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62
62화 – 꺼이꺼이 우세요!
가온의 GPS 덕분에 한설희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화려한 꽃무늬가 그려진 몸빼바지와 붉은색 내복 상의 그리고 레트로 감성이 과하게 들어간 털 조끼를 입고 축제 현장에서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그녀는 동수를 보더니 방긋 웃으며,
“안녕하세요, 강 PD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지금···.”
“어울리나요? 귀촌 패션이래요.”
“그게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했던가?
플루토 때 비주얼을 담당했고, 솔로 가수로 데뷔하고 나서도 노래는 못 해도 외모만큼은 넘사벽이라고 불리던 그녀인지라···.
귀촌 패션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왜일까?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 멤버였던 그녀가 이런 차림으로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걸 보니 입맛이 썼다.
그녀는 동수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자,
“후후, 다행이다. 무대 의상보다 편하고 좋아요. 담당자님께 말씀드려서 챙겨달라고 해야겠어요. 잠옷으로 좋을 거 같아요.”
“아, 네···. 그런데 왜 이 행사를···.”
플루토 출신의 그녀가 왜 이런 지방 행사를 다니냐고 묻는 거였지만, 한설희는 오히려 웃으며,
“시래기 축제는 양구 5대 축제 중 하나로 유서 깊은 축제인데요. 정말 감사하게도 저를 초청해주셨어요.”
“······.”
“PD님께 감사드려요. 지난주 ‘인기 뮤직’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인 거 같아요.”
“아뇨···.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그때 가온이 말했다.
[한설희라는 여자는 무척 큰 사람 같군.]큰 사람.
동수도 동의했다.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스타들도 수두룩한데···.
한설희는 어려운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거 같았다.
‘한설희는 대단한 스타가 될 거야. 분명.’
[동의한다.]그때 한설희가 말했다.
“매니저 언니한테 들었어요. 저한테 부탁하고 싶으신 게 있으시다던데···. 전화로 하셔도 될 텐데.”
“아뇨. 곤란한 부탁일 수도 있어서 직접 얼굴을 보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한설희.
동수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플루토를 ‘뮤직 대전’에 섭외하고 싶습니다.”
“······.”
“···유체리 씨가 어딨는지 알고 있나요?”
동수의 물음에 한설희의 얼굴에서 부드러운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죄송해요. 못 들은 걸로 할게요.”
그대로 몸을 돌리더니 멀어지는 한설희.
동수는 그녀를 잡지도 못하고 바라보며,
‘···지뢰를 밟은 거 같은데···.’
[좇아가 봐라.]‘좇아가면 뭔 방법이 있어?’
[방법은 없지만 손수건은 건네줄 수 있지.]‘뭐?’
[한설희 울고 있었다.]‘······!’
[달려 미친개.]그는 재빨리 한설희를 뒤따라갔다.
= = = = = = =
한설희는 시래기 축제 현장을 가로지르며.
어떤 사람들을 떠올렸다.
첫 번째는 엄마처럼 팀원들을 감싸 안아주고 늘 응원해주던 사람.
두 번째는 얄미운 언니였지만 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무명 시절 모두가 의지했던 사람.
그리고 마지막···.
‘나 드라마 대본을 쓸래! 작가가 돼서 우리 설희를 주연을 쓸 거YA! OST는 승아 언니GO!’
황당했지만···.
‘설희야! 나 캐스팅됐어! 드라마래! 드라마! Wow!’
언제나 활기찼고···.
‘난 스타가 될 거야. 그랜드 캐니언을 환하게 밝히던 수많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설희야, 오늘부터 내 좌우명은 이거야. 포기는 풋내기나 하는 거야! 난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아!’
포기를 모르는···.
‘우리 죽어서도 플루토를 하자!’
정말로···.
‘변치 않는 영원한 플루토~ 약속해줘~ 헤헤!’
좋아했던 사람···.
“······.”
한설희는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서산으로 져가는 노을이 익숙했다.
마치···. 플루토의 해체가 결정된 그 날처럼···.
[···언니! 은퇴라뇨!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다음 달 월드 투어를···.] [Sorry···. 정말 미안해···.] [언니, 집안 문제로 복잡한 건 알겠지만···. 이건 너무···. 승아 언니! 언니도 뭐라고 해봐요! 우리 이제야 간신히 팬들의 사랑을···.] [···설희야, 그만하렴.] [승아 언니···.] [···우리 체리를 이해해주자.] [승아 언니까지···.]하늘이 무너진 기분···.
한설희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힘든 시절을 함께 이겨내고 간신히 날갯짓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엄마 같았던 그녀는 설희를 안아주며 말했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하지만 설희야, 꿈은 이기적인 거야. 나윤이도···. 체리도···. 그리고 나도···. 그래서 이런 선택을 하는 거야.] [꿈은 이기적인 거라고요···? 우리 꿈을···. 플루토를···.]한설희는 이때 깨달았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던 게 아니라는 걸···.
그 순간 오기가 생겼다.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언니들이 없어도···. 저 혼자서 무대에 오를 거예요···. 제 꿈은···. 저는···.]그녀는 언니들에게···.
[저는···. 죽어서도 플루토예요!]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날, 플루토는 해체됐다.
길고 긴 무명 생활을 견뎌내고 탑에 오른 지 이 년 만에 해체···. 공식 인터뷰조차 없었다.
그래서 말이 많았지만···.
하여튼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한 명은 라디오 DJ로 활약 중이고.
한 명은 배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고,
한 명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그리고···.
한설희는 홀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
노을이 저물었다.
동시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걸음 속도 엄청 빠르네요. 울지 말고 닦아요.”
“강 PD님···.”
뒤좇아온 동수가 그녀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는 씨익 웃더니,
“손수건 깨끗한 거니까. 편하게 써요.”
“···고맙습니다.”
동수는 눈물을 닦는 그녀를 보더니,
“제가···. 괜한 말을 꺼냈나 보네요. 미안해요.”
“아니에요. 제가 칠칠치 못하게 울어서···.”
“우는 게 어때서요?”
“네?”
“사람이 살다 보면 웃을 때도 있고, 울 때도 있는 거지. 칠칠치 못하다고 생각하지 마십쇼! 어깨 힘 팍! 주고 꺼이꺼이 우세요!”
한설희는 눈을 깜박이며 동수를 보다가,
“아하하, 강 PD님은···. 참 재밌는 분 같으세요.”
“으하핫, 보는 눈 있으시네요! 제가 PD가 안 됐으면 개그맨이 됐을 겁니다!”
“후후···.”
동수는 미소 짓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그래요. 웃어요.”
“네?”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뭐가 난다고 하던데, 그거 다 헛소리더라고요. 대차게 울고, 다시 환하게 웃으십쇼. 힘들 때나, 아플 때나···. OK?”
“···위로해줘서 고마워요.”
“고마우면···. 대답 좀 해주세요.”
“네?”
동수는 씨익 웃더니,
“체리씨, 어딨는 줄 알아요?”
“······죄송해요. 저도 몰라요. 플루토가 해체되고···. 기획사를 옮기면서 다른 멤버들과는 연락을 끊었어요.”
“그렇군요···.”
가온이 말했다.
[이번에도 허탕인가?]‘뭐, 어쩔 수 없지.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긴 그렇고···. 시래기 된장국이라도 먹고 갈까?’
[버스 정류장 앞에 시래기 된장국 식당을 봤다. 냄새가 좋았다. 거기서 먹자.]‘OK.’
그때 한설희가 말했다.
“저는 모르지만, 체리 언니 연락처를 알고 있을 만한 분이 계세요.”
“정말입니까!? 그게 누굽니까?”
“차은수 작가님이요.”
“아, 그 드라마 작가···.”
“네, 그분은 분명 알고 계실 거예요.”
“음···. 하지만···.”
차은수 작가랑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대철이 형이 ‘그건 알고 싶어’ PD 때 차 작가 인터뷰를 했다는 거 같던데···. 혹시 연락처를 알고 있으려나···?’
고민하는데, 한설희가 재차 말했다.
“차 작가님이랑 연락이 어려우시면···. 한창훈 선생님도 아실지 몰라요! ‘옥탑방 돈키호테’랑 ‘검은 미로의 숲’ 촬영 때 언니가 친할아버지처럼 따랐거든요.”
한창훈은 차은수보다 연락하기 더 어렵다.
스마트폰도 안 쓰고, 녹화가 없으면 매일 등산만 하는 신선 같은 분이라···.
동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설희 씨, 알려줘서 정말 고마운데···. 혹시 체리 씨 연락처를 알 만한 다른 사람은 없나요?”
“다른 사람이요? 음···.”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우 오빠라면 알지도 몰라요.”
“선우 오빠요? 그게 누굽니까?”
“저희 무명 시절 때 매니저를 해주던 오빠요. 선우 오빠가 체리 언니 신경을 많이 써줬거든요. 재능은 있는데, 너무 아쉽다면서···.”
동수는 눈을 깜박이더니,
‘잠깐 플루토 무명 시절 소속사가 분명···.’
[앨리스 엔터다. 강세나의 소속사.]‘맞아···. 그랬지.’
그때 한설희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배우분들을 담당하는 거 같던데···. 앨리스 엔터 아시죠? 거기 배우 3팀 팀장이랬나?”
“배우 3팀이요···? 혹시 이름이 황선우입니까?”
그녀는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네, 맞아요. 아는 사이세요?”
“아···. 그게 오가다 조금···.”
【세나의 캐스팅을 취소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하려고···.】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미리 약속하고···.】
【이건 약소하지만 제가 준비했습니다. 사슴 꼬리로 만든···.】
멍멍산에서 강세나 캐스팅을 취소하자 공손한 척 재수 없게 말하더니, 시청률이 떡상하자 사슴 꼬리로 만든 건강식품을 사 와서 꼬리를 흔들던···.
[정신력이 강한 남자.]가온의 말에 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이번에는 내가 사슴 꼬리라도 사서 가야 하나?’
갑과 을이 이렇게 뒤바뀌다니.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 구절이 절로 떠올랐다.
동수는 한설희에게 말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설희 씨.”
“네?”
“물어보는 게 정말 늦었는데···.”
“······?”
“다시 한번···. 플루토로서···. 저희 뮤직 대전 무대에 올라주실 수 있나요?”
한설희는 가만히 그의 눈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시’가 아니에요.”
“네?”
“비록 혼자였지만···. 저는 늘 플루토의 일원으로서 무대에 올랐어요.”
그녀는 배시시 웃더니,
“이번 ‘뮤직 대전’에서도···. 그럴 거예요.”
동수는 그녀에게 엄지 척을 하며,
“베리굿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조금 뜬금없긴 한데···.”
“······?”
“우리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좀 알려주십쇼!”
“비밀이에요.”
“거참, 너무하시네···.”
동수는 입맛을 다시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가 저녁 사겠습니다. 시래기 된장국 어떠십니까?”
“아, 저는 이 전단지를 다 돌리고···.”
동수는 그녀가 들고 있는 전단지를 낚아채더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야, 학창시절에 치킨집 전단지 많이 돌리고 다녔는데! 으하하!”
“아, 아뇨. 제 일인데···.”
“같이 하는 거죠! 같이! 어어! 스탑! 쓰타프! 거기 가는 커플 남녀! 안내 전단지도 없이 어딜 돌아다니시나!? 엇! 할매요! 이 전단지 좀 보고 가이소~!”
한설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수를 쳐다봤다.
그때 동수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신사숙녀 언니오빠 애드리바디 꼬꼬마 컴온! 컴온! 여기 예쁜 언니 보이죠? 이분이 아주아주 유명한 가수인데! 양구의 5대 축제인 시래기 축제를 빛내려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여러분을 찾아온 거예요!!!”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유명 가수?’
‘어라?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얼굴은 예쁜데···.’
‘어? 저 여자, 그 사람 아니야?’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가, 강 PD님···. 무슨···.”
그러자 동수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자자, 저만 믿으세요. 제가 설희 씨를 축제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드릴게요!”
“아, 아뇨. 괜찮은데···.”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동수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자, 신청 곡 받습니다! 어이! 거기 노란 리본 공주님! 듣고 싶은 노래 말해봐요!”
동수의 지목을 받은 어린 소녀는 방긋 웃더니,
“‘흔들린 우X’이요!”
“이야, 꼬마 친구분이 아주 조숙하네! 꼬마 맞죠? 몇 살이에요? 으하하! 뭐, 좋습니돠아! 거기 아저씨! 기타 좀 빌려주쇼!”
동수는 지나가던 관광객 아저씨한테 기타를 받더니,
“코드가 이랬나? 음···.”
“강 PD님···?”
-디리링~
“아, 됐다!”
동수는 씨익 웃더니!
“설희 씨, ‘흔X린 우정’ 가사 알죠?”
“네, 알긴 아는데···.”
“그럼···. 갑시다!”
“네?”
“관객 여러분!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의 ‘흔들X 우정’입니다!!!”
동수의 기타 연주가 시작됐다.
한설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 잘 치시네?’
그때 동수가 눈치를 줬다.
‘노래! 노래!’
‘아!?’
그녀는 재빨리 노래를 불렀다.
“아냐 이게 아닌데~ 왜 난 자꾸만~ 친구의~!”
그렇게 시래기 축제는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의 무대로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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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아 작가는 야근을 하다가 잠시 쉬면서 SNS를 확인했다.
그러다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라는 제목의 글을 발견했다.
‘미친개? 뭐지?’
그리고 글에 업로드된 영상을 확인하더니,
“이 미친개 PD는 섭외하랬더니,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인상을 팍 쓰며, 동수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