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30
30화 – 쉴 틈이 없겠네!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멍멍이와 산다!’ 팀은 큐티 걸즈 숙소로 향할 준비를 했다.
23회 ‘무작위 역할극 여행’ 촬영은 그녀들의 숙소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동수는 오형근 기술 총괄과 촬영 일정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오늘 저녁부터 전국에 눈이 내린다는데···.”
“저녁이 하이라이트인데···.”
“그러게나 말이야. 어제까지는 날씨 좋다더니, 무슨 기상 예보가 맨날 바뀌니, 나 원···.”
“눈이 많이 올 때를 대비해서 다른 걸 준비해야겠네요.”
그때 박장우 작가가 다가왔다.
“저기, PD님.”
“아, 박 작가 잠시만요. 오 감독님 그러면 저녁 촬영은 기상 상황을 봐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죠.”
“그러세.”
오형근은 기술 스태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동수는 박장우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정 매니저한테 연락이 왔는데요. 브랜드 협찬받은 옷이 있는데, 오늘 계속 입고 있어도 되냐고···.”
동수는 미간을 좁히며,
“우리 역할극 여행이잖아요. 계속은 안 된다고 해요.”
“알겠습니다.”
박장우는 ‘멍멍이와 산다!’ 팀에 합류하게 됐다.
결정을 내린 이유는,
‘윤 작가! 코피 나요!’
‘어라? 어라? 와···. 저 코피 처음 흘려봐요!’
‘뭘 신기해해요! 여기 휴지요!’
‘아! 고마워요. 에고, 늙었나 봐요. 사하라 사막을 횡단할 때도 안 흘렸던 코피를···.’
‘······.’
윤하얀을 위해서였다.
박장우라면 그녀를 잘 보조해줄 거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늘 꺾여 있던 윤하얀의 컨디션이 평범한 상태(→)를 유지하게 됐으니까.
‘다행이야.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는 거 같고···.’
그때 윤하얀이 성큼성큼 박장우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장우야!”
“네! 윤 작가님!”
곰 같은 박장우는 후다닥 뛰어서 윤하얀 앞에 차렷 자세를 했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
윤하얀은 손에 든 프린트 뭉치를 흔들며,
“내가 마지막 원고 말고 다섯 번째 걸로 프린트하라고 했잖아!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아! 죄, 죄송합니다! 바로 프린트해 오겠습니다!”
“빨리 뛰어!”
“네!”
곰을 혼내는 다람쥐 같은 모습에 보는 사람은 웃음이 나왔지만, 윤하얀과 박장우는 진지했다.
동수는 늘 방글방글 웃던 윤하얀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박 작가 뽑길 잘한 거 같아.’
[박장우는 뽑힌 걸 후회하고 있을 거 같군.]‘아닐걸. 저 친구 임 작가 밑에서 일했었다고. 지금쯤 윤 작가는 천사라고 생각하고 있을걸?’
촬영 직전인데 대본 프린트를 잘못했다?
임혜숙이었으면 대본을 집어 던지고 당장 꺼지라고 했을 거다.
‘임 작가는 자비가 없거든.’
[그렇군.]그때 귀까지 가리는 털모자를 쓴 박지혜가 종이컵을 들고 다가왔다.
“선배님, 이거 마시세요!”
“오, 땡큐. 커피 우유야?”
“네!”
동수는 오른손으로 커피 우유를 받아서 마시더니,
“이야, 맛있네. 우리 막내가 이제 나보다 잘 탄다!”
“아녜요. 헤헤.”
그는 재차 마시며 물었다.
“촬영 준비는 다 됐어?”
“윤 작가가 아직 대본 프린트가 안 됐다고 했어요. 준비되면 바로 출발해도 될 거 같아요.”
“그래, 수고했어.”
박지혜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아녜요. 제가 한 게 뭐 있다고요.”
“겸손은 적당히!”
“정말인데···.”
박지혜는 ‘멍멍이와 산다!’에서 자잘한 일을 전부 도맡아 하고 있다.
입사한 지 사 개월밖에 안 된 신입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게···.
‘S등급이라 그런가?’
[등급은 방송 프로그램과의 상성뿐만 아니라, 능력과도 연관이 되어 있으니 틀린 판단이 아니다.]힐끔 박지혜의 정보창을 쳐다봤다.
『박지혜 (해킹률 0.1%)』
『성별: 여/ 나이: 26/ 직업: PD』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그녀의 해킹률은 여전히 0.1%다.
한 달 가까이 몇 번이나 접촉했었는데 이렇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정확히는 0.198%다.]‘암담한 수치네.’
동수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컨디션 기능까지는 활성화하고 싶었다.
열심히 일하는 막내의 컨디션을 챙겨주기 위해서 말이다.
‘해킹 속도 좀 높일 수 없냐?’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뭔데?’
[오른손으로 그녀의 정수리를 잡아라. 해킹 속도가 10배 정도 빨라질 거다.]‘인마, 어떻게 정수리를···.’
동수는 조심스레 커피 우유를 홀짝이며 방글방글 웃는 박지혜를 쳐다봤다.
정확히는 모자로 가려진 정수리 부분을···.
그러자 커피 우유를 홀짝이던 박지혜가 고개를 갸웃하며,
“왜 그러세요?”
“어? 아니, 그냥 모자···. 예쁘네.”
“아하하, 감사합니다.”
그녀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갑자기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동수는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정수리는 오바야.’
[다른 방법도 있다.]‘뭔데?’
[뒤통수나 목덜미를···.]‘시끄러워!’
컨디션 기능 활성화는 나중으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막내야. 이거 먹어라.”
비타민 젤리를 내밀었다.
“아, 감사합니다···.”
“무리하지 말고. 건강 챙겨가면서 일해.”
그녀는 비타민 젤리와 동수를 번갈아 보더니 배시시 웃으며,
“알겠습니다.”
“오냐, 그럼 난 동우랑 좀 얘기하러 갈게.”
“동우 FD는 왜요?”
“시킬 일이 있어서.”
“제가 할게요!”
“됐어. 쉬고 있어.”
“아뇨, 제가···.”
“어허, 내가 뭐라고 했지? 쉬는 것도!”
“···일이다···.”
동수는 씨익 웃으며,
“그래, 그러니까 일하고 있어. OK?”
박지혜는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네···.”
그의 말에 따랐다.
= = = = = = =
한동우 FD를 찾아서 저녁에 눈이 내리면 쓸 물건들을 사라고 한 뒤에 오형근 기술 총괄하고 다시 대화를 나눴다.
“음, 알겠네. 그럼, 눈이 너무 많이 오면 그렇게라도 찍는 걸로 하지.”
“네, 부탁드립니다.”
“이게 우리 일인데, 뭐. 그나저나···.”
오형근은 쨍쨍한 하늘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눈이 내릴 거 같진 않은데···.”
동수는 날씨 어플을 확인하더니,
“저녁부터 눈, 비 확률이 90%래요.”
“거참, 하필 여행 촬영 때···.”
“오늘 상황 봐서 내일 일정도 변경을···.”
동수와 오형근 둘 다 한숨을 푹 내쉬는 순간,
-띠링
눈앞에 알림창이 나타났다.
『‘최고의 PD 가이드’ 두 번째 프로그램 ‘푸른 하늘 기상청’이 제작되었습니다!』
『‘푸른 하늘 기상청’을 설치하겠습니까? 예 / 아니오』
『설치 조건 – 민트초코 우유』
‘이게 뭐야?’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촬영에 있어서 날씨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판단됐다. 그래서 제작해봤다.]‘···그냥 날씨 어플 같은 거 아니야?’
[세계 각국의 기상 정보를 순식간에 모아서 99.9%로 정확한 날씨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어플 따위와 비교하지 마.]‘그러냐?’
동수는 생각했다.
‘99.9%로 정확한 날씨···. 흠···. 그런데 민트초코 우유는 뭐야?’
[요즘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을 분석 중이다.]‘···그냥 평범한 거 먹자. 흰 우유 어때?’
[싫다.]그때 오형근 총괄이 말했다.
“하여튼! 눈이나 비 올 때를 대비한 준비도 했고···. 출발해볼까?”
동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지금은 바쁘니까 이따 휴게소에서 민초 우유를 마셔야 하나···.’
하여튼, 동수는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그렇게 ‘멍멍이와 산다!’ 팀은 첫 번째 촬영 장소인 ‘큐티 걸즈의 숙소’로 향했다.
큐티 걸즈 숙소는 서울 근교의 어느 낡은 빌라였다.
빌라 앞에는 정호식 매니저가 대기 중이었다.
“강 PD님, 안녕하십니까!”
“네, 큐티 걸즈는···.”
“하하, 숙소에서 대기 중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 사장님이 오늘 밥차를···.”
“아이고, 안 그러셔도 되는데···.”
“하하, 아닙니다. 팬션 쪽으로 보냈으니···.”
동수와 정 매니저는 훈훈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때 정호식이 공손하게 홍삼 음료를 내밀었다.
“PD님, 늘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뇨, 뭘 이런걸···.”
“하하, 제 마음의 표시입니다.”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동수는 홍삼 음료를 주머니에 넣으며 생각했다.
‘나한테 뭔가 바라는 게 있나 보네.’
아니나 다를까, 정호식은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저, PD님···. 오늘 우리 애들 복장 말인데요. 바지만이라도 어떻게 안 될까요?”
동수는 박장우 작가한테 들었던 큐티 걸즈 협찬 얘기가 떠올랐다.
‘이거였군.’
홍삼 음료를 괜히 받았나, 생각하다가 정 매니저의 간절한 표정을 보니 조금 안쓰러워졌다.
“···어떤 바지인데요?”
“청바지입니다. 청바지! 색상도 다양해요! 캐쥬얼 브랜드 방방 아시죠? 거기 협찬인데 바지가 아주 예뻐요!”
“음···. 청바지라···.”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잘 보이면 저희 애들 방방 모델도 될 수 있어서···.”
동수는 고민하다가,
“역할극 때 배경이 현대면 방방 청바지 입는 걸로 해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저는 촬영 준비 때문에···.”
“네! 고생하십쇼! 감사합니다! 파이팅입니다!”
정호식의 공손한 인사를 받고 돌아서는데 불현듯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메인을 맡았던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폭삭 망했을 때···.
[PD님, 장난치십니까? 우리 동진이 이번에 샴푸 광고한 거 모르십니까? 그런데 이딴 모자를···!] [워워, 형 진정해. PD님 그냥 대충 찍죠. 어차피 보는 시청자도 없잖아요? 저는 편해서 좋고, PD님은 뭐···. 하하.]염병을 떨던 바퀴벌레 두 마리.
전용기 매니저, 서동진 배우···.
‘그러고 보니 걔들도 앨리스 엔터였나?’
[맞다. 앨리스 엔터 배우 2팀 전용기 팀장과 서동진 배우다.]‘···그걸 어떻게 알아?’
[강세나 때 앨리스 엔터 인트라넷을 해킹했다.]‘야, 해킹 함부로 하지 말랬잖아. 들키면···!’
[들키지 않아.]‘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나는 원숭이가 아니다.]‘말장난하지 말고!’
[괜찮다. 추적은 당하지 않아.]왜냐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앨리스 엔터 인트라넷을 멸살(滅殺)했으니까.]“며, 멸살···?”
[소멸(掃滅)시켰다고 하는 게 이해하기 쉽나?]“······.”
그러니까···.
[No problem이다.]가온의 말에 위가 쿡쿡 쑤시기 시작했다.
그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짜증이 난 목소리로···.
“다음부터는 말 좀 하고 해!”
[알았다.]그때 박지혜가 다가오더니,
“선배님, 촬영 준비 끝났어요.”
“정 매니저한테 큐티 걸즈 나오라고 해.”
“네!”
잠시 후, 빌라 입구에서 최미진, 이유정, 리나 킴이 나왔다.
세 사람은 동수를 향해 후다닥 뛰어오더니,
“요즘 들어 잘 나가는~!”
“큐티! 큐티! 큐티!”
“걸즈 입니다!”
시그니처 동작을 하더니 인사를 했다.
동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좋은 아침입니다. 근데 이제 시그니처 동작은 안 해도 되지 않나요?”
리나 킴은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검지를 좌우로 까닥이며 말했다.
“노우! 노우! PD님! 순정을 잃지 마Yo!”
“순정이요?”
그러자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막내 이유정이 말했다.
“리나 언니야 말은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아, 초심···. 좋은 말이네요.”
그때 최미진이 화려한 금발을 찰랑이며 꾸벅 인사했다.
“피디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저야말로 잘 부탁해요. 오늘도 미진 양만 믿습니다.”
“아뇨, 제가 뭘···. 다 PD님께서 잘 이끌어주신 덕분이죠!”
최미진의 말과 달리 동수는 딱히 하는 게 없고, 그녀가 예능감에 물이 올라서 잘해주고 있다.
[S등급이니까. 당연하다.]‘왠지 거만하네?’
[AI는 거만하지 않아.]가온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정호식 매니저가 천마를 안고 빌라 입구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동수는 그걸 보고 씨익 웃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자, 촬영 시작합시다!”
그리고···.
동수는 천마의 목줄을 잡고 카메라 앞에 선 큐티 걸즈에게 말했다.
“오늘은 ‘무작위 역할극 여행’을 할 겁니다.”
큐티 걸즈 멤버들은 오늘 역할극 여행을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무작위라는 건 처음 들었다.
“무작위요? 한 개가 아닌가요?”
최미진은 당황했고,
“와, 여행이다!”
이유정은 그저 신났고,
“Travel? 어디로Yo?”
리나 킴은 갸웃했다.
동수는 여섯 개의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각각 목적지와 돈이 들어 있습니다.”
“돈···!”
“와!”
“Money!”
그리고!
“다섯 가지 역할극 미션도 있지요.”
최미진이 손을 들고 물었다.
“다섯 가지요? 봉투는 여섯 개인데···.”
“한 개의 봉투는 호화로운 숙소로 직행하는 황금 열쇠가 있습니다!”
큐티 걸즈는 모두 “오오!”하는 표정이었다.
천마도 뭔가 알아들었는지 “왕! 왕!” 짖었다.
동수는 웃으며 최미진에게 말했다.
“자, 리더가 고르세요!”
“제, 제가요?”
“미진, Gold key!”
“언니야! 직행 가즈아!”
“으으···.”
최미진은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더니, 봉투 하나를 뽑았다!
그리고···.
【목적지 ①: 해운대】
【목적지 ②: 부산 대운 고등학교】
【역할극 내용: 영화 ‘부산 친구’ 명장면 두 개!】
S등급 출연진답게 역할극을 뽑았다.
“아···.”
“BuSan···?”
“힝···. 언니야 똥손···.”
최미진은 당황하며,
“지, 진짜 부산으로 가는 건가요?”
동수는 씨익 웃으며,
“물론이죠!”
그렇게 ‘멍멍이와 산다!’ 팀은 부산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중간에 휴게소에서 민트 초코 우유를 마시고···.
-파아아앗!
『‘푸른 하늘 기상청’이 설치됐습니다.』
【오늘 날씨를 알려드립니다.】
【전국적으로 대폭설입니다!】
【오십 년? 아니죠! 백 년 만에 대폭설입니다!】
【오후 5시 13분부터 눈이 내립니다!】
【강 PD님, 촬영···. 그 전에 끝내세요!】
‘대폭설이 진짜면···.’
동수는 시계를 확인했다.
현재 시각 아침 8시 31분···.
“쉴 틈이 없겠네. 윤 작가! 잠깐 저 좀 봐요!”
“네!”
알감자를 먹던 윤하얀이 후다닥 뛰어왔다.
“왜요?”
동수는 단호한 목소리로,
“우리 일정 변경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