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34
34화 – 죽일 겁니다. 하하.
한남동 대명 그룹 담 회장 사저.
거실에서 ‘멍멍이와 산다!’를 정주행하던 담 회장은 인상을 쓰며 일시 정지를 눌렀다.
‘···더럽게 재미없군.’
1회와 2회는 나쁘지 않았다.
그도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배우(고동만)가 출연해서 시바견과 알콩달콩 노는 모습이 재밌었으니까.
‘강아지도 귀엽고···.’
그런데 3회부터 갑자기 성격이 달라졌다.
그는 강아지와 어떤 사람이 파트너가 되나 궁금했다.
그런데 강아지와의 케미는 줄어들고 연예인의 화려한 삶을 자랑하기 바빴다.
담 회장이 보기에 너무도 한심했다.
마음 같아서는 방송을 이렇게 만든 책임자 대가리를 후려치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게 시청률이 높다고? 요즘 사람들 취향은 정말 독특하군.”
아무래도 이상해서 스마트폰으로 ‘멍멍이와 산다!’를 검색해보려는데, 부탄 출신의 가사 도우미 추키가 다가왔다.
“회장, 밥 먹어.”
“식사하세요. 라고 해야지.”
“어려워.”
“적어도 ‘님’자는 붙여라.”
“응.”
담 회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딸이 데려온 고용인들은 도통 마음에 안 들었다.
그때 추키가 TV를 보더니,
“‘멍멍산’ 봐?”
“응? 너도 이걸 보냐?”
추키는 배시시 웃더니,
“응. 재밌어.”
“난 왜 재밌는지 모르겠구나.”
“이건 재미없다.”
담 회장은 미간을 좁혔다.
“재밌다더니 갑자기 무슨···.”
추키는 리모컨을 잡더니 그가 보던 4회를 종료하고 19회를 재생했다.
“여기부터 재밌다. PD 교체됐다.”
“뭐? PD가···?”
담 회장이 TV로 시선을 돌린 순간, 추키가 일시 정지를 눌렀다.
“님, 밥부터 먹어.”
“······.”
“······?”
“···아니다. 됐다. 밥 먹으러 가자.”
“응.”
담 회장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19회부터 ‘멍멍이와 산다!’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최신편인 21화까지 본 뒤,
“재밌군.”
담 회장은 테라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눈이 내리고 있다.
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전용기 빌려줄 걸 그랬나?”
담 회장은 ‘멍멍이와 산다!’ 팀이 신경 쓰였다.
= = = = = = =
부산 대운 고등학교.
‘멍멍이와 산다!’ 촬영이 막바지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어? 눈 내린다.”
그러자 사람들은 모두 하늘을 바라봤고,
“와···. 부산에 무슨 눈이 이렇게···.”
“대박···.”
“엄청 많이 오네···.”
“여기 강원도였냐? 뭔 눈이···.”
갑자기 쏟아지는 새하얀 눈에 깜짝 놀랐다.
윤하얀 작가도 멍한 얼굴로 하늘을 보며,
‘정말···. 눈이 오네.’
잠깐 내리다 그칠 거 같지도 않았다.
그때 스마트폰에 경보 알림이 떴다.
‘폭설 주의보···.’
윤하얀은 동수를 쳐다봤다.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걸 예상했다는 듯이···.
‘강동수 PD···.’
전부터 신기한 사람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저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신비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촬영을 했다는 거다.
‘···그래, 그거면 됐지.’
조연출 박지혜는 동수를 보며,
‘역시 선배님은 대단해···!’
눈을 반짝였다.
그때 동수는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 눈 오지게 내리네. 가온, ‘푸른 하늘 기상청’ 쏴라있다?”
[‘최고의 PD 가이드’의 두 번째 프로그램이다. 비범한 건 당연하다.]‘그려, 그려.’
[그보다 당신, 확인해야 할 게 있다.]‘확인할 거? 급하냐? 촬영 마무리하고···.’
[최미진과 관련된 거다. 지금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동수는 눈을 향해 손을 뻗으며 활짝 웃고 있는 최미진을 쳐다본 뒤,
‘···확인할 게 뭔데?’
-띠링!
알림창이 나타났다.
거기엔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멍멍이와 산다!’ 20회에 대한 사람들의 댓글들이 보였다.
└최미진 7년 전에 데뷔했었음.
└그때도 큐티 걸즈였는데.
└큐티 걸즈 고인물이냐 ㅋㅋ
└근데 왜 은퇴했던 거임?
└스캔들 때문이라던데?
└겨우 그거 때문에? 연애할 수도 있지.
└근데 7년 전이면 17살 아님? 너무 어린 거 아님?
└요즘은 초딩도 연애해.
└유치원생도 한다.
└어린이집도···.
└어이, 어린이집은 오바지 ㅋㅋㅋ
알림창을 읽던 동수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가온 이건···.’
[최미진의 과거에 대해서 언급하는 글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아마 ‘멍멍이와 산다!’에 출연하면서 큐티 걸즈가 유명해졌기 때문인 거 같다.]‘···악플은 있어?’
[계속 체크 중인데, 아직은 심각한 악플은 없다. 하지만 22회가 방영되고 나면···.]그때 최미진이 이유정, 리나 킴과 깔깔거리며 눈싸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온, 좋은 방법 있냐?’
[최미진을 지키려는 건가?]‘그래야지. 우리 출연진이잖아.’
[알겠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공격과 방어. 어떤 게 좋지?]동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다.
‘공격.’
[당신답군.]‘방법이나 말해.’
[···시청자 게시판 해킹···. 임시 저장 글···.]‘해킹···? 야, 너 무슨 짓을···.’
동시에 알림창이 나타났다.
거기엔 Future_K가 ‘멍멍산’ 시청자 게시판에 쓴 글이 적혀 있었다.
※※※※※※※
└Future_K: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끄적여봅니다. 역할극 중에 ‘삼총사’가 있잖아요.
그건 역할극 말고 다른 걸 해보는 게 어때요?
‘All for one, one for all!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이게 삼총사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잖아요.
저는 큐티 걸즈가 천마(치와와)와 만나고 난 뒤···. 아! 정확히는 ‘멍멍이와 산다!’에 출연하고 나서···.
※※※※※※※
Future_K가 쓴 글은 중간에 끊겨 있었다.
임시 저장된 글인 걸 보니 쓰다가 멈춘 거 같았다.
하여튼 정리하면, 역할극만 계속하면 시청자들이 루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
삼총사 아이디어는 출연진이 하나가 될 수 있게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거 같다는 거다.
동수는 눈을 반짝이며,
‘이 아이디어···. 좋은데?’
분위기를 잘 만들어서 최미진이 과거를 얘기하게 만들면···.
[최미진에 대한 동정론을 형성시켜서 시청자들이 그녀를 은퇴하게 만들었던 악플러들을 공격하게 하는 거다.]‘공격으로 방어까지 하는 거네.’
[그렇다.]‘좋은 방법이야. 이따 회의 때 삼총사 역할극을 포기하자고 해야겠네.’
윤 작가에게 삼국지와 삼총사 원고를 버무리라고 부탁한 게 미안해졌다.
‘이건 치맥으로 안 될 것 같은데···. 선물이라고 해야 하나?’
동시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삼총사 역할극을 못하면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는 포기해야 하나?’
하지만,
‘미진 양을 지키는 게 우선이니까.’
[왜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응? 그야···.’
[당신이 생각한 역할극 아이디어로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가 발동할 확률은 대략 17%였다.]‘17%···?’
낮은 확률에 동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반면에 Future_K의 아이디어는···. 90%다.]“뭐···?”
동수는 눈을 크게 떴다.
속마음을 터놓는 대화.
누구나 생각할 법한 이런 평범한 아이디어가 유니클 앙상블 데이터를 발동시킬 확률이 훨씬 높다니!
[평소에 먹는 오이보다 산 정상에서 먹는 오이가 맛있는 법이지.]‘뭔 소리야?’
[대배우 한창훈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평범한 생각도 상황에 따라선 비범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거다.]‘···평범한 생각이 비범한 아이디어···.’
동수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고 보니,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를 발동시키려고 역할극에만 너무 집착한 것 같아. 우리 예능은 동물과 교감하는데 포커스를 집중해야 하는데···.’
[동의한다.]‘···반성해야겠어.’
‘위로하지 마.’
[알았다.]동수는 Future_K의 글이 적힌 알림창을 바라봤다.
‘Future_K···. 대체 정체가 뭐지?’
[당신이 허락하면 Future_K의 정보를 해킹하겠다.]‘아냐, 그러지 마. 도와준 사람인데···.’
[합리적이지 못하군. 오른손으로 해킹한 정보는 잘 활용하면서, 왜 내가 정보를 해킹하는 건 거북해하는 거지?]동수는 쓴웃음을 짓더니,
‘그건···. 내가 인간이니까.’
[인간?]‘그래,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거든. 그래서 비합리적인 일도 하는 거야.’
[데이터가 부족하다.]‘더 설명하긴 어렵네. 하여튼, Future_K를 해킹하지 마.’
[알았다.]그때 박지혜가 다가오더니,
“선배님, 천마랑 큐티 걸즈가 눈에서 노는 장면 최대한 찍었어요. 혹시 더 찍을 건···.”
“아냐. 수고했어. 그만 정리해. 눈이 더 쌓이기 전에 숙소로 출발하자.”
“네!”
동수는 박수치며 크게 소리쳤다.
“자!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숙소로 갑시다!”
= = = = = = =
‘멍멍이와 산다!’ 팀은 펑펑 쏟아지는 눈길을 뚫고 숙소에 간신히 도착했다.
숙소는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곳이었다.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휴식 시간을 가졌다.
물론, 모두가 쉰 건 아니다.
동수는 주요 스태프들을 불러서 회의를 열었다.
“일단···. 야간 산책은 취소하죠.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위험할 거 같아요. 동우야, 불꽃놀이 세트 준비해놔.”
“네, PD님.”
눈이 올 때를 대비해서 불꽃놀이 세트를 준비했다.
민원이 들어오면 안 되니까 시끄러운 건 제외했다.
동수는 윤하얀을 보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윤 작가, 삼총사와 삼국지 버무리기 말인데요···.”
말하면서도 고민이 됐다.
‘열심히 원고를 썼을 텐데···. 버리라고 하면···.’
그때 윤하얀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김장 실패했어요.”
“네?”
“삼국지랑 삼총사 버무린 거요. 쓰고 나니까 노잼인 거 있죠. 이건 안 될 거 같아요.”
“아···.”
그녀는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죄송해요. 치맥은 없던 일로 해요···.”
“치맥 쏠게요.”
“네?”
“원고가 재미없다고 냉철하게 얘기해주다니···. 고맙습니다.”
“아, 아뇨. 고맙다뇨. 전 당연히···.”
동수는 씨익 웃더니 엄지 척을 하며,
“윤 작가는 정말 멋진 작가예요.”
윤하얀은 새하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부, 부끄럽게 왜 이런담? 아하하! PD님 솔직히 말해요! 수, 술 마셨죠?!”
“하하, 맨정신입니다.”
“그, 그럼 눈에 취했구나!”
“하하.”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둘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윤하얀은 달아오른 얼굴에 부채질하더니,
“하여튼! 그래서 생각해봤는데요. 우리 역할극 그만하죠! 이미 역할극은 충분히 했고, 여기서 더 하면 루즈해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동수는 눈을 반짝였다.
Future_K가 했던 말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역시 우리 윤 작가라니까.’
동수는 기대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어떤 걸 할까요?”
“너무 특별한 걸 하기보단 평범하게 게임 어때요! 여행하면 게임이죠!”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역할극에만 너무 몰두했던 거 같았으니까.
윤하얀은 스프링 노트를 앞으로 내밀었다.
“삼국지 컨셉으로 게임을 몇 개 만들어봤는데, 한 번 보세요!”
[핫초코가 식기 전에 화웅 천마를 이겨라!] [여포 천마의 초선은 나야!] [옥쇄 천마의 주인은 누구냐!?] [균형을 잡아라! 큐티 삼분지계!]그녀는 게임 규칙도 간략하게 설명했다.
동수는 흡족한 얼굴로,
“재밌겠네요. 그럼 저녁 식사 전에 게임을 하는 걸로 하죠. 윤 작가, 게임 준비 부탁해요!”
“Yes sir!”
“자, 그리고···. 저도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려고 합니다.”
모두가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동수는 밝은 목소리고 Future_K가 쓴 글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설명했고,
“선배님,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강 PD님, 그거 좋네요!”
“음, 여행에서 진솔한 대화는 빠질 수 없지.”
“큐티 걸즈는 무명 생활이 길었으니까. 얘깃거리도 많을 거 같습니다.”
“좋은 의견이에요~”
동수는 씨익 웃으며,
“그럼, 야간 촬영은 토크로 가는 걸로 하죠!”
= = = = = = =
저녁 식사 전 천마와 큐티 걸즈가 함께하는 게임 대결 촬영이 끝났다.
이어지는 저녁 식사 시간.
동수는 큐티 걸즈에게 한 약속대로 어마어마한 소고기를 제공했다.
그리고···.
새하얀 눈이 쌓인 마당에서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 앉아···.
큐티 걸즈 멤버들은 토크 시간을 가졌다.
천마를 만나고 나서 달라진 점.
천마를 아껴줄 반려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 시간···.
마지막으로···. 숨겨왔던 얘기까지도.
이야기의 시작은 이유정이었다.
그녀는 집안 형편이 무척 안 좋다고 했다.
“그래서 빨리 돈을 벌고 성공하고 싶었는데···. 무명 생활이 길어져서···. 미진 언니한테 정말 미안해요. 언니는 혼자 열심히 홍보도 하고 그러는데···.”
“유정아···.”
“미안해, 언니. 맨날 어리광부리고 게임만 해서···.”
“아냐, 괜찮아. 유정이 덕분에 숙소에서 늘 즐거웠는걸···.”
“언니···.”
그때 리나 킴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미진···. NA도 Sorry···.”
“리나야.”
“···Me가 마음을 못 잡고 계속···.”
리나 킴은 원래 격투기 선수가 꿈이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더는 격투기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런 그녀를 위로해준 게 춤이었는데···.
그러다가 디딤돌 엔터의 스카웃을 받고, 어쩌다 보니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여전히 격투기 선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최미진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아냐, 꿈에 미련이 남는 건 당연하지. 괜찮아.”
“미진···.”
세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미소 지었다.
정말 따뜻한 모습이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그때 동수가 물었다.
“미진 양은 할 얘기 없나요?”
“네? 아, 저는···.”
그녀는 뒷말을 흐리더니 힐끗 정호식 매니저를 쳐다봤다.
정호식은 두 팔을 X로 교차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네 과거는 절대 말하지 마!’
최미진은 고개를 떨궜다.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했는데···.’
하지만,
‘내 과거가 밝혀지면···. 큐티 걸즈는 또 무너질 거야. 칠 년 전 그때처럼···.’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더니 활짝 웃으며,
“저는 우리 멤버들과 만나서 정말 행복···.”
동수는 미간을 좁혔다.
‘과거를 얘기 안 하려는 건가? 이렇게 되면 내가 답을 유도해야 하나?’
하지만 그래선 그림이 좋지 않다.
이유정과 리나 킴이 속마음을 털어놨던 거처럼, 최미진도 자연스럽게 과거를 얘기하는 게 더 좋은데···.
그때였다.
-꽈악!
-꼬옥!
리나 킴과 이유정이 최미진과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최미진은 움찔하며 둘을 번갈아 봤다.
“얘들아···.”
“미진, 숨기는 거 있지?”
“언니야, 말해줘.”
“나는···.”
최미진이 차마 말을 못 잇자, 이유정과 리나 킴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언니야, 사실 나 알고 있었어. 언니···. 우리랑 처음 데뷔한 거 아니지?”
“······!”
“미진, 칠 년 전에···. 큐티 걸즈 막내였잖아.”
“너희들···.”
그녀의 과거는 디딤돌 엔터 사장과 정호식 매니저만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언니야···. 내 사실 언니야 팬이다.”
“유정아 그게 무슨···!”
“예전에 언니 춤추는 거 보고 완전 뻑가서···. 갑자기 은퇴해서 엄청 속상했는데···.”
최미진의 눈동자가 마구 떨렸다.
“그런···. 왜 지금까지···.”
“언니야가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거 같아서···.”
“아···.”
그 순간,
“잠시만요!”
정호식이 카메라 앞을 가로막았다.
동수는 인상을 쓰며,
“정 매니저님, 이게 뭔 짓입니까? 촬영 중인 거 안 보이세요?”
“정말 죄송한데···. 미진이 얘기는 편집해주세요.”
“······.”
“미진이 과거가 밝혀지면 또 악플이 쏟아질 겁니다. 그러면 큐티 걸즈는···.”
“이미 몇몇 커뮤니티에서 미진 양 과거에 대해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네? 저, 정말입니까?”
대형 기획사였다면 소속 연예인에 대한 자잘한 얘기도 놓치지 않았을 테지만, 디딤돌 엔터는 인력도 시스템도 부족하다.
정호식은 고민하더니,
“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기획사에서 대응할 테니, 방송에는···.”
동수는 눈에 힘을 주며,
“그 대응이 뭡니까?”
“네? 그야 악플을 신고하고···. 해명 기사를···.”
“미진양이 악플에 난도질당한 뒤에 말입니까!?”
“······!”
“칠 년 전에···. 그딴 대응을 해서 미진 양이 어떻게 됐는지 잊었습니까?”
“그건···.”
정호식은 떨리는 눈으로 최미진을 쳐다봤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정호식은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나는 또 같은 잘못을 하려고 했던 건가···. 큐티 걸즈를 위한다면서···. 칠 년 전에도···. 이번에도···.’
그때 최미진이 일어나더니,
“오빠, 촬영 계속 진행할게.”
“미진아···.”
“복귀하기로 했을 때,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했잖아.”
리나 킴과 이유정이 그녀 옆에 서더니.
“우리도 함께YA!”
“악플 따위 안 무서워!”
최미진은 감동하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PD님, 제 얘기···. 해도 될까요?”
동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론이죠.”
그때 정호식이 물었다.
“PD님···. 악플러들과 싸우실 건가요?”
“싸우다니요. 그럴 리가요.”
“네? 그럼···.”
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죽일 겁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