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70
70화 – 달려, 미친개.
막내의 생일 파티는 갑자기 등장한 체리로 인해서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체리를 알아봤고, 휠체어에 탄 그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동수는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 입단속을 시켰다.
그리고 생일 파티가 엉망이 된 막내에게는···.
“저녁 먹고 싶은 거 생각해 놔. 윤 작가랑 셋이 먹으러 가자.”
“네, 선배님!”
박지혜는 활짝 웃으며 미니 자판기를 안고 회의실에서 나갔다.
막내는 생일 파티에 와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할 일을 하러 흩어졌다.
그리고···.
‘멍멍산’ 회의실에서 나와 복도를 걷던 김민재 CP는 옆에 있던 담윤호 PD에게 말했다.
“윤호야, 너 혹시 알고 있었냐? 유체리 다리···.”
“제가 어떻게 알아요.”
“둘 다 재벌이니···.”
“CP님은 옆집 아들딸이 뭐 하고 사는지 아세요?”
“···아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가···?”
김민재는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담윤호는 생각했다.
‘다리를 다친 유체리가 ‘뮤직 대전’ 무대에 선다···. 이건 제법 화제가 될 거 같군.’
그는 피식 웃더니,
‘미친개처럼 날뛰더니···. 제법이군.’
그때 김민재가 재차 물었다.
“아! 그리고 축하해.”
“···무슨 말씀입니까?”
“뭐긴 뭐야, ‘최고의 프로그램상’ 말하는 거지. 올해까지 받으면 삼 년 연속 수상인가? 이야, 대단해.”
“아, 그거요?
담윤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라이어 킹’이 받는다고 확정된 것도 아닌데요.”
“뭔 소리야. 당연히 ‘라이어 킹’이지. ‘올해의 프로그램상’까지 해서 또 2관왕 가야지!”
“글쎄요···.”
“인마, 넌 꼭 음흉하게 좋은 걸 좋다고 안 하고···.”
“음흉하다니, 말이 심하십니다.”
그가 미간을 좁히자, 김민재는 움찔하며 사과했다.
“···미안하다. 내가 말이 심했네.”
김민재가 아무리 잘 나가는 CP라도 대명 그룹 친손자한테 밉보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윤호는 사과하는 김민재를 못마땅한 눈으로 훑어보더니,
“됐습니다. 사과할 일 아닙니다.”
“응? 어···.”
“그리고 연예 대상은 아직 모릅니다.”
그는 멍멍산 회의실 쪽을 힐끗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강동수···. 어디 미친 듯이 날뛰어보라고.’
그때 굽실거리던 김민재가 예리한 눈빛으로 담윤호를 몰래 살폈다.
마치 무언가를 탐색하는 거처럼···.
그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은 그렇다고 치고···. 2팀 CP는···. 어때? 국장님이 따로 말씀하신 거 없어?”
“누가 되든 신경 안 씁니다. 알아서 잘 선택하시겠죠.”
미련이 없어 보이는 말투와 달리 담 PD 눈빛이 반짝였다.
‘어차피 신진규 선배 아니면, 나밖에 뽑을 사람은 없겠지. 신 선배가 연말 특집에서 뭔가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그때였다.
그는 움찔하더니 ‘멍멍산’ 회의실을 다시 쳐다봤다.
그러다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상은 몰라도···. 이건 말도 안 되지.”
“응? 뭐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
그렇게 두 사람은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 = = = = = =
‘멍멍산’ 회의실에는 동수와 유체리 단둘이 마주 앉아 있었다.
동수는 담담하게 물었다.
“···이렇게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해요. 미리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데···.”
“괜찮습니다. 저를 찾아오신 이유는···. ‘뮤직 대전’ 때문입니까?”
“···네.”
“출연하시려고요?”
체리는 잠깐 고민하더니···.
“···네.”
고개를 끄덕였다.
동수는 체리를 빤히 쳐다보다가 가온에게 물었다.
‘야, 유체리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유체리의 목소리나 표정들을 종합해서 판단해봤을 때···. 본인 의지로 출연 결정을 한 건 아닌 거 같다.]‘그래···?’
본인 의지가 아니라면 대체 왜 여기까지 와서 ‘뮤직 대전’에 출연하겠다고 하는 걸까?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궁금하면 대가리 해킹을 해라.]‘···아니, 그건 좀.’
[윤민철한테는 잘만 했으면서. 사람 차별은 나빠.]‘사람 차별이랑은 조금 다른 문제 같은데···.’
그때 체리가 물었다.
“혹시···. 참가할 수 없는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저희야 대환영인데···. 조금 의아해서요. 갑자기 출연 결정을 내린 게···.”
“···그게···.”
결정적인 이유는 박지혜와의 거래 때문이지만···.
‘괜히 제 뒤를 캐진 마세요. 전 아이리스 그룹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후후.’
그녀의 경고 때문에 말할 순 없었다.
체리도 눈치가 있다.
‘그 여자, 정체를 숨기고 PD를 하는 게 분명해···.’
그래서 다른 이유를 말하기로 했다.
체리는 빙긋 웃으며,
“···방송에서 미친개라는 기타리스트가 설희를 뺏어간다고 해서요.”
“······!”
“설희가 누굴 만나든···. 제가 뭐라고 할 자격은 못 되지만···. 적어도 어떤 남자인지는 알고 싶어서요. 그리고···. 우리 설희를 잘 부탁한다고···.”
동수의 등에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이게 뭔 소리야? 설희 씨를 잘 부탁한다니···.’
[···아무래도 오해를 한 거 같군. 당신이 기타리스트 미친개라는 걸 몰라서 이러는 거 같다.]동수는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입을 열려고 했다.
그때 체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입니까?”
“이번 ‘뮤직 대전’에서···. 플루토 무대 다음으로···.”
머뭇거리는 체리를 보며,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 소리를 하려고 저러는 거야?’
그때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 무대를 잡아주세요.”
“······.”
“······.”
“네···? 뭐, 뭐라고요?”
동수가 당황하자 체리는 조금 의아했다.
미친개 밴드 무대를 잡아달라는 게 저렇게 놀랄 일인가 싶었다.
‘이미 자리가 다 차서 그런 건가?’
그녀는 동수를 설득하기로 했다.
“이번 무대를 마지막으로···. 저는 재활 치료에 전념할 거예요. 완치할 때까지는···.”
“······.”
“승아 언니나 나윤이도···. 플루토에 큰 미련이 없어서···. 이번을 끝으로 더는 무대에 서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설희는 또 혼자 무대에 오르겠죠. 넷이서 함께 했던···. 죽을 때까지 플루토를 하자는 약속을 지키려고···. 솔로를 그렇게 두려워했으면서···. 바보처럼”
“······.”
동수는 생각했다.
그게 과연 바보인 걸까?
누가 뭐라든 어떤 상황에서든 약속을 지키려는 게?
그는 한설희가 무척 멋진 사람 같았다.
그런데···.
“그거랑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 무대를 잡는 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러자 체리는 방긋 웃으며,
“결혼식에서 보면요···. 아빠가 딸 손을 잡고 사위한테 가잖아요. 그것처럼···.”
동수는 미간을 좁혔다.
왠지 불길한 예감···.
그 순간,
“저도···. 설희를 미친개 씨한테 맡기고 싶어서요. 아! 물론 그전에 한번 봐야겠지만···. Sang견례라고 할까요?”
“······.”
“아, 혹시 미친개 씨를 아시나요? 나름대로 수소문 해봤는데···. 만나기가 쉽지 않은 분 같아서···.”
동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사실 제가 미친개입니다.”
“······?”
“···그 기타리스트···. 저란 말입니다.”
“저, 정말이요?!”
체리가 깜짝 놀라자,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정체를 숨기고 ‘개나리의 노래꽃밭’에 출연한 건···. 체리 씨를 불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체리 씨 행방이···.”
“아···. 그럼, 뺏어간다는 말은···.”
“···도발이랄까···. 하하.”
체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남자가 뺏어간다고 했을 때···. 설희가 굉장히 기뻐하던 눈치던데···.’
그래서 당연히 연인 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라니까···.
“그랬군요···. 제가 오해를 했네요.”
“설마, 출연을 포기하시려는 건···.”
“아니요. 이미 출연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근데···. 질문이 있는데요.”
“네, 말씀해보세요.”
“‘노래꽃밭’ 끝나고···. 설희가 뭐라고 하던가요? 화내던가요?”
“음···. 그게···.”
동수는 ‘개나리의 노래꽃밭’ 대기실에서 한설희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런데 강 PD님···.] [네?] [미친개 밴드에서 절 뺏어간다는 거···.] [아, 그건···.] [···기뻤어요. 그때처럼···.]“······.”
왠지 이건 말하면 안 될 거 같았다.
그래서 어색하게 웃으며,
“하하, 별말 안 하던데요?”
“···별말 안 했다고요?”
“네!”
체리는 동수를 빤히 쳐다보며 생각했다.
‘내가 아는 설희라면···. 그런 얘기를 들었으면 무척 싫어하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정색했을 텐데···. 아무 말 안 했다면···. 설희도 싫지 않았던 게 분명해.’
무엇보다···.
미친개와 무대에 오른 설희는···.
‘무척 즐거워 보였어.’
체리는 동수를 빤히 살피며 생각했다.
‘···강동수 PD라···. 어떤 사람인지 조사를 해봐야겠어. 민철 오빠한테 부탁해야지. 그리고 만약 좋은 사람이라면···. 설희가 이 사람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돕자.’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금전적인 지원은 기본이고,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로 광고를 잔뜩 밀어줄 수도 있다.
김복자 회장의 사랑을 듬뿍 받는 체리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때 동수가 볼을 긁적이며,
“체리씨, ‘뮤직 대전’ 무대는 힘들 거 같고···. 차라리 다른 부탁이라면···.”
체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음 쓰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PD님이 미친개씨였다면···. 어쩔 수 없죠. 그저···. 앞으로 우리 설희를 예쁘게 봐주세요.”
“···뭐, 예쁘게 보는 건 둘째치고···. 설희씨가 부당한 대우는 받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녀는 동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활짝 웃으며,
“알겠어요. 그럼, 저는 가볼게요. 자세한 일정은···. 사람을 보낼 테니, 그분하고 상의해 주세요.”
“제가 마중을···.”
“아뇨. 괜찮아요.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그때 문이 열리더니 정장의 남자 둘이 들어왔다.
그들은 체리를 보필하며 회의실에서 멀어졌다.
동수는 그녀를 보며 중얼거렸다.
“재벌이긴 재벌인가 보네.”
[아이리스 그룹은 대한민국 재계 서열 이십 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니까.]‘···대명 그룹은 순위가 어떻게 되냐?’
[십 위 안에 든다.]‘오오, 지니 회장님이 두 배 정도 강하네!’
[···그렇게 비교하는 건 잘못된 거 같은데···.]‘뭐, 어때. 별로 중요한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다.]동수는 기지개를 펴며,
“일단 김 CP님께 보고하러 가야겠다.”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말이다.]‘왜?’
[나는 당신의 ‘뮤직 대전’ 참가···. 나쁘지 않다고 본다.]‘뭔 멍멍이 소리냐?’
[데이터 분석 결과···.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가 ‘뮤직 대전’에 출연할 경우, 전년 대비 평균 시청률이 2.9%, 순간 최고 시청률이 4.2% 이상 높아질 걸로 예상된다.]동수는 깜짝 놀랐다.
‘뮤직 대전’의 작년 평균 시청률은 1부 1.9%, 2부 2.2%, 3부가 3.3%였다.
그런데 저렇게 높아지면···.
‘평균 시청률이 5% 대로 오르는 건가···?’
‘뮤직 대전’ 평균 시청률이 마지막으로 5%가 넘었던 건···. 4년 전쯤이다.
그 이후로는 뚝뚝 떨어지더니, 작년에는 1%대까지 기록했다.
‘겨우 내가 출연해서···.’
[여러 데이터를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허허···.”
[그뿐만이 아니다. 아까 유체리가 말한 대로 한설희가 플루토와 작별하고 미친개 밴드와 하나가 되는 무대를 보여줄 경우···. VOD 다시 보기 판매량이 어마어마하게···. 그리고 각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탑 쓰리···.]“······.”
동수는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생각보다 떡이 큰데···.’
그때 가온이 말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현재 데이터 18팀의 초대 가수와 플루토만 출연한다는 가정하에 계산한 거다.]‘그 말은···.’
[백두대간 밴드, UFO, 윤수희 그리고 에이비. 추억의 가수들의 데이터를 추가할 때마다···. 평균 시청률은 더 오를 것이다.]‘얼마나?’
[계산 결과···. 정확히 10%가 나올 거다.]‘······!’
‘뮤직 대전’ 시청률이 10%가 넘었던 건 거의 십 년 전이다.
그것도 1부 오프닝만 간신히 10%가 넘고, 바로 한 자리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OTT가 범람하고···.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이 스마트 시대에···.
‘10%를 넘는다고···?’
이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동수는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때 가온이 말했다.
[최고의 PD는···. 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 아닌가?]“그건···.”
[1%대 시청률까지 떨어진 방송을 10%로 올릴 기회다.]‘······.’
[망설일 게 있나?]그 말에 동수는 피식 웃더니,
“그래, 네 말이 맞아. 가온. 망설일 필요가 없지.”
[달려, 미친개.]“좋아!”
동수는 곧장 김 CP한테 달려가서 소리쳤다.
“CP님! 저 뮤직 대전 출연하겠습니다!”
“···대가리 총 맞았냐? 뭔 X 소리야.”
“푸하핫! 두고 보십쇼! 제가 CP님 국장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야! 헛소리하지 말고 가서 일이나 해!”
“네! 설희 씨랑 기타 연습하러 가겠습니다!”
김민재 CP는 후다닥 뛰어가는 동수를 보며,
“저놈, 저거 언제쯤 철이 들려고···. 쯧쯧.”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변 국장이다.
“네, 국장님.”
[2팀 CP 자리, 언제까지 공석으로 둘 순 없잖나?]“네···. 그렇죠.”
[신진규와 담윤호···. 둘 중 누가 나아 보이나?]“글쎄요···.”
김민재는 날카로운 눈빛을 하더니,
“연말까지 한 번 지켜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둘 다 연말 특집 준비하는 거 같던데···.”
[흠, 그렇군···. 혹시 추천할 다른 인물 있나?]김 CP는 동수가 사라진 방향을 힐끗 쳐다봤다.
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강동수는 어떻습니까?”
[미쳤나?]“하하, 장난입니다. 장난.”
[하여튼···. 2팀 팀장 자리는 연말까지 보류해보도록 하지.]“알겠습니다.”
김민재는 통화를 끝내고 중얼거렸다.
“하긴···. 동수 그놈은 아직···. 그나저나 동수 이 자식 정말 뮤직 대전 무대에 오르려는 거야?”
그리고···.
시간은 흘러···.
12월 18일.
‘SBC 생방송 뮤직 대전’ 당일이 됐다!