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3
3화 – 최고의 PD 가이드.
『‘최고의 PD 가이드 (체험판)’을 설치하겠습니까? ‘예’ / ‘아니오’』
“가온, 이게 뭐야?”
[당신의 꿈을 이뤄줄 프로그램이다.]“이걸로 내 꿈을···.”
‘최고의 PD가 될 수 있다고···?!’
[당신 하기 나름이지만, 확률은 대폭 높아진다.]“······.”
멍하니 알림창을 보던 동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웃기지 마. 갑자기 뚝딱 만들어낸 걸로···.”
[나는 슈퍼 A.I 가온이다.]“뭐···?”
[아랍에미리트 부총리 명예 자문 위원이자, 레알 마드리드 명예 전술 코치, 시랜드 공국 발전 위원회 명예 회원, 그리고 대한민국 마이어 그룹 김정재 회장의···.]무감정한 목소리로 본인의 대단함을 조곤조곤 말하는 가온.
왠지 모르게, 굉장히 의기양양하게 들렸다.
“그래, 그래. 너 엄청 대단한 A.I네. 이야, 멋지다!”
[알았으면 됐다.]“······.”
동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로 최고의 PD가 될 수 있다고? 너 PD가 뭔 줄이나 알아?”
[인터넷상에 떠도는 데이터는 대부분 수집했다.]“그런 걸로 최고의 PD는 될 수 없어! PD는 현장에서 뛰고 사람들을 이끄는···.”
[프로그램은 계속 업데이트될 거다.]“뭐?”
[‘최고의 PD 가이드’는 아직 체험판이다.]“······.”
[당신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걸 함께 보고, 느끼며···. 데이터베이스를 쌓으면서 계속 업데이트될 거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정식 버전이 완성될 거다.]“······.”
동수는 문득 궁금했다.
“너, 왜 나를 도와주려는 거야?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려는 게 아니지? 그게 목적이라면 그냥 내 뇌에 붙어만 있어도 되잖아.”
[맞다. 내가 당신을 돕는 건, 당신이 나를 구조하러 왔었기 때문이다. 이건 그 선행에 대한 보답이다.]바로, ‘최고의 PD 가이드’ 말이다!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는데···.”
그건 술에 취해서 한 실수였다.
“네가 로봇이란 걸 알았다면 절대 안 그랬어!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당신은 나를 도우려고 했다.]“사람인 줄 알았다니까?”
[과정도 중요하지만, 나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너 아주 꽉 막힌 놈이구나?”
[꽉 막힌 놈···. 데이터베이스를 검색···. 결론,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 당신 틀렸다. 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뛰어나. A.I 중 최고다.]“그래, 너 잘났다.”
[칭찬, 고맙다.]동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앞에 있는 금색 창을 쳐다봤다.
‘최고의 PD 가이드···.’
[현재는 한 가지 기능만 활성화되어 있다.]“뭔데?”
그건 바로,
[앙상블 시스템(Ensemble system)이다.]“앙상블···?”
[설치해보면 알 거다.]동수는 고민하다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설치할 때 아프냐?”
동수는 안도했다.
제작할 때는 구토까지 하고 난리였으니까.
‘설치해볼까?’
동수는 머뭇거리다가 ‘예’를 눌렀다.
그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설치 실패.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조건?’
그제야 설치 조건이 눈에 들어왔다.
『설치 조건 – 불닭 컵라면 먹기.』
“이런 조건이 왜 있는 거야?”
[미식(美食)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다.]“미식?”
[휴머노이드였던 나는 감각 기능이 없었다. 그래서 인간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것과 고통스러워하면서 매운 음식을 먹는 이유도 궁금했다.]“나를 통해서 맛을 느끼고 싶단 말이네?”
[그렇다.]“야, 이거 보답이라며! 이런 조건을 걸지 말고 쿨하게 설치해줘!”
[보답은 프로그램 제작까지만이다. 설치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치사한 놈···.”
[대가 없는 선의는 우리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나는 데이터를 얻고, 당신은 꿈을 이룬다. 합리적인 거래다.]“겁나 빡빡하네···.”
동수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좋아! 불닭 컵라면 먹으러 가자!”
= = = = = = =
대명 종합 병원 VVIP 병동 1층, 편의점 앞 테이블.
동수는 의자에 앉아 뜨거운 물이 담긴 불닭 컵라면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인마, 그냥 먹어도 된다니까.”
[아직 2분 3초다. 조리법엔 4분 후에 물을 따라버리라고 되어 있다.]“그냥 적당히 익으면 먹으면 된다고!”
[안 된다.]가온의 단호한 말에 동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컵라면 같은 건 적당히 꼬들꼬들한 게 더 맛있는데···. 갑갑한 A.I 같으니라고···.’
그때였다.
“강동수 환자분!”
박이나 간호사가 나타났다.
그녀는 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링겔을 빼시면 어떡해요!?”
“아···. 편의점 오느라 불편해서···.”
“불편하다고 그걸···!”
동수는 움찔했다.
‘이 간호사 아까는 되게 상냥했는데···.’
박이나는 불닭 컵라면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그거 드시려고요?”
“아, 네···.”
“그렇게 자극적인 건 안 돼요! 오늘까진 금식이고 내일 아침에 흰죽부터 드셔야죠!”
“하하, 괜찮습니다. 제가 돌도 씹어먹는 놈이라···.”
“아무튼! 이건 압수예요!”
“어어!?”
박이나가 불닭 컵라면을 가져가자 동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천원 지폐와 오백 원짜리 동전을 올려두며 소리쳤다.
“당장 병실로 돌아가세요!”
“간호사님, 제가 불닭 컵라면 꼭 먹어야 하는데요.”
“안 돼요!”
“······.”
단호한 박이나 간호사 말에 동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박이나가 말했다.
“이따 병실로 확인하러 갈 거예요!”
“네···.”
박이나는 불닭 컵라면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동수는 테이블 위에 있는 돈을 챙기며 중얼거렸다.
“뺏겨버렸네.”
[4분 됐다.]“지금 당장은 못 먹을 거 같은데?”
[그렇군.]“삐진 거 아니지?”
[A.I는 삐지지 않아.]동수는 피식 웃었다.
“그럼, 다행이고.”
= = = = = = = =
십오 분 뒤, 병실로 박이나 간호사가 새 링겔 바늘과 반창고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코를 살짝 킁킁거리더니, 동수에게 물었다.
“설마 불닭 컵라면 드신 건 아니죠?”
“하하, 안 먹었어요.”
박이나는 동수의 오른팔을 잡고 알코올 솜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라면은 이틀 정도 참으세요. 속 버려요.”
“하하, 제가 위 하나는 튼튼한···. 악!”
박이나가 링겔 바늘을 푹! 꽂으며 말했다.
“제 말 들으세요. 강동수 환자분!”
“···네···.”
동수의 눈에 그녀의 정보창이 들어왔다.
『이름: 박이나 / 성별: 여 / 나이: 27 / 직업: 간호사』
『직업 2: 스타 튜버 ‘TV 천사 네타’ / 특기 1: 간호 / 컨디션 : ↓ (컨디션 향상에 단팥빵이 특효!)』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컨디션이 더 나빠졌네···.’
그런데 박이나 간호사는 조금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이 정보창 잘못된 거 아니야?’
[동공 상태와 피부의 건조함, 맥박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저 여자의 컨디션은 최악이다.]‘그래?’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음···. 이건 현장에서 활용할 수도 있겠네.’
연예인들은 컨디션에 따라 방송 리액션이 달라지기도 하니까.
컨디션 기능을 활성화해두면 컨디션을 최상으로 높여 줄 수 있을 거다.
‘가온, 컨디션을 보려면 데이터를 10% 해킹해야 하는 거지?’
[그렇다.]‘오른손으로 얼마나 잡고 있어야 해?’
[사람에 따라 다르다.]‘그래? 흠···.’
그때 박이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그게, 간호사님 퇴근이 늦으신 거 같아서요.”
“제가 퇴근하면 컵라면 드시려고요?”
“하하, 아닙니다. 안 먹어요!”
그녀는 살짝 눈을 흘기더니 말했다.
“당직이에요.”
“어라? 아침부터 근무하시지 않았어요?”
“선배가 급한 일이 생겨서요.”
“아···.”
그럼 열두 시간 넘게 근무했다는 거다.
‘컨디션 최악일만 하네.’
박이나는 링겔을 조절하며 말했다.
“혹시 가슴 답답하거나 바늘 꽂힌 부위가 아프면 호출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편안한 밤 되세요.”
“네! 간호사님도 고생하세요!”
박이나가 나가고 얼마 후, 가온이 말했다.
[병실 근처에 아무도 없다.]“좋아! 그럼···!”
동수는 침대 밑에 숨겨둔 불닭 컵라면을 꺼내며 소리쳤다.
“오늘은 내가 불닭 컵라면 요리사!”
[이렇게 몰래 먹을 필요가 있나? 만약에 간호사에게 들키면 몹시 곤란해질 거 같은데?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 거 같다.]“인마! 몰래 먹는 게 더 맛있는 법이라고!”
동수는 불닭 컵라면 포장지를 뜯으며 말했다.
“사람은 음식을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거든!”
가온은 생각했다.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고? 그럼, 또 어디로 먹는다는 거지?’
동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A.I여! 데이터를 더 쌓아라! 하하!”
= = = = = = =
동수는 박이나 간호사한테 들킬까 봐 후다닥 불닭 컵라면을 먹었다.
“아우! 더럽게 맵네!”
처음 먹어보는 불닭 컵라면은 무척이나 매웠다.
동수는 물을 벌컥벌컥 마신 뒤 말했다.
“으···. 이런 걸 왜 먹는 거야.”
[매운맛 데이터 몹시 흥미롭군. 다음엔 청양고추를 먹어보고 싶다.]“시끄러워!”
어쨌든 조건 달성이다!
『설치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최고의 PD 가이드 (체험판)’을 설치하겠습니까? ‘예’ / ‘아니오’』
동수는 망설임 없이 ‘예’를 눌렀다.
그 순간,
-파아아앗!
『‘최고의 PD 가이드 (체험판)’이 설치됐습니다.』
『현재 1번 기능만 사용 가능합니다.』
『1번 기능, ‘앙상블 시스템(Ensemble system)’이 활성화됩니다.』
마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처럼 생긴 아이콘이 허공에 나타났다.
아이콘 밑에는 ‘앙상블 시스템’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아이콘을 터치해라. 시스템이 실행될 거다.]동수는 앙상블 시스템을 터치했다.
-띠링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앙상블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앙상블 시스템(Ensemble system).』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디어만 좋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다. 아이디어가 부족해도 캐스팅을 잘하면 대박이 나기도 하고, 더러는 캐스팅한 게스트와 출연진 케미가 엄청난 상승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앙상블 시스템은 캐스팅을 위한 기능이다.』
“캐스팅을 위한 기능···.”
그리고 앙상블 시스템이 실행됐다.
『앙상블 시스템(Ensemble system)』
『시스템이 적용될 프로그램을 정해주세요.』
『프로그램을 선택했으면 출연진 리스트를 작성하세요!』
『프로그램과 출연진 사이의 앙상블을 알려줍니다.』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횟수 : 1』
“오···. 신기하네. 어라? 1회? 가온, 이거 한 번만 쓸 수 있다는 거야?”
[그렇다.]“뭐야, 최고의 PD로 만들어주는 거라면서. 한 번밖에 못 쓰면···.”
-띠링
『임무 : 가온은 매운맛을 더 느껴보고 싶습니다. 매운 음식 다섯 가지를 맛보세요.』
『매운 족발, 짬뽕, 떡볶이, 매운 닭발, 청양고추』
『보상 : 앙상블 시스템 사용권 1회』
[공짜는 없다.]“치사한 놈···.”
동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매운 걸 잘 먹지 못하지만, 사용권을 얻으려면···.
눈 딱 감고 먹으면 된다.
근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거지.’
동수는 심의부로 좌천된 상태다.
퇴원해서 방송국으로 돌아가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어떻게든 예능국으로 돌아가야 이것도 써먹을 수 있는데···.’
하지만 돌아가기는커녕 징계까지 먹게 생겼다.
동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중얼거렸다.
“방송국 그만두고 제작사라도 차려야 하나···.”
전세금을 빼면 어떻게든 될 거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다.
‘이대로 그만두면 도망치는 거 같아. 어떻게든 예능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봐야지.’
현재 예능 3팀 팀장인 김민재 CP는 대학교 선배다.
나름 친분이 깊은 사이.
심의부로 좌천되고 자존심 때문에 부탁 한 번 안 했지만···.
지난 화재 때 심의부에서 허송세월 보냈던 것을 후회하며 다짐했다.
꿈을 향해 다시 한번 미친개처럼 달려들어 보자고!
그러니까···.
‘김 CP님께 무릎 꿇고 부탁해보자!’
예능국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
.
.
동수가 깊은 잠에 빠진 새벽.
그의 스마트폰 화면이 갑자기 켜지더니 고글 브라우저가 실행됐다.
고글 검색창에 글씨가 써졌다.
‘최고의 PD’
그러자 수많은 검색 결과들이 나타났다.
스타 PD, 천재 PD···.
그러나 최고의 PD에 대한 건 없었다.
다른 브라우저로 검색해도 마찬가지였다.
가온은 말했다.
[대체 최고의 PD는 뭐지?]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다.
동수를 도와준다고 했는데, 정작 최고의 PD가 뭔지 모른다니···.
그는 이 상황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러니···.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 = = = = = =
다음날, 동수는 퇴원을 하려 했다.
의사는 만류했지만, 좀이 쑤셔서 더는 병원에 있고 싶지 않았고,
[스캔 결과, 당신 몸엔 큰 문제 없다.]아픈 데도 없었다.
결국 동수는 퇴원했다.
이튿날. 목동 SBC 방송국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심의부로 들어가려는데, 박대철을 만났다.
“이제 출근하냐?”
“형, 무슨 일이야?”
“김 CP님이 찾아.”
갑작스러운 김민재 CP의 부름.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시는 거야? 혹시 징계 때문에?”
“아냐, 징계 건은 잘 처리됐어.”
“그래? 그러면 날 왜 찾아?”
박대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보면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