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55
55화 – 이번엔 어떤 수를 둘 거지?
동수는 담 회장 저택의 정원을 두리번거리며 생각했다.
‘돈지랄 같긴 한데, 멋지네.’’
[동서양의 풍경이 잘 어우러진 게, 마치 오리엔탈 퓨전 음식을 보는 거 같다.]‘인마, 이런 풍경을 먹는 데 비유하냐?’
[돈지랄이라고 하는 것보단 품위가 있다고 본다.]‘뭐야?’
그때 앞서가던 추키가 말했다
“질문 있어.”
또, 반말···.
동수도 그냥 반말하기로 했다.
“뭔데?”
“멍멍산 다음 출연자 알려줘.”
동수는 피식 웃었다.
‘멍멍산을 보는 모양이네.’
기분은 좋았지만, 출연자를 알려 달라니!
“비밀이야.”
추키는 아랫입술을 비쭉 내밀며,
“너무해.”
“너무해도 안 알려줘.”
“쳇.”
아쉬운 얼굴을 했지만, 그녀는 더 보채지 않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이봐!”
검은 양복 남자가 그녀 앞을 막았다.
그는 동수를 힐끗 보더니 추키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야?”
“왜?”
“물을 게 아니고! 우리 허락도 없이 아무나 저택으로 들이면 안 돼!”
“왜?”
“왜긴! 회장님 신변에 위험이 생기면···.”
그때 현관문이 열리더니 남오균 비서가 나왔다.
그는 검은 양복 남자에게 말했다.
“거기까지.”
“남 실장님···.”
“가서 일 보세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회장님 지시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검은 양복 남자가 물러나자, 남 비서는 추키에게 말했다.
“추키,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저택에 들이면 안 됩니다.”
“응.”
“이분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응.”
추키는 동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안녕.”
“어, 그래, 안녕···.”
그녀는 장바구니를 흔들며 저택 밖으로 향했다.
동수는 그녀를 보며,
‘황당한 친구네.’
[외국인 같군.]‘이름이 추키랬지? 음, 어느 나라지?’
[정보창 활성화.]‘어···?’
『추키 쿤리 (해킹률 0%)』
『성별: 여 / 나이: 22 / 직업: 가사도우미』
『국적: 부탄』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동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인마, 함부로 해킹하지 말라니까.’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해킹한 거다.]‘숨도 못 쉬면서!’
[원리는 알고 있지.]동수는 한 마디도 안 진다고 생각하며 혀를 찼다.
그때 남 비서가 말했다.
“강동수 PD님, 따라오시죠.”
『남오균 (해킹률 0%)』
『성별: 남 / 나이: 58 / 직업: 대명 비서 실장』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동수는 남오균 옆에 떠오른 정보창을 힐끔 본 뒤, 물었다.
“회장님께 가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담 회장이 왜 이렇게 순순히 만나주는지 의아했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만나 보지도 못하고 허탕 치는 것보다는 백 배, 천 배 나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화려하게 장식된 거실을 지나···.
담 회장 서재 앞에 도착했다.
남오균은 노크를 했다.
“회장님, 강동수 PD 데려왔습니다.”
그러자 안에서 중후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여보내.”
“강 PD님, 들어가시죠.”
동수는 조금 긴장이 됐지만···.
[파이팅.]‘땡큐.’
가온의 응원을 받으며 힘차게 서재로 들어갔다.
담 회장은 소파에 앉아 기보를 보며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는 동수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바둑돌을 놓고 있었다.
『담우철 (해킹률 0%)』
『성별: 남 / 나이: 71 / 직업: 대명 그룹 회장』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동수는 정보창을 확인한 뒤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SBC 예능국 강동수 PD라고 합니다.”
“알아.”
“······.”
“왜 왔는지도 알고.”
“네?”
왜 왔는지 안다고?
그러자 담우철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뮤직 대전’에 큐티 걸즈를 출연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러 온 거잖아.”
“······!”
동수가 놀란 표정을 짓자 담 회장은 바둑돌을 탁! 소리 나게 놓더니,
“그거 내가 지시한 거야.”
“···뭐라고요?”
“송 사장한테 ‘뮤직 대전’에서 큐티 걸즈 빼라고 내가 시켰다고.”
“······!”
담우철은 끌끌 웃으며,
“나한테 찾아오는 게 묘수(妙手)일 줄 알았는데, 무리수가 됐군. 아니, 자충수(自充手)가 된 건가?”
“······.”
동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미간을 좁혔다.
그때 알림창이 떠올랐다.
-띠링!
『‘멍멍이와 산다!’ 팀워크 레벨이 오릅니다.』
『B+등급(매우 비범한) → A-등급(약간 환상적)』
‘······?’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띠링!
『‘생방송 인기 뮤직’ 팀워크 레벨이 하락합니다.』
『D-등급(하찮은) → E+등급(쓰레기 일보 직전)』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 = = = = =
가평 휴게소, 주차장.
박지혜, 윤하얀을 비롯한 멍멍산 팀원들과 민성아는 김민재 CP의 얘기를 듣고 할 말을 잃었다.
동수가 사장님의 지시로 ‘뮤직 대전’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큐티 걸즈를 위해 대명 그룹 회장을 만나서 갔다니!
오형근 기술총괄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만나긴커녕, 문전박대당할 거 같은데. 그리고 무턱대고 저택에 가도 회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인데.”
김민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나도 말리려고 했는데, 동수 그놈이 워낙 막무가내여서···.”
그러자 박지혜가 일어나더니,
“모두 즐거운 여행 되세요.”
그러자 성시혁 FD가 물었다.
“박 AD님, 갑자기 어딜···.”
“선배님께 갈 겁니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을 했다.
‘대명 그룹 담우철 회장. 녹록한 인물은 아니야. 선배님께 혼자 맡겨둘 순 없어. 난 선배님의···!’
그때 윤하얀이 벌떡 일어나더니,
“저도 같이 가요!”
“윤 작가님···.”
그녀는 박지혜를 보며 씨익 웃으며,
“우리는 한 팀이잖아요.”
“나도~ 갈게요~!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한예리를 필두로 성시혁과 한동우 FD도 가겠다고 했고, 다른 스태프들도 일어났다.
그러자 오형근 기술 총괄이 껄껄 웃더니,
“좋아! 대명 그룹 회장 저택 앞에서 1박 2일 농성을 해보자!”
‘멍멍산’ 팀원들은 모두 “와아아아!”하고 소리쳤다.
김민재 CP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미치겠네···. ‘멍멍산’ 팀이 왜 ‘뮤직 대전’ 일로 농성하겠다는 건데!? 이 인간들 전부 강동수 분신이야!? 으으, 안 돼···. 이러다간 정말 문제가 커진다고! 당장 말려야···!’
그 순간 민성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농성은 무슨 농성이에요. 멍청한 짓하지 말아요.”
박지혜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멍청한 짓이라뇨? 민 작가님, 말씀이 지나치세요.”
“사실을 말한 거예요.”
“······.”
민성아는 긴 생머리를 쓸어서 넘기며,
“농성이 정말 강 PD에게 도움이 된다 생각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거보단···.”
“어리석네요.”
“······.”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도움이 되는 때도 있죠.”
멍멍산 팀은 민성아를 불편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나 김민재 CP만은 그녀를 응원했다.
‘이야, 잘한다! 잘해! 민 작가 아주 시원시원하네!’
민성아는 팔짱을 끼며 매우 도도한 목소리로,
“뭐, 알아서들 해요. 하지만 당신들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책임은 강동수 PD 몫이라는 것만 기억하세요.”
그녀는 본인의 짐을 챙겼다.
그러더니,
“여행은 파투 난 거 같으니, 전 갈게요. 그럼.”
그렇게 일행한테서 멀어졌다.
멍멍산 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
그리고 박지혜는 민성아를 노려보며,
‘좋게 보려고 노력했는데···. 역시, 마음에 안 들어!’
.
.
.
휴게소 안에 있는 카페.
민성아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생각했다.
‘큐티 걸즈가 뮤직 대전에 출연하지 못하게 됐단 말이지···. 강 PD 그 인간 꼭지가 돌만 하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명 그룹 회장이 친구 할아버지도 아니고···. 대뜸 찾아가다니. 정말 어이가 없어서···.’
정말 못 말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후후···.”
동수를 떠올리자, 또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흠칫! 하더니.
‘이건 그냥···. 그, 그래. 화, 황당해서 웃음이 나온 거야. 그래, 그런 거라고···!’
괜히 혼자 끙끙거리다가 고개를 휘휘 저어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노트북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농성 같은 건 그냥 떼를 쓰는 거에 불과해. 강 PD를 도우려면 제대로 해야지.”
큐티 걸즈가 출연 못 하는 상황 따위···.
“없애버리면 그만이지.”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바탕화면에 있는 기획안을···.
[‘그 노래? 그 가수!’ – 기획: 민성아]실행했다.
그리고 기획안 안에 있는 수십 명의 가수, 아이돌 이름을 복사했다.
‘좋아, 그럼 이걸···.’
민 작가는 ‘인기 뮤직’ 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갔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인기 뮤직’ 메인 작가입니다. ‘뮤직 대전’을 앞두고 두 가지 이벤트를 열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추억의 가수 인기 투표입니다!아래의 표 보이시죠?
【추억의 가수들 목록】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골라 댓글로 남겨주세요!
(중략)
인기 투표에서 1위를 하는 가수를 ‘뮤직 대전’에 섭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중략)
집사 뮤직, 집사 뮤직 정말 싫으셨죠?
그래서 확 바꿔 버리려고 합니다 ㅎㅎ
바로 두 번째 이벤트!
‘시청자가 만드는 출연 가수~!’
현재 활동 중인 가수, 아이돌 중에 ‘뮤직 대전’에 참가했으면 좋겠다는 분을 골라서 저한테 ‘쪽지’로 보내주세요~!
꼭 쪽지로 보내주세요~!
*****댓글은 첫 번째 이벤트!******
*****쪽지는 두 번째 이벤트!******
이렇게 강조해도 틀리는 분들 꼭 있더라! ㅎㅎ
‘뮤직 대전’ 참가 가수는 열여덟 팀을 뽑을 거예요!
그러면 많은 참여 부탁해요!!!
커뮤니티나 SNS로 홍보도 많이, 많이 해주세요!]
민성아는 작성한 글을 검토한 뒤, 등록 버튼으로 마우스 커서를 옮기다···.
“······.”
갑자기 망설여졌다.
‘이걸 누르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두 번 다시 SBC에서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를 위해 살겠다고 했는데···.’
이게 과연 나를 위한 일일까?
그때 동수가 선물한 호두과자가 눈에 들어왔다.
“······.”
그녀는 눈에 힘을 주며 등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와! SBC 제대로 정신차렸네!
└뭐야? 추억의 가수 중에 인기 투표 1위 하면 섭외한다고?
└윤수희 1표!
└와! 에이비 있다! 에이비! 에이비!
└윤수희지!
└야! 다 꺼X! 플루토 있다! 플루토!
└플루토!
└윤수희라고!
└에이비!!
댓글은 난리가 났고,
[안녕하세요. 작가님, ‘큐티 걸즈’ 무대 꼭 보고 싶어요!] [작가님~ 스페이스 걸즈 섭외해주세요~!] [작가님! 리브 무대 보고 싶어요!] [작가님, 큐티 걸즈 무대 꼭꼭이요!] [스페이스 걸즈요! 스페이스 걸즈!]쪽지도 난리가 났다.
-띠리리리
민성아는 김민재 CP한테 걸려온 전화를 확인하더니, 스마트폰을 꺼버렸다.
그리고 호두과자를 하나 꺼내 입에 넣으며,
“호두과자 빚···. 갚았어요.”
피식 웃었다.
= = = = = = =
블랙 캣츠 엔터 윤민철 이사는 골프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고 있었다.
그때 비서가 다가왔다.
“이사님, 큰일 났습니다.”
“왜 그러지?”
비서는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화면엔 민성아가 ‘인기 뮤직’ 시청자 게시판에 올려둔 이벤트 공지가 보였다.
윤 이사는 그걸 보더니 “흠···.” 하고 턱을 쓰다듬었다.
비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무래도 강동수 PD 짓 같습니다. 그 미친 인간이 송 사장의 명령도 개무시하고···. 어떻게 하죠? 이렇게 되면 밤하늘 엔터 소속 가수는 물론이고, 큐티 걸즈도···.”
그때 윤민철은 피식 웃더니.
“미친개가 자충수를 뒀군.”
“네?”
“지난번 댓글 조작한 업체에 연락해요.”
“댓글···. 아, 설마!?”
비서가 놀라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당하게 우리 블랙 캣츠 가수들로 ‘뮤직 대전’을 꾸려보자고요.”
그리고···.
“이 첫 번째 이벤트 말인데···. 추억의 가수요.”
“네.”
“플루토가 1위 하게 만들어요.”
“프, 플루토를요? 하지만 그 그룹은···.”
비서는 무척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면 해체된 플루토 멤버 중에는 ‘그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윤민철은 즐거운 듯 말했다.
“당신도 알잖아요? 플루토는 절대 완전체로 무대에 오를 수 없어요.”
“그건 그렇지만···.”
“후후, 그렇게 되면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친개 PD 입장이 엄청 곤란해지겠죠?”
“···알겠습니다. 이사님 말씀대로 의뢰하겠습니다.”
비서가 물러나고 윤 이사는 입꼬리를 올리며,
“미친개···. 이번엔 어떤 수를 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