“흔치 않으면 방송 안 해?”
“아, 아뇨!”
동수는 몸을 돌려서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디딤돌 엔터랑 미팅은 윤 작가랑 네가 진행해!”
“선배님은요!”
“나는 유기견 센터로 간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타며 가온에게 물었다.
‘야, 앙상블 시스템 말이야.’
[······?]‘강아지도 등록될까?’
[···될 거다.]‘좋아! 그럼 S등급 강아지 찾아보자!’
[애견 수첩을 해킹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