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21
21화 – 개는 훌륭하구나.
큐티 걸즈 숙소로 촬영을 결정하고,
박지혜한테는 오형근 총괄과 장비 확인을 지시하고, 윤하얀에게는 유기견 센터 측에 촬영 협조를 구하라고 했다.
그리고 최미진과 정호식을 이끌고 간 곳은,
분장실이었다.
최미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여긴 왜 오신 거예요?”
“오늘부터 촬영하려면 메이크업은 해야죠!”
“아···. 그러네요.”
그러자 정호식이 당황하며,
“PD님, 저희도 따로 다니는 샵이···.”
“정 실장님, 샵에 갈 시간이 없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하죠.”
“어, 그게···.”
“오빠, 공짜로 메이크업하면 땡큐지! PD님 가요!”
최미진은 신나 하며 동수의 팔을 잡아끌었다.
정호식은 분장실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매니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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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는 분장실에서 쉬고 있던 디자이너 봉골레에게 최미진을 부탁하고 나왔다.
‘이제 김 CP를 찾아가야지.’
계획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하면 호통을 칠 거 같았지만···.
‘뭐, 욕 몇 번 먹고 촬영 잘하면 남는 장사지!’
[긍정적인 사고는 삶을 풍족하게 해주지.]‘···너 요즘 말투가 노티 나는 같아.’
[아니다. 나는 최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그래, 그래···.’
가온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김민재 CP 책상 앞에 도착했다.
“CP님.”
“왜?”
“공원 촬영 취소했습니다. 대신 큐티 걸즈 숙소에서···.”
현재 상황과 아이디어를 꼼꼼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언제 호통을 치시려나···.’
그때였다.
“알겠어. 네 뜻대로 해봐.”
“정말요?”
“그래, 대신 토요일 다섯 시에 가평 시사할 거야. 그때까지 완성해. 알겠어?”
“기왕 인심 쓰는 거 일요일까지로 해주세요!”
“안 돼.”
“또 사장님이랑 등산가요? 일요일에 비 온다던데?”
“아니. 결혼기념일이다.”
“아···.”
등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이벤트다.
내년 결혼기념일까지 가정의 평화가 걸린···.
동수는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무운을 빕니다.”
“까불지 말고! 그래서, 토요일까지 할 수 있어? 못해?”
동수는 씨익 웃으며,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 = = = = = =
동수는 김민재 CP의 허락을 받고, 박대철 PD의 책상으로 향했다.
박 PD는 책상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앉아 있었다.
“형, 뭐해? 오늘 회의 아냐?”
“휴식 시간···.”
“그래? 근데 왜 이렇게 지쳤어? 애 보기 힘들어?”
“···우리 아가는 완전 천사다. 전혀 힘들지 않아.”
“그럼···.”
“임 작가 말이야. 완전 무서워···. 으으!”
“임 작가가? 왜?”
“몰라! 며칠 전까진 봄날 햇살 같았는데···. 어제부터 완전···.”
덜덜 떠는 박대철을 보며, 동수를 혀를 찼다.
“임 작가가 섬세한 면이 있잖아. 형이 잘해.”
“···우리 아내 신경 쓰기도 바쁘다···.”
“흠···.”
임혜숙 작가가 신경 쓰였다.
그녀와는 여러모로 인연이 깊으니까.
‘나중에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겠네.’
그때 박대철이 물었다.
“근데 왜 왔어? 뭐 필요한 거 있어?”
“응! 형 예전에 쓰던 발지압판 어딨어?”
“그거···. 교대 줬는데?”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신교대를 찾다가 ‘도토리’의 서브 조연출 양 PD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 안녕!”
“뭐 찾으세요?”
“혹시 교대 봤냐?”
“신 PD요? 아까 휴게실 쪽에 있던데요?”
“그래? 땡큐!”
휴게실에는 신교대가 쭈그리고 앉아 웹소설을 읽고 있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작가가 연중하려나 누가 추천 글이라도···.”
“교대야, 또 농땡이 부리고 있냐?”
갑작스러운 동수의 등장에 신교대는 벌떡 일어났다.
“가, 강 PD님! 농땡이가 아니고, 저 지금 쉬는 시간이어서···!”
“그래? 뭐, 어쨌든···. 너 대철이 형한테 받은 발지압판 있지?”
“네? 아, 네···.”
동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빌려줘.”
= = = = = = = =
동수는 목재 발지압판을 들고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에 도착했다.
회의실에는 윤하얀이 혼자 노트북 자판을 타다다! 빠르게 치고 있었다.
다만, 평소와는 모습이 달랐다.
노랑 고무줄로 긴 생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커다란 뿔테 안경까지 쓰고 있었다.
‘오···.’
뭔가 색다른 느낌, 왠지 다른 사람 같았다.
그녀를 빤히 보는데, 윤하얀이 눈가를 움찔하더니.
“뭐에요. 언제 들어왔어요?”
“방금요.”
“···왜 그렇게 봐요?”
“다른 사람 같아서요.”
그 말에 눈을 깜박이던 그녀는 곧 씨익 웃으며,
“후후, 저는 변신할 때마다 필력이 올라가죠! 앞으로 두 번의 변신을 남겨두고 있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지금 필력은 53만인 겁니까?!”
“푸하핫! 제 필력의 50%면 방송을 말아먹을 수 있어요!”
“······.”
“···대본 써야 하니까 방해하지 말아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거 쓰세요!”
동수는 발지압판을 내밀었다.
윤하얀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마음만 받을게요. 저 이런 건 안 써요.”
“한 번 써보세요! 필력이 한 세 배쯤 오를 거예요!”
“흐음···.”
그녀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발지압판을 받아서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발아래 내려놓았다.
그리고 살짝 발을 올린 순간,
“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발지압판과 동수를 번갈아 보며,
“이거 대박 시원한데요? 완전 짜릿!”
“그렇죠?”
“네! 피곤이 싹! 풀리는 거 같아요!”
동수는 씨익 웃으며 그녀의 정보창을 살폈다.
『윤하얀(해킹률 14%)』
【성별: 여 / 나이: 31 / 직업: 작가】
【앙상블 점수 : 93점(A등급: ‘멍멍산’)】
【특기 1: 성대모사 /특기 2: 탐색 /특기 3: 동물 조련】
【컨디션 : ↓ (컨디션 향상에 발지압판이 특효!)】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발지압판 도핑 성공!’
윤하얀은 방글방글 웃으며,
“고마워요! 잘 쓸게요! 우리 PD님 최고!”
“하하, 별말씀을. 아! 촬영 협조는 어떻게 됐나요?”
“받았어요. 그리고 디딤돌 엔터랑도 연락해서 오늘 저녁부터 숙소에서 녹화하기로 했어요.”
“오! 그래요? 빠르네요!”
“디딤돌 사장이 말이 잘 통하더라고요.”
“하하, 다행이네요.”
동수는 노트를 펼쳐서 촬영 일정을 생각했다.
‘나랑 윤 작가는 유기견 센터로 가서 녹화를 진행하고···. 큐티 걸즈 숙소로는 막내를 보내야겠어. 오 총괄이랑 같이 녹화 준비를···.’
하지만 막내 혼자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렸다.
‘가온 FD 프로필 좀 보여줘.’
‘응.’
-띠링
네 개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신세희(해킹률 9%)』
【성별: 여 / 나이: 24 / 직업: FD】
【앙상블 점수 : 17점(F등급: ‘멍멍산’)】
【직업 2: 스타 튜버】
【특기 1: 비방 / 특기 2: 가식 / 특기 3: 불효】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성시혁(해킹률 7%)』
【성별: 남 / 나이: 28 / 직업: FD】
【앙상블 점수 : 70점(C등급: ‘멍멍산’)】
【특기 1: 언행일치 / 특기 2: 달리기】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유지상(해킹률 8%)』
【성별: 남 / 나이: 26 / 직업: FD】
【앙상블 점수 : 57점(C등급: ‘멍멍산’)】
【직업 2: 대학생(휴학)】
【특기 1: 혼잣말 / 특기 2: 고집불통】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한동우(해킹률 2%)』
【성별: 남 / 나이: 29 / 직업: FD】
【앙상블 점수 : 53점(D등급: ‘멍멍산’)】
【특기 1: 종합격투기】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동수는 프로필을 훑어보며 생각했다.
‘일단 신세희는 확실히 제외하고, 성시혁은 뽑고 한 명 더···.’
면접을 더 볼까도 생각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유지상과 한동우 중에서 뽑아야겠어.’
두 명의 프로필을 살폈다.
‘유지상의 앙상블 점수가 더 높지만, 특기가 안 좋은 거 같아. 혼잣말은 괜찮지만···. 고집불통은···.’
면접 때도 질문을 못 알아듣고 딴소리만 했다.
‘유지상은 안 되겠어. 그러면···.’
『한동우(해킹률 2%)』
【앙상블 점수 : 53점(D등급: ‘멍멍산’)】
‘이 사람은···.’
갑자기 송판을 꺼내서 격파하더니 문제를 다 부숴버리겠다고 한 사람···.
‘그거만 빼면 말수가 적은 평범한 사람 같았어.’
[가죽점퍼에 체인이 달린 찢어진 청바지가 평범한 건가? 무척 허세가 강한 복장 같다.]‘패션보다 중요한 건 내면이야. 이 사람, 조금 특이하긴 했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어.’
[중요한 건 내면···. 데이터 기록···.]또 공부하러 간 듯 조용한 가온.
덕분에 동수도 차분하게 생각했다.
‘흠···. 한동우라···. 가만 생각해보면 그 송판···. 면접 때 쓰려고 준비해온 거였지? 어제 연락받고···. 노력한 거잖아. 그리고···.’
그때였다.
불현듯, SBC 입사 면접 때가 떠올랐다.
【강동수 씨, 만약에 생방송 도중, 문제가 생겨서 방송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면 메인 PD로서 어떻게 대처할 건가요?】
그때 동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콰아앙! 콰직!
면접관의 책상을 부숴버리고, 이렇게 말했었다.
【어떤 문제든 다 부숴버릴 겁니다.】
“맞다···. 그랬었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깜박하고 있었다.
가온이 말했다.
[송판 격파는 양반이었군. 당신 어떻게 합격했지?]‘난들 아냐···.’
어쨌든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한동우가 왠지 남 같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좋아! 결정!”
‘성시혁, 한동우를 뽑자!’
윤하얀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점심 메뉴 정했어요?”
“아뇨! FD를 누구 뽑을지 결정했어요!”
“아! 잘됐네요. 박 PD가 좀 편해지겠어요.”
동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성시혁과 한동우한테 톡을 보냈다.
FD 경험도 있고, 일도 잘할 것 같은 성시혁은 박지혜한테 붙이고···.
‘한동우는 나랑 같이 현장으로!’
= = = = = = =
늦은 오후.
최미진의 메이크업이 끝났다.
그녀는 먼저 녹화 장소인 ‘햇빛 유기견 센터’로 향했다.
윤하얀 작가도 최미진의 밴에 함께 탔다.
가는 동안 대본을 보여주고, 녹화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설명해주기 위해서다.
동수는 스태프들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촬영 감독, 촬영 조감독 그리고 음향 감독만 지원을 나왔다.
조명 감독은 거의 외주인지라 당일 바로 구하기는 힘들었다.
그러자 촬영 조감독 한예리가 조명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명 서브도 해봤어요~ 걱정마세요~”
“아, 잘 부탁드립니다.”
“네~ 네~”
마지막으로 장비를 체크한 뒤 모두 차에 탔다.
운전은 오늘 합류한 FD 한동우가 맡았다.
“출발해도 될까요?”
“네! 운전 잘 부탁해요, 동우 씨.”
“네, 그리고 말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한동우의 말에 동수는 피식 웃더니,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OK, 앞으로 잘 부탁해.”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데이터 해킹···. 3%···. 5%···.]처음 악수 때보다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
동수는 적당한 시점에 손을 놨다. 해킹률은 8%다.
『한동우의 앙상블 점수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한동우의 앙상블 정보가 새로 갱신됐다.
동수는 확인하기 전에 먼저 말했다.
“OK! 그럼, Let’s go!!!”
“네.”
의자에 등을 기대며 앙상블 정보를 확인했다.
‘어디 보자···.’
『한동우 앙상블 정보』
【해킹률: 8%】
【앙상블 점수 : 85점(A등급)】
【오차율: ±1%】
【상세 능력치: (해킹률 10%부터 가능)】
“······?”
동수는 가온을 불렀다.
‘야, 이거 고장이냐?’
[아니다.]‘그럼 왜···.’
[그의 특기가 FD에 무척 적합하기 때문이다.]특기는 인생의 단편.
한동우가 살면서 쌓아온 무언가가 FD에 적합하다는 말이다.
동수는 곧장 한동우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한동우(해킹률 8%)』
【성별: 남 / 나이: 29 / 직업: FD】
【앙상블 점수 : 85점(A등급: ‘멍멍산’)】
【직업 2: 홀아버지(7년 차)】
【특기 1: 종합격투기 / 특기 2: 인내】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특기 인내.
확실히 FD는 고된 직업이라 인내력이 필요하다.
그때 동수의 눈에 다른 정보가 들어왔다.
‘홀아버지 7년 차···?’
그때 가온이 말했다.
[당신, 패션보다 중요한 건 내면이라고 했지?]‘그래···.’
[그 말 무슨 뜻인지 알겠다.]‘······.’
동수는 힐끗 한동우를 쳐다봤다.
‘이 사람, 뭔가 사연이 있는 거 같은데···.’
[‘냥이 집사’를 해킹할까?]냥이 집사는 한동우가 속한 FD 회사다.
어쩌면 한동우에 대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냐, 이런 건 본인을 통해 들어야지.’
지금은 그냥···.
‘A등급 FD가 합류한 걸 기뻐하자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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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유기견 센터에 도착하고 다들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동수는 곧바로 관리 사무실로 가서 센터장과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멍멍이와 산다!’ 메인 PD 강동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센터장 고길동입니다.”
“촬영 협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우셨을 텐데···.”
“하하, 아닙니다. 방송 의도도 좋았고, 사실 저도 엊그제 했던 ‘멍멍산’을 보고 팬이 됐거든요.”
“아! 그러십니까? 하하!”
둘은 훈훈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센터에 등록된 강아지 정보 해킹 완료.]‘직원들 인적 사항은 해킹 안 했지?’
[안 했다. 강아지만 했다.]‘잘했어.’
동수는 센터장에 웃으며,‘
“저는 이만 촬영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강아지 정보 전부 앙상블 시스템에 등록해!‘
[알겠다.]잠시 후, 알림창이 떠올랐다.
-띠링!
『강아지 앙상블 점수표』
【둘리(7세/요크셔/11월 20일/♂) : 93점(A등급)】
【또치(5세/치와와/5월 13일/♀) : 87점(A등급)】
【희동이(2세/말티즈/3월 7일/♂) : 88점(A등급)】
【도우너(7세/발바리/7월 16일/♂) : 85점(A등급)】
【마이콜(3세/시추/1월 9일/♀) : 91점(A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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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등급으로 도배된 점수표를 보며 가온과 동수는 감탄했다.
[Wow.]“개는 훌륭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