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28
28화 – 유아용 홍삼 젤리!
이른 아침인데도 무척 붐비는 지하철.
운 좋게 빈자리에 앉은 동수는 히죽 웃으며,
‘오늘은 운이 좋네.’
그때 임혜숙이 작가 프로필을 보내줬다.
그리고···.
【김민혜(31세/O형/여) : 100점(S등급)】
S등급 작가를 발견했다.
그것도 백 점짜리···.
‘진짜 S등급이라고?’
몇 번이나 확인하고 상세 정보창까지 띄웠다.
『김민혜 앙상블 정보』
【해킹률: 0%】
【앙상블 점수 : 100점(S등급)】
【오차율: ±0%】
【상세 능력치: (해킹률 10%부터 가능)】
S등급이 맞다.
동수는 가온에게 물었다.
‘오차율 제로라고? 가온, 이거 잘못된 거 아니지?’
[데이터 분석은 정확하다.]‘나중에 해킹했더니 점수가 확 떨어지는 건···.’
[그렇진 않을 거다.]‘왜?’
[그녀의 프로필을 읽어봐라.]‘프로필···?’
-띠링
동수 앞으로 김민혜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
이름: 김민혜(31세)
(중략)
경력
EBN 라디오 ‘굿모닝 해피 데이’ 막내
EBN 라디오 ‘정오의 따뜻한 목소리’ 막내
대한 TV 라디오 ‘윤승아의 귀를 기울이면’ 막내
(중략)
SBC 예능 ‘멍멍이와 산다!’ 메인
※※※※※※
동수는 그녀의 경력 마지막에 적힌 내용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멍멍이와 산다 메인!?’
그때 박지혜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김 작가는 제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연락이 안 됐어요. 신 PD한테 들은 얘긴데···. 기획 때부터 다툼이 심했다고···.’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2회까지만 대본을 쓰고 쫓겨났던 작가다.]‘···기획자니까 앙상블 점수가 백 점인 거군.’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영향을 주긴 했다.]동수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김민혜 작가라···. 라디오만 했네. TV는 ‘멍멍산’이 처음이고···.’
[김민혜에게 서브를 부탁할 건가?]‘메인으로 있던 사람한테 서브를 부탁하라고? 흠···. 기분 나빠할 거 같은데···.’
[그럼 메인을 줄 건가?]‘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하얀 작가가 있는데, 무슨!’
[윤하얀은 A등급, 김민혜는 S등급이다. 점수는···.]인상을 팍! 쓰며 단호하게 소리쳤다.
“멍멍산의 메인은 윤 작가야!”
갑작스러운 외침에 주변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다.
동수는 그들에게 히죽 웃으며,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미친놈이라 생각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때 가온이 물었다.
[그럼 김민혜는 포기할 건가?]‘아니, 포기는 풋내기나 하는 거라며!’
그때 목동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동수는 지하철에서 내리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김민혜의 프로필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며 씨익 웃었다.
‘못 먹어도 고지!’
잠시 후, 전화 통화가 연결됐다.
곧바로 인사를 하려는 순간,
[여보세요?]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수는 당황했다.
‘어라? 김민혜는 분명 여자인데···. 번호를 잘못 눌렀나?’
그때 남자가 재차 물었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죄송합니다. 번호를 잘못 누른 거 같습니다. 방해했다면···.”
[혹시···. 민혜를 찾으시는 겁니까?]“네, 그렇긴 한데···.”
대체 이 남자는 누구지?
그때 남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민혜는 지금 씻고 있어서요.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왠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목소리.
동수는 남자의 정체가 김민혜의 연인이나 남편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SBC ‘멍멍이와 산다!’ 메인 PD 강동수라고 합니다.”
[아···.]조금 놀란 목소리.
아마도 김민혜의 사정을 알고 있어서 이렇게 놀라는 거 같았다.
동수는 재차 입을 열었다.
“김민혜 작가님과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편하신 시간에 연락해달라고 전해주실 수 있습니까?”
[흠···. ‘멍멍이와 산다’ 메인 PD님이 무슨 일로···.]그때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뭐해?] [아, 민혜야. ‘멍멍이와 산다’ PD라는데 너랑···.] [뭐? 오빠 왜 남의 전화를···!] [중요한 전화일까 봐···.] [오지랖은 새언니한테나···.] [민혜야, 말이 너무 심한 거···.]동수는 지하철역 밖으로 나와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남자와 김민혜가 티격태격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남편이 아니고, 친오빠였나? 그래도 점잖게 싸우네···. 우리 누나였으면 쌍욕이···.’
그때 김민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 바꿨어요.]“안녕하세요. 저는···.”
[‘멍멍이와 산다!’ 메인 PD님이시라고요?]“네, 강동수입니다.”
[···안녕하세요. 김민혜예요. 근데 왜 저를···.]“임혜숙 작가한테 소개받고 연락드렸습니다.”
[혜숙 언니가요···? 언니가 왜···.]동수는 힐끗 시계를 쳐다봤다.
아침 8시···.
“아침 드셨습니까?”
[네···?]“식전이면 밥이라도 먹으면서 얘기하죠.”
[아, 저는···.]“밥이 부담스러우면 모닝커피는 어떠신지요?”
[무슨 일로 저를 보려는 거죠···?]돌려 말하면 끝도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김 작가님, ‘멍멍이와 산다!’ 서브 작가를 맡아주실 수 있으세요?”
= = = = = =
고급스럽게 장식된 넓은 방.
촉촉이 젖은 단발머리, 독보적인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김민혜는 화장대 의자에 앉아 동수와 통화를 나누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서브 작가를 맡아달라고···?’
송 PD한테 무시당하고 메인에서 쫓겨난 그녀다.
아직 그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런 제안을···!
김민혜는 기분이 나빴다.
‘이건 아니지!’
강하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녀는 성격이 그렇게 모질지 못했다.
“···죄송하지만 못 들은 걸로 할게요.”
그러자 동수가 재차 말했다.
[제 제안이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서브이기는 하지만, 대우는 동등하게···. 그리고···.]동수는 굉장히 솔직하고 정중하게 김민혜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감언이설만 하던 송민지 PD와는 다른 거 같았다.
김민혜는 생각했다.
‘나쁜 사람 같지는 않네.’
기분은 풀렸지만···.
“죄송해요. 전 ‘멍멍산’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역시 메인 자리가 아니어서···.]“아니요. 자리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멍멍이와 산다!’는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던 그녀가 처음으로 기획한 TV 예능이다.
무척이나 공을 들여 기획했지만, 프로그램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걸 지켜주지 못했다.
심지어 프로그램을 버리고 도망까지 쳤다.
비록, 송민지 PD의 더러운 수작 때문이었지만···.
김민혜는 우울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나는 자격이 없어.’
[김 작가님?]동수의 부름에 그녀는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저는 좋은 작가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죄송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뭐가 고맙다는 겁니까?]“‘멍멍이와 산다!’를 지켜준 거요. 정말 고마워요.”
[김 작가님, 그 말씀은···.]“이만 끊을게요. 더는 전화하지 마세요.”
[잠깐···.]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누군가 똑똑 방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혜야.”
“왜···?”
“포기는 풋내기나 하는 거야. 또 꿈을 포기하려···.”
“잔소리 좀 그만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알겠어. 파이팅.”
오빠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걸 들으며,
“···나 정말 꼴불견이네.”
김민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 = = = = =
동수는 방송국으로 들어가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김민혜는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 더 이성적으로 재차 설득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됐어. 싫다는 사람 억지로 데려오고 싶진 않아.’
S등급을 놓친 건 아깝지만···.
‘등급보다 중요한 건 열의라고, 열의!’
[중요한 건 열의···. 데이터 기록···.]동수는 회의실로 향하며 다른 작가 프로필을 살폈다.
그리고 제일 좋은 등급의 작가를 선택했다.
【박장우(30세/A형/남) : 84점(B등급)】
‘이 친구한테 연락해봐야겠네.’
다른 작가보다 경력은 짧지만, 임혜숙 밑에서 세 작품 연속 막내 생활을 한 게 눈에 띄었다.
‘임 작가 밑에서 세 작품이나 했으면 끈기 하나만큼은 최고겠지.’
동수는 박장우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강동수: 안녕하세요. 박장우 작가님. SBC ‘멍멍이와 산다!’ 메인 PD 강동수입니다. 임혜숙 작가님 소개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그러자 칼답이 왔다.
└박장우: 안녕하세요, 강 PD님. 오늘 뵙고 싶은데, 점심쯤 어떠신가요?
└강동수: 알겠습니다! 장소는 어디가 좋으세요?
└박장우: 그러면 제가 SBC 근처로···.
동수는 박장우와 약속을 잡고 살짝 웃었다.
‘적극적이네. 이런 성격 마음에 들어.’
[좋은 작가면 좋겠군.]‘임 작가가 추천한 사람이니 믿어보자고!’
그렇게 7층 예능국에 도착했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회의실에 신진규 PD가 있다.]‘신 선배?’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신진규는 제작 2팀에 소속된 ‘TV 동물농원’ 메인 PD다.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신진규 덕분에 안희진 성우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지?’
동수는 그가 대체 왜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에 왔는지 감이 안 잡혔다.
그것도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말이다.
‘회의실에 또 누구 있어?’
[윤하얀 작가가 있다.]‘흠···.’
윤하얀한테 따로 온 톡은 없다.
그렇다면···.
‘그냥 놀러 왔나 보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회의실 문을 열었다.
윤하얀과 신진규는 그가 들어온 지도 모르고···.
“오오! 괜찮은 아이디어 같아요!”
“그런가요? 강 PD는 어떻게 생각할 거 같습니까?”
“좋아할 것 같아요! 어디쯤 왔냐고 톡 해볼까요?”
“아닙니다. 곧 오겠죠. 그냥 기다리겠습니다.”
뭔가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동수는 몇 차례 헛기침하더니,
“신 선배, 안녕하세요. 윤 작가, 좋은 아침!”
“하하, 강 PD,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 근데 언제 왔어요?”
“좀 전이요. 그보다 선배가 왜 여기에···.”
신진규는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지만,
“그게···.”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동수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지켜보던 윤하얀이 말했다.
“동물농원 PD님이 좋은 제안을 하셨어요!”
“좋은 제안이요?”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신진규를 재촉했다.
“신 PD님! 빨리 말씀하세요!”
“아하하···. 네···.”
신진규는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망설이지 말자! 기회를 잡기로 했잖아!’
그가 생각하는 기회는 바로 제작 2팀 CP 자리다.
공수철 PD가 진급할 예정이었지만 취소된···.
누가 차지할지 아무도 모르는 그 자리!
신진규는 그 자릴 노리고 있다!
하지만 욕심만 낸다고 CP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성과가 필요해!’
그래서 ‘멍멍이와 산다!’ 팀을 찾아온 건데···.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건지···.
신진규는 한숨을 푹 쉬며 생각했다.
‘강 PD랑 손을 잡으면 수철 선배랑 적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떨리는 건가? 수철 선배 성격에 절대 가만히 있진 않겠지···.’
그때 동수는 신진규의 근심 어린 표정을 보더니, 그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신진규 (해킹률 10%)』
『성별: 남/ 나이: 39/ 직업: PD』
『특기 1: 노력 /특기 2: 줄타기』
『컨디션 : ↓(컨디션 향상에 ‘홍삼 젤리’가 특효)』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오가며 비타민 음료수를 몇 번 주면서 스쳤을 뿐인데 해킹률이 10%가 됐다.
동수는 컨디션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홍삼 젤리···.’
[‘바른 관장’ 제품이 효과적이다.]‘바른 관장 젤리를 어디서 갑자기 어디서 구해···.’
하지만 말문을 못 열고 안절부절못하는 신진규를 보고 있자니, 속이 터졌다.
[윤하얀이 홍삼 젤리를 먹는 걸 봤다.]‘어? 진짜?’
[그렇다. 당신한테도 먹겠냐고 물어봤다.]‘···왜 기억이 안 나지?’
‘그래?’
동수는 윤하얀에게 고개를 휙 돌리더니,
“윤 작가, 홍삼 젤리 있어요?”
“네. 왜요?”
“하나만 주세요.”
“······?”
윤하얀은 뜬금없이 홍삼 젤리를 달라고 하는 동수를 의아한 듯 쳐다봤지만,
-부스럭
주머니에서 홍삼 젤리를 꺼내서 내밀었다.
“여기요.”
“고마워요.”
[바른 관장 유아용 홍삼 젤리]어라?
“유아용···?”
윤하얀은 배시시 웃더니,
“주문을 잘못해서요. 근데 맛있던데요.”
“아, 네···.”
동수는 가온에게 물었다.
‘이것도 괜찮으려나?’
[바른 관장 홍삼 젤리인 건 맞다. 유효하다.]‘그럼 다행이고···.’
그는 신진규에게 홍삼 젤리를 내밀었다.
“선배, 긴장하신 것 같은데 이거 좀 드셔보세요.”
“아니, 괜찮은데···.”
“에이, 그러지 말고!”
동수는 포장지까지 벗겨서 그에게 내밀었다.
신진규는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어쩔 수 없이 홍삼 젤리를 먹었다.
그리고···.
‘응···?’
마법처럼 혼란스럽던 머리가 차분해졌다.
그는 힐끗 손에 든 유아용 홍삼 젤리 포장지를 바라봤다.
‘이거 덕분인가?’
의문이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였다.
신진규는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어차피 안희진 성우 건으로 수철 선배한테 찍혔잖아. 후배들 앞에서 괜히 갈굼이나 당하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화가 났다.
그도 내년이면 마흔에 경력만 십이 년 차다.
그런데 공수철은 아직도 그를 무시한다.
‘젠장! 그래! 더는 못 참아!’
신진규는 용기를 냈다.
‘공수철이고 나발이고! 내가 CP만 되면···!’
그는 결심을 굳히고 동수에게 말했다.
“강 PD, 우리 ‘동물농원’ 팀이랑 공동 프로젝트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