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51
51화 – 형이 좋은 방법 알려줄까?
여의도, 두루치기 셰익스피어.
카운터 앞에 서 있던 민성아는 동수한테 온 답장을 확인했다.
└강동수 PD: 다 괜찮다고 합니다!
└강동수 PD: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민성아: 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동수의 눈빛이 아빠를 닮았기 때문일까?
그가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자 그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래서 오버하고 말았고···.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샀지만, 딱히 해명할 생각은 없다.
일일이 얘기하는 건 번거로우니까.
‘이런 게 차라리 편해.’
그때 황 사장이 주방에서 나와 그녀에게 쇼핑백을 내밀었다.
“여기.”
“고마워, 진호야.”
“아니다. 맛있게 먹어라.”
민성아는 빙긋 웃으며,
“응!”
황진호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다.
대학 시절부터 변함없이 그녀 곁을 지켜준 사람.
사실 남자로서 좋아했지만···.
바보처럼 그 마음을 깨달은 건 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때는 정말···.
악재가 겹겹이 겹쳤다.
‘드라마 작가를 포기하고, 진호가 결혼하고, 그리고 아빠가···.’
그때 황진호가 물었다.
“아버님은 좀 어떠시냐?”
“그냥 그렇지 뭐.”
“자주 찾아봬. 널 무척 자랑스러워하셨잖아.”
“···알았어.”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우리 삼촌 사람 찾는 일하는 거 알지?”
“······.”
“성아 네가 원하면, 너희 어머니···.”
“진호야, 신경 써줘서 고마워. 그런데 그냥 마음만 받을게.”
황진호는 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응, 고마워.”
“끼니는 거르지 말고 먹어라.”
“응! 여기 계산···.”
민성아가 카드를 내밀자, 황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 장부에 달아둘 테니, 나중에 한 번에 계산해라.”
“······.”
“늦었는데 택시 타고 가라. 여기 식사하러 자주 오는 기사님이 있는데, 지금도 영업 중이실 거다. 김명훈 기사님이라고 이 번호로 전화를···.”
그의 친절에,
아직도 두근거리는 미친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킨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 진호야. 가볼게.”
두루치기 셰익스피어에서 나왔다.
밤거리를 걷던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 하나도 보이지는 않는 까만 하늘···.
‘······.’
그게 마치···.
지금 그녀 마음 같았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빛나는 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던 그 시절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지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는 건지도 전혀 모르고 표류하게 된···.
‘나한테도 다시 빛이 보일까···?’
이 고통스러운 표류를 끝낼···.
등대와도 같은 빛이···.
마치 태양처럼 환한 그런···.
-톡!
그때 톡이 왔다.
[강동수 PD]미친개 PD였다.
└강동수 PD: 내일 ‘인기 뮤직’ 방송 끝나고 1박 2일로 속초 갑시다! 시간 비워두세요!
처음 메시지를 읽었을 땐, 미친 XX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읽었을 땐, 미친개 XX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 네 번째도 마찬가지···.
근데 일곱 번쯤 읽자,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미친개라도 단둘이 여행을 가자는 건 아닐 거야. 알게 된 지 며칠이나 됐다고···. 아니, 오래됐다고 해도···. 하여튼!’
아빠와 비슷한 눈빛을 가진 남자다.
왠지 이상한 의도로 이러는 거 같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곧 ‘뮤직 대전’을 할 때지.’
예능국에서 전체적으로 지원하지만, 기획은 ‘인기 뮤직’ 팀에서 맡아왔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취재를 위해서 속초를 가자는 거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민성아는 동수에게 답장을 했다.
└민성아: 조연출도 가나요?
└강동수 PD: 네! 박 PD도 가요!
‘역시 취재였네.’
└민성아: 알겠어요. 혹시 따로 준비할 거 있나요?
└강동수 PD: 편한 옷? 먹고 싶은 과자? 대충 그 정도만 챙겨와요.
‘과자? 편한 옷? 이거···. 취재 맞겠지?’
민성아는 무척 혼란스러운 눈빛을 했다.
= = = = = = =
토요일, 등촌동 SBC 공개홀.
새벽부터 ‘인기 뮤직’ 녹화 준비가 한창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가수에 따라서는 사전 녹화를 해두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 사전 녹화를 하는 가수는···.
전(前) 밤하늘 엔터, 스페이스 걸즈 멤버.
현(現) 블랙 캣츠 엔터, 솔로 가수.
아이돌 외모 끝판왕, 천사 미소 등으로 불리는 레아였다.
“안녕하세요, 강동수 PD님! 레아라고 해요! 앞으로 예쁘게 봐주세요!”
그녀는 순진한 얼굴로 동수에게 인사를 했다.
김아람 촬영감독과 카메라 동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동수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쁘게는 모르겠고, 뭐, 잘 지내봅시다.”
“저, 그리고 이건 제가 준비한 건데요···.”
예쁜 비닐에 포장된 쿠키였다.
조심스럽게 내미는 그녀의 손에는 반창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PD님께 드리려고 준비했는데···. 아직 서툴러서 손을 조금···.”
“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잘 먹을게요.”
“입맛에 맞으면 좋겠어요···. 헤헤.”
그때 가온이 말했다.
[스캔 결과 손에 상처는 전혀 없다.]‘···그러냐?’
[그녀가 건넨 쿠키는 홍대 입구 9번 출구 근처에서 영업 중인 XX 카페에서 파는 수제 쿠키랑 모양과 향이 똑같군.]‘그런 건 어떻게 아냐? 먹어 본 적도 없는데···.’
[데이터베이스의 힘이다.]‘···뭐, 하여튼···.’
동수는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레아를 보며,
‘얼굴도 두껍네. 이렇게 내숭을 떨고···.’
지난번 공수철 사건 때.
순위를 조작해서 1위가 됐던 레아는 위험에 처했었다.
어쩌면 은퇴할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그때···.
그녀의 매니저가 돌연 양심 고백을 했다.
[제가 우리 레아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그만···. 죄송합니다. 우리 레아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제가 공●● PD가 요구하는 대로 상납하고···. 레아를 1등으로···. 우리 레아는 그저 열심히 노래만···. 크흐흑.]온갖 매체에서 레아 매니저의 인터뷰를 다뤘다.
그때 레아는 SNS에 창백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게시하더니, 독백과도 같은 글을 남겼다.
[날 조금 더 믿어주지···. 어째서 내 노력을 더럽힌 거야···. 날 위해 그랬다고···? 그건 날 위한 게 아니야. 당신은 나뿐만 아니고 내 소중한 팬들까지 모독했어. 난··· 당신을 용서 못해···!]그러자 상황을 지켜보던 팬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레아 너무 불쌍하네···.
└맞아. 결국 매니저 때문에 신곡도 완전 망하고···.
└뭐가 망함? 이제 발매 3주 됐음.
└큐티 걸즈가 있는데···.
└반짝하는 무명 아이돌하고 비교하지 마!
└우리 레아 언니 라방으로 연습하는 것도 보여줬는데, 엄청 열심히···.
└레아 누나 힘내요!
└레아 언니 믿고 있었어요! 매니저 완전 최악!
└매니저가 가수 인생 망쳤네.
하여튼 레아는 구사일생했다!
동수는 레아가 매니저에게 가는 걸 보며 생각했다.
‘꼬리 자르기에 매체를 이용해 여론 조작까지···. 블랙 캣츠가 아주 제대로 실력 발휘했네. 누가 진두지휘한 걸까?’
그때 지나가던 송수빈이 보였다.
그리고 어제 확인한 팀워크를 올리는 방법이 생각났다.
『송수빈은 당신을 질투하고 있습니다. 그를 처리하세요. 팀워크 레벨이 대폭 상승할 겁니다.』
동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수빈아! 이리 와봐!”
“네! 강 PD님!”
송수빈이 다가오자, 동수는 레아가 준 쿠키를 그에게 건넸다.
“이거 먹어.”
“네? 아뇨···. 괜찮···.”
“먹어, 인마.”
“···아, 네···.”
동수는 송수빈에게 어깨동무하며,
“야, 너 고민 있지.”
“네? 고, 고민이라뇨? 그런 거 없습니다···.”
“그래, 내색하고 싶지 않지? 쿨해 보이고 싶은 마음 이해해. 안다, 알아. 인마, 형도 그랬거든.”
“무슨 말씀인지···.”
“형이 말이야. 네 심정 잘 알아. 왜냐면 나도 그럴 때가 있었거든···.”
동수는 그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실연.”
“······!”
“막내가 철벽을 치지? 철벽녀가 따로 없지?”
“가, 강 PD님···!”
놀라는 송수빈에게 동수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이 좋은 방법 알려줄까?”
송수빈은 입을 못 열었다.
동수는 그를 구석으로 데려가더니 재차 말했다.
“말했잖아. 형도 경험이 있다고. 아는 사람만 아는 건데···. 내가 좋아했던 여자도 완전 철벽녀였거든. 진짜 살다, 살다 그런 사람은···. 후우···.”
동수의 진심 어린 목소리에 송수빈은 솔깃했다.
어쩌면···.
‘박 PD의 마음을 열 방법을 알지도 몰라.’
실제로도 그는 박지혜와 정말 가깝게 지내니까!
송수빈은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좋은 방법이 뭡니까?”
“알려주는 대신, 꼭 내 말대로 하겠다고 약속해.”
“그건···.”
“절대 너한테 해가 될 방법이 아니야.”
“······.”
“인마, 형도 경험자라니까? 믿어봐!”
“알겠어요. 약속할게요.”
“잘 생각했어!”
그리고 동수는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포기해.”
“네···?”
“철벽녀한테 들이대는 거 포기하라고.”
“가, 강 PD님···!”
“너만 상처 입고, 너만 힘들어. 상대는 네 감정 따윈 신경도 안 쓰고 잘 먹고 잘 지내.”
“하지만 아무것도 해보지도 않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 있지?”
“······.”
“그거 개소리야. 여자는 말이야. 찍어서 넘기는 대상이 아니야. 그렇게 해서 상대가 마지못해 네 손을 잡아줬다 치자···. 그 관계가 얼마나 갈 거 같냐?”
동수의 말에 반박하고 싶은데···.
그의 진지하고 쓸쓸한 눈빛을 보자, 송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동수는 송수빈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수빈아, 세상에 절반은 여자다.”
“박 PD는···.”
“인마, 네가 뭐가 부족해서 막내한테 얽매여! 어깨 힘 팍! 주고! 스마일! 스마일!”
“···강 PD님, 저는···.”
동수는 씨익 웃으며,
“수빈아, 아무리 해도 자신감이 없다면···. 너를 믿지 말고, 너를 믿는 나를 믿어.”
“강 PD님을요?”
“그래! 넌 멋진 남자야! 푸하핫!”
송수빈은 왠지 동수가 무척 편하게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 온 사람처럼···.
어쩌면···.
‘박 PD가 강 PD님한테 마음을 연 이유는 이것 때문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동수를 질투했던 게 부끄러웠다.
동수는 그를 걱정해서 진심 어린 조언까지 해주는데···.
“강 PD님···.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설마, 여자 소개해달라는 건 아니지?”
“아뇨, 아뇨. 그게 아니고요.”
송수빈은 조금 쑥스러운 듯 콧잔등을 긁적이며.
“선배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러자 동수는 씨익 웃으며,
“인마, 형이라고 불러!”
.
.
.
-띠링
『송수빈을 처리했습니다』
『팀워크 레벨이 오릅니다.』
『E-등급(쓰레기) → D-등급(하찮은)』
동수는 미간을 좁히며,
‘가온, 이거 텍스트 좀 바꿔라. 처리가 뭐냐? 처리가? 누가 보면 내가 수빈이를 때려눕힌 줄 알겠다.’
[텍스트를 변경하려면 프로그램을 재설치해야 한다.]‘···설마···.’
[뇌사 확률···.]‘안 해!’
어쨌든 문제 하나는 해결했다.
동수는 ‘팀워크 관리 기능’을 실행했다.
‘문제는 빨리, 빨리 해결하자고!’
『‘인기 뮤직’의 팀워크 레벨 저하 원인이 세 가지 파악됩니다! 문제를 해결해서 레벨을 높여보세요!』
【미확인】/【미확인】
『팀워크 관리 기능 사용권: 2개』
그는 【미확인】 하나를 더 선택했다.
그리고 사용권 1개가 차감되고···.
-띠링
『무대에 오른 모든 가수가 당신 편일 수는 없습니다. 출연 가수 중에서 당신 편을 찾으세요. 팀워크 레벨이 대폭 상승할 겁니다.』
동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내 편이라···. 큐티 걸즈랑···. 또 누가 있지?’
[그 여자도 있다.]‘누구?’
[한설희.]“아···.”
맞다.
한설희, 그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