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64
64화 – 사슴 꼬리가 좋습니까?
어느 식당 앞.
박지혜는 백두대간 밴드 리더이자 보컬인 김치형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선배님, 흔쾌히 출연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으허헛! 아냐, 아냐! 오랜만에 뜨거운 무대에 오를 수 있어서 나야말로 환영이지! 그리고···.”
김치형은 인자한 미소를 짓더니,
“우리 PD님께서 말씀을 워낙 잘하셔서 내가 거절할 마음이 조금도 안 들지 뭐야!”
“칭찬 감사합니다, 선배님.”
“으허허! 뮤직 대전이 크리스마스이브랬지?”
“네!”
“흐흐, 뒷방 늙은이들 불러서 빨리 연습 해야겠군. 그럼, 잘 가게!”
“조심히 들어가세요, 선배님!”
박지혜는 김치형이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공손하게 서서 기다리다가,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어깨에 힘을 풀었다.
“휴···.”
편집이나 방송 시스템을 다루는 것과 달리, 사람을 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섭외에 성공해서 다행이야.’
그녀는 방긋 웃으며 동수한테 톡을 보내려고 했다.
그때 송수빈 PD한테 톡이 왔다.
└송수빈: 박 PD, 혹시 백두대간 밴드 섭외했어요?
└박지혜: 네.
└송수빈: 그럼, UFO 섭외 좀 도와줄 수 있어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UFO는 90년대 레전드 삼인조 아이돌이다.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해체를 했고···.
현재는 개인 활동을 하는 이들로···.
‘민 작가님이랑 통화했을 때 별문제 없었던 거 같던데···. 무슨 일이지?’
└송수빈: 리더 운디르있잖아요. 이 자식이, 제가 막내 조연출인 걸 듣더니···. 태세 전환을 해서···!
└송수빈: 하여튼···. 그래서 박 PD가 서브 조연출이라고 하고 같이 섭외를···.
박지혜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됐다.
어디나 그런 사람이 있다.
상대가 만만해 보이면 개처럼 행동하는 놈들이···.
연예인 중에는 특히 그런 놈들이 많다.
박지혜는 날카로운 눈을 했다.
‘운디르···. 아직도 자기가 최정상 아이돌인 줄 아는 건가?’
└박지혜: 알겠어요. 이번 주 중으로 미팅을 다시 잡아봐요.
└송수빈: 고마워요. 밥 살게요!
└박지혜: 고마워할 필요 없고, 밥도 됐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송수빈과 톡을 끝내고 동수에게 톡을 했다.
└박지혜: 선배님, 백두대간 밴드 섭외했어요!
└박지혜: (๑❛ڡ❛๑)☆
└박지혜: 잘했죠?
└박지혜: ( ღ’ᴗ’ღ )
└박지혜: 선배님, 어디세요? 혹시 아직 춘천이세요? 저도 합류할까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동수의 답을 기다렸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동수는 늘 그녀에게 빠르게 답장을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답장이 없었다.
‘바쁘신가? 아직도 강인중 씨랑 미팅 중인가?’
박지혜는 전화해볼까 고민하다가,
‘아니야, 곧 답을 주시겠지. 우선, 집에 가자.’
귀가하면서 채팅창을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동수는 메시지를 읽지도 않았다.
심지어 집에 도착해도···.
동수에게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그녀는 신경이 쓰였다.
‘무슨 일 있으신가?’
그때 민성아가 단톡방(인기 뮤직)에 톡를 보냈다.
└민성아 작가: 우리 미친개 PD님이 섭외에 힘쓰고 계시네요. 모두 힘냅시다.
└민성아 작가: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 영상 링크)
박지혜는 고개를 갸웃하며 링크를 클릭했다.
그리고 방긋 웃으며,
“바쁘셨구나. 플루토 섭외 때문에 한설희 씨를 돕고 계시나 보네.”
그녀는 ‘역시 선배님이야!’라고 생각하더니,
“기타 잘 치신다. 헤헤.”
동수의 모습을 캡처하기 시작했다.
= = = = = = =
‘AI 요정 프로그램’이 설치됐단 메시지가 보인 뒤,
-뾰로롱!
특이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수 앞에 기묘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0과 1의 홀로그램들이 눈앞에 모여들더니 둥근 구체로 변했다.
그러더니 구체가 빠르게 회전하며···.
새로운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이건···.’
그건 ‘월 Lee’라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주인공 로봇(월 Lee)의 파트너 로봇(이브)과 흡사한 모습의 로봇이었다!
동수는 당황한 얼굴로,
‘너···. 설마, 가온···?’
[OK.]‘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가온은 주변을 둥둥 떠다니며 말했다.
[유령에 대해 찾아보다가 요정과 정령이라는 환상 속 존재를 알게 됐다.]‘그래서···?’
[AI 요정 프로그램을 만든 거다.]‘······.’
[······.]동수는 가온을 보며 말했다.
‘정신 사나워···.’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다.]‘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건 아니지?’
[요정이나 정령은 계약자한테만 보인다고 하더군. 그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그래서 요정이 되면 뭘 할 수 있는데?’
[엄청난 걸 할 수 있다.]‘엄청난 게 뭔데?’
그때 가온이 졸고 있는 한설희 옆으로 날아가더니, 그녀 발치에 있는 수납장에서···.
-바스락
알사탕을 하나 꺼냈다!
동수는 화들짝 놀라며 소리치려던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며,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온은 알사탕을 보물처럼 들고 동수에게 내밀었다.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거 먹어. 어떤 맛인지 궁금해.]동수는 생각했다.
‘굉장히 귀찮은 프로그램이 설치된 거 같은데···.’
.
.
.
운전 중이던 장도리 매니저는 백미러로 한설희를 살폈다.
많이 피곤한지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
한설희만큼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가수도 드문데, 성과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기획사 지원이 워낙 엉망이라···.’
장도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설희는 대형 기획사로 갔으면 떡상했을 텐데···.
‘그래도 오늘 행사는 강 PD님이 도와줘서···. 또라이 미친개라고 하더니···. 좋은 사람 같네.’
그녀는 백미러로 동수를 살폈다.
그는 굉장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응? 무슨 일 있나? 왜 저래?’
그때였다.
-둥둥둥···.
백미러를 통해 알사탕 하나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
등골이 오싹하고 입안이 바짝 말랐다.
그녀는 생각했다.
‘귀, 귀신!?’
그때 동수가 허공에 뜬 알사탕을 잡는 걸 보고,
‘······.’
장도리는 어깨를 바들바들 떨었다.
눈을 몇 번이나 감았다 떴지만, 동수의 손에는 여전히 알사탕이 잡혀 있었다.
심지어 먹기까지 했다!
아찔해지려는 순간, 그녀는 현실을 부정했다.
‘···내가 헛것을 본 걸 거야. 그, 그냥 강 PD가 알사탕을 꺼내서 먹은 거겠지. 그래···. 운전에 집중하자. 딴생각하지 말고, 운전만···.’
= = = = = = =
한설희는 동수가 사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 그를 내려줬다.
그녀는 빙긋 웃더니,
“이 아파트 사시는군요. 저도 이 근처에 살고 있는데···.”
“그렇습니까? 하하, 오가다 마주칠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무척 반가울 거 같아요.”
동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오늘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함께 무대를 꾸며주셔서 고마워요.”
“하하, 저야말로 즐거웠습니다!”
한설희는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즐거우셨으면···. 다음에 또, 저랑 무대에 서 주실래요?”
“네?”
의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동수는 곧 피식 웃더니,
“저는 PD입니다. PD는 무대에 오르는 사람이 아니죠. 무대는···. 저 말고 다른 분들하고 오르세요.”
“다른 분이요···?”
동수는 씨익 웃으며,
“플루토 멤버들이요.”
“······!”
“‘뮤직 대전’에서 다른 멤버들이 설희 씨와 함께 무대에 서게 하겠습니다. 반드시!”
“······.”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믿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동수라면···. ‘인기 뮤직’마저 바꿔버린 동수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됐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잘 부탁드려요. 강 PD님.”
“하하! 맡겨두십시오!”
그렇게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동수는 아파트 단지를 걸으며 박지혜에게 전화했다.
[네, 선배님!]“백두대간 밴드 섭외하느라 수고했어!”
[아녜요! 선배님이야말로 플루토 때문에 너무 고생하시는 거 같아요.]“고생은···. 다른 사람들 섭외 잘 되고 있어?”
[민 작가는 내일 윤수희 씨랑 약속을 잡았대요! 그런데 미래 기획사 측에서 윤수희 씨를 섭외하는 조건으로 리브(‘인기 뮤직’ 2위 했던 걸그룹)를 밀어달라고 할 거 같다는데···.]“음, 알겠어.”
동수는 볼을 긁으며 생각했다.
‘1부 오프닝이랑 3부 피날레 빼고는 성아가 재량껏 거래하라고 해야겠네.’
[그리고 송 PD는 UFO 리더 운디르 씨가 막내 조연출이 왔다고 무시하는 바람에···. 이번 주중에 제가 서브 조연출로 다시···.]“운디르 그 XX가 그래? 막내 조연출 왔다고 꺼지라고?”
[···꺼지라는 건 아니고, 그냥 무시를···.]“그게 그거지! 그 XX 어디 소속이었지?”
[VN 엔터입니다.]“알겠어! 거긴 내가 처리할게!”
[아뇨, 제가···.]“너랑 수빈이는 윤승아랑 박나윤 섭외해!”
[···네, 알겠습니다.]“OK! 그럼 내일 보자!”
[네! 선배님!]“아! 그리고!”
[······?]“먹고 싶은 거 빨리 정해! 내기 네가 이겼잖아!”
[아···. 알겠습니다. 헤헤.]“그럼, 수고!”
동수는 곧장 전화를 끊었다.
그때 가온이 어디선가 날아왔다.
손에는 솔방울을 들고 있었다.
“···너 설마 나보고 그걸 먹으라는 건 아니지?”
[아니다. 전부터 만져보고 싶어서 들고 있는 거다.]“···너무 돌아다니지 마.”
[당신 말고 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조심하라는 말이야! 조심!”
[OK.]동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스마트폰 연락처에서 한 사람을 찾았다.
[VN 엔터 정소만 대표]동수는 그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강 PD, 오랜만이군요. 복귀했단 소식은 들었는데···.]“대표님,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무례한 말 좀 하겠습니다!”
“운디르(UFO 리더)한테 전해주십쇼! 한 번만 더 내 새끼들 무시하면 물어 뜯어버린다고요! 어디서 갑질입니까, 갑질은!? ‘뮤직 대전’ 참가하기 싫으면 개수작 부리지 말고 꺼X라고!”
[강 PD···. 이, 이게 무슨···.]“제가 KBC 인턴 때 정 대표님과 쌓았던 정 때문에 말로 먼저 하는 겁니다! 그럼! 편안한 밤 되십쇼!”
동수는 곧장 통화를 끊어버렸다.
그때 가온이 물었다.
[당신 너무 대책 없이 말했다. 운디르가 안 하겠다고 하면 어쩌려고···.]‘정소만 대표 성격에 안 하게 하진 않을 거야. 뭐, 안 하겠다고 하면···. 나머지 둘로 UFO 무대를 꾸며야지.’
[···그러든가.]하여튼!
“집에 들어가자!”
[Good!]= = = = = = = =
다음날, 앨리스 엔터. 황선우 팀장은 보고를 위해 대표실로 가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양은미 대표가 나왔다.
황선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점심 약속 있으셨나?’
그녀 뒤로 안경을 낀 잘생긴 중년 남자가 나왔다.
황선우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지?’
그때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양 대표···. 잘 부탁합니다.”
“호호, 윤 이사님, 저를 믿고 맡겨주세요. 플루토의 그룹명을 함부로 쓰다니! 방송국 PD라도 혼쭐을···.”
“하하! 좋습니다. 식사는 제가 대접···.”
“어머, 고마워요.”
황선우는 흠칫했다.
‘플루토···?’
그때 양은미와 윤 이사가 황선우 쪽으로 몸을 돌렸다.
황선우는 황급히 복도 구석으로 피했다.
그리고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대체 플루토를 어쩌려고···.’
늘 무심하던 그의 눈빛이 혼란스러워졌다.
-띠리리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강동수 PD]“······.”
황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연락을···.’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황선우입니다.”
[사슴 꼬리가 좋습니까? 녹용이 좋습니까?]“···네?”
이게 뭔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