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5
5화 – 예고편을 부탁한다!
박지혜는 동수를 미친개라고 불렀다.
그리고···.
“······.”
“······.”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헉?!”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강 PD님! 실례했습니다!”
“초면에 미친개라고 부르는 후배는 처음이네.”
“으으, 죄송합니다!”
박지혜는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피곤해서 잠깐 쉰다는 게 이런 참사를 불러오다니!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생각했다.
‘큰일이야! 어, 어쩌지?’
강동수 PD는 선배를 쓰레기처럼 여기고, 후배는 발톱에 낀 때만도 못하게 여기는 망나니라고 선배가 얘기했었다.
박지혜는 바들바들 떨었다.
‘주, 죽었다!’
동수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됐어. 그래도 앞으론 조심해. 군기 잡으려는 놈들한테 걸리면 아주 피곤해진다.”
“······?”
박지혜는 고개를 갸웃했다.
소문대로라면 그녀는 지금 원산폭격을 당한 채 발길질까지 당하며···.
“김 CP님한테 들었다. 박지혜 PD 맞지?”
“네? 네! 맞습니다!”
“기합 좋네. 앞으로 막내라고 부를게. OK?”
“네! 알겠습니다!”
동수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박지혜는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드디어 그 유명한 미친 갈굼이 시작되는 건가?!’
“브리핑 좀 해봐.”
“네?”
“‘멍멍이와 산다!’ 말이야.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설명하라고.”
“······.”
“뭘, 멍하니 있어? 설명하기 어려워?”
“아, 아뇨! 말씀드리겠습니다!”
동수는 허둥지둥 브리핑 준비하는 박지혜를 보며 생각했다.
‘왜 저래? 아직 잠이 덜 깼나?’
[저 여자의 동공과 목소리의 떨림을 분석했을 때, 공포에 질린 걸로 예측된다.]‘공포? 아, 나한테 미친개라고 해서 겁먹은 건가?’
[정황상 그런 걸로 추측된다.]‘요즘 애들은 패기가 없네. 우리 때는 선배한테 개XX라고도 하고 했는데···.’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판단했을 때, 보통 선배한테 개XX라고 하지 않는다.]‘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니까.’
[그 말은···. 상황에 따라 선배한테도 개XX라고 할 수 있단 건가?]‘맞아. 무작정 사회 통념에 따르면 안 된다고!’
[···데이터가 부족하다.]‘그럼 공부를 더 해. 그보다 무슨 업데이트를 한 거야?’
[···‘앙상블 시스템(Ensemble system)’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업데이트했다. 자세한 건 프로그램을 실행해서 확인해라.]동수는 허공에 떠 있는 앙상블 시스템 아이콘을 힐끗 보더니,
‘좀 이따 확인할게.’
[알겠다.]그때 박지혜가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물었다.
“강 PD님, 시작해도 될까요?”
“어. 해봐.”
“네, 우선 다음 주 방송분은 완성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가편 시사까지도 끝냈어요!”
“김 CP님이랑 했어?”
“네.”
“뭐래?”
“아무 말씀 없으셨어요.”
김민재 CP는 성격이 좋아 웬만하면 리액션을 잘해준다.
그런데 아무 말도 없었다면···.
‘더럽게 재미없었나 보네.’
동수는 혀를 찼다.
“다다음 주 방송분은?”
“그게···. 녹화는 했는데···. 아직 편집은···.”
“뭐야? 그럼 다음 주 예고편은?”
“그냥 예고편 없이 가라고···.”
동수는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누가 그래? 송 PD가 그래? 예고편 없이 하라고?”
송민지 PD, ‘멍멍이와 산다!’ 전임 메인 PD다.
동수와 입사 동기로 장수 프로그램 메인 PD 바톤을 이어받아 안정적으로 연출을 해왔다.
그런데 새 커리어를 쌓으려고 ‘멍멍이와 산다!’를 직접 기획했는데, 망해버리고···.
싸지른 똥도 안 치우고 외주 제작사로 튀어버렸다.
SBC로선 참으로 개 같은 X이지만, 동수한테는 기회를 준 고마운 동기다.
박지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예고편은 송 PD가 아니고 신교대 PD가 만들었어요.”
신교대는 ‘멍멍이와 산다!’ 서브 조연출이었다.
그는 메인 PD가 그만두자 다른 팀으로 튄 박쥐 같은 놈이다.
아마도 송 PD가 그만두기 전부터 튈 각을 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동수는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신교대 이 뺀질이가···.”
박지혜는 험악한 분위기에 바들바들 떨었다.
동수는 재차 말했다.
“일단 예고편부터 만들어야겠네. 그럼 자막도 넣어야 하는데···. 작가랑 연락돼? 김민혜 작가였나?”
그 이름이 나오자 박지혜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김 작가님은···. 연락이 안 돼요.”
“연락을 씹는다고? 번호 나 줘봐.”
“그게 사실···.”
“······?”
“김 작가는 제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연락이 안 됐어요.”
“뭐? 그게 뭔 소리야?”
박지혜는 OJT 교육이 끝나고 두 달 전에 ‘멍멍이와 산다!’ 팀에 합류했다.
그때는 아직 MBS ‘집사님, 사료 주세요’가 편성 시간을 바꾸기 전이라 완전히 망하진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메인 작가가 안 나왔다고?
“그럼 대본은 누가 썼는데?”
“서브 작가요.”
“서브가? 메인이 있는데?”
“······.”
박지혜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동수가 팔짱을 끼더니 물었다.
“송 PD랑 김 작가···. 뭔 일 있었어?”
“신 PD한테 들은 얘긴데···. 기획 때부터 다툼이 심했다고 해요. 김 작가님은 동물 예능이면 동물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하고···. 송 PD는 연예인 섭외에 공을 들이자고···.”
대립 끝에 승리한 건 송 PD였다.
예능에선 결국 PD가 갑이니까.
‘멍멍이와 산다!’는 결국 멍멍이를 키우는 연예인의 화려한 삶을 보여주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제작됐다.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다툼은 다 하는 거잖아. 그것 때문에 메인이 대본을 안 썼다고? 그리고 서브면 메인이 데려온 작가일 텐데···.”
“아뇨. 서브는 송 PD님이 직접 구했대요.”
“······.”
“김 작가님은 2회까지만 대본을 쓰고···.”
이후 대본은 전부 까였다.
그리고 굴러들어온 서브 작가에게 자리를 뺏기고.
현장에서는 송 PD가 김 작가를 따돌렸다.
그러다가 시청률이 저조해지자, 김 작가를 욕받이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김 작가는 눈물을 흘리며 종적을 감췄다.
사정을 들은 동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총체적 난국이구만···.’
박지혜는 면목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네가 왜 죄송해? 김 작가 일은 너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그러니까 얼굴 펴! 이건 송민지가 개XX 짓을 한 거야!”
“······.”
박지혜는 동수를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짧은 시간이지만, 들은 것과 달리, 딴 사람 같았다.
‘교대 선배가 강동수는 악마라고 조심하랬는데···.’
동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보드마카펜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할 게 많네. 작가도 새로 구해야 하고···.”
“네···.”
“우선, 다음 주 예고편부터 해결하자. 막내 너 편집해봤냐?”
“아뇨. 옆에서 보조만 조금···.”
“그럼 이번에 한 번 해봐.”
“어떤걸요?”
“예고편 편집.”
“······.”
“······.”
“헉!? 제가요? 저 입사한 지 삼 개월인데 벌써···.”
“걱정하지 마. 기본적인 건 알려줄게!”
“아, 아무리 그래도···.”
박지혜는 자신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동수는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막내, 너 이 프로그램에 왜 남은 거냐?”
“그게···.”
메인 PD랑 서브 조연출이 튀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혜가 도망친다고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 회의실을 지켰다.
아주 깔끔하게 정리 정돈까지 하고.
동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첫 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싫었던 거지?”
“······.”
박지혜한테 ‘멍멍이와 산다!’는 처음으로 참여한 프로그램이다.
비록,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그래도 이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박지혜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동수는 씨익 웃었다.
“좋은 태도다. 그러니까 네가 예고편 맡아!”
“PD님, 저는 아직 편집 기술도 부족하고···.”
“인마, 부족한 건 당연하지!”
“······.”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중요한 건!”
박지혜는 멍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만화 같은 데서 보면 이럴 때···.’
여주를 바라보는 남주의 뒤로 꽃잎이 흩날리며···.
『중요한 건···. 네 마음가짐이야. 포기하지 않겠다는 아름다운···.』
그녀의 볼이 살짝 불그스름해졌다.
그때 동수가 말했다.
“죽을 때까지 하는 거야!”
“네? 주, 죽을 때까지요?”
“그래! 그러다 보면 편집 실력은 쑥쑥 늘 거야!”
“강 PD님···!”
동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예고편을···. 부탁한다!”
박지혜는 울상이 됐다.
= = = = = = =
편집실에서 박지혜한테 기본적인 걸 알려준 동수는 예능국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가온에게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뭐지?]“아까 얼떨결에 막내를 오른손으로 잡았잖아. 그런데 왜 데이터 해킹이 안 된 거야? 고장 난 거야?”
[고장이 아니다. 그녀의 정신력이 강해서 그런 거다.]“정신력이 강하다고?”
“얼마나?”
[명확히 예측할 수 없다.]동수는 박지혜를 떠올렸다.
죽을 때까지 편집해보라고 했더니 큰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었다.
그런데 정신력이 강하다니···.
‘안 믿기는데···.’
[A.I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뭐, 정신력 강하면 좋은 거지.”
가온과 대화하는 사이 예능국에 도착했다.
동수는 먹이를 찾는 맹수처럼 예능국을 살폈다.
‘이놈이 어딨지?’
그때 ‘도토리’의 조연출 양 PD가 다가왔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오, 그래. 안녕. 보내준 홍삼차 잘 먹고 있어!”
“아닙니다! 쾌차하셔서 다행입니다!”
양 PD는 일이 바빠서 직접 병문안은 못왔고, 박대철 편에 선물만 보냈다.
“그리고···. 예능국 복귀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축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고맙다.”
“아닙니다! 그런데 뭐 찾으시는 거 있으십니까?”
“응. 너 신교대 어딨는 줄 아냐?”
“신 PD요? 카페에서 봤습니다.”
“카페? 이 뺀질이가···. 그 놈 때문에 우리 막내는 지금 편집실에서 개고생하는데! 팔자 좋게···!?”
동수의 목소리가 험악해지자, 양 PD는 흠칫했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박지혜를 편집실로 보낸 건 당신 아니었나? 왜 신교대 때문이라는 거지?]‘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지.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예고편을 만들지 않고 다른 팀으로 튀어버린 신교대다!’
[···이해됐다.]동수는 양 PD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고맙다! 수고해!”
[데이터를 해킹한다. 3%···. 7%···. 10%···. 컨디션 기능 활성화.]공수철 만큼은 아니지만, 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해킹했다.
동수는 생각했다.
‘막내가 정말 정신력이 강한 건가?’
양 PD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고생하세요.”
동수는 1층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카페에서 웹소설을 보며 실실 웃고 있는 신교대를 발견했다!
“흐흐, 전개 XX 신박하네. 작가 미친 거 아니냐?”
동수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교대야, 너야말로 미친 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