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58
58화 – 그냥 아무거나 해라.
블랙 캣츠 윤민철 이사 사무실.
윤민철은 ‘뮤직 대전’ 게시판 조작 사건과 관련해 비서에게 보고를 받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대명 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움직였다고?”
“네.”
그는 팔짱을 끼고 고민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헬로~ 오빠, 좋은 아침~]“윤지야. 물어볼 게 있는데, 너희 할아버님···.”
[할아버지 얘기는 안 할래. 아침부터 스트레스받기 싫어~]“······.”
[그럼, 안녕~]통화가 끊겼다.
윤민철은 폰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담 회장이 나를 공격하니까 거리를 두려는 건가? 여우 같은···.’
그때 비서가 재차 말했다.
“결백하다는 인터뷰 기사를 내기는 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
윤민철도 인터넷을 봐서 알고 있다.
결백하다는 그의 인터뷰에,
└내가 머저리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블랙 캣츠가 결백하다는 게 개구라라는 것에 내 손모가지를 걸겄어!
└블랙 캣츠 ㅋㅋ 예전부터 상납 오지게 하던데임 ㅋㅋ 조작쯤은 우습지 ㅋ
└이번에 인기 뮤직 순위 조작 때도 레아 옹호글로 커뮤니티 도배하던데 ㅋ 제 버릇 개 못 주죠?
모두가 비웃었다.
하지만 윤민철은 흔들리지 않았다.
“대중은 어차피 개돼지 같은 놈들이야. 먹음직스러운 다른 얘깃거리를 던져주면 이런 문제는 금방 잊을 거야.”
“그 말씀은···.”
“결백하다는 내 인터뷰에 악플을 다는 놈들 몇몇 처벌해. 그리고 우리 쪽과 줄이 닿는 검찰에 연락해서 이번 사건 잘 무마하고···.”
거기까지 얘기하고 잠시 고민하더니,
“스캔들 하나 터뜨려.”
“어떤 거로···.”
“적당히 화제가 될 만한 거로.”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 위기에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
“네!”
-띠리리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윤민철은 폰 화면을 바라보고 흠칫했다.
이렇게 저장해둔 사람은 한 명뿐이다.
바로, 큰할머니.
아이리스 그룹 김복자 회장이다!
그는 재빨리 전화를 받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네, 회장님. 윤민철입니다.”
[담 회장한테 한 방 맞았더구나.]“빗맞은 겁니다. 바로 대처를···.”
[그건 알아서 해. 다만, 사업에 지장이 생기면···.]“그럴 일 없습니다.”
[그보다···.]김복자 회장이 뒷말을 흐리자 윤민철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 아이는 건드리지 마.]“네?”
[체리.]“······!”
[왜 괜히 인터넷에 오르내리게 해.]“죄송합니다.”
[정도를 지키고 주제 파악해. 알겠어?]“네···.”
김복자 회장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비서가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래. 하여튼 개돼지들의 시선을 돌릴 스캔들 하나 터뜨리고···.”
그렇게 윤민철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
= = = = = = =
동수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블랙 캣츠 관련 기사들을 확인하며 씨익 웃었다.
‘지니 회장님이 제대로 소원을 들어주셨네!’
[그렇군. 다만, 윤민철의 인터뷰를 보니, 쉽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거 같다.]‘음···. 그건 그렇네. 또 뭔가 개수작을 부리려나?’
[그래서 대비를 해뒀다.]‘대비? 너 설마,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별거 아니다. 블랙 캣츠 측에서 조작범에게 조작을 의뢰하는 대화 내용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했다.]‘인마, 그런 걸 말도 없이!?’
[나는 약속했다.]‘······?’
[당신의 꿈을 이뤄주겠다고.]‘너···.’
[최고의 PD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열중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당신은 최고의 PD가 되기 위해 노력해라. 그 외 것은 내가 책임지겠다.]‘네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도 이런 건 얘기하고 해.’
[당신도 김 CP한테 보고하지 않고 행동부터 하지 않나?]‘그건···.’
[난 당신을 보고 배운 거다.]‘미친개 AI라는 거냐···.’
[그냥 미친 AI가 좋겠군. 개 자가 들어가니 어감이 좋지 않다.]동수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가온을 만난 건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군.’
[Not at all.]‘···민망하게 이런 거까지 대답하지 마.’
[OK.]그때 목동역에 도착했다.
동수는 인파에 떠밀려 지하철에서 내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새벽 일찍 나왔는데, 이놈의 지하철은 사람이 항상 많다.
‘지니 회장님이 자동차 걸었던 거 받을 걸 그랬나?’
[소원권 3장이나 남지 않았나? 한 번 더 써라.]‘아냐. 소원권은 아껴야지.’
[아끼다 똥 된다.]‘뭐, 그건 아는데···.’
지하철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동수는 패딩 점퍼 지퍼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추위 미쳤네···.”
[추위는 미칠 수 없다.]‘표현이 그렇다는 거야. 표현이.’
어느덧 12월 중순이 성큼 다가왔다.
날씨는 작년보다 더욱 추웠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아마도 꿈을 향해 다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곧 12월 13일이다.]‘그게 뭐?’
[잊었나?]‘대출 이자는 15일인데···. 우리 부모님 결혼기념일인가? 아닌데···.’
[무심한 인간.]‘뭐야, 뭔데 그래?’
[박지혜 생일이다.]“···진짜?”
[윤하얀 때도 그러더니, 당신은 너무 무심하군.]“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막내 생일 파티도 준비해야겠네.’
윤하얀 생일 때는 넷(동수, 가온, 하얀, 지혜)이서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도 부를까?’
[좋은 생각이다.]‘가온, 막내가 서치하는 쇼핑 목록 좀 보여줘.’
[알았다.]【무가티 디보】
【베라리 피닌파리나 세르지오】
【무인도 매매】
【렘보르기니 베네노 로드스터】
【헤르메스 신상】
【개인 헬기 구매 방법】
【헬기 정비사 고용】
【주기장 매매】
【브루스 리 코퍼레이션 주식】
【건물 매매】
“이게 뭐야···?”
[박지혜의 통신 단말기 검색 기록 중에서 쇼핑에 해당하는 것들이다.]동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스물여섯 박지혜의 쇼핑 목록이 참···.
‘뭐···. 취향은 존중해줘야 하지만···.’
‘그건 그렇지. 근데 이래선 생일선물 준비가 쉽지 않겠는데?’
윤하얀 때는 가온 덕분에 그녀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했는데···.
[그냥 아무거나 해라.]‘뭐? 하지만···.’
[박지혜는 뭐든 좋아할 거다.]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하긴 막내는 착하니까.”
[······.]‘좋아! 그럼 이따가 윤 작가한테 막내 생일이라고 하고! 우선 출근을···.’
그때였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털모자에 목도리, 장갑까지 완전무장을 한 박지혜가 동수를 보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우리 막내 양반은 못되겠네!’
동수는 씨익 웃더니,
“오, 우리 막내! 하이! 일찍 출근하네?”
“늘 이 시간에 출근해요.”
“그래? 역시 우리 막내! 부지런해! 하하!”
“헤헤.”
그녀는 살짝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동수는 그녀와 나란히 방송국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막내야, 네 덕분에 추억의 가수 섭외 문제는 잘 해결될 거 같다.”
“아니에요. 어차피 조작범이 잡혀서···. 제가 아니었어도···.”
“노우! 노우! 그래도 조작범이 쓴 댓글이나 쪽지를 다 처리하긴 힘들었을 거야. 너 때문에 섭외 문제가 쉽게 해결된 거야! 정말 잘했어!”
“그런가요? 헤헤.”
그녀는 동수한테 칭찬 듣는 게 기뻐서 방글방글 웃었다.
그때 박지혜가 스마트폰을 꺼내서 ‘인기 뮤직’ 게시판에 접속했다.
추억의 가수 인기 투표는 윤수희와 에이비의 대결 구도로 박빙이었다.
박지혜는 말했다.
“갑자기 ‘트리아이나’까지 인기 투표에 참전할 줄은 몰랐어요.”
“그러게.”
트리아이나는 전설적인 댄스 가수 윤수희(넵튠)의 팬클럽이다.
그러나 그녀가 배우로 전향한 뒤,
[여왕님께 부담을 주지 말자. 어련히 때가 되면 노래를 불러주실까. 우리는 조용히 배우 윤수희를 응원하자.]라고 성명서까지 발표하더니 정말 배우 윤수희가 꽃길만 걷길 응원했다.
박지혜는 “음···.”하고 고민하더니,
“에이비랑 윤수희가 라이벌이어서 그런 걸까요?”
“그건 옛말이지. 윤수희 데뷔작인 ‘스트릿 그랜마’ 때 에이비가 OST 불러주면서 베프 인증했잖아.”
“맞다. 그랬었죠. 그럼 왜 갑자기 트리아이나가 인기 투표에 참여한 걸까요?”
“글쎄다···. 근데 뭐, 우리는 덕분에 화제가 되고 좋잖아?”
동수의 말대로다.
추억의 가수 섭외 이벤트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에이비? 넵튠? 대중의 선택은!?] [윤수희 SNS에 뮤직 대전 이벤트 캡처 올리며 “ㅋㅋㅋ”이라고 게시글을···.] [에이비, 7년 만에 대중 앞에 나타나는 건가!?] [두 레전드 앞에 조작범도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동수는 볼을 긁적이며,
“음, 윤수희의 반응을 봐선 그녀가 1위를 하는 게 우리한테 편할 거 같긴 한데···.”
“맞아요. 가수 활동을 안 할 뿐이지. 연예계 활동은 활발히 하고 있고···. SNS에 올린 반응도 긍정적이니까요.”
“투표가 오늘까지였지?”
박지혜는 이벤트 공지를 확인한 뒤,
“네, 오전 11시 59분까지요.”
“흠···. 결과가 어떻게 나오려나? 내기할래?”
“헤헤, 단톡방에 올릴까요?”
“뭘 번거롭게. 그냥 우리끼리 해.”
그녀는 눈을 반짝이더니,
“좋아요!”
“넌 누구로 할래?”
“선배님 먼저 고르세요!”
동수는 가온에게 물었다.
‘누가 될 거 같냐?’
[현재로선 51대 49로 윤수희가 우세하다.]‘정말?’
그렇다면···.
“난 윤수희!”
“그럼, 저는 에이비요. 이기면 선물이 있나요?”
“음, 밥 사기 어때? 먹고 싶은 거.”
“헤헤, 좋아요!”
그렇게 소소한 내기를 했다.
둘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걸었고, 방송국에 도착했다.
박지혜는 할 일을 하러 갔고, 동수는 ‘인기 뮤직’ 팀 회의실로 향했다.
.
.
.
그리고 11시 59분이 됐다.
‘인기 뮤직’ 팀 회의실에는 동수, 박지혜, 윤하얀, 민성아, 송수빈이 모여 있다.
민성아는 엑셀로 인기 투표 최종 결과를 집계하는 중이고, 다른 사람들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윤하얀이 투덜거렸다.
“전 ‘인기 뮤직’ 소속도 아닌데···.”
“‘멍멍산’ 연말 특집만 끝나면 윤 작가도 ‘인기 뮤직’ 하면 되죠.”
윤하얀은 힐끗 민성아를 보더니,
“···싫거든요.”
“······?”
동수가 의아해하며 뭔가를 물으려는 순간,
민성아가 말했다.
“최종 결과 나왔어요.”
그녀는 노트북 화면을 모두에게 보여줬다.
【5위 백두대간 밴드 (9,321표)】
【4위 UFO (10,001표)】
【3위 플루토 (58,765표)】
3위와 4위의 격차가 엄청났다.
조작 댓글을 전부 걸러내지 못한 탓도 있지만, 플루토가 정말 대단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작 사태만 아니었으면 더 높은 득표율을 보여줬을 수도 있다.
조작 문제가 터지고 플루토 팬들이 투표하는 걸 자제했으니까.
하여튼!
이제 1위와 2위···.
동수와 박지혜, 윤하얀, 송수빈은 모두 감탄했다.
“대단하네.”
“이게 가요계를 양분하던 여왕과 천재···.”
“완전 박빙이었네!”
“와···.”
【2위 윤수희 (301,937표)】
【1위 에이비 (302,001표)】
민성아는 동수를 보며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그야 결과 공지하고···.”
동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팀원들을 훑어보더니,
“점심부터 먹죠!”
[좋은 생각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지.]‘먹고 싶은 거 있냐?’
[갈비탕이 먹고 싶군.]‘OK!’
그는 씨익 웃으며,
“우리 뜨끈한 갈비탕 먹으면서 에이비를 어떻게 섭외할지 얘기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