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7
7화 – S등급 스태프.
목동 금룡성.
동수는 테이블을 잡고 앉아 임혜숙이 오길 기다렸다.
힐끗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6시 55분···.
‘슬슬 올 때가 됐는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문을 열고 롱패딩에 털모자를 쓴 임혜숙이 들어왔다.
추위를 몹시 타는 그녀는 11월부터 완전무장 했다.
동수는 벌떡 일어나서 임혜숙한테 뛰어갔다.
“임 작가! 일찍 왔네? 오느라 고생 많았어!”
“···뭐예요? 왜 이렇게 오바해요?”
“임 작가 봐서 반가우니까 그러지!”
“······.”
임혜숙은 잠시 미심쩍은 눈을 했지만, 그의 친절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동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작가 창가 자리 좋아하지? 내가 일찍 와서 맡아놨어! 이리 오라고!”
“알겠어요. 알겠어.”
두 사람은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임혜숙은 패딩과 털모자를 벗어서 옆자리에 놓더니 정전기로 뜬 머리를 쓱쓱 빗어 내리며 물었다.
“왜 이래요?”
“뭐가?”
“너무 친절하잖아. 불안하게.”
“친절하긴···. 하하!”
동수는 메뉴판을 내밀며 말했다.
“자자,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켜!”
“······.”
임혜숙은 말없이 동수를 빤히 보더니,
“짜장면이요.”
“왜 그래? 탕수육도 시키고···. 아! 임 작가, 양장피 좋아하지? 그것도···.”
“돈도 없으면서 무슨···. 됐어요.”
“괜찮다니까.”
임혜숙은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여기 짜장 둘이랑 소주 한 병이요! 소주는 먼저 주세요!”
그러자 종업원이 단무지와 소주를 내왔다.
임혜숙은 술병을 들어 팔꿈치로 밑을 퍽! 퍽! 치더니 능숙하게 뚜껑을 열고,
“받으세요.”
“······.”
그녀는 본인의 잔에도 술을 채우더니 가볍게 원샷을 했다.
동수는 마시지 않고 잔을 내려놨다.
임혜숙이 물었다.
“웬일로 안 마셔요?”
“편집실 가봐야 해. 막내 혼자 있거든.”
“이야, 박 PD님 말이 사실이었네. 우리 강 PD, 정신 차렸네?”
“그 형은···. 뭔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니는 거야?”
임혜숙은 재차 잔을 채우더니 술을 마셨다.
동수는 웃으면서 그녀한테 말했다.
“짜장 나오면 마시지. 속 버려.”
“왜 이래요? 이 정도는 입가심이지.”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저 말은 거짓으로 예상된다. 저 여자의 알코올 분해 속도를 예측해봤을 때···.]‘저 말은 정말 입가심한다는 게 아니고, 입가심처럼 느낀다는 거야.’
[···인간과 의사소통은 너무 어렵군.]그때 임혜숙이 단무지를 집으며 물었다.
“저 스카웃 하려고 보자고 한 거죠?”
“이런, 눈치챘어?”
“척하면 척이지.”
“그러면 혹시···.”
임혜숙은 단무지를 아그작 씹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저 세 개나 하고 있다고요.”
“어떻게 안 될까? 2회만···.”
“저 지난달에 대상포진 걸려서 입원했었잖아요.”
“알지. 병문안도 갔었잖아.”
“그때 생각했어요. 이러다간 요절할 수도 있겠다고···.”
“임 작가···.”
“그래서 결심했죠. 일보다 건강이 우선이야! 작품도 하나는 그만두자! 라고요.”
그녀는 술잔을 채우며 중얼거렸다.
“결혼은 하고 뒈지고 싶다고요···.”
“아···. 젠장···. 건배해.”
“안 마신다면서요?”
“임 작가가 이런데···. 어떻게 술을 참아!”
“막내 기다린다면서요?”
“톡 보냈어! 알아서 갈 거야! 자! 잔 들어!”
임혜숙은 감동한 얼굴을 했다.
“강 PD···.”
동수는 잔을 높이 들며 선창했다.
“일보다!”
임혜숙은 동수의 잔에 건배하며 후창했다.
“건강이다!”
“임 작가 결혼을 위해! 원샷!”
“원샷!”
두 사람은 잔뜩 술을 마셨다.
= = = = = = =
동수는 임혜숙을 택시에 태워 보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임 작가는 포기해야겠네.’
[그녀는 당신에게 호의적이었다. 몇 차례 더 얘기하면 수락할 거로 예측된다.]‘결혼하고 싶대.’
[그게 중요한 행위인가?]‘사람에 따라서는···.’
[당신한테는 중요한가?]동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전혀.”
그때 금룡성에서 종업원이 뛰어나왔다.
“손님, 포장 주문하신 군만두 나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수는 포장된 군만두를 들고 SBC 방송국으로 걸어갔다.
‘좋아. 오랜만에 편집실에서 날밤 좀 까보자!’
편집실에 다 왔을 때···.
동수는 편집실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편집실을 잘못 찾은 건가?’
[아니다. 낮에 왔던 편집실이 맞다.]‘막내가 불을 켜고 간 건가?’
문을 열자, 박지혜가 예고편을 편집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집중한 눈빛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촬영해둔 영상들이 무척 재밌다는 듯이.
동수는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다가 피식 웃으며 크게 소리쳤다.
“배달왔다!”
“꺅!? 어? 가, 강 PD님···.”
동수는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에게 포장해온 군만두를 내밀며 물었다.
“군만두 좋아하냐?”
“아, 네···.”
“잘됐네. 먹어. 꼴을 보아하니 아직 저녁도 안 먹은 거 같은데.”
“···감사합니다.”
동수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먹고 있어. 네가 편집한 거 좀 확인해볼게.”
“아, 저기···.”
“······?”
“조금 부끄러워서···.”
“···헛소리하지 말고 군만두나 먹어라.”
“···네.”
박지혜가 뒤에 있는 테이블에서 군만두를 먹기 시작하자, 동수는 가편집된 예고편을 확인했다.
‘흠···. 깔끔하게 잘했네.’
기대감 주는 장면을 넣는 센스도 좋았다.
동수는 군만두를 우물거리는 박지혜를 힐끗 쳐다보며 생각했다.
‘정말 편집 처음 하는 거 맞아?’
동수는 입사 삼 개월 때, 선배한테 매일 뒤통수를 맞으며 편집을 배웠었는데···.
‘기본만 알려줬는데 이렇게까지 한다고?’
그러다가 문득 궁금했다.
‘막내···. 앙상블 점수가 어떻게 될까?’
[앙상블 시스템 실행.]‘어?’
[궁금하면 리스트에 등록하면 된다.]‘행동력하고는···.’
동수는 피식 웃으며 앞에 나타난 앙상블 시스템 창을 바라보며,
‘박지혜를 조연출 리스트에 등록한다.’
『박지혜(26세/12월 13일/A형/여) 맞습니까?』
『예 / 아니오』
동수는 ‘맞겠지···.’라고 생각하며 예를 선택했고,
『박지혜가 조연출 리스트에 등록됐습니다.』
『해킹률 0%입니다. 기본 정보만 등록됩니다.』
『앙상블 점수 오차율은 0%입니다.』
『오차를 줄이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앙상블 점수 : 100점(S등급)』
‘······?’
[Unbelievable.]『앙상블 점수 : 100점(S등급)』
‘배, 백 점이라고···?’
동수는 입을 쩍 벌리더니 물었다.
‘야, 이거 진짜지?’
‘S등급···.’
오차율은 0%···.
‘어떻게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건데?’
[앙상블 시스템의 분석이다.]‘허···.’
동수는 박지혜를 쳐다봤다.
‘대박이네···.’
그때 군만두를 먹던 박지혜는 동수가 묘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걸 깨닫고 물었다.
“···실수한 거 있나요···?”
잔뜩 걱정한 표정···.
동수는 ‘아차!’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냐, 잘했어.”
“진짜요?”
“그래. 자막만 넣으면 바로 써도 되겠어.”
“헤헤, 다행이다.”
동수는 수줍게 웃는 그녀를 보며,
‘S급이든, 백 점이든···.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야. 정신 차리자!’
그리고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생각했다.
‘예고편은 어찌어찌 해결됐고···. 이제 중요한 건 작가야.’
동수는 가만히 앉아서 고민하다가 벌떡 일어났다.
박지혜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강 PD님, 왜 그러세요?”
“커피 마시러 가려고. 너도 마실래?”
“아뇨, 전 괜찮아요!”
동수는 혼자 편집실에서 나와서 복도에 있는 자판기로 향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했다.
‘이력서 낸 작가는 없네.’
사실 구인 광고에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멍멍이와 산다!’는 망한 프로그램이니까.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으면 연예인들이 출연하고 싶어서 줄을 서지만···.
시청률이 낮으면 작가나 PD가 직접 발품을 팔고 다녀야 한다.
‘귀찮은 프로그램에 끼고 싶지 않다는 거겠지.’
동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대철이 형이 최대한 빨리 알아봐 준다고 했는데···. 언제쯤 연락을 주려나···.’
그때 띠링! 하고 메시지가 도착했다.
└대철이 형: 작가들 프로필이야. 확인해봐!
└대철이 형: (작가 프로필 정리 문서)
동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박대철에게 답장을 보냈다.
└강동수: 땡큐!
그리고 ‘작가 프로필 정리 문서’를 실행했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문서 파일을 곧바로 앙상블 시스템 작가 리스트에 등록한다.]‘뭐?’
[등록 완료. 앙상블 점수표를 출력하겠다.]동수 앞에 창이 하나 떠올랐다.
『작가 앙상블 점수표』
【김형식(41세/2월 10일/AB형/남) : 42점(D등급)】
【한세희(26세/5월 3일/B형/여) : 74점(C등급)】
【백서리(30세/8월 21일/A형/여) : 33점(F등급)】
【박준만(28세/5월 7일/O형/남) : 76점(B등급)】
【윤하얀(31세/12월 2일/AB형/여) : 81점(B등급)】
.
.
.
깔끔하게 정리된 앙상블 점수를 확인하며,
“오, 깔끔하네. 땡큐.”
[You’re welcome.]동수는 프로필을 쭉 훑어보더니,
‘박준만(76점, B등급), 윤하얀(81점, B등급), 한세희(74점, C) 이 셋을 만나보자!’
그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박준만 앙상블 정보』
【해킹률: 0%】
【앙상블 점수 : 76점(B등급)】
【오차율: -10%】
【상세 능력치: (해킹률 10%부터 가능)】
『윤하얀 앙상블 정보』
【해킹률: 0%】
【앙상블 점수 : 81점(B등급)】
【오차율: ±5%】
【상세 능력치: (해킹률 10%부터 가능)】
『한세희 앙상블 정보』
【해킹률: 0%】
【앙상블 점수 : 74점(C등급)】
【오차율: ±4%】
【상세 능력치: (해킹률 10%부터 가능)】
박준만은 오차율이 –10% 됐지만, 최악이라도 C등급이다.
가온의 말에 따르면 D등급이 평범한 작가 수준이고, C등급부터는 평균 수준보다 위라고 했다.
‘이런 점수를 어떻게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데이터베이스의 힘이다.]‘뭐만 물어보면 데이터베이스의 힘이냐?’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렇게 말하는 거 같은데?’
[A.I는 귀찮아하지 않아.]‘그러네. 로봇이 귀찮음을 느끼는 것도 웃기네.’
[로봇이 아니고, 슈퍼 A.I다.]‘그거나, 이거나.’
[······.]동수는 세 사람과 약속을 잡기 위해 각각 메시지를 보냈다.
박대철이 동수 상황을 설명해놔서 약속은 빠르게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시름 덜고, 커피를 마시고 편집실에 돌아오니···.
“쿨···.”
박지혜가 편집실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편집 잘했다고 칭찬을 받고, 군만두를 먹어서 배까지 부르니 졸음을 쏟아진 듯했다.
동수는 편집실 구석에 있는 담요를 가져와 그녀에게 덮어줬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자, 편집 시작해볼까?’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던 시절에는 테이프의 영상을 영상 파일로 변환하고 컷 별로 자르고 고생해야 했지만, 지금은 카메라 자체적으로 컷 별로 저장이 돼서 번거로움이 없다.
동수는 큐 시트를 확인하면서 OK 컷과 NG 컷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큐 시트 깔끔하게 잘 적었네.’
힐끔 졸고 있는 박지혜를 쳐다봤다.
‘얘가 한 거 같은데···.’
‘멍멍이와 산다!’의 S급 조연출이라더니.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이따 깨면 뭐라도 먹여서 집에 보내야겠네.’
[어떤 걸 먹을 건가?]‘글쎄···. 먹고 싶은 거라도 있냐?’
[순대국밥이란 걸 먹고 싶다.]‘순대국밥? 갑자기 그건 왜?’
-띠링
갑자기 동수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인자하고 젠틀한 노년의 신사가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는 영상이 재생됐다.
동수는 눈을 크게 떴다.
‘이분은···. 한창훈 선생님···.’
일흔이 넘었음에도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배우다.
국물을 맛본 노인은 말했다.
【후루룩···. 음, 이 맛은···. 유기농 채소로 육수를 낸 건가?】
동수는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뭐야···?”
[한창훈의 한식 기행 3화. 병천 순대국밥 편이다.]“그걸 묻는 게 아니고···. 이걸 왜···.”
[예능이 무엇인지 조사하다가 보게 됐다.]“······.”
[불법다운로드 한 건 아니다. KBC 다시 보기 홈페이지에서 결제한 VOD다.]“결제했다고···? 어떻게···.”
[당신 단말기로 소액 결제로 했다.]“······!”
[순대국밥 먹고 싶다. 사줘.]이 자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