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45
45화 – 고마워요, 할아버지!
강남역 7번 출구, 노트르담의 한우 갈비.
동수는 고급스러운 식당 건물을 보며 중얼거렸다.
‘꽤 비싸겠는데?’
[고기가 맛있을 거 같다.]‘인마, 고기는 동네 정육점에서 사서 불판에 맘 편히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거야.’
[그렇게 먹어보고 말해. 집에선 거의 잠만 자면서.]‘그랬냐? OK! 다음에 먹어보자!’
그는 식당으로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하얀 작가나 막내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윤하얀은 오늘 지인과 식사 약속이 있다고 했다.
박지혜도 일이 있다고 하고···.
‘다들 바쁘다니 아쉽네.’
[당신이 그들 몫까지 먹으면 된다.]‘···너 요즘 식탐이 더 심해진 거 같다···.’
[미식 데이터를 더 쌓고 싶을 뿐이다.]동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생각했다.
‘오늘은 먹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그는 ‘생방송 인기 뮤직’ PD로서 캐스팅도 염두에 두고 온 거다.
바로, 지난주 SBC ‘인기 뮤직’과 MBS ‘음악 여행’에서 1위(SBC는 공수철 퇴사 이후 레아에서 큐티 걸즈로 1위를 바꿈)를 차지한 큐티 걸즈 말이다.
[알고 있다. 응원한다.]‘성의가 없네···. 뭐, 기발한 시스템이라도 개발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아니면 좋은 정보라도 알려주던가!’
[푸른 하늘 기상청에서 당분간 무척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될 거라고 화재에 조심하라는군.]‘······.’
[파이팅.]동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됐다. 뭘 바라냐? 어쨌든! 큐티 걸즈의 첫 라이브 무대···. 우리 ‘인기 뮤직’에서 해야지! 여의도(KBC)랑 상암동(MBS)에 뺏길 순 없지!”
[N.net도 있다.]‘맞아. 걔네도 있지!’
모두 큐티 걸즈의 첫 라이브 무대를 본인 방송에서 하길 바라고 있을 거다.
‘반드시 ‘인기 뮤직’에서 하게 만들어야 해!’
그때 가온이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분석 결과 큐티 걸즈가 우리 제안을 수락할 확률은 97%다.]‘3%는 뭔데?’
[천재지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지. SBC 공개홀이 무너져서 결방된다든지···.]‘인마,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예시를 든 거뿐이다.]동수는 카운터에 있는 종업원에게 물었다.
“예약 확인 좀 할게요.”
“예약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최미진이라고···.”
“아, 네! 따라오세요!”
종업원의 안내를 따라 2층으로 갔다.
그리고 1번 룸으로 들어가자, 최미진과 인자한 인상의 중년인이 일어났다.
최미진이 먼저 동수에게 인사했다.
“강 PD님, 안녕하세요!”
“미진양, 오랜만이에요. 이야, 더 예뻐진 거 같네!”
“에이, 예뻐지긴요. 헤헤.”
최미진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옆에 있는 중년인을 가리키며,
“PD님! 이분은···.”
“미진아~ 내가 소개할게.”
동수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가 누군지 깨달았다.
‘송 사장이구나.’
그는 동수에게 명함을 내밀며,
“이야~ 강 PD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뵙는 건 처음이죠~! 반갑습니다, 송명학입니다.”
동수도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강동수라고 합니다.”
“이야,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아주 훤칠하십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자! 자! 어서 앉으세요!”
“네, 그럼···.”
세 사람은 자리에 앉아서 담소를 나눴다.
그러다 송명학이 갑자기 일어나 동수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강 PD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능글맞지 않고 정말 진심이 담긴 목소리···.
동수는 손사래를 쳤다.
“부담스러우니 그만 하세요.”
최미진도 일어나더니 허리를 꾸벅 숙였다.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강 PD님!”
“은혜를 잊지 않는 건 땡큐지만···. 하여튼! 인사는 그만하고. 고기나 먹죠!”
동수의 말에 둘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최미진은 동수한테 쌈도 싸주고 이런저런 재밌는 얘기도 하며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리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이쯤이면 타이밍 좋은 거 같은데?’
[Move. Move.]‘Ok!’
동수는 캐스팅 얘기를 꺼내려고 했다.
그때 송명학이 말문을 열었다.
“강 PD님~ 롸끈한 대접은 싫다고 하셨죠?”
“아, 네···.”
“제가 일단 다른 걸로 은혜를 갚을 방법을 궁리했는데···. 때마침 반가운 소식을 들어서요.”
“······?”
“강 PD님께서 ‘인기 뮤직’ 메인도 맡게 됐다면서요~?”
동수는 눈가를 움찔하더니,
“···네, 그렇게 됐습니다.”
“하하, 그래서 말인데···. 롸끈한 은혜 갚기 첫 번째로 저희 큐티 걸즈 첫 라이브 무대를 ‘인기 뮤직’에서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
동수는 기쁜 내색은 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래도 되겠습니까? 다른 방송사에서 로비가···.”
그러자 최미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저희 무명 때는 무시하던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 부탁 들어주는 거보다 강 PD님께 은혜를 갚고 싶어요!”
“미진양···.”
송명학도 재차 말했다.
“하하! 맞습니다. 우리 강 PD님이 최우선이죠~! 그리고 사실 그동안 갑질만 당해서, 방송사 상대로 갑질 좀 해보고 싶기도 하고···. 으하하!”
“송 사장님···.”
동수는 디딤돌 엔터 사람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잔을 높이 들며,
“디딤돌 엔터의 롸끈한 은혜 갚기!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렇게 큐티 걸즈는 ‘생방송 인기 뮤직’에서 첫 라이브 무대를 갖기로 했다.
세 사람은 그 뒤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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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의 한우 갈비 다른 방.
윤하얀과 부드러운 인상의 미남이 마주 앉아서 식사 중이다.
윤하얀은 남자에게 웃으며 말했다.
“작가님은 볼 때마다 더 멋지시네요.”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부인께선 잘 계시죠? 왜 함께 안 나오신 거예요?”
“갑자기 급한 회의가 생겨서요. 윤 작가한테 안부 전해달래요.”
“아···. 그랬구나.”
남자는 윤하얀에게 물었다.
“SBC로 복귀하셨다면서요?”
“네.”
“예능 프로그램이어서···. 좀 의외였습니다.”
“아하하, 그런가요?”
“그래도 잘 적응하신 거 같아 다행입니다. 방송도 재밌게 보고 있어요.”
“헤헤···.”
“혹시 도울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말씀만이라도 고마워요!”
“정말입니다. 하하.”
남자는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주인 할머니는···. 좀 어떠신가요?”
윤하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거의 침대에만 누워 계세요. 즐겨보시던 동물 다큐도 이제 안 보세요.”
“······.”
“그래도 작가님께서 좋은 요양사를 소개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저나 제 동생이 주인 할머니께 받은 은혜가 얼마나 큰데···.”
분위기가 무척 무거워졌다.
윤하얀은 애써 웃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작가님은 새로운 작품 언제 들어가세요?”
“하하, 요즘 준비하는 게 있어서요. 아마 이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아, 그렇구나. 동생분도 잘 지내시고요? 라디오 작가를 하고 있다고 했었죠?”
“그게···. 음···.”
남자가 뒷말을 흐리자 윤하얀은 고개를 갸웃했다.
왠지 묻지 말아야 할 걸 물어본 느낌···.
그때 남자가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네? 정말요? 경력이 굉장히 좋지 않으셨나요?”
“그게··· 아마 과도기인 거 같아요. 별말은 안 했습니다. 스스로 잘 이겨내길 바라고 있습니다.”
“네···.”
“하하, 동생도 신경 써주시고 감사합니다.”
“아뇨, 아뇨···. 오히려 제가 괜한 말을 꺼내서···.”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지만, 금방 다시 훈훈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식사를 끝내고 식당에서 나왔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남자는 윤하얀에게 말했다.
“오늘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저야말로 작가님 덕분에 고기도 맛있게 먹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다행이네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작가님도요!”
남자가 고급스러운 자동차로 다가가자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가 뒷문을 열었다.
그는 기사에게 고맙다고 하고 타려다가, 윤하얀을 다시 돌아보며,
“윤 작가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아하하,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는 빙긋 웃더니 차를 탔다.
윤하얀은 출발하는 차를 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좋은 분이라니까.”
“누가요?”
“그야, 차 작가···. 엥?”
익숙한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대답하던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동수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 있었다.
윤하얀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PD님이 왜 여깄어요?”
“오늘 디딤돌 엔터랑 약속 있다고 했잖아요. 이 한우 식당이었어요.”
“그래요? 저도 여기서 아는 분 만났거든요. 2번 방이었어요!”
“정말요? 옆방이었네! 이런 우연이!”
동수의 말에 윤하얀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운명일지도 모르죠!”
“뭐, 그럼 운명인 걸로 해요.”
“뭐에요. 반응이 재미없어요!”
“뭘 바란 건데요.”
“그냥 좀 당황하면서···. 뭐, 그냥 그런 거?”
“별로 당황스럽진 않은데···.”
동수는 윤하얀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가온에게 물었다.
‘야, 윤 작가 한우 식당에 있는 거 알았어?’
[몰랐다.]‘요놈! 한우에 넋을 빼고 있느라 놓쳤지!’
[아니다.]‘그럼 왜 모른 건데?’
[···데이터 검색···. 노트르담의 한우 갈비 GPS 기록···.]‘뭐해?’
[이상하다. 아무리 데이터를 검색해봐도 2번 방에는 아무도 없었던 걸로 확인된다.]‘···너 고장 났냐?’
[아니다. 분석을 더 해봐야겠다.]그 말을 끝으로 가온은 조용해졌다.
동수는 ‘별일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윤하얀에게 물었다.
“윤 작가도 입가심으로 비타민 음료수 마실래요?”
“아! 전 핫초코요!”
“그러던가요.”
둘은 나란히 편의점으로 향했다.
윤하얀은 시린 손을 비비며 입김을 하하 불더니,
“이러다가 박 PD도 만나는 거 아니에요?”
“막내는 못 만날 거예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동수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톡 창을 보여줬다.
└막내: 선배님, 디딤돌 엔터랑 잘 만나셨어요?
└막내: 사실 오늘 할아버지랑 약속을 잡아서···.
└막내: ( ˃̣̣̥᷄⌓˂̣̣̥᷅ )
└막내: 식사 맛있게 하시고 조심히 들어가세요!
└막내: ‧⁺◟( ᵒ̴̶̷̥́ ·̫ ᵒ̴̶̷̣̥̀ )
└강동수: ㅇㅇ 수고해.
└막내: 넵! (ง •̀ω•́)ง✧
윤하얀은 어색하게 웃으며,
“···박 PD한테 톡 좀 신경 써서 해주세요.”
“올 때마다 칼답하는데요?”
“그건 당연한 거고요! 이모티콘도 좀 쓰고···.”
“이모티콘은 영···.”
“···초성체라도 쓰지 마세요.”
“···노력해볼게요.”
“에고, 우리 착한 박 PD···. 어쩌다 이런 선배를···.”
“그런 말은 좀 안 들리게 해요.”
“들으라고 하는 거예요!”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 = = = = = =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과 파도가 치는 속초 영금정 갯바위 낚시터.
박지혜는 패딩 점퍼에 모자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그곳을 찾았다.
조심조심 바위 위를 걸으며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 계시지···.’
그때 챙모자를 눌러쓴 노인이 낚시 의자에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다가갔다.
“바람이 차요. 낚시는 날 풀리면 하세요.”
“모진 세상 풍파를 견디다 보면 이깟 바람은 아무것도···. 에취!”
“······.”
“훌쩍···.”
박지혜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감기 걸려서 할머니께 혼나지 말고요. 집으로 가세요.”
“혼나긴 누가 혼나!”
“···그럼, 알아서 하세요.”
“그나저나 웬일이냐? 멋대로 살고 싶다고 집 나간 망아지가 먼저 보자고 연락을 다 하고···.”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 곧 네 생일이던가? 그런 건 전화로 말하면 되지···.”
“이번엔 좀 큰 선물을 갖고 싶어서요.”
노인은 모자를 살짝 들어 박지혜를 힐끗 보더니,
“내 자리라도 원하는 거냐?”
“그런 건 관심 없어요.”
“그럼?”
“제가 다니는 SBC 방송국에 심기현 본부장이라고 있어요.”
“심기현? 음···. 들어본 거 같은데···.”
“문체부 장관 조카사위예요.”
“아, 그래, 그래. 맞아. 기억나네. 근데 걔가 왜?”
박지혜는 서늘한 눈빛을 하더니,
“SBC에 발도 못 붙이게 해주세요.”
“다리라도 분지르랴?”
“장난치지 마세요. 진심이니까.”
노인은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뭐, 생일이니까. 알았다. 처리하마.”
박지혜는 환하게 웃으며,
“고마워요,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