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54
54화 – 왜?
블랙 캣츠 엔터테인먼트 회의실.
윤민철 이사가 상석에 앉아 있고, 다른 자리에는 블랙 캣츠와 우호적인 기획사 대표들이 앉아 있다.
골리앗 엔터 고대한 대표는 윤 이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 이사님, ‘인기 뮤직’ 계속 이대로 두실 겁니까? 우리 애들(팀 프라이드[10위])도 물 먹긴 했지만, 레아는 아주···.”
윤민철은 고 대표의 말을 이어서 대답했다.
“아주~ 잘하고 있죠.”
“네?”
고 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엔터의 대표들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1위를 하던 레아가 ‘인기 뮤직’의 새로 온 PD 때문에 6위를 했는데, 아주 잘하고 있다니!?
윤민철은 끼고 있던 안경을 빼서 안경수건으로 먼지를 닦으며 말했다.
“조작 사건이 터지고 은퇴시킬까 고민하던 말이 6위나 했습니다. 뮤직 플랫폼에서 레아의 노래는 계속 순위권에 있고요. 뭐가 문제입니까?”
그러자 아부 떠는 자들이 재빨리 나섰다.
“과연 윤 대표님, 현명하십니다.”
윤민철은 안경을 쓴 뒤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대표는 아닙니다. 호칭에 주의해주세요.”
“으하하! 윤 대표님, 겸양이 지나치십니다! 이미 대표나 다름없지요!”
“취임식에 꼭 초대해주셔야 합니다!”
“명패는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아주 화려하게···.”
물론 모두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드는 건 아니었다.
윤민철의 분석은 너무도 대책 없었기 때문이다.
‘젠장, 좋은 이유로 순위권에 있는 게 아니잖아!’
‘노래에 달린 감상평 안 읽냐? 조작 얘기뿐인데···.’
‘광고주들이 아이리스 그룹 눈치를 보느라 레아 손절을 못한 거지. 젠장···.’
‘윤 이사, 생각이 짧네. 정말 이런 인간이 블랙 캣츠 대표가 되는 건가?’
그러나 아무도 불만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윤 이사가 두려운 게 아니고, 그의 뒤에 있는 큰할머니 김복자 회장(아이리스 그룹) 때문이다.
그녀는 맨손으로 대기업을 일군 여장부로 별명이 독사(毒蛇)다.
걸리면 상대가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 독사.
그녀에게 잘못 걸려 무너진 기업이 한 트럭이 될 정도니···.
대형 기획사인 골리앗 엔터를 이끄는 고대한 대표도 아무 말도 못 하고 “끄응···.” 앓는 소리만 냈다.
그때 윤 이사가 “아! 그리고···.”라고 하며 말문을 열었다.
“‘뮤직 대전’에 큐티 걸즈는 안 나올 겁니다.”
모두들 눈을 크게 떴다.
가장 핫한 걸그룹이 ‘뮤직 대전’에 안 나온다니!?
SBC가 미치지 않은 이상, 그런 짓을···.
윤민철은 웃으며,
“회의 시작 전에 변우민 국장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송민용 사장이 ‘제 부탁’대로 큐티 걸즈를 ‘뮤직 대전’에 참가시키지 않겠다고요.”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깜짝 놀랐다.
‘송민용 사장이 이걸 수락했다고?’
‘밤하늘 엔터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뮤직 대전’에 참가하지 못하는 거지만···.’
‘대명과 아이리스 간에 뭔가 얘기가 오간 걸까?’
‘음···. 이게 좋은 기회인 건가? 아닌 건가···.’
‘조작 논란 이후에 큐티 걸즈가 뮤직 대전에 참여하지 않으면···. 논란이 될 거 같은데···.’
‘어쨌든 윤 이사의 힘이 대단한 건 확실하군.’
그 후로 모두 윤 이상에게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불만을 품었던 자들도 웃는 낯으로···.
윤 이사는 그들의 반응을 보며 생각했다.
‘시시한 인간들···.’
큰할머니가 두려워 입도 벙긋 못하는 쓰레기뿐이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불현듯, 강동수가 떠올랐다.
[SBC 예능국 미친개라고 합니다.] [물어뜯기기 싫으면 꺼지세요.]건방지기 짝이 없는 인간.
하지만···.
“후후···.”
윤민철은 입꼬리를 올리며 즐거운 듯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사교 클럽에서 담윤지(담 회장의 손녀)와 나눴던 대화를 생각했다.
[윤호 그 XX가 강동수에 대해 물어보니까 꺼지라고 하더라? 쌍둥이지만 내가 누나인데 XX 건방지다니까! 겨우 PD 나부랭이나 하면서···.] [그럼, 강동수에 대한 정보는···.] [후후, 동생 XX가 아니어도 SBC가 우리 할아버지 건데, PD 하나 터는 건 식은 죽 먹기지!] [그래서 어떤 사람이래?] [또라이라던데?] [······.] [아! 면접 때 송민용 사장 앞의 책상을 격파했대! 어떤 문제든 다 부숴버리겠다면서···. 완전 미친 XX지?] [보통 사람은 아니네.] [그치? 완전 유니크하지? 나도 직접 보고 싶어지더라고! 윤호 XX 견제만 없으면···.]윤민철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미친개···. 과연 이 문제도 부술 수 있을까?”
동시에 생각했다.
‘송민용 사장,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내 제안을 받아들이다니.’
덕분에 재밌는 판이 펼쳐지긴 했지만···.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군.’
윤민철은 여러모로 이 상황이 즐거웠다.
= = = = = = =
SBC 사장실.
변우민 국장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검토 중인 송민용 사장에게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김민재 CP한테 지시했습니다. 강동수 PD랑 함께 여행을 간다고 하니, 아마 오늘 중으로 전달할 거 같습니다.”
“잘했어.”
“윤민철 이사한테도 사장님께서 OK 했다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수고했어. 가봐.”
“······.”
“···뭐해? 안 가?”
“사장님···. 블랙 캣츠 윤민철 이사의 제안은 도가 지나칩니다. 밤하늘 엔터 출연 금지야 모기업끼리 사이가 안 좋고 예전에 보이콧 사태도 있어서 늘 해왔던 거지만, 큐티 걸즈는···.”
송민용 사장은 서류를 내려놓고 변우민을 보며,
“변 국장, 네가 사장할래?”
“네? 아, 아뇨···.”
“그럼 토 달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해.”
“······.”
“내가 말이야. 심 본부장 개XX가 갑자기 M 본부로 가는 바람에 이 좋은 주말에 출근해서 기분이 매우 언짢아. 그러니까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가.”
“···네, 죄송합니다.”
변우민이 나가고 잠시 후.
송민용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담우철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송민용입니다. 지시하신 대로 강동수 PD한테 윤민철의 제안을 전달하라고 했습니다.”
[그래, 수고했어.]“저, 회장님···.”
[왜?]“···윤민철의 제안 말입니다. 조금 과한···.”
[과할 게 뭐 있나? 그깟 아이돌 그룹 하나 방송에 못 나오게 하는 거쯤···. 블랙 캣츠와 SBC 나아가 우리 대명과 아이리스 그룹의 관계를 생각하면 별거 아니지.]“······.”
[괜한 생각하지 말고. 윤민철 제안대로 해. ‘뮤직 대전’은 늘 그렇듯 Myung 기획과 블랙 캣츠 소속 가수들의 축제로 만들어. 알겠나?]송민용 사장은 미간을 좁히며,
“···알겠습니다.”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송민용은 씁쓸한 표정으로 서류를 검토하며 중얼거렸다.
“변 국장, 이 친구야. 나라고 우리 SBC를 개 같이 아는 윤머시기를 조져버리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참으로 슬프게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늘 시청률이 없지, 돈이 없냐고 말했는데···.
“젠장···.”
대가리에 총 맞은 기분이었다.
= = = = = = =
가평 휴게소.
김민재는 자신을 노려보는 동수를 보다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가리에 총 맞은 거 맞지. 이 빌어먹을 상황에 아무 말도 못 하니까.”
“선배! 국장님이 시킨 겁니까? 그 변 사또 같은 인간이···! 당장 가서···!”
“동수야. 이건 사장님 지시야.”
“······!”
“···국장님께 따져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동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 등산 때 송 사장을 무척 좋게 봤다.
시청률이 없지, 돈이 없냐고 말하던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
김민재는 동수의 어깨를 토닥이며,
“너무 실망하진 마라. 네 잘못이 아니니까. 대신 내가 다른 부분 지원을 확실히 받아줄게.”
“······.”
“그리고 블랙 캣츠와 Myung 기획에서 A급 가수들이 전부···.”
“선배 아니, 김 CP님.”
“응? 왜?”
“CP님은 국장님 말에 꼼짝 못 하죠.”
김 CP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뭐, 꼼짝은 아니고···. 그냥 상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거지.”
“그럼, 변 국장님은 사장님 지시를 존중하겠군요.”
“그렇지.”
동수는 씨익 웃으며,
“그럼, 사장님은 누구의 말을 존중할까요?”
“어? 그건···.”
김민재는 대답을 못 하고 뒷말을 흐렸다.
왜 이런 질문을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동수가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야.”
[뭐.]“너희 할아버지 집 주소 좀!”
[어.]김민재는 고개를 갸웃하며,
“누구랑 통화한 거야?”
“담 피디요.”
“윤호? 걔랑 왜···. 야, 잠깐 윤호 할아버지면···!”
-톡!
그때 담윤호에게 톡이 왔다.
└재수땡: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강동수: ㄱㅅ
└재수땡: ㄲㅈ
동수는 택시를 콜 하더니,
“회장님 말이면 사장님도 듣겠죠!”
“미친X아! 회장님이 네 말을 듣겠냐!?”
“만나봐야 알죠!”
김민재는 양팔을 벌려 동수 앞을 막았다.
“하지 마! 인마! 갈 거면 나 밟고 가!”
그러자 동수가 신발을 벗더니,
“신발은 벗어드릴게.”
“으악! 발을 어디 들이밀어!?”
“밟고 가라며!”
“미친! 으악!”
맨발의 동수는 그대로 휴게소 저편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그때 팀원들과 타고 온 버스가 보였다.
그리고 막 버스에서 나오는 민성아를 발견했다.
“어이! 성아야!”
화장실에 가려던 민성아는 몹시 당황하며,
“강 PD님···. 맨발로 무슨···.”
“자, 호두과자! 속초 여행 잘하고!”
“어? 네?”
“난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럼!”
“뭐, 뭐···?”
바람처럼 사라진 동수.
민성아는 호두과자와 멀어지는 동수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며 불안한 표정을 했다.
갑자기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성아야. 아빠가 호두과자 사줄까?] [···됐어요.] [왜 예전엔 좋아했잖아?] [언제 얘기를 하는 거예요.] [하하, 그러지 말고 오랜만에 부녀가 여행을 가는데 추억···.] [···맘대로 해요.]그리고 그때 휴게소에서···.
‘···괜한 생각하지 말자. 괜한···.’
그때 김민재 CP가 헉헉거리며 달리다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
“강동수···. 저 미친놈···.”
“김 CP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 강 PD는 맨발로 어디를 가는 거고요?”
김민재는 고민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저 자식···. 대명 그룹 회장 만나러 갔어.”
“······!?”
= = = = = = = =
한남동 담우철 회장 사저 앞.
동수는 택시에서 내리며 택시 기사 김명훈에게 인사를 했다.
“기사님! 살펴 가세요!”
“으허헛, 손님도 조심히 가세요.”
“드라마 얘기도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허헛, 저 혼자 신나서 떠든 건데···.”
“아니요! 정말 즐거웠습니다.”
김명훈은 운전 중에 드라마 얘기를 많이 했는데, 덕분에 동수는 지루하지 않게 목적지까지 왔다.
동수는 씨익 웃으며,
“드라마 말고 예능도 봐주세요!”
“예능은 좀 정신이 없어서···.”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아요! 예를 들면 ‘멍멍이와 산다!’처럼!”
“으허헛! 알겠습니다. 시간 되면 한 번 보겠습니다!”
“네! 그럼, 안녕히 가세요!”
택시가 떠나고 동수는 담우철 회장의 저택을 보며 중얼거렸다.
“으리으리하네.”
[공식적으로는 서울에서 세 번째로 큰 저택이다.]‘첫 번째랑 두 번째도 있어?’
[신성 그룹 차재덕 회장 저택이랑 대운···.]‘아, 됐어. 별로 안 궁금해.’
동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지금 중요한 건 저기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지.”
[그런데 말이다.]“······?”
[담 회장이 저택에 없으면 어쩔 거지?]“······.”
[···늦게 물어봐서 미안하다.]“제, 젠장···.”
멍청하게도 그걸 깜박했다.
가평 휴게소에서 여기까지 택시를 타고 왔는데, 정작 중요한 담 회장이 없으면···!
-철컹
그때 대문 옆에 있는 쪽문이 열리더니, 장바구니를 든 부탄 출신 가사 도우미 추키가 나왔다.
그녀는 저택 앞에 서성이는 동수를 힐끗 본 뒤,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동수는 후다닥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잠깐만요.”
“왜?”
동수는 움찔했다.
이십 대 정도로 보이는데 반말이라니.
‘아니, 나이를 떠나서 초면에···.’
그때 그녀가 재차 물었다.
“왜?”
“···혹시 담우철 회장님 집에 계십니까?”
“왜?”
그녀의 반말에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아쉬운 건 그였다.
그래서 꾹 참고 사원증을 내밀며 말했다.
“저는 SBC 예능국 PD 강동수라고 합니다. 담우철 회장께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추키는 눈을 반짝이더니,
“멍멍산 PD?”
“네? 아, 맞습니다. 제가 멍멍산 메인 PD입니다.”
추키는 몸을 휙 돌려 쪽문으로 걸어가며,
“따라와.”
“네?”
“회장 보고 싶다며. 따라와.”
동수는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하려다가,
‘근데 이 사람 정체가 뭐지?’
평범한 가사 도우미라고 생각했는데.
‘담우철 회장을 회장이라고 그냥 부르는 걸로 봐선 가사 도우미는 아니고···. 혹시 부인? 아니야. 담 회장은 부인과 사별하고 쭉 혼자···. 그럼···.’
의문스러운 점은 많았지만.
하여튼!
동수는 담 회장 저택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