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65
65화 – 어쩔래요?
홍삼 전문 대리점.
동수는 황선우가 사슴 꼬리와 녹용 중 어느 게 좋은지 답을 주지 않자, 재차 물었다.
“결혼하셨습니까? 그럼 와이프 걸로···.”
[···뜬금없이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군요.]“부탁드릴 게 있어서 선물을 드리려는 겁니다!”
[부탁이요···?]“뭐, 고르기 힘드시면 제가 알아서 사겠습니다. 오늘 점심때 찾아뵐까 하는데···.”
[···부탁이 뭡니까?]“댁이 플루토 매니저를 하셨다고···.”
-뚜뚜뚜···.
황선우가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렸다.
동수는 어이없단 표정으로 폰을 보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황선우는 받지 않았다.
“요놈 봐라? 안 받아?”
그때였다.
-뾰로롱
허공에 가온이 나타났다.
[당신과 대화를 나누기 싫은가 보군.]“그런 거 같네.”
[어떻게 할 거지? 찾아갈 건가?]“흠···.”
고민하는데 막내한테 전화가 왔다.
“어, 막내야.”
[선배님, 점심은 어떻게 하시겠어요?]“음, 글쎄다.”
원래는 황선우랑 먹을 생각이었지만···.
“···오늘은 같이 먹자. 먹고 싶은 거 있어?”
[네! 그럼, 제가 예약해둘게요!]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점심 먹는데 무슨 예약···?
그렇지만 막내가 착실해서 그런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얀 작가나 수빈이, 성아한테도 물어봐.”
[···저, 오늘은···.]막내는 뒷말을 흐리더니, 머뭇거리며,
[내기 이겼던 거···.]“아, 그래. 그럼 오늘은 둘이 먹자.”
[네! 제가 예약하고 식당 주소 보내드릴게요!]“그래, 그래.”
[아, 그리고 박나윤이랑 윤승아 말인데요···.]“연락해봤어? 뭐래?”
[윤승아는 고민을 좀 해보겠대요. DJ 중인 라디오 프로가 연말 특집을 준비하고 있어서 바쁘다고···.]“박나윤은?”
[박나윤은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에 좋든 나쁘든 영향을 줄 거 같다고···.]“싫대?”
[···확답은 안 줘서···. 잘 모르겠어요.]“아주 쌍으로 지랄 꼴값을 떠네···.”
[어떻게 할까요?]“어쩌긴 뭘 어째. 너희(박지혜, 송수빈)가 섭외하려고 해선 씨알도 안 먹히네. 민 작가한테 말해. 협박하든, 멱살을 잡든 해서 캐스팅하라고.”
[네!]막내와 통화를 끝내고 동수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방송에서 왜 플루토 섭외를 다 포기했는지 알만하네.’
한설희 말고는 마이웨이 XX들이었다.
동수는 혀를 혀를 찼다.
‘설희 씨는 이런 애들이랑 뭔 무대를 다시 하고 싶다고···.’
그때 가온이 유아용 홍삼 젤리를 들고 날아왔다.
[이거 먹고 싶어.]‘인마, CCTV 안 보여? 찍히면 어쩌려고!’
[괜찮다. EMP 레이저로 먹통을 만들어놨다.]‘뭔 짓을 하는 거야!? 당장 내려놔!’
[알았다.]동수는 후다닥 대리점을 나왔다.
잠시 후, 막내에게서 톡이 왔다.
“흑염소···? 얘, 이런 거도 먹나?”
동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방송국으로 향했다.
= = = = = = =
박지혜는 예약한 식당 주소를 동수에게 보냈다.
그러더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윤 작가가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윤 작가님, 출근하셨네요? 안녕하세요.”
“헬로우~ 박 PD, 그런데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네? 왜요?”
“아니, 콧노래를 흥얼거리길래.”
“아, 아뇨···.”
윤하얀은 능글맞은 미소를 짓더니,
“아항~ 박 PD···. 강 PD님한테 칭찬 들었구나!”
“아, 아니에요. 이건 그냥···.”
“뭐~ 아님, 말고요!”
장난기 가득한 윤 작가를 보며 박지혜는 어색하게 웃었다.
“···기획안 잘 되세요?”
“일단 초안은 나왔어요! 그런데 조금···. 뭐랄까? 2%로 부족한 느낌이어서···.”
“그래요?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예리한 평가 부탁해요!”
“아하하, 그냥 궁금해서 읽어보려는 건데···.”
박지혜는 멍멍산 연말 특집 기획안을 건네받았다.
천천히 읽고 있는데, 윤하얀이 물었다.
“추억의 가수 섭외는 잘 되세요?”
“플루토랑 에이비 빼고는 다 섭외했어요.”
“아···. 그렇구나. 플루토는···.”
“한설희 말고는 다들 꺼리는 분위기예요. 윤승아나 박나윤은 각자 스케쥴이 있는 거 같아요. 근데 유체리가 문제에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해서···.”
윤하얀은 팔짱을 끼며 생각했다.
‘차 작가님이면 유체리의 행방을 알지 않을까?’
핵잠수함 무명 아이돌이었던 체리의 재능을 알아보고 배우로 캐스팅한 게 차은수다.
유체리는 방송에서 자주 차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었다.
그때 박지혜가 기획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기획안 좋네요. 기획 의도에서 ‘하치 X야기’의 주인공 강아지의 죽음이 너무 안타까웠다는 게 공감되네요. 사실 저도 ‘하X 이야기’ 보고 무척 안타까웠거든요.”
“헤헤, 그래요?”
“그런데 프로젝트명을 아직 안 정하셨네요?”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요. 혹시 피드백해줄 거 있나요?”
박지혜는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하더니,
“···제 의견에는 강아지뿐만 아니고, 새로운 보호자가 되는 분의 사연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보호자도요?”
“선배님께서 처음에 말씀하셨던 게 떠올라서요. 우리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공감이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강아지와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모습을 프로그램에 담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윤하얀은 머릿속이 환해지는 거 같았다.
사연 있는 강아지에게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주는 게 왜 이렇게 소금 안 친 곰탕 같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 이런 야마가 있어야 했는데!’
야마는 방송 현장 용어로 일본어다.
대충 핵심적인 게 없고 잔잔하고 조그만 것들로 이야기가 구성됐다는 말인데···.
하여튼!
‘사연과 사연끼리 비벼 먹어야 제맛이지!’
윤하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박 PD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아주 멋진 기획안이 나올 거 같아요!”
“아니에요. 제가 한 게 뭐 있다고요.”
“에이~ 우리 복덩이님이 왜 이러세요!”
“보, 복덩이라뇨···.”
“그보다 이번 프로젝트 이름···. 결정했어요!”
“뭔데요?”
“‘희망’이에요!”
“희망···. 좋네요. 작가님, 파이팅하세요!”
“네!”
박지혜가 회의실에서 나가자, 윤하얀은 노트북을 켜고 기획안 수정을 시작하려다 멈칫했다.
“음···.”
동수와 박지혜가 ‘뮤직 대전’ 때문에 고생하는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플루토라···.’
불현듯 얼마 전 만났던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윤 작가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세요.]윤하얀은 미간을 좁혔다.
“으음···.”
자립심이 강한 그녀는 도움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을 위해서니까···.’
그녀는 스마트폰을 들고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차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 윤하얀이에요.”
[윤 작가님, 반가워요. 무슨 일로···.]“그게 정말 죄송스러운데···.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하하, 죄송은요. 부탁인 뭔가요? 편하게 말씀하세요!]윤하얀은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플루토요.”
[······?]“···‘뮤직 대전’에 참가하게 해줄 수 있나요?”
[······.]차 작가는 한참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윤하얀이 이런 부탁하는 이유는 플루토(박나윤, 윤승아)가 속한 미래 기획사가 차은수 소유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운영은 다른 사람이 하고 있긴 하지만···.
하여튼, 소속 연예인의 스케쥴을 조정할 능력은 충분하다.
그때 차 작가가 대답했다.
[승아 씨나 나윤 씨는 참가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설희 씨는 다른 기획사 소속이고···.]“설희 씨는 이미 참가한다고 했대요. 그러니까···.”
[체리 씨가 문제군요.]“···혹시 연락처를 알고 계신가요?”
[알고는 있습니다만···. 아마 설득하긴 어려울 거예요.]“네? 그게 무슨···.”
[자세한 설명은 어렵고···. 유체리 씨는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차 작가는 무척 씁쓸한 목소리로,
[···체리 씨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도와주세요.”
[윤 작가님···.]“우리 PD님은···. 포기할 인간이 아니에요. 죽을 때까지 유체리를 찾으려고 할 거예요. 그러니까···.”
[···저도 돕고 싶지만, 약속한 게 있어서···. 죄송합니다. 대신, 승아 씨랑 나윤 씨는 ‘뮤직 대전’에 참가하게 해두겠습니다.]윤하얀은 무척 아쉬웠지만,
“······네, 감사합니다.”
전화 통화를 끝내고 그녀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생각했다.
‘강 PD님, 아무래도 유체리는 포기해야 할 거 같아요···.’
= = = = = = =
방송국으로 돌아가던 동수에게 가온이 말했다.
[유체리 찾는 거 포기하자.]‘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리 생각해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당신이 형사나 탐정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렇게 유체리 단서만 졸졸 따라다닐 건가?]동수는 걸음을 멈추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지만···. 플루토 섭외를 포기할 순 없잖아.’
그때 가온이 말했다.
“그러면···?”
[발상의 전환을 하자. 우리가 찾을 게 아니라,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자.]“어떻게?”
[방송.]동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PD라면 방송으로 승부를 걸어야지.]“···네 말이 맞아. PD라면 방송이지!”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그때 윤 작가한테 톡이 왔다.
└윤 작가: 미래 기획사에 지인이 있어서요. 윤승아랑 박나윤 ‘뮤직 대전’에 참가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마 오늘 중으로 연락이 갈 거예요.
동수는 눈을 크게 떴다.
“지인이 무슨 대표라도 되는 거야? 하여튼 우리 윤 작가는 알면 알수록 대단하다니까!”
[미친개한테는 과분한 작가지.]“뭐, 인마?”
[답장해라. 답장.]동수는 가온을 노려보다가 윤하얀한테 정말 고맙다고 답장을 한 뒤, 생각했다.
‘역시 이 빌어먹을 방송판은 혈연, 지연, 학연이 최고야. 에휴···.’
그 순간···.
‘가만···. 가만···.’
동수가 뭔가를 생각하자 가온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그의 생각을 읽더니,
[좋은 아이디어다. 임 작가한테 연락해라.]‘그렇지? OK!’
곧바로 임 작가한테 전화했다.
“도와줘! 임 작가!”
[···노X구로 개명할래요?]“하하, 난 내 이름이 좋아!”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정말···. 애도 아니고 맨날 도와달라고만 하고···. 우리 강 PD님은 언제쯤 절 도와줄래요?]“으하하, 내가 최고의 PD가 되면 우리 임 작가를 업고 다닐게!”
[됐네요. 퍽이나! 부탁이나 말해요!]“‘개나리의 노래꽃밭’에 게스트 한 명만 꽂아주라.”
[게스트? 누구요?]‘개나리의 노래꽃밭’은 TVM(종편)에서 목요일 저녁마다 하는 프로그램(생방송)이다.
신인이나 무명 가수 등을 초대해서 그들의 노래를 듣고 소소한 토크를 나누는 음악 방송으로, 임혜숙이 메인 작가를 맡고 있다.
동수는 게스트가 누군지 말했다.
“한설희.”
[플루토 섭외 때문에 그래요?]“응!”
[음···. 도와주고 싶긴 한데~. ‘노래꽃밭’은 숨겨진 보석들을 소개하는 방송이라고요. 한설희는 무명이나 신인은 아니잖아요?]“에이, 솔로 데뷔하고 무명이나 다름없었지!”
[나리도 싫어할 거 같은데···.]‘개나리의 노래꽃밭’은 스페이스 걸즈 나리(본명: 계나리)가 MC를 맡고 있다.
스페이스 걸즈와 플루토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
한때 팬들끼리 유혈 사태까지 났을 정도로···.
동수는 재빨리 말했다.
“에이, 임 작가 왜 이래? 나리 걔가 예능에 자리 잡은 게 임 작가 덕분인 거, 내가 빤히 아는데! 임 작가 말이면 나리는 바로 OK 하잖아!”
[흠···.]“소고기 쏠게! 소! 고! 기!”
[흠, 소고기···.]“디저트로 핫초코에 슈크림 빵도!”
“와인까지 쏠게! 에라~ 모르겠다! 내 지갑 임 작가한테 맡길게! 도전! 골든벨!!!”
[···노력이 가상하네. 알겠어요. 홍 PD한테 말은 해볼게요. 홍 PD가 거절하면···.]“에이~! 거절이라니! 임 작가가 잘만 말하면 홍두깨 그 자식은 그냥 다 OK 하잖아!”
[뭐, 하여튼···. 다음 주로 넣어줘요?]“임 작가님! 이번 주로 부! 탁! 드립니다!”
[OK.]“Yes sir!”
옆에서 지켜보던 요정 가온이 중얼거렸다.
[미친개도 임혜숙한테는 꼬리를 흔든다···. 데이터 기록···. 저장.]통화를 끝낸 동수는 곧바로 한설희의 매니저에게 이번 주에 ‘노래꽃밭’ 게스트로 한설희를 꽂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다.
‘뭐, 곧 연락이 오겠지.’
잠시 후, 임 작가한테 연락이 왔다.
[홍 PD가 한설희 혼자는 안 된대요.]“뭐? 설마, 플루토 다른 멤버를 섭외하라는 미친 소리를 한 건 아니지?”
[그건 아니고···. 미친개 밴드랑 같이 출연하면 OK 하겠대요.]“뭐···?”
미친개 밴드···? 그건···.
“홍두깨 그 자식···. 미친개 밴드가 나인 거 알지?”
[알죠.]“그 자식 미친 거 아니야? SBC PD한테 TVM 음악 방송에 출연하라고!? 누구 잘리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복면은 빌려준대요.]“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그래서 어쩔래요? GO? STOP?]동수는 인상을 팍 쓰더니···.
“···못 먹어도 GO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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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저녁.
신성 문화 예술 회관, 출연자 대기실.
펑키한 느낌의 무대 의상을 입은 한설희는 진돗개 복면을 쓴 남자에게 말했다.
“강 PD님, 잘 부탁···.”
“강 PD 아닙니다.”
“아, 맞다. 자꾸 깜박해요. 후후, 미친개님. 잘 부탁드려요.”
그 말에 미친개는 기타를 쫘아아앙! 치더니,
“OK!”
그때였다.
FD가 대기실로 들어오더니,
“5분 뒤에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 차례에요! 준비해주세요!”
한설희는 미친개에게 손을 내밀더니,
“갈까요?”
미친개는 그녀의 손을 마주 잡고,
“OK! 무대를 씹어 먹으러 갑시다!”
“아하하, 씹어 먹는 건 조금···.”
“그럼 물어뜯을까요?”
“그, 그냥 파이팅해요!”
미친개는 씨익 웃더니,
“파이팅 좋죠! 다 죽여버립시다!!! 우오옷!!!”
한설희는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가는 미친개를 보며,
“······.”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는 ‘개나리의 노래꽃밭’ 무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