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4
4화 – 업데이트를 시작한다.
목동 SBC 방송국 7층, 예능국.
동수는 심의부로 좌천되고 나선 예능국엔 거의 발길을 끊었다.
제작비를 빼돌렸다는 누명을 써서 온갖 멸시를 받으며 꿈을 포기했을 때···.
‘두 번 다시 예능국엔 안 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화재 사고에서 죽을 뻔했을 때, 꿈에서 도망치고, 한심한 세월을 보냈던 걸 후회하며 다짐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간에! 꿈을 향해 미친개처럼 달려들자!’
[당신 왜 매번 미친개란 표현을 쓰는 거지?]‘그냥 입에 착 감기잖아. 안 그래?’
[이해가 안 된다.]‘습관이야. 습관!’
[습관···. 알겠다.]동수는 눌러 쓰고 있던 모자챙을 살짝 올리며 예능국을 둘러봤다.
사무실 자리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변한 게 없네.’
출근을 안한 건 아니고 대부분 현장이나 편집실에 있을 거다.
PD는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직업이 아니니까.
동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예능 3팀으로 향했다.
그때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 그래? 미진이가 인사 온다고? 으하하! 미진이 오랜만이네! 아! 리나는 잘 지내나? 리나는 바빠? 아파?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래! 거기서 보자고!”
사마귀처럼 비쩍 마른 남자가 예능국으로 들어왔다.
몹시 신경질적일 것 같은 얼굴···.
동수는 인상을 확 썼다.
‘공수철···.’
‘생방송 인기 뮤직’의 메인 PD이자, 동수가 제작비를 빼돌렸다는 누명을 썼을 때 그를 가장 멸시하고 조롱했었다.
동수와는 마치 물과 기름의 관계다.
가온이 말했다.
[당신을 징계하자고 앞장섰던 사람이군.]‘맞아.’
그때 공수철 옆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이름: 공수철 /성별: 남 /나이: 43 /직업: PD』
‘방송국 직원 인적 사항도 털었냐?’
[기본이다.]‘이거 문제 되는 건 아니지? 나 잡혀가면···.’
[나는 슈퍼 A.I 가온. 들키지 않아.]‘···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조심해.’
[나는 원숭이가 아니다. 나는 슈퍼 A.I···.]그 순간,
“뭐야? 네가 여기 왜 있어?”
전화 통화를 끝낸 공수철이 다가왔다.
동수는 인상을 풀고 미소 띤 얼굴로 인사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랄···. 너를 봐서 안녕 못하다!”
“하하, 그러면 그냥 가시지 왜 오셨어요?”
“뭐? 이 새X···. 너 지금 꼬는 거냐?”
“사실을 말씀드린 겁니다.”
“이 새X···.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건방을 떠네. 너 이 새끼! 대철이가 하도 빌어서 화재 사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당장···!”
동수는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살짝 올렸다.
“당장 뭐요? 징계 위원회라도 열려고요?”
“그래! 이 새X야!”
동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세요.”
“뭐?”
“그럼 저도 징계 위원회에 회부 할 겁니다.”
“······?”
“선배님이 기획사로부터 더러운 상납 받는다고!”
“뭐, 뭔 개소리야!?”
공수철이 흠칫하자, 동수는 웃으며 말했다.
“방금 통화 때 미진이랑 리나요. 큐티 걸즈 멤버 맞죠?”
“······!”
‘큐티 걸즈’는 디딤돌 엔터라는 소규모 기획사의 대표 걸그룹이다.
데뷔한 지는 3년 차···.
인기 없고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한 핵잠수함 아이돌이다.
동수는 조카들이 큐티 걸즈 팬이기 때문에 멤버 이름을 알고 있는 거다.
공수철은 흥분해서 소리쳤다.
“이 새X, 누가 남의 전화 엿들으래!?”
“엿듣다뇨? 대놓고 떠드셨잖아요. 자랑할 게 그렇게 없습니까? 상납받는 걸 자랑하게.”
“큭···.”
지상파 3사는 저마다 대표 음악 방송이 있다.
KBC ‘뮤직 덩크’
MBS ‘음악 여행’
SBC ‘인기 뮤직’
이중 SBC ‘인기 뮤직’은 순위 집계 방식이 전부 공개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소문이 돈다.
‘인기 뮤직 1위는 메인 PD 선택에 달렸다.’
그리고 이건 헛소문만이 아니고···.
‘사실이지.’
동수는 눈에 힘을 주며 공수철을 노려봤다.
‘아마도 큐티 걸즈 속한 기획사에서 공수철한테 잘 보이려고 오는 거겠지.’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이렇게 안 하면, 공수철은 큐티 걸즈 무대도 신경 써주지 않고, 순위도 최하위로 만들어 버릴 게 분명하다.
그때 가온이 물었다.
[당신 이런 사정을 어떻게 아는 거지?]‘예전에 ‘인기 뮤직’ 조연출이었거든.’
그때 공수철이 삿대질을 했다.
“너 이 새X! 누가 상납을 받는다고 그래! 그냥 인사차 전화 온 거야!”
“하하, 제가 심의부에 처박혀 있었다고 멍청이가 된 줄 아나 봐요? 선배, 헛소리 집어치우고···.”
동수는 그의 검지를 잡아채며 말했다.
“삿대질도 하지 마시고!”
“이 미친 XX가···.”
그 순간,
[데이터를 해킹한다.]해킹이 시작됐다.
[3%···. 7%···. 10%···. 컨디션 활성화···.]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13%···. 17%···. 20%···. 오늘의 생각 활성화···.]그때 공수철이 잡힌 손가락을 거칠게 흔들었다.
“놔! 이 새X야!”
동수는 그의 손가락을 놨다.
그러면서 공수철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이름: 공수철/ 성별: 남/ 나이: 43/ 직업: PD』
『직업 2: 주린이/ 특기 1: 줄타기/ 특기 2: 카메라 촬영/ 특기 3 : 비방/ 컨디션 : → (컨디션 향상에 홍삼이 특효!)』
『오늘의 생각: ‘목요일 일곱 시, 로프트 하우스에서 최미진이랑···.’』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동수는 내색하지 않고 생각했다.
‘오늘의 생각은 뭐야?’
[대상이 당일에 했던 생각 중 하나를 무작위로 볼 수 있다.]‘생각을 볼 수 있다고···? 대박이잖아!’
[저 남자의 정신 방어 능력이 무척 낮은 덕분이다. 데이터를 20% 습득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동수는 가온의 설명에 피식 웃었다.
그러자 공수철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이 새X가! 선배를 비웃어!?”
그대로 동수의 멱살을 잡으려는 순간!
“인마! 강동수! 오라고 한 게 언젠데! 뭐 하는 거야!?”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에는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은 멀끔한 중년 남자, 김민재 CP가 서 있었다.
공수철은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김 CP···.”
“공 PD, 좋은 아침!”
“어···. 응···.”
김민재와 공수철은 동기지만, 김민재는 능력을 인정받아 몇 년 전에 CP가 됐다.
그래서 둘의 관계가 조금 애매한데···.
보통은 김민재가 나타나면 공수철이 자리를 피하곤 했다.
“공 PD, 바쁜 게 아니면 동수 이 자식 좀 내가 데려가도 될까?”
“그게···.”
당장 동수를 한 대 후려치고 싶은데···.
‘김민재, 이 자식만 아니었어도···!’
공수철은 입술을 꾹 깨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하하! 고마워! 강동수! 너 따라와!”
“네, 김 CP님.”
동수는 공수철한테 인사도 하지 않고 김민재를 따라 소회의실로 향했다.
공수철은 동수를 죽일 듯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개XX···.”
= = = = = = =
소회의실로 온 김민재 CP는 의자에 앉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자마자 싸움질이냐? 공수철은 왜 건드려?”
“공 PD가 먼저 시비를 건 겁니다.”
“그냥 웃어넘기지···. 어쨌든 공 PD는 네 선배야. 시비 걸어도 피해!”
“먼저 시비 걸어오는 걸 참는 성격은 못돼서요. 하하.”
“웃지 마! 뭐 잘했다고···.”
동수는 김민재 CP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그런데 왜 부른 겁니까? 심의할 거라도 있어요?”
“아니.”
“그럼···.”
“너, 프로그램 하나 맡을래?”
동수는 눈을 끔벅이다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정말이요?”
“그래, 현재 방영 중인 거야.”
동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영 중인 프로그램을 내가? 이거 꿈인가?’
[현실이다.]가온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들뜬 마음을 진정시킨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야 좋긴 한데···. 뭡니까?”
“뭐가?”
“저한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줄 리가 없잖아요. 어떤 방송인데요?”
김민재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주제 파악은 확실한데?”
“말 돌리지 말고요. 뭐예요?”
“‘멍멍이와 산다!’”
“······.”
[‘멍멍이와 산다!’. PD 송민지, 작가 김민혜. 월요일 오후 10시 30분 SBC에서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강아지와 연예인이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 1.1%. 저조한 시청률로 다음 달 종영 예정.]‘가온···. 설명 안 해도 안다.’
심의부에서는 SBC의 모든 방송을 봐야 한다.
그래서 ‘멍멍이와 산다!’ 도 시청하고 있다.
KBC의 ‘개가 착해’가 인기를 끌자,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초반에는 제법 시청률이 좋았지만···.
└출연자가 바뀌어도 내용은 비슷비슷하네.
└작가가 대본 안 쓰고 컨트롤 C V만 하나?
└용두사미 작품.
└멍멍이 얘기는 안 나오고 연예인 얘기만 줄줄.
└동물 예능 타이틀 달았으면서 뭐 이따위야?!
매주 시청자 불만이 쌓였고, MBS에서 ‘집사님, 사료 주세요’란 프로그램을 동 시간대에 편성하자···.
‘쫄딱 망해버린 작품.’
그런데···.
‘이걸 나보고 맡으라고?’
김민재는 팔짱을 끼며 물었다.
“왜? 싫어?”
싫냐고?
그럴 리가!
“아니요. 하겠습니다.”
“오, 결정이 빠른데? 괜찮겠어?”
“······.”
독이 든 성배인 건 안다.
‘다음 달 종영이면 내가 찍을 건 몇 회 되지 않아.’
반등을 노리긴 힘들다.
시청률이 개판이니, PD랑 작가도 대판 싸웠을 테고 스태프들 사기도 엉망일 게 분명했다.
사실상 패전투수로 등판하는 거다. 하지만···.
‘예능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비록,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야지!’
동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괜찮습니다. ‘멍멍이와 산다!’, 제가 할게요.”
김민재는 씨익 웃더니,
“그럼 당장 짐 싸서 와!”
이렇게 미친개 강동수는 다시 예능국으로 귀환했다!
= = = = = = =
동수는 ‘멍멍이와 산다!’ 팀 회의실로 향하며 김민재 CP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메인 PD는 외주 제작사로 튀고···. 서브 조연출은 다른 팀으로 튀고···. 작가는 잠수···. 남은 사람은 입사한 지 3개월 된 막내뿐···.’
“엉망진창이네.”
그때 가온이 물었다.
[연출팀이 중요한가?]“당연하지. 연출팀이 엉망이면 방송을 어떻게 만드냐?”
[적당한 인물을 연출팀에 배치하고, 프로그램에 적합한 연예인을 섭외하면 되지 않나?]“인마, 연예인들이 카메라 앞에만 앉으면 방송이 되는 줄 알아? 그거 전부 작가가 써준 대본에 연출팀이 영혼을 갈아서 만들어 낸 그림이야.”
[······.]“연예인만 카메라 앞에 세워 놓는다고 완성되는 예능은 없어!”
[그렇군. 좋은 데이터다.]“뭐?”
그때 ‘멍멍이와 산다!’ 팀 회의실 앞에 도착했다.
동수는 대답 없는 가온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자그마한 회의실 벽에는 ‘멍멍이와 산다!’ 포스터가 붙어 있고, 한쪽에 세워져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아기자기한 글씨로 적혀 있다.
긴 책상에는 대본을 비롯한 기획안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망한 프로그램치고 회의실이 깔끔하네? 응?’
회의실 구석에 있는 의자.
거기에 모자를 눌러쓴 여자가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누구지?’
그녀 옆에 떠오른 정보창을 확인했다.
『이름: 박지혜 /성별: 여 /나이: 26 /직업: PD』
‘아, 얘가 막내구나.’
김민재 CP가 말한 ‘멍멍이와 산다!’에 유일하게 남은 연출팀원.
동수는 막내를 깨울까 고민하는데 조용하던 가온이 갑자기 말했다.
[앙상블 시스템(Ensemble system) 업데이트를 시작한다.]‘갑자기 뭔 업데이트야?’
[어지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라.]‘뭐?’
그 순간, 세상이 노랗게 변하며 어지러웠다.
“큭!”
동수는 쓰러질 뻔했는데 테이블을 잡고 버텼다.
그로 인해 끼익! 하는 소음이 발생했고···.
“으음···.”
막내 PD, 박지혜가 잠에서 깼다.
그녀는 눈을 비비더니 동수를 멍하니 보며 물었다.
“···누구세요?”
그 순간,
[업데이트 완료.]앙상블 시스템(Ensemble system) 업데이트가 완료됐다.
동수는 인상을 쓰며 가온에게 말했다.
‘이런 건 깜박이 좀 켜고 해라!’
[A.I는 깜박이가 없어.]‘젠장! 미리 물어보고 하라고! 물어보고!’
[알겠다.]그리고 의문에 찬 눈빛을 한 박지혜를 보며,
“강동수 PD다.”
반갑게 인사했다. 박지혜는 눈을 깜박이더니···.
“미친개···?”
뭐, 인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